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7화 (117/244)

117- 미국에서 발로 뛰는 회장님.

어두운 밤.

승지관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그 안에는 삼신의 수장 이건호 회장이 돋보기안경으로 미국 쪽 서류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삼신의 2인자, 미전실장 이상학이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미국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다는데 어떻게 보시오?”

“둘이 치열하게 싸운다 해도 결국 승자는 저희가 될 것입니다.”

“흐음··· 그건 그렇지.”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에서 A-컴퍼니와 혜성전자 모두 삼신제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한다.

두 곰이 싸우는데, 돈은 뒤에 있는 삼신이 버는 구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둘이 열심히 싸우는 와중에 삼신은 유럽과 중국, 인도, 서아시아 등으로 진출해서 천천히 세계 디지털 시장의 점유율을 올려 나갈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건호는 아들 녀석의 계획을 모두 승낙해줬다.

혜성과 삼신이 서로 같은 제품으 생산해 팔아도 각기 시장을 다르게 양분한다고 하고, 거기에 추후 언제든 세계적으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A-컴퍼니를 먼저 친다고 하니 지켜볼 셈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 번 지켜봐야겠군.”

“수시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회장님.”

“알았소. 가 보시오.”

이상학이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돌아갔을 때, 이 회장은 돋보기안경을 벗고서 조용히 서류를 정리했다.

“어찌 될지 한 번 봐야겠군.”

***

“오랜만이구나. 시애틀이여!”

재환은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로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외쳤다.

“I came, I saw, I want win!(왔노라! 보았노라! 이길것이노라!)”

재환의 외침에 그 이야기를 들은 임 실장은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명언이군요.”

“여긴 미국이니까 영어로 합시다. 줄리어스 시저!”

카이사르건 시저건 일단 그 사람의 마인드로 이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재환이 움직였다.

그리고 회장님의 등장에 혜성 아메리카의 직원들이 모두 모였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임용태 대표의 환대에 재환은 웃으면서 그와 악수하고 갑시다.

“자, 본사로 가서 이야기해 봅시다!”

재환은 임용태의 안내를 받으며 준비된 차에 올라타 혜성 아메리카로 향했다.

레드먼드 시티에 위치한 혜성 아메리카 건물은 빌 거위츠가 소개해준 15층 빌딩을 매입해 본사로 쓰고 있었다.

재환은 그 안에 들어가 건물을 한 번 쭉 둘러봤다.

깔끔한 내부는 미국에서 사업에 필요한 각종 사무실이 가득했고, 거기에 판매 제품을 위한 매입창고도 준비되어 있었다.

“대표실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임용태 대표의 안내를 받은 재환은 그 안에 들어가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임용태와 임창훈. 두 임사장을 두고서 재환은 피식 웃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에 들어갔다.

“자, MP3 플레이어와 같이 혜성뮤직 스토어도 같이 들어올 건데, 어떻게··· 잘 될 것 같습니까?”

미국 법인장인 임용태에게 먼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단 반응은 순조롭습니다. 그리고 광고가 잘 먹히고는 있습니다만···.”

“말끝이 왜 흐려져요?”

임용태는 주저 하다가 고개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노력은 많이 했지만 큰 광고를 따내지 못하고 지역지나 인터넷 포털 위주로만 움직였습니다.”

“큰 광고라 하면··· 그거군요.”

메이저리그, NBA, 슈퍼볼 등의 각종 대규모 미국 스포츠 행사에서 앞두고 하는 광고.

모든 미국인들의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킬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제 미국에 진출한 지 1년밖에 안 된 기업 혜성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도의 문제였고, 결국 지역지에서부터 조금씩 광고를 시작하면서 알려야했다.

그리고 재환 역시도 그것을 알고 준비했다.

“그렇지 않아도 코멧닷컴 역시 영문판 사이트를 만들고, 구매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앞으로 미국에서 한국에 코멧닷컴까지 원클릭 구매가 가능합니다.”

“네? 대표님, 그거 보안프로그램 문제로 그때 힘들다고 하시지···.”

“해결 됐어요.”

재환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문제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동안 액티브X다, 자체 보안프로그램이다, 신용카드 인터넷 결제 보안이다 별 지랄을 다 했던거 프로그램 하나 까는 걸로 끝냈습니다.”

“아, 닥터안 소프트웨어의 그 프로그램 완성 된 거군요.”

“네~ 계약상 그게 뚫리면 그쪽이 복구하고 보상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저희 돈으로 투자했어요.”

재환은 그러니 시대를 앞서간 액티브X없는 온라인 마켓 거래를 오픈 시켰다.

“이미 본격적으로 깃발을 꽂았고, 다음부터는 현재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싸워야 할 A-컴퍼니입니다.”

재환이 확실한 의지를 다지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들은 여러 가지였다.

그리고 다각도로 접근해서 어떻게 제품을 안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마케팅 논의에 대해서도 오자마자 시차 적응도 없이 밤새 이어나갔다.

***

얼마 후 재환은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거위츠 재단의 자선행사에 참가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빌 거위츠와 마리아 거위츠와 포옹을 한 재환은 올해의 기부금을 수표로 가져와 기증식을 열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잘 와줬어요.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의 빈민촌 구제 행사가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좋은 일이니 참가해서 저도 그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군요.”

재환은 자선행사에 같이 참가하고, 준비했던 제품들을 가져왔다.

“이게 뭡니까?”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MP3 플레이어와 컴퓨터입니다. 이걸 기증하려고 합니다.”

“혜성의··· 제품을?”

빌 거위츠는 자선행사에 나와서 신제품을 가져온 재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칫하면 자선재단에 자사제품 홍보로도 보일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거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걸 각 아이들의 학교로 기증할 겁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요청해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이 MP3 플레이어 등의 첨단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을 들어가고, 또 거기서 프로그램을 사용해 볼수 있는 체험을 시킬 겁니다.”

“왓?”

“그렇게 하면서 종이로 시험을 치게 하고, 거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은 이 제품들을 선물로 주고, 훗날 상급 학교에 진출하고 공학을 공부한다면 거기에 따른 장학금 역시도 재단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재환의 말에 마리아가 눈을 번득였다.

“그것 참··· 좋은 방법 같군요.”

“하하, 이건 과거 한국 정부가 IT보급을 위해 썼던 방법입니다. 국민PC라고 낙후된 시골 지역에 통신망과 컴퓨터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정보검색’등의 시험을 지자체에서 치르게 해서 컴퓨터 시대에 적응하게 만든 방법이죠.”

재환이 국민Pc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으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을 때, 당시 정책을 이야기 하자 빌 거위츠도 어느정도 납득했다.

“하하, 그런 거였군요. 과거 코리안 프레지던트에게 IT인프라가 미래란 말을 했는데, 그런 교육정책이 있었다니.”

“이제 광고 의혹은 없는 겁니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니 마음껏 쓰십시오. 그 미담은 제가 기자들에게 말해 드리지요.”

빌 거위츠는 대충의 상황을 알아차리고 재환이 신제품을 마음껏 기증하는 것에 대해 승낙을 해줬다.

그리고 재환의 그런 모습에 각종 지역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한 개에 200달러 하는 제품입니다. 이것을 미국에 출시하고 기증하는것에 대해 쓴다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군요.”

재환은 손가락만한 스틱인 MP3 플레이어 ‘슈퍼코멧’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식으로 기증을 하는 것이 제품 인지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자들 냅다 찌르고 들어가는 질문은 똑같았다.

재환이 혜성전자의 신제품을 자선단체를 통해 빈민가 아이들에게 뿌리면 그 이미지가 괜찮겠냐는 뜻.

그리고 그렇게 무료로 나눠주는데 제품 위상이 좋겠느냐는 질문들이 대다수였다.

재환은 그 속에서 웃으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겠군요.”

“어떤 것입니까?”

금발에 뿔테 안경을 써 깐깐한 이미지를 보이는 여기자의 질문에 재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적어도 어려운 사정의 아이들도 첨단 IT기기의 사용법은 알수 있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들의 손으로 컴퓨터를 다뤄볼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고요.”

“!”

“혹시 압니까? 이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진로를 공학으로 정하고 싶은 천재 엔지니어가 미국에 나올지요.”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유있게 엄지를 들어올렸다.

그 대답이 꽤나 괜찮았는지 일부 기자들은 박수까지 쳐 줬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서부 일대에 퍼졌다.

[한국에서 온 전자회사 CEO, IT 산타클로스가 되다.]

[신제품을 자선사업으로 기꺼이 풀어놓은 CEO, ‘제품의 위상보다 아이들의 정보가 더 중요.’]

[기행인가, 선행인가? 한국에서 온 CEO의 별난 기증식.]

로스앤젤레스, 컴튼, 오클랜드, 산타바바라 등의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신문사들이 하나같이 기사를 좋게좋게 써 줬다.

그리고 본사에 있는 워싱턴 주 역시도 거기에 응답했다.

혜성 아메리카의 홍보가 일간지에 올라왔고, 지역 방송에서도 하나둘씩 그 일화들이 언급되면서 서서히 반응이 나타났다.

거기에 맞춰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의 미국 서부 일대에서 혜성전자의 슈퍼코멧의 매장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시애틀의 1호점 ‘혜성 일렉트로니스 스토어’를 시작으로 서부의 주도에 하나씩 설치하기 시작했다.

매장을 만들고, AS기사들을 현지에서 고용하기 시작했으며, 거기에 따른 배송물류 역시도 거위츠의 도움을 받아 시애틀에 대규모 창고를 하나 매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재환은 계속 미국에 머물면서 보고를 받으면서 움직였다.

[망할놈의 자식이 내가 관둔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일을 시켜?]

“명예로운 회장님이시니, 현 회장보다 더 일을 잘하실게 아닙니까?”

[새끼가 말하는 거 하고는···]

재환은 미국에 있는 동안 명예회장으로 출근도 잘 안하던 아버지 희경을 다시 불러서 한국 본사 상황을 컨트롤 해달라고 요청했다.

덕분에 아내와의 세계여행 계획은 잠시 미뤄두고 다시 강남 본사에서 아들의 공백을 메꿔줬다.

“어쩌면 연말까지 여기서 보낼수도 있겠어요.”

[뭐 임마? 회장이란 자리가 계열사 하나만 어루만지는 곳인줄 아냐? 군소리 말고 11월까지 돌아와!]

“안 돼요. 이번 프로젝트 발로 뛰기로 이미 사장단하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그럼 다른 계열사는 어쩌고! 너 대구에 있는 혜성시멘트 지금 어떤지 아냐? 레미콘은? 시계는? 백화점 매출은 어떤데!]

“네~ 그거 다 대표이사들한테 오더 내리고서 대형사고 없으면 현상유지 하라고 말 했어요. 4개월도 못버티면 그거 CEO시키면 안 되죠.”

[이 자식이 말은~]

“대신 이번에 제가 여기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엄청난 성과를 기대하셔도 됩니다. 언제나와 같이 저를 믿어주시면 됩니다. 아버지.”

[···그래, 좋다! 어디 마음껏 해보시게나. 신 회장!]

“네~ 명예회장님. 감사합니다!”

재환은 통화를 마치고서 품 안에 든 MP3 플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자~ 서부에서 일을 시작하고, 이제 남은 것은 동부를 가봐야 할 텐데 말이지.”

때마침 동부쪽 마케팅을 위해 갈 곳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모교인데, 무심하게 동문회 한번 없이 그냥 때 되면 기부금만 알아서 보내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가 볼 셈이었다.

“좋아! 가자 필라델피아로!”

재환은 모교 와튼 스쿨로 가서 요새 후배님들이 좀 어떤지 한 번 가볼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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