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20화 (120/244)
  • 120- 할 일이 아주 많아.

    한국에 돌아온 재환은 그동안 자리를 맡아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선물을 바쳤다.

    “어이구, 이게 다 뭐냐?”

    아들이 미국 출장 이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코트와 구두를 본 희경은 흡족해서 한 번 입어 봤다.

    “이걸로도 부족하죠. 혜성그룹 초대 회장님에 선물로는.”

    재환은 그러면서 어머니께 드릴 모피 코트도 박스에서 한 벌 꺼냈다.

    “이건 우리 어머니꺼. 밍크 한 벌 준비했어요.”

    “어머, 뭐 이런 걸 다 사왔어? 너 일하러 다녀온 거여서.”

    명숙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많은 않은지 1만달러 짜리 명품 코트를 입어보고 아들을 안아줬다.

    선물을 돌린 뒤로 재환은 희경의 서재로 들어가서 앞으로의 상황을 논했다.

    “좀 시끌벅적 했지만, 일단 MP3 플레이어로 뚫었으니 그 뒤로 음향장비와 내비게이션도 수출할 수 있게 해야죠.”

    “미국 시장이 그렇게 쉽게 뚫릴 게 아니었는데, 정말 고생했다.”

    “이제 시작이죠.”

    재환은 그러면서 생각난 게 있어서 품 안에서 봉투 하나 꺼냈다.

    “아, 준비해줬냐?”

    “뭘 하시길래 어머니 몰래 미국에 땅을 사달라고 하신 거예요?”

    재환은 아버지의 요청에 캘리포니아의 농지 5에이커를 먼저 자신의 돈으로 결제해서 토지 문서를 아버지께 건넸다.

    희경은 그것을 받아들고 주소를 확인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여기 맡구만. 내가 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지.”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하시려고요?”

    “그런게 있어. 암튼 이거 세금이랑 양도 문제는 내가 처리할테니 수고 했다.”

    재환은 아버지가 명예회장에 올랐어도 뭔가 따로 준비하는 게 있다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밤에 어디 나갈 일 있냐? 맨날 모이는 서클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현규나 대현이형이 보자고는 하네요.”

    “옛날 생각 나는구나.”

    “?”

    재환은 희경의 옛날 이야기에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처럼 우리때도 많은 모임이 있었다. 대화그룹이 주관했던, ‘월계수회’, 경제련과 상공회의소에서 따로 모였던 ‘한강회’등이 있었지.”

    “그 말을 갑자기 하시는 이유가···.”

    “친목 다지면서 신사협정하는건 좋지만 말이야. 너희가 정치권 후보 밀어준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마라. 그건 우리 대에서나 끝낼 일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뭐, 저희가 뭉쳐서 뭐 차기 대선후보지지 하니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추가로 아버지에게 한 마디 했다.

    “역으로 그쪽에서 우리에게 돈을 요구할 일도 없을 거고요.”

    “···.”

    “그럼 친목 도모좀 다녀오겠습니다.”

    재환은 그것을 당부하며 외출 준비를 했다.

    ***

    2001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재환은 연일 상승세로 혜성그룹을 이끌어나갔다.

    20위권의 혜성그룹은 엄청난 성장세로 10대그룹에 안착했다.

    비록 10대 그룹 중 10위라 아직 갈길이 멀지만, 과거 신희경 회장대를 생각하면 배 이상의 성과였다.

    그런 상황에서 재환은 혜성전자와 혜성게임즈 임원들을 모아놓고 회의에 들어갔다.

    “한국게임 엑스포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국내에 있는 게임사들과 거기에 투자할 회사들이 모인다고 합니다.”

    “외국계 회사들도 포함되서요.”

    재환은 장진욱 사장과 혜성 게임즈의 김채용 부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런 행사라면 참여할만 하죠. 저희 부스도 따로 만들어놓고요.”

    “삼성동 코엑스 센터에서 열리는데, 저희가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해뒀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장진욱을 가리켰다.

    “제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시스템, 좋습니다. 위임한 보람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재환은 그렇지 않아도 마이크로 사의 M-BOX의 라이선스 계약 문제 때문에 큰 이벤트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부 주관 행사라면 잘 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근데 타이밍이 아쉽게 됐네요. 하필 저희 출시 2주 남겨놓고 먼저 이런 이벤트가 생겼으니.”

    M-BOX 시제품이 있긴 하지만 그건 전부 다 미국에서 직수입된거라 모든 OS가 영어였다.

    그때 장진욱이 이런 일에 대비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제품 중 두 대를 연구팀이 한글화 되도록 프로그램을 패치해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오, 그래요?”

    “이기남 소장이 혹시 몰라서 미리 준비했다고 합니다.”

    “하하하! 연구소 통합하길 잘했군요.”

    재환은 혜성전자가 알아서 움직여 준 반응에 박수를 치면서 그들에게 엄지를 보였다.

    “좋아요. M-BOX의 생산 공장 잘 준비 돼 있죠? 출시 때 마이크로사 사람들 와서 스토어에서 현판식 할 겁니다.”

    “네, 회장님! 차질없이 진행되고 과거 비디오게임기 조립을 맡았던 협력사들도 모아놨습니다.”

    하청을 싫어했지만, 이런 거 일일이 부품 만들 공장라인과 단가를 생각하면 결국 쓰기는 해야 됐다.

    “뭐, 제가 누누이 말하지만 하청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결제 철저히 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 거래는 깔끔해야 합니다. 몇 푼 아끼자고 하청공장 사람들 회사 앞에 드러눕는일 없게 하세요.”

    “예,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재환은 그것을 당부한 다음 코엑스에서 열릴 한국게임 엑스포에 참가할 준비를 했다.

    얼마 후 재환은 장진욱과 김용태, 그리고 임창훈 등의 고위 간부들과 사촌동생인 기환까지 대동하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문광부에서는 긴가민가했던 한국게임 엑스포에 혜성그룹이라는 공룡이 온다는 말에 아주 레드카펫을 깔아줬다.

    “게임 엑스포라.”

    “기대되는게 많아! 여기에는 일본 게임사들도 온다고 하더라고.”

    옆에서 신이 나서 신작들 체험해볼 생각에 들떠 있는 동생 기환을 보며 재환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남의 회사 게임들 플레이도 좋지만, 그걸 우리가 수입해서 유통할거 따져야 돼.”

    “그건 걱정할 거 없어. 형!”

    “그래, 매출 잘 나오는 거 보니 믿음은 간다.”

    재환은 이 자리에 주인공이 되기로 다짐하면서 코엑스 전시관으로 향했다.

    그때 재환은 뭔가 생각난게 있어서 기환에게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 일본 출장시절에 본 게임기 말이야.”

    “소니아의 그 PS-2?”

    2000년에 출시한 엄청난 히트작에 대해 이야기 하자 기환이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쪽은 아직도 한국 진출 못하고 있긴 해. 들여오면 진짜 박터질텐데.”

    “수입문제인가...”

    “형, 그런데 오늘 소니아가 부스전 한다고는 하더라. 자사 게임들 소개할게 많대.”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잠시 눈썹이 움직였다.

    ‘설마··· 깜짝쇼 같은 건 아니겠지?’

    그걸 알기 위해선 역시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진 문광부의 첫 게임 엑스포 현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각 언론사는 혜성의 회장이 온다는 말에 사내에서 IT 전문가들을 모아 놓고, 몇몇은 뒤늦게 게임기에 대한 정보를 달달 외우면서 질문을 준비했다.

    그리고 재환이 도착했을 때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회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 회장님! MP3 플레이어에 이어서 혜성전자의 다음은 게임기 입니까?”

    “게임기 사업을 마이크로사와 협력한다고 하는데, 경쟁자는 누구입니까?”

    재환은 손을 흔들면서 회장으로 들어갔고, 자세한 인터뷰에 대해서는 김채용 부사장에게 맡겼다.

    내부에서는 21세기 초의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분위기였다.

    사이버펑크 틱한 코스프레를 한 안내원들이 가득했고, 각종 애니메이션같은 일러스트의 현수막들과, 국내에 있는 게임사들도 자신들의 타이틀 홍보를 위해 대형 스크린 TV로 플레이를 하게 안내했다.

    “이것도 은근히 규모가 커질거란 말이야.”

    재환은 게임 엑스포를 보면서 훗날 이쪽도 확실히 혜성전자의 한 축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재환이 향한 혜성게임즈 부스에는 갖가지 게임기들이 가득했다.

    “앗, 회장님!”

    “회장님!”

    혜성게임즈 부스 직원들이 황급히 다가와 90도 인사를 했을 때, 그 모습은 뒤따라온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로 이어졌다.

    “흐음, 어디 한 번 볼까요?”

    재환은 인형뽑기 크레인기부터, 펀치머신, 그리고 M-BOX 신제품을 보고서 조이스틱을 잡았다.

    “내가 해 볼만한게 있을까요?”

    “아, 레이싱 게임이 있습니다.”

    직원들과 옆에 있는 기환의 도움으로 게임을 한 판 플레이 해보자 다른 엑스포의 참여자들도 웅성거리면서 M-BOX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자, 2주 뒤에 출시할 M-BOX 많이들 이용해 달라고요!”

    조이스틱 들고서 게임기 옆에서 엄지를 들자 기자들은 아주 좋은 기사거리가 되었다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그때 재환의 앞으로 박수를 치면서 조용히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조용히 M-BOX를 보면서 미소를 보이다가 재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노··· 아니 안녕··· 하심까?”

    “?”

    더듬거리는 한국어가 어색했지만, 그는 최대한 노력해서 재환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소니아 게이무 코리아의 카와구치 히로시라고···함니다.”

    “!”

    소니라는 말에 재환은 또 다른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소니 게임즈··· 설마 그쪽에서 국내 출시를 위해 부스를 연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막 설치 함니다.”

    더듬거리는 말투여도 두 눈은 결의에 차 있었다.

    그리고 재환은 악수한 다음 소니아의 부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혜성전자만한 규모의 부스에서는 소니아 게임 코리아라는 간판으로 부스 설치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현수막에는 신형 게임기 PS-2가 그려져 있었다.

    기술혁신이라 불렸던 비디오게임기로 그 이름은 과거의 재환도 충분히 알 정도로 유명한 명품이었다.

    “호오?”

    “저희 역시 출시를 앞두고서··· 이렇게 준비 했습니다.”

    그리고 소니아의 부스 설치를 지휘하던 덩치 큰 사내가 와서 재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소니 게임 코리아의 부사장 윤철환이라고 합니다.”

    “아, 한국 분이시군요.”

    “하하, 네. 소니아 뮤직 코리아에 있다가 이번에 이 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재환은 M-BOX 출시 이후 제대로 상대해볼만한 라이벌의 등장에 오히려 반색했다.

    “국내에서 들어온다는 말만 들었는데, 이 자리에서 선포할 줄은 몰랐군요. 그동안 오프 더 레코드였습니까?”

    재환의 말에 그들은 멋쩍게 웃어보이는 모습이 진짜인 것 같았다.

    “하하, 그동안 일본에서 최고의 게임기를 만들었던 저희입니다. 한국에서 좋은 경쟁이 되길 바랍니다. 회장님.”

    윤철환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는 자신들이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묻어나 있었다.

    그리고 악수하는 모습 또한 언론사가 놓칠 리 없었다.

    ***

    재환은 코엑스 옆에 있는 호텔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면서 임원들에게 말했다.

    “밥 먹는데 일 이야기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은 상황 논의 좀 해야겠군요.”

    재환의 말에 임원들은 한 방 먹었다는 충격이었다.

    “소니아가 이 타이밍에 들어왔다? 그것도 우리쪽 부스 확인하고 슬며시 전시장 만들면서 말이죠.”

    그때 장진욱이 말했다.

    “회장님. 소니아의 비디오 게임기는 작년 3월 출시 이후 많은 히트를 친 모델입니다.”

    “네, 알고 있죠. 그런데 이제와서 한국에 출시라니 그것도 저희를 겨냥한 것 같이 말이죠?”

    “죄송합니다. 전파 인증을 두고 소니아는 한국 출시에 대해서 무기한 보류를 했습니다. 게다가 국내의 게임기 수입 문제로 늦어도 내년 중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즉 누가 개입해서 규제가 확 풀리고, 국가 주최의 엑스포에 기습적으로 들어온거라는 거군요.”

    임원들도 모르는 기습적인 발표라는 말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손 놓은 건 아니었다.

    “회장님, 저희 또한 소니아의 PS-2가 언제고 들어올거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대비했습니다.”

    “그래요? 어떤 대비죠?”

    김채홍이 그것을 말하려고 할 때 옆에 있는 기환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형··· 아니, 회장님. 제가 말해도 될까요?”

    “네, 하세요.”

    공적인 자리니 존대를 쓰는 기환은 소니아를 상대할 준비에 대해 말했다.

    “현재 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저희와 과거 수입을 맺었던 ITD, 그리고 지금 들어온 소니아와 미국의 마이크로사가 한국에서 3파전을 벌일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맞춰서 게임기 시장에서 확실하게 점유율은 높이는 것은 그 제품에 맞는 서드파티··· 즉 유통된 게임입니다. 그것을 제가 미국과 일본 출장을 가면서 많은 시리즈들을 받아왔습니다.”

    “아, 그건 알지. 게임즈 예산 투입이 다 그리로 간다는 보고 들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완전 한글화를 위해 M-BOX로 들여오는 수입 게임들의 성우 더빙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즉 폭넓은 콘솔게임 수입과 거기에 따른 현지화가 중요하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들의 출시를 보면 저희보다 한 분기는 더 늦을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저희가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깜짝 이벤트치고는 놀라긴 했지만, 손 놓고 당할 건 아니니 지금부터 싸울 준비를 합시다.”

    재환은 소니아의 기습 출시에 조금 놀라기는 했어도, 자신들이 먼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확실하니 지금부터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싸움을 준비했다.

    미국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만든 게임기를 상대로 일본에서 넘어온 현지 법인과 한국에서 싸운다는 아주 글로벌한 싸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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