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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114화 (114/244)
  • 114- 연락 좀 빨리들 해라.

    탁- 탁- 치익!

    재환은 지포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천천히 기다렸다.

    “후우~”

    담배연기가 매캐하게 회장실을 메우자 안에 있던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바쁘게 돌아갔다.

    이미 재떨이에는 선인장처럼 수북히 꽁초가 쌓여 있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재환은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결재서류나 묵묵히 처리했다.

    당연히 그때 나온 이야기를 KS도 삼신도 동의해줬지만, 각자의 회사에 가서 사업에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임원들을 설득해야 할 테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니 재환은 회장실에서 담배나 태우고, 개인적으로나 혜성그룹 사내현금으로나 투자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 주가나 보고 있는 상황이 됐다.

    “아니, 나는 이야기 잘 끝나서 산출하고 있는데 뭐들 하는 거야. 싸게싸게 오케이 전화 안하고···.”

    그동안 재환은 약속한대로 국내에 있는 대형 음반사들과, 음원 온라인 유통을 위해서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온라인 음반 시장을 이제 막 키워야 해서 그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현규건 대현 형님이건 계속 이러면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나···.”

    재환은 오늘도 전화를 기다리다 회장실 컴퓨터로 해외 주식들을 매수하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했다.

    간간이 미국 증권가 기사에서 혜성 아메리카라는 회사가 애플 주식을 매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규모가 미비해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아~ 머리 좀 식히자.”

    뉴스 기사를 보던 재환은 너구리굴이 된 회장실을 나섰다.

    황급히 기다리던 기전실 직원들이 일어났지만, 재환은 손을 들어 만류하고 슬쩍 말했다.

    “안에 재떨이 좀 비워줘요. 내가 좀 많이 피긴 했네.”

    “예. 회장님.”

    기전실 직원들이 황급히 들어가서 청소를 시작했고, 재환은 밖으로 나가 본사 내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직원들이 업무에 매진해 있는지라 복도는 조용조용했고, 간간이 서류들고 달려가던 직원들은 재환을 보고 황급히 90도 인사를 했다.

    주변 직원도 없이 느긋하게 회사를 돌아다니는 회장님의 반응에 혼비백산했지만, 재환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휴게실 자판기에서 콜라 하나 빼먹었을 때, 재환은 거스름돈을 챙기던 재환이 중얼거렸다.

    “나중에 이것도 사내복지로 무료 자판기 설치해줘야 할 텐데···.”

    사내복지야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면 될 테니 일단 평소에 편의 사항을 하나하나 수첩에 담아서 기록하기로 했다.

    그때 재환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신 회장, 나야.]

    먼저 연락이 온 것은 대현 쪽이었다.

    “아, 형님. 어떻게 됐습니까?”

    [누가 이사회 열었는데, 당연히 해야지! KS텔레콤 임원들 불러서 확실히 말해놨으니 앞으로 우리 쪽 하고 협업 문제없을 거다.]

    “그렇지! 그럼 됐습니다!”

    재환이 쾌재를 불렀고, 대현은 세부 조율을 위해 지난번 말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실무진들끼리 자리를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화를 마친 재환은 길게 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을 어루만졌다.

    “자~ 이제 KS는 됐고, 다음은 현규 쪽인데.”

    ***

    한편 승지관에서는 엄청난 위압감 속에 분위기가 확 무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

    “···.”

    MP3 플레이어 사업에 대해서 기획서를 아버지 이건호 회장에게 가져온 현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전부 본 다음 돋보기 너머로 날카로운 눈으로 이건호 회장이 입을 열었다.

    “추락하는 메모리값 때문에 오히려 양적으로 찍어내서 판매지분 올리라는 말은 내가 했었지.”

    “그,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그걸 자사의 MP3 플레이어, 그리고 혜성에도 같이 공급을 한다지? 거기에 미국에 있는 동종업계에 수출까지 한다고?”

    “네··· 맞습니다.”

    “삼성이 디지털 음향기기 시장에서 1위가 될 점유율 기회를 버리겠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서늘한 이건호 회장의 말에 현규는 마음을 다잡았다.

    경영자로써 누구보다도 비정한 이 회장이었고, 그것은 외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ESS프로젝트도 아직 실행중인데, 성장 발판은 전부 준비된 MP3 플레이어라는 시장을 보내줬는데도 한다는 게 단독 성장이 아니라 여럿과 손을 잡는다는 말에 이건호 회장의 분노가 오른 것 같았다.

    ‘내가 성공 가능성을 알고 확실히 밀어붙인 프로젝트야. 그러니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해야···.’

    만약 여기에서 사촌 용진, 아니면··· 재환이 그 녀석이 자신의 상황이었으면 뭐라 말했을지 모르겠다.

    “어찌 대답이 없는가? 이현규 대표. 본인이 내민 기획서에 대해 모든 걸 대답할 준비가 안 된 건가?”

    “!”

    그 말에 현규는 결심했다.

    “이건 모두 우리 삼신전자를 위해서입니다.”

    “어떤 면이 말이냐?”

    “저는 이 프로젝트로 인해···.”

    현규는 자신이 직접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아버지 이 회장에게 직접 꺼냈다.

    ***

    “이 자식, 오늘도 연락 없겠군.”

    휴게실에서 혼자 노닥거리는 것도 못 할 짓이어서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회장실로 돌아가기 전에 생각이 나서 혜성전자쪽으로 향했다.

    “이 소장이야 연구실에 있겠지만, 장 대표는 있겠지?”

    재환이 혜성전자가 있는 5층에 도착하자, 전 층에 있던 혜성전자 직원들이 황급히 일어났다.

    재환은 손을 들어서 하던 일 마저하라고 웃어 보였고, 사장실 쪽으로 향했다.

    “회장님, 제가 여기 기획이사를 맡은···.”

    “아, 됐어요. 그냥 한 번 와 본겁니다.”

    그때 사장실에서 먼저 장진욱이 소식을 듣고 뛰쳐나왔다.

    그런데 그 옆에는 웬 젊은 여성이 있었다.

    “어, 어떻게 이곳까지 연락도 없이···.”

    “아, 내비게이션이랑 MP3 사업 물어보러 왔는데···.”

    재환은 그 여성을 보고 물었다.

    “누굽니까?”

    긴 뱅헤어에 도도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외모를 봐서 장 대표의 딸은 아닌 것 같고, 연예인인가 싶어서 추가로 물어보려고 했을 때 그녀가 먼저 다가와 재환에게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성우 한미연이라고 합니다.”

    “한미연?”

    그 순간 단아한 외모의 여성이 입술을 움직였다.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아~ 그 목소리!”

    재환은 그 익숙한 목소리에 박수쳤다.

    재환은 곧바로 옆에 붙은 장진욱 대표에게 설명을 들었다.

    “이번에 기대 이상으로 팔려나간 내비게이션 덕분에 계약상 추가 보너스를 위해 직접 불렀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남자 성우분은요?”

    “그 친구는 일이 바쁘다고 해서, 직원들 시켜 방송국 가서 전달해주고 왔습니다.”

    재환은 상황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혜성에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죠.”

    재환의 손을 보고 미연은 곧바로 두 손으로 재환을 붙잡았다.

    “만나 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회장님.”

    재환은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목소리에 대해 고객만족도가 좋습니다. 신뢰가 가는 안내음성이라더군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혜성의 젊은 회장의 손을 잡은 성우는 이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재환이 다시 불렀다.

    “아, 잠깐만!”

    재환은 성우들을 두고 마침 생각 난 게 있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혹시 시간 있으십니까?”

    “네, 네? 시간이요?”

    “잠시 따라오시겠어요?”

    재환이 나가면서 손짓하자 그녀는 어리둥절하다가 황급히 뒤따라갔다.

    “장대표님은 안 오셔도 됩니다. 다른 업무라서요.”

    “아, 예! 회장님.”

    한미연만 데려간 재환을 보고 장진욱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연락 없이 불쑥 오셔서 놀랐네.”

    그러면서 직원들은 회장과 같이 따라나간 젊은 여 성우를 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

    ***

    엘리베이터에 탄 재환과 미연은 말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어색함 속에서 미연이 아무 말 없었고, 재환은 그때 코를 찌르는 강한 향에 반사적으로 미간이 찌푸러졌다.

    “뭐지?”

    재환은 오른손을 든 순간 그 취향 아닌 향수 냄새가 확 올라와서 고개를 돌렸다.

    “아, 이거···.”

    그 순간 냄새가 난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미연이 물었다.

    “왜, 왜 그러시죠? 설마 제가 뭘 잘못한···.”

    “···샤를 향수 써요?”

    “네, 그렇긴 한데. 혹시 향이 너무 강해서 그러신가요? 죄,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반응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어요.”

    2층에 도착한 재환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회장이 혼자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내부의 직원들이 기다렸다.

    “일들하지 뭘 나와있어요?”

    재환은 그녀를 데리고 2층에 있는 혜성게임즈로 향했다.

    그 안에 있던 직원들 역시도 신재환 회장을 맞이했고, 재환은 대표를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혜성게임즈 대표 김채용 부사장이 재환을 맞이했다.

    “신 과장 출장갔어요?”

    “그,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전자오락 박람회로 갔습니다.”

    혜성가 오너 사촌동생이 있는 곳이라 잘 알고 있던 임직원들이었다.

    재환은 사무실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게임 포스터나 직원들 책상 위에 있는 피규어 같은 상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좀 개방적이군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당장 잡동사니를 치우겠···.”

    “아뇨. 일하는데 필요한거면 있어야죠.”

    재환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음 데려온 여성을 소개했다.

    “ESB의 성우극회에 소속된 성우 한미연인데, 이번에 우리 내비게이션 제품에도 목소리를 녹음했어요.”

    “아, 예! 알고있습니다.”

    재환은 김 대표에게 하나 일러뒀다.

    “목소리 괜찮아서 픽한 성우입니다. 곧 비디오게임기 올해 말부터 내년에 들어오니까 거기에 맞춰서 수입유통된 상품에서 우리말 더빙 필요한 것들 잘 논의해보세요.”

    “!”

    뒤에 있던 미연은 순식간에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회장님?”

    “ESB 성우극회에 자주 연락하죠. 괜찮은 성우들 있으면 게임 더빙할 때 많이들 부를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재환은 웃으면서 다시 집무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졸지에 계약 보너스 받으러 왔다가 몇 가지 더 큰 일을 맡게 된 미연은 연신 재환에게 인사를 했다.

    좋은 성우 한명 게임즈에 소개시켜준 재환은 집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

    “그래서 말했어. 회장님, 저는 삼신을 위해서 움직인 겁니다!”

    “맞는 말이네.”

    저녁에 둘이 만난 현규는 한껏 밝아진 얼굴로 연신 승지관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사실 디지털 시장에서 MP3 1위 점유율 만들라고 밀어주신건데, 이번에도 동업이란 말에 조금 불편해 하셨거든. 아, 네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고.”

    오늘은 정말로 기쁜건지 화색이 돌면서 수제 흑맥주를 연신 들이킨 현규는 그다음 이야기를 향해 말했다.

    “삼신 MP3 플레이어가 톱으로 오르는 것보다 먼저 삼신전자의 반도체가 이번 프로젝트로 세계 점유율을 올릴텐데 그 파급력을 생각하면 됩니다! 라고 말이야.”

    “그래서 회장님 설득 성공한 거구나.”

    “그렇지!”

    현규가 잔을 들자 재환은 건배하면서 쭉 들이켰다.

    재환은 자신이 말하고도 몇 번이나 ‘내가 아버지를 설득시켰다.’라는 성과로 좋아하는 현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 점점 인정을 받는군. 좋은 일이야. ESS도 철수가 아니라 현상유지를 하고, 도와준 덕분에 이쪽도 더욱 돈독하게 움직일수 있겠지.’

    게다가 반도체 성장을 위한 큰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직접 이건호 회장을 설득했다고 하니 앞으로 내비게이션이고, MP3 플레이어고 반도체 메모리 수급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거 없이 최상급 퀄리티의 제품을 덤핑으로 빨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흡족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현 형님도 프로젝트 진행한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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