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9화 (119/244)

119- 프레젠테이션 이후.

재환은 정장을 갖춰 입으며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후우.”

“회장님, 잘 하실 겁니다.”

임창훈 실장은 재환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재환은 마지막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관객이 있었다.

IT전문 기자들, 거위츠가 온다는 말에 초대장을 받고 온 셀럽, 재환의 신제품 발표회를 응원하러 온 거위츠 부부, 그리고 정말로 와준 스티브 폴.

여기서 한 번 삐끗하면 우스갯거리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다시는 미국에서 장사 못 할 수도 있었다.

“음악 준비됐죠?”

“네, 그렇습니다.”

“스크린 테스트 해 봤고요?”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가죠.”

재환은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앞주머니에 있는 신제품 슈퍼코멧을 어루만졌다.

그동안 다시 한번 삶을 기회로 받고서 여기까지 왔다.

“좋아, 가자!”

재환은 마음을 다잡고서 무대로 나섰다.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끝나고 이제 재환이 등장했다.

재환의 오더대로 위풍당당 행진곡이 나오면서 화려한 정장에 스타일링을 갖춘 그의 등장에 많은 관객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재환은 마이크를 잡고서 천천히 말을 했다.

[웰컴! 혜성의 신제품 슈퍼코멧을 보러 와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미 제품은 은연중에 돌고 있었지만, 이 발표회로 확실하게 미국에 각인시키기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이 자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지금의 옷차림, 드레스코드는 상대에 대한 예의인 법이지요.]

재환은 VIP석에 앉아 언제나 단촐한 폴라티와 청바지 차림을 유행시켜, IT업계를 선도한 당사자의 디스로 시작했다.

[제 고급 수트 만큼이나 여러분의 생활을 고급으로 만들 제품을 소개합니다. 슈퍼코멧!]

재환은 MP3 플레이어 슈퍼코멧을 발표하고 빔프로젝터가 켜지면서 제품 발표를 시작했다.

[최근 디지털 음악 시장에 맞춰 혜성의 슈퍼코멧은 128메가바이트라는 높은 메모리에 수많은 곡을 담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적으로 MP3 플레이어에 대한 제품 설명을 시작하는 재환이었다.

그 뒤로 MP3와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 ‘혜성뮤직 스토어’에 대한 홍보도 간편하게 설명했다.

“월 19.99달러에 모든 음악을! 그리고 199달러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 슈퍼코멧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재환이 막힘없이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에 박수갈채가 다시 이어졌다.

적절한 가격에 편의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으니 인지도만 알려지면 안 팔릴 리가 없는 제품이었다.

그리고 재환은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에 들어갔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중, 저희 혜성 슈퍼코멧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때 중간 부분에 있던 흑인 남성이 손을 들었고,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혜성전자 직원들이 계단을 타고 마이크를 그에게 건넸다.

“IT웹진 ‘스펙터’의 찰스 스미스라고 합니다.”

스펙터라면 각종 컴퓨터 제품에 대한 리뷰로 유명한 곳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현재 혜성의 슈퍼코멧은 IT전문 기자들에게 시제품을 충분히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뒤늦은 프레젠테이션은 너무 늦은 처사가 아닙니까?”

처음부터 날카롭게 찔러 들어가면서 싱글거리는 흑인 기자를 향해 재환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맞습니다. 조금 늦은 감일 수도 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많은 웹진에 신제품 감평을 요구했는데, 제대로 응해준 곳이 별로 없더군요. 저희가 네임벨류가 부족해서 그런가 봅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찰스 스미스는 무안한 듯 눈 밑을 긁적였다.

[어떻게 스펙터에도 2대를 제공했는데, 리뷰를 지금이라도 해 주시렵니까? 좀 늦었지만 말입니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나자 찰스 스미스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대답했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제품 감평에 대해서는 제가 나중에 올리죠.”

[네, 늦지 않게요.]

한 방 제대로 먹은 스펙터의 기자가 자리에 앉으며 짜증스럽게 마이크를 돌려줬다.

그다음으로 손을 든 것은 화려한 드레스 차림에 화장을 짙게 한 백인 미녀였다.

“아티스트 섀넌 스튜어트라고 합니다.”

그녀는 26세의 팝 가수로써 국내에서 인지도는 적었지만, 미국에서는 빌보드 차트에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사회운동과 가수들의 저작권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는데, 음원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네, 이야기해 주세요. 미스 스튜어트!]

“MP3 플레이어는 사람들에게 노래의 대중화를 이끌어냈지만, 그에 따른 불법 음원의 유통을 일으킨 사업이에요. 거기에 대해서 오너로써 한 말씀 해주시죠?”

꽤나 공격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지만, 재환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저작권 문제로 혜성뮤직 스토어를 소개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저희는 워너 뮤직 그룹과 협상을 하였고, 이곳에서 다운로드된 음원들은 모두 정산되어 가수와 작곡/작사가들에게 분배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불법 음원도 쓸 수 있지 않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불법 음원 근절 캠페인을 혜성의 이름으로 내놓겠습니다. 저희 또한 불법은 암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딩을 좀 세게 해서 ‘암’에 비유하자 섀넌 스튜어트는 어디 한 번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마이크를 돌려주고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그녀를 포함해 미국의 많은 가수들은 전자음원으로 팔린 수익을 입금받고 그 마인드가 바뀔 것이다.

[자, 또 다른 질문 있을까요?]

그때 VIP석 정중앙에 앉아있던 폴라티 올드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어째 그럴 것 같더라니.’

도발적으로 이 발표회를 망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스티브 폴이 있었다.

경쟁사의 제품 발표회에 나타난 것도 화제거리였지만, 여기서 몇 마디만 대화를 나눠도 엄청난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A-컴퍼니의 CEO 스티브 폴이라고 하오.”

[네~ 말씀하세요.]

재환은 오히려 더 능글거리면서 어디 맘대로 지껄여 보란 투로 턱을 슬쩍 들어 올리며 스티브 폴의 반응을 지켜봤다.

“먼저 우리가 만든 MP3 플레이어 시장인데, 카피캣을 가지고 온 혜성전자의 제품에 의문을 표하고 싶소.”

또다시 따라쟁이 ‘카피캣’ 발언을 한 스티브 폴을 보고 재환은 웃으며 대답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카피캣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지 모르겠군요? 우리 슈퍼코멧은 어떤 제품처럼 뚱뚱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더욱 가벼운 디자인이죠.]

“···.”

발표회의 모든 관객이 둘의 불꽃튀는 설전을 기대하며 지켜봤다.

“우리가 올해 발표한 A-폿 이후로 MP3 플레이어에 대해서 개나소나 만들어서 선보이는데, 그게 카피캣이 아니면 뭐요?”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MP3 플레이어의 원천 기술은 저희가 구매한지 오래입니다. 잠시 한국의 경제위기로 아이디어가 실리콘밸리에 간 적이 있었지만, 사실관계는 똑바로 해야죠?]

그러자 스티브가 다른 것을 공격했다.

“128메가바이트? 그 정도의 용량밖에 안 되면서 신제품이니, 혁신을 말하는 건가? 우리는 5기가나 되는데 말이지.”

사실이었다.

A-폿은 하드디스크 기반으로 만들어진 MP3 플레이어라 압도적인 용량을 자랑했고, 단순 비교만 하더라도 40배 가량이었다.

“겨우 128메가바이트의 사이즈로 뭘 하겠다는거요?”

그 순간 재환은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MP3 플레이어를 하나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음악이라는 예술품과 가구들을 담는 멋진 집이요.]

“?”

[집이 아무리 크면 뭘 합니까? 안에 가구가 없이 휑한 곳은 폐가나 다를 바 없죠.]

“···!”

용량이 아무리 많아도 그만큼 노래가 안 들어있으면 의미 없다는 듯이 말하는 말에 다들 그 설전을 계속 지켜봤다.

[거기에 하나의 플랫폼으로만 쓰는 독자규격이죠? 아이고~ 그거 불편해서 어떻게 써? 주머니 속에 1000곡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1000곡 실제로 쓰는 사람 얼마나 됩니까? 미스터 폴의 A-폿은 그만큼 담겨있나요? 한 번 보여주시죠.]

“···.”

재환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발표회에서 벌어진 불꽃 튀는 두 경영자의 설전으로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이 넘쳤고, 보다 못한 스티브 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이상입니다! 여러분 혜성 슈퍼코멧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의 노래를 담는 주머니 속의 멋진 음악의 집이 될 겁니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포즈를 취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더더욱 커졌다.

그리고 이 발표회는 미국 전역에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

[한국에서 온 젊은 오너! IT제국을 한 방 먹이다!]

[MP3 플레이어. 더 이상의 독점은 없을 것.]

[차세대 기술 MP3 플레이어! 미국을 음악의 바다로!]

그동안 상대해주지 않았던 혜성전자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뒤늦게 쏟아졌다.

거기에 재환의 ‘MP3 플레이어는 집, 노래는 가구’라는 슬로건이 꽤 먹혔는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그 발언은 명언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재환이 나서면서 거위츠 부부나 섀넌 스튜어트 등의 셀럽등과 같이 사진을 찍은 모습도 많은 관심사였다.

한국에서 온 기업의 제품에 저렇게 많은 유명인들이 참여한것과 경쟁사 CEO와 그 자리에서 설전을 벌인 것 같이 모든 것이 충분히 먹히는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리고 시애틀에서 열린 혜성의 슈퍼코멧 스토어가 오픈했을 때, 그 모든 것이 스노우볼로 굴러가 대박을 일으켰다.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임용태와 임창훈, 두 임씨 임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왔을 때, 재환은 컴퓨터를 보면서 혜성에 관련된 기사들을 모아 보고 있었다.

“회,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어느분이 더 급합니까?”

재환의 여유 넘치는 반응에 임용태가 먼저 손을 들고 외쳤다.

“회장님 슈퍼코멧이··· 슈퍼코멧이!”

“네, 말하세요.”

“출시하고 30만대가 팔렸습니다. 한국에서 온 100만 대 중 첫날에만 30%가 나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추가 발주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한국 본사에 제품 생산을 두 배로 늘려달라는 팩스를 보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재환은 박수를 치면서 일어나 두 임씨 임원들과 같이 기쁨을 나눴다.

서로를 얼싸안으면서 방방 뛰는 모습은 트루넷에 이어 기회의 땅 미국에서 2연타를 먹인 엄청난 성과였다.

재환은 임용태를 향해 두 손을 잡으며 당부했다.

“임 사장님.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도 이 기세 계속 이어나가셔야 합니다. 혜성 아메리카는 전적으로 사장님에게 일임할 것이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 모든 것을 걸고서 혜성의 깃발을 미국에 꽂겠습니다!”

재환은 그 패기만만한 다짐에 혜성 아메리카에 있는 전 직원에게 사비로 격려금을 전달해주고 길었던 미국 출장을 끝냈다.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떠나기 전 재환은 배웅을 나와준 혜성 아메리카 임원들과 거위츠 부부의 배웅을 받았다.

물론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마지막 떠나는 길 까지 미국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배웅까지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빌!”

“하하하, 한국에 돌아오면 다음 프로젝트는 이미 정해진거죠?”

“M-BOX 라이센스 생산! 제가 돌아가는 대로 바로 공장 증설해서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 아시아 시장에 비디오게임 붐을 일으키겠습니다.”

“그래요. 미스터 신! 우리 다음에도 이렇게 웃으면서 봅시다!”

재환은 거위츠 부부와 악수를 하고, 혜성 아메리카 임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손을 흔들고 공항 국제선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재환이 한국으로 돌아왔을때는 이제껏 사용하던 김포국제공항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허브,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리게 되었다.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임직원들과 한국 기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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