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6화 (116/244)
  • 116- 안전하게 안착하다.

    혜성그룹의 새로운 자회사 ‘혜성 뮤직’은 혜성쇼핑과 혜성전자의 출자로 태어나서 아낌없는 투자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불법 다운로드 없이 정당한 결제로 여러분의 아티스트를 응원하세요.]

    광고 슬로건에 맞춰 처음에는 곡당 1천원, 월 결제 2만원이라는 금액에 동요하는 반응도 있었다.

    재환 역시도 결합상품과 할인율을 늘려서 저 2만원 전부 받지 않으면서 중간중간에 이거저거 따지고 보면 최저가로 월 11900원에 무제한 이용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재환이 처음 생각했던 1만원 초반대로 했던 금액으로 먹힐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벤트를 위해서 재환은 혜성제과 전북공장에서 가져온 과자를 한 박스 받아 회장실에서 뜯어봤다.

    “별 이벤트를 다 하게 되는구만.”

    이것은 혜성쇼핑 곽 부사장의 아이디어면서, 하경민 사장 역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혜성의 과자에 MP3 플레이어 교환권과 혜성뮤직 스토어 할인권이 섞여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쩌면 이게 나을수도 있으려나?”

    라이벌인 동성제과에서는 ‘따조’, 샤를로트 제과에서는 ‘퍼블’이라는 식품완구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지난번에는 푸키먼 빵이라는 게 샤인제빵이라는 중견기업에서 나와 식품완구에 대해서 마케팅을 할 때였다.

    재환은 완구는 아니지만 이 쿠폰 이벤트가 좋은 시너지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혜성뮤직 스토어가 첫 오픈하고, 첫 실적에 대해 나왔을 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용 가격이 비싸다.

    온라인 음원은 생소한 개념이다.

    불법다운로드 근절은 힘들 것 같다.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이 모든 게 다 기우였음을 알리는 일이었다.

    ***

    [혜성뮤직 스토어! 2001년의 핫 아이템!]

    [가수협회, ‘불법 공유에서 구해준 고객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는 테이프, CD보다 음원 판매량? 온라인 마켓이 움직인다.]

    어느 정도 홍보는 요청했지만, 이렇게까지 금칠이 되는 건 순전히 언론사가 알아서 움직이는 일이었다.

    혜성뮤직은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가입자 10만을 돌파했다.

    트루넷이 가입자 10만 모으는데 몇 달 걸렸는지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그리고 10만 돌파 기념으로 이벤트를 해서 가입 할인 이벤트 등을 시작하고, KS와의 협약으로 인해 이중으로 홍보가 되니 앞으로 이대로만 이어나간다면 음원시장에서 압도적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휘유- 이것 참.”

    생각보다 빠른 성장세에 재환은 임원진들을 모아 분석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곽정빈 부사장은 자신이 월 2만원대를 고수하면서 성공했지만, 모든 공을 재환에게 돌렸다.

    “곽 부사장님 말을 듣길 잘한 것 같군요. 이거 제 원안대로 만원대 했으면 반타작 장사할뻔 했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결국 결정해주신건 회장님입니다.”

    거기에 맞춰 장진욱 대표 역시도 한마디했다.

    “이번에 혜성뮤직 스토어의 성장세를 보면 곧바로 4분기부터 대대적으로 MP3 플레이어 전 제품에 대한 할인공세를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맞춰 온라인마켓인 코멧닷컴과 혜성홈쇼핑으로도 할인율을 올려서 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팔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래시메모리 삼신하고 계약한 뒤로 원가가 절감되니 당연히 내려야겠지요. 좋은 일입니다!”

    재환은 박수를 치면서 두 임원을 치하했다.

    “정말 잘들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재환은 그러면서 넌지시 곽정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곽 부사장님은 월 2만원 요금제를 어떻게 확신하신겁니까? 그건 한 번 들어보고 싶군요.”

    아이디어는 재환이 내었어도, 시장 가격대와 마케팅을 맞춘 것은 곽정빈이니 그 이유를 알아 다른 사업에서도 확실히 피드백을 받아서 이용해보기로 했다.

    재환의 물음에 곽정빈은 멋쩍게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말하기 좀 부끄럽긴 합니다만···.”

    곽 부사장은 음료수를 마시고 그 이유를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는 두 딸이 있습니다. 연년생이라 같이 다니는 애들이지요.”

    “네, 그런데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남자 아이돌 상품을 엄청나게 사는 겁니다.”

    “아···.”

    “한 달에 용돈을 전부 그걸로 쓰는 걸로도 모자라 제가 홧김에 ‘너희들 취미는 직접 벌어서 사라!’라고 혼내니 정말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똑같은 CD만 열 장, 포스터도 막 사더군요.”

    아이돌의 굳건한 팬덤 이야기를 듣자 재환은 뭔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들이 한 달에 쓰는 돈이 그 정도인데, 팬클럽을 보니 십수만이나 되는 팬덤이 있다고 합니다. 그룹 하나가 그 정도인데, 허수 제외하고 실구매층을 생각해서 한번 밑의 직원들하고 논의를 해 봤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드디어 자신에게도 유능한 임원진들이 하나둘씩 나온다고 생각하며 크게 웃었다.

    “히야- 세부 조율 기가 막히게 해 주셨군요.”

    “아닙니다. 제가 단편적으로 생각한 아이디어인데, 그것을 캐치해주신 것은 회장님이십니다.”

    재환은 그런 곽정빈에게 한 가지 보답을 하기로 했다.

    “그럼 내친김에 혜성그룹 내에서 혜성뮤직스토어의 대표이사 직도 맡아주시겠습니까?”

    “네?”

    “겸직 허가하겠습니다. 현재 혜성쇼핑 본부장을 하시면서 그쪽도 맡아주세요. 제가 이사회에 안건 올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재환은 싱글거리면서 생각난김에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그 따님 두분이 좋아한다는 그 아이돌이 누구입니까? 제가 좀 알고 싶네요.”

    “그··· 이름이 ‘갓파이브’라고 거기 팬클럽 ‘스카이벌룬’이라는 곳에 회원이랍니다.”

    “···하하하하하하!”

    재환은 그 말을 듣고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어떻게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참 신기했다.

    “아이고, 양재동의 그 친구들이 진짜 뜨긴 했구만.”

    “네?”

    “그 친구들 옛날에 연습생 시절에 먹여 키운 게 저에요. 가끔 용돈도 주면서 나중에 뜰 때 보자고 했는데, 성공해서 우리 회사 과자 CF도 했죠.”

    “아, 그렇습니까?”

    “내친김에 연락한번 하죠. 따님 둘 초대해서 그 친구들이랑 식사 자리 한 번 가지게요.”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회장님.”

    “따님 두 분은 안 그럴걸요? 한 번 우상인 가수 만나는 자리 가서 식사도 해 주시고 이야기 좀 하세요. 아버지를 엄청 존경스럽게 볼겁니다.”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예전에 담아뒀던 갓파이브 리더 K준의 명함을 지갑에서 꺼냈다.

    “자~ 혜성뮤직 이야기 다음엔 이제 전자에서 할인을 가지고 말하려고 하는데요.”

    “네, 회장님.”

    조용히 대화를 듣던 장진욱 대표는 이제 자신의 차례라 생각하고서 마른 침을 삼켰다.

    “4분기부터 수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시장을 우선순위로 갈 겁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께서 의뢰하신대로 미국 수출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마케팅을 새로 준비할 게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재환은 앞으로 움직이기 전에 미리 장 사장에게 이야기 해뒀고, 그의 눈이 점점 커지면서 ‘그런 행동 하면 리스크가···.’라는 얼굴이었다.

    ***

    그날 저녁 육공회 정기모임에 만난 재환은 대현과 현규에게 말했다.

    “우리 4분기에 해외 진출할 거요.”

    이제 국내에서 어느정도 다지기가 들어갔으니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겠다는 재환의 말에 대현이나 현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수만 해도 우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둘 다 서포트는 걱정할 거 없다.”

    가뜩이나 통신사업으로 점점 한국통신의 점유율을 잠식해나가며 무선통신 50%, 유선통신 집전화 시장까지 진출해가는 KS는 이번 혜성뮤직스토어가 제트엔진이 돼 주어 더욱 더 한국통신과 싸움을 수월하게 끝냈다.

    물론 지분교환을 한 상태라 그 수익의 일부는 혜성에게도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해외를 위해서 삼신과 혜성이 움직이기로 했다.

    “삼신은 어느쪽을 할 거냐?”

    “유럽.”

    “···진짜?”

    재환은 미국시장을 2:1로 싸울 것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삼신의 선택은 유럽이었다.

    그리고 현규는 그 이유를 말했다.

    “이번에 반도체 덤핑으로 인해서 플래시 메모리 대량생산을 끌어올리면서 내가 결정한 일이야.”

    “호오~ 이유를 좀 들어봐도 될까?”

    재환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현규에게 물었고, 그가 천천히 대답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광장비라는게 있어.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작업이지.”

    “그런데?”

    “삼신은 대부분 일본에서 노광공정 처리를 했는데, 이번에 아예 유럽쪽으로 진출하기로 했어. 그곳의 노광장비 업체들을 인수하고··· 그쪽 시장을 확실히 차지하려고 한다.”

    단순히 MP3 플레이어가 아니라 거기에 쓰이는 플래시메모리 시장까지 생각해서 아예 시장 하나를 1인자로 군림하기 위해 잡겠다는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광장비는 인정이지. 하지만 그걸 벌써부터 실행할 줄이야. 역시 역사가 바뀌는 건가?’

    재환은 유럽 쪽으로 진출한다는 삼신의 의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서 잘 하라고.”

    “뭐야? 그럼 미국은 혜성이 가는건가?”

    재환은 대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딱 한 녀석을 상대해야겠지.”

    “A-컴퍼니. 스티브 폴.”

    “!”

    어차피 한 번은 상대해야 될 녀석이었다.

    현재도 미국 IT업계에 공룡이긴 했지만, 지금의 A-컴퍼니는 과거의 삶에서 봤던 시가총액 2000조의 그 제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MP3 플레이어로 한 번 싸울 수 있다는 말에 위험을 무릅쓰고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미국시장··· 진짜 힘들긴 할텐데.”

    “그래도 안 하면 더 힘들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때 해외진출해서 확실하게 파이 못 키우면, 재벌이 평생 내수경제만 빨아먹는다는 오명을 들을 겁니다.”

    “···.”

    듣는 사람 몇몇에 의해서는 조금 불편한 단어일 수도 있겠지만, 재환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도전장을 육공회 앞에서 먼저 보였다.

    “아마 긴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승패를 떠나 A-컴퍼니 정면으로 들이받은 미친 한국회사가 있다는 이미지는 계속 퍼질겁니다.”

    재환은 그것을 염두해 두고 혜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작전을 짰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A-컴퍼니에서는 CEO가 뉴스를 보고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뭐야, 이건?”

    검은 폴라티에 청바지를 입은 둥근 안경의 CEO는 비서를 통해 신문에 쓰여진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어떻게 읽는거야? 헤이성?”

    “혜-성 이라는 기업으로 HS컴퍼니로 통하는 곳입니다. 트루넷을 상장했던 곳입니다.”

    “아! 그 인터넷 회사! 이번에 우리 지분 부스러기 조금 가져간 놈들 말이지?”

    A-컴퍼니 CEO에게 있어 혜성의 이미지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나스닥에 상장했던 한국이란 작은나라의 회사 하나였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 회사가 현재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시애틀 법인을 키워서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합니다.”

    “그래?”

    CEO 스티브 폴슨은 자신의 흰 책상위에 있는 자사의 MP3 플레이어 ‘A-팟’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뭐랬어? 신사업을 시작하면, 불나방 같은 ‘카피캣’들이 따라온다고 했지?”

    그는 혜성이라는 발음하기도 힘든 한국의 기업이 같은 제품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는 말에 비웃으며, 자신의 역작 A-팟을 보석처럼 어루만졌다.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본보기로 쳐부숴야겠군. 당장 이사회 소집해. 나의 스마트한 사업에 끼어드는 놈은 죄다 아웃이야.”

    “알겠습니다. 미스터 스티브!”

    비서가 움직이고, 신문 속에 혜성전자를 보고 스티브 폴은 크게 웃으면서 그 신문을 자신의 런닝화로 짓밟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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