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5화 (115/244)
  • 115- 노래는 마법처럼 돈이 되어.

    재환은 KS와 삼신의 내부승낙까지 모두 받아낸 뒤로 본격적인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음원 유통을 두고서 음반사들과 소속사들의 계약을 어느 정도 끝낸 상황.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그 곡을 부르는 가수와 작곡, 작사가들을 만나야 했다.

    “회장님이 직접 움직이신단 말입니까?”

    “네, 그러려고요.”

    이전에 유통사들과는 다르게 가수협회장은 재환이 직접 만난다는 말에 임창훈 실장이나 장진욱 사장은 같이 갈 준비를 했다.

    “자, 천천히들 따라오세요. 신누리 호텔에서 이야기하기로 했으니 시간 맞춰 가렵니다.”

    재환이 새 옷을 갖춰 입기 위해 경호팀과 먼저 나섰을 때, 두 임원은 회장님이 나선 문을 보고 멍하니 있었다.

    “이런 일에 직접 가서 협상하시지 않으셔도 될 텐데.”

    “장 사장. 왜 그러시는지 이유 모르세요? 지금 가수협회장이 누굽니까?”

    “누구길래 그럽니까?”

    “남진이에요. 남진!”

    “아!”

    그 이야기를 들은 장 대표는 재환이 왜 그렇게 직접 가서 협상하겠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

    신누리 호텔에 도착한 재환은 차를 마시면서 기다릴 때 황급히 달려온 중년 남성이 있었다.

    듬직한 풍채에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은 곧바로 재환을 향해 인사했다.

    “신재환 회장님이시죠?”

    “아, 오셨군요.”

    “아따, 만나서 겁나 반갑소잉!”

    걸걸한 사투리로 인사하는 대가수 남진을 만난 재환은 이 자리에 부모님이 계셨으면 엄청나게 좋아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대의 최고 스타이자, 재환이 태어났을 때 자진해서 해병대에 입대해 월남전까지 참전했던 이야기는 호사가들의 좋은 소재가 되었고, 이후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명의 원로 가수로써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차 한 잔 마시시면서 편하게 이야기해 보실까요?”

    “아, 좋소잉! 나가 후배들을 대표해서 나왔으니 어디 제대로 된 협상을 해 봅시다.”

    그동안 가수협회라는 곳은 수많은 불공정 계약 속에서 가수들의 공연 속에서 돈은 음반사와 소속사가 모두 가져가는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권리 행사를 하려고 큰 노력을 했었다.

    재환은 그것을 알고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가 온라인 음원유통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아시죠?”

    “으음, 온라인 음원···거시기 그게 말이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게 맞나 모르겠네요.”

    남진은 자신이 들었던 정보를 모두 종합해서 재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인터넷으로 가수의 곡을 팔고, 그 수익을 분배한다는 게 아니겠소?”

    “네, 맞습니다. 그것 때문에 논의를 드리는 건데 가수 쪽이 나올 금액을 이제 가수협회와 이야기하려는 겁니다.”

    “그렇죠잉.”

    재환은 먼저 거기에 대해 제안을 내밀었다.

    “일단 제품 유통을 통해 거의 원가가 들지 않는 방식이니 곡당 가격은 굉장히 싸질 겁니다. 한 곡당 천원에서 2천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남진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 읽어보시겠습니까?”

    재환이 관련 서류를 건네자 남진은 손가락에 침을 바르며 한 장 한 장씩 넘겨봤다.

    [온라인 음원 유통에 관한 분배 방식]으로 적힌 문서는 혜성그룹 내에서도 신사업을 위해 엘리트들이 모여서 산정한 금액이었다.

    남진이 곡당 1-2천원이란 단어에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일이었다.

    현재 음반시장에서는 카세트테이프로 구매하면 3천원에서 5천원. 베스트 명반을 모아놓은 것들이 한 1만원대였다.

    반면 CD의 경우 CD플레이어로 돌아가는 음반이 싱글 한 장에 1만~1만5천원. 1집이 2-3만원 정도했다.

    그렇게 가격을 쳐도 유통사랑 음반사가 이거저거 떼고 남는게 별로 없다고 한탄하는 가요계인데, 오히려 그것보다 더 싸게 유통한다니 그래서야 남는 게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한 것이었다.

    “흐으음.”

    시간이 걸려도 하나하나 일일이 읽어내려간 남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떻습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감은 조금 잡히오. 근데 말이지. 이 가수 비율은 조금 더 어떻게 안되겠소잉?”

    “흐음.”

    재환이 말한 유통 방법의 정산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음원 유통 사이트를 운영할 혜성이 40%를 가져간다. 그 뒤로 남은 금액을 제작사가 45% 가수가 10%에 작곡/작사가가 5%였다.

    이렇게 되면 1천원의 기준으로 가수는 곡당 100원씩, 2천원이면 200원씩이었다.

    일반적인 카세트와 CD에 비해서는 그럭저럭한 계약이었지만, 그래도 남진은 한가지 더 부탁한 것이었다.

    “비율 분배를 쪼까 해주셨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죠.”

    “네?”

    재환이 쿨하게 대답하자 남진은 자신이 협회장으로 나와 제의한 조건인데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저희가 조금 비율 줄여서 가수 몫을 늘리겠습니다. 그럼 될까요?”

    “아따 그렇게만 되면 더할나위가 없죠!”

    남진이 박수를 치면서 협상이 잘 될거라 생각하고 껄껄 웃었다.

    재환은 그 모습을 보고 말이 좀 더 쉽게 풀릴 것 같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선생님, 아니 협회장님이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으음, 나가요?”

    “네, 가수협회장이시니 꼭 해주셔야 할 일입니다.”

    “그거시 뭐요?”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 남진이 해 줘야 할 일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진의 눈이 점점 커졌고, 재환은 거기에 대해 엄지를 올렸다.

    “해주시면 저희가 수익 37%로 하고 가수들이 13%로 늘리겠습니다.”

    “일단 한 번 얘기 해보겠소.”

    재환은 1차 협상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진과 악수를 했다.

    “언제 회사로 공연 한번 해 주세요. 아버지께서 협회장님 노래를 매우 좋아하십니다.”

    “아, 그거야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가지요.”

    그렇게 가수협회와의 협상은 쿨하게 진행됐다.

    ***

    [네, 최근 초고속인터넷의 시대가 되면서 정보화를 누리는 국민들입니다. 하지만, 울상을 짓는 업계가 있는데요. 인터넷의 불법적인 자료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가수들의 이야기입니다.]

    며칠 뒤 9시 뉴스에서는 ‘가수들의 눈물’이라는 기사로 그들이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불법 다운로드 음악! 중단해라!]

    [불법복제는 창작자를 말려 죽이는 범죄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가수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은 모두 모여 각 온라인 유통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

    특히 이전부터 MP3 플레이어 시대를 위해 저작권 무시하고 다운로드하는 불법과 탈법을 오고가는 업체들에 시위가 들어갔다.

    “잘 진행되는군.”

    재환은 그 뉴스를 보면서 점점 정부가 그것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게 여론전을 펼쳤다.

    재환이 남진에게 요구한 것이 바로 저거였다.

    앞으로 합법적으로 온라인 음원 유통사를 만드려면 이전까지 불법으로 P2P공유를 한 불법 음원사들부터 털어내야했다.

    인터넷 돌아가는 컴퓨터 가지고 안 쓰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뮤직’, ‘뮤직바다’, ‘음악천국’등의 업체들은 꼴에 벤처라고 수십, 수백억의 불법 음원유통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서울 디지털단지 일대에 사무실을 짓고 장사하고 있었다.

    재환은 그들을 칠 수 있게 가수협회를 움직인 것이었다.

    “앞으로 저렇게 움직이다보면 분명 뭐가 나올거다. 그때까지만 한 번 반응 보자고.”

    재환은 그것을 위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날이 지나고, 다다음날이 지나자 이제 슬슬 국민들이 심각성을 깨달아갔다.

    [네, 오늘의 아침마당에서는 후배 가수들을 위해 저작권 투쟁을 하는 가수 김남진씨를 모셨습니다.]

    [아이고, 안녕하쇼잉! 가수 남진이 왔습니다!]

    남진이 직접 방송까지 나와서 MC들과 같이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주부들의 시선을 한눈에 잡을 이야기들이 오갔다.

    뉴스를 넘어 아침 프로그램, 시사 프로그램 등까지 나오자 전방위적으로 때려가는 분위기에 P2P 음원유통사들도 심각성을 점점 느끼고 있었다.

    재환은 그 다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김 비서. 지금 장진욱 사장하고, 곽정빈 부사장 회장실로 오라고 하세요.”

    [네, 회장님.]

    재환은 그 둘을 부르고 천천히 기다렸다.

    잠시 후 혜성전자의 장진욱 대표와 혜성쇼핑의 곽정빈 부사장이 오자 재환은 그들을 맞이하고 차를 준비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MP3 플레이어와 온라인 음원유통 시장을 두고서 각각 혜성쇼핑과 혜성전자의 경영인들을 두고 협상 상황을 물어보자 그들이 대답했다.

    “회장님, 현재 KS하고 논의를 했는데, KST와의 요금제 논의가 대략적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아, 그래요?”

    곽정빈 상무가 내민 서류를 받은 재환은 그것을 천천히 읽어봤다.

    음악 다운로드를 두고 요금제는 한곡당 1천원, 무제한 다운로드시 한달 20곡 정도를 생각하고 2만원 정도를 예상한 것이었다.

    “이 정도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회장님.”

    ‘애매한데···.’

    과거의 삶을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에서도 음원 다운로드하는데 한달 요금제가 만원 초반대였는데, 2001년에 한달 2만원은 조금 세게 부른 것 같았다.

    “이거 금액 이대로 산출한거 KS랑 협상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결합상품을 염두해뒀는데, 현재 단독상품에 한해서는 혜성의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산출된 금액입니다.”

    “그러면 결합으로 하면요?”

    “KS가 현재 문자메시지 무제한에 200분 음성통화 상품과 결합해서 월 8만원이라고 합니다.”

    “비싼데···.”

    말도 안되는 횡포였지만, 이때는 정말 그랬다.

    2G요금제로도 문자, 통화에 대한 요금은 80분, 100분, 200분 등으로 요금제가 달랐고, 얼마 안 있으면 컬러폰 시대에서 월 10만원 정액제로 혜택은 겨우 문자,음성통화의 무제한이 전부인 상품도 나온다.

    재환은 그것을 생각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월 정액 요금제는 조금 줄이는 게 낫겠습니다.”

    “네?”

    “회장님, 그렇게 하면 수익 배분문제에서 혜성이 만들어놓고 더 적은 매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혜성홈쇼핑 시절부터 재환이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할 때 현실성을 논하면서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던 곽정빈이었다.

    그래서 상무시절부터 눈여겨 보다가 전무 반년하고 바로 부사장까지 승격시켜줬는데, 역시나 변함이 없었다.

    장진욱 사장이 옆에서 듣다가 놀라 곽 부사장을 좀 말리려 했지만, 재환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곽 부사장님.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은 대학생들도 가볍게 결제할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요금 통신비에 음원 해서 8만원, 거기에 트루넷 등의 초고속인터넷 해서 월 3만원씩 하면 11만원인데 이건 부담가지 않겠습니까?”

    2010년대라면 몰라도 2000년대 초에서 그 금액을 쓴다면 등골빠진다는 말 나올 이야기였다.

    하지만 곽정빈 상무는 자신의 의지를 고수했다.

    “지금 이대로도 최대한 싸게 산출한 것입니다. 대신에 제가 회장님께 건의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뭡니까? 바로 말해보세요.”

    곽 부사장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재환에게 제안했다.

    “기존의 금액이 월 2만원이지만, 거기에 대해 할인폭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요?”

    “지금 장진욱 사장이 하시는 MP3 플레이어에서 프리미엄 모델을 구매하면 첫달 무료 할인, 아니면 저희도 트루넷과 결합상품을 혜성 내에서 따로 만드는 겁니다.”

    “호오?”

    “또한, 혜성전자에서 음악과 관련있는 카오디오, MP3 플레이어, 멀티스테이션 등을 살 때 제품 인증을 하면 1제품 1계약으로 월정액 할인을 하는 겁니다.”

    “···!”

    재환은 아이디어를 자신이 만들고도 할인 폭을 단순히 타사와의 결합상품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디테일한 마케팅 이야기를 듣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MP3 플레이어 지금보다 더 할인하려 했는데, 거기에 끼면 되겠네요. 장대표님.”

    “네! 회장님!”

    “지금 삼신전자하고 플래시메모리 협상하는거, 그쪽에서 더 싸게 판매한다고 했으니 그만큼 제품 할인을 신경써주시고, 곽 부사장님이 한 말 듣고 같이 할인마케팅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은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두 경영자에게 일임한 다음 그들을 보내고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앉혀놓길 잘한 사람이란 말이야.”

    처음부터 음원유통 사업은 다른 제품 판매를 위한 빌드업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확실히 더 엄청난 시너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략적인 수익을 손가락을 연신 흔들어 주산으로 계산하고, 4분기 매출을 생각하며 입이 귀에 걸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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