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2화 (112/244)
  • 112- 상륙, 슈퍼~코멧

    [다음 소식입니다. 혜성그룹과 KS그룹이 내비게이션 경쟁을 하면서 대대적인 빅딜을 선언했습니다.]

    [네,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수 없습니다. 신사업 제품을 경쟁하던 두 대기업이 계열사 지분교환을 통해 동맹을 선언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3500억 규모의 대기업 주식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KS그룹과 혜성그룹인데요. 자세한 소식 김경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오랜만에 지상파 방송 3사를 메운 혜성-KS의 지분교환은 그 규모부터 남달랐다.

    KS호텔에서 열린 자리에서 혜성그룹의 회장 재환과 KS그룹의 회장 대현은 공동 지분 교환 협약식을 가졌고, 각자의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악수를 했다.

    이것으로 올해 혜성의 손에 들어온 한국통운과 기존의 캐쉬카우였던 혜성쇼핑, 그리고 트루넷의 자사주를 합쳐 총 1500억 규모의 지분이 KS로 향한다.

    그리고 KS 역시 구)유공, 현 ‘클린엔’이라는 주유소 브랜드로 유명한 KS에너지와, KS인천정유화학, KS텔레콤의 지분을 합쳐 총 2000억 규모의 주식이 혜성의 손에 들어왔다.

    이것으로 순환출자 구조로 되어있는 KS그룹에 재환과 혜성그룹이 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KS의 중심인 주)KS가 KS텔레콤의 대주주, 그 텔레콤은 KS 네트웍스 대주주, 그 네트웍스가 다시 주)KS의 대주주인 삼각관계.

    거기에서 다른 쪽 방향인 주)KS가 광학제조업체 KSC를 가지고 그 주주가 바로 KS에너지였다.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댔던, 혜성과 KS의 내비게이션 전쟁 이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는 소문 속에서 기자들이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였다.

    “한경일보의 김호찬 기자입니다! 두 분 회장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을 긁적였다.

    “한경일보라··· 그리운 이름이군요.”

    과거 IMF때 혜성 위기설 한번 썼다가 다른 일간지들에게 영혼까지 털려서 재환에게 싹싹 빌었던 그 신문사였다.

    소속 기자 역시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래도 밀어붙이기로 했다.

    “크흠, 큼! 혜성그룹과 KS그룹 간에 현재 내비게이션으로 경쟁을 하는데 이런 교류가 생긴것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대현이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고 대답했다.

    [네, 전부 오해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싸운 것이 없으며 양사의 발전을 위해서 큰 그림을 위해 서로 교류를 한 것입니다.]

    대현의 말에 다른 기자가 물었다.

    “향후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합병의 가능성이 있습니까?”

    [하하, 아직 출시 이후 후발주자들이 많이 생기는데 그런 이야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군요.]

    [없습니다.]

    대현이 웃으며 말할 때, 재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거기에 대해서 대답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기능이 같다고 통합을 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세상은 더 다양한 기술을 각기 다른곳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하고, 그러면서 고객들이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재환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하자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도 그 떡밥을 그냥 보낼생각이 없었다.

    이미 증권가에서 KS 최대현이랑 혜성 신재환이랑 멱살잡이까지 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는데, 좀 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내비게이션 경쟁 이후 혜성그룹이 계열사 내에서 KS와의 거래를 끊었던 케이스들이 있었습니다.”

    [아, 그건 제가 대답하죠. 그게 어떻게 된 건가 하면···]

    대현이 더듬거리자 재환이 곧바로 끼어들어 대답했다.

    [오늘의 지분 거래를 위해 잠시 계열사들끼리 거리를 뒀던 겁니다. 큰 거래를 위해서 쓸데없는 찌라시들이 돌아서요.]

    기자들 앞에서 뒷이야기들은 다 찌라시라고 말해주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현재 혜성은 쇼핑과 물류사업, 그리고 차세대 전자 사업 등으로 가장 필요한 기름과 통신. 이 두가지가 누구보다 필요했습니다.]

    [마,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 KS역시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경험이 적어 면세점 입찰 사업을 두고서 평생을 같이할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대충 이렇게 둘러대는 이야기가 나오자 기자들은 그것을 오피셜로 받아들이고 기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 앞으로의 내비게이션 경쟁은 계속 이어지는 겁니까?”

    [지금까지 뭐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재환의 말에 그 기자는 다른 기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재환이 질의응답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회장님! 질문하나만 더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회장님, 타 회사와의 경쟁에 대해 묻고싶습니다.”

    하지만 KS호텔의 직원들이 기자들을 막아섰고, 대현과 같이 들어온 재환이 손을 내밀었다.

    “잘 해 봅시다!”

    “이것으로 과거는 잊고 미래만 생각하는 거지.”

    “물론이죠. 앞으로 배당금 기대하겠습니다.”

    “하하하, 그거면 되는거야?”

    “물론 아니죠. 앞으로 큰 사업이 있을 때 형님이 저랑 같이 움직여 주셔야 됩니다.”

    “그래, 그래!”

    내비게이션 특허 하나가 졸지에 낚시 미끼가 되어서 석유화학 사업과 이동통신사 사업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대현 역시도 자신이 좀 더 손해라는 걸 알지만, 신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줘서 모든 것을 화해했다.

    “형님, 여기까지 온 김에 밥 먹으면서 일얘기 됩니까?”

    “엥?!”

    “이제부터 신사업 이야기를 하려고요.”

    “···.”

    재환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대현은 이제 그가 두려워졌다.

    “내비게이션 사업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신사업?”

    “네.”

    “그래도··· 전자제품은 아니지?”

    “맞는데요?”

    “언제 시작할 건데?”

    “곧바로요.”

    “···기가 막히네! 진짜.”

    대현은 이제 재환이 정말 두려울 정도였다.

    실패의 리스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사업을 시작하는 재벌 오너.

    근데 그 마구잡이로 손대는 것마다 전부 고수익을 올려대는 것을 보면, 선대를 포함해 1세대 경영인들도 함부로 못 하던 행동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두고 밥이나 먹자면서 스위트룸을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

    “자~ 이제는 MP3 플레이어 가동이죠!”

    재환은 본사에서 혜성전자 임원들을 두고 회의에 들어갔다.

    MP3 플레이어.

    그 동안 재환이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서 최초로 MP3 플레이어의 저작권이 있던 디지털매니아의 기술이 미국으로 팔려나갔다는 말에 임원들을 보내서 다시 사오게 했다.

    하지만, 구 삼신그룹의 분가인 이청호 회장의 세일그룹이 해체되기 전 세일정보통신에서 보유한 ‘엠피맨’의 기술이 문제였다.

    둘다 같은 기술이었지만, 어느쪽과 협상을 해도 생산할 수 있는 특허였고, 그로 인해서 MP3 플레이어는 시작부터 춘추전국시대로 시작해야했다.

    거기에 혜성이 아이디어 사고 노력을 했지만, 이미 32메가와 64메가의 MP3 플레이어는 나왔고, 그로 인해서 재환은 결정했다.

    마침 반도체메모리가 전부 X값일 때 대규모로 사들여서 128mb의 신제품을 요구하고, CDP사업부를 정리해서 모두 연구에 매달리게 했었다.

    “그동안 MP3에 관한 기술을 모으라고 했고, 곧 출시할 제품도 있다지요.”

    “이것입니다.”

    장진욱 대표는 혜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명은 HSEM-128입니다.”

    혜성전자MP3플레이어(HyeSung-Electronics-MP3 player-128MB)라는 것을 그냥 코드네임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생긴 것은 꼭 500원짜리 껌 한 통같이 생긴 수수한 디자인이었지만, 스펙과 기능은 충분했다.

    “아직 브랜드명을 정하지는 못했으나 제품에 대해서는 나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해 양산하면···.”

    “코멧.”

    “네?”

    “혜성이 영어로 코멧이죠. 코멧닷컴이 있으니, 이 친구 이름은 ‘슈퍼코멧’으로 합시다.”

    재환의 작명에 임원들은 곧바로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신제품은 ‘슈퍼코멧’으로 하겠습니다.”

    재환의 작명 이후로 혜성전자는 기전실 간부들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마케팅을 준비하고, 가격을 상정해야 됐다.

    기존에 난립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그들을 모두 점령하려면 해외 수출 루트도 빠르게 잡아야 했고, 제품도 각 매장에 뿌려야 했다.

    “이게 참 중요한 일이란 말이지.”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음? 얘가 먼저 나한테?”

    재환한테 연락한건 다름아닌 현규였다.

    “어, 무슨 일이야.”

    [하하하! 빅딜 뉴스 잘 봤다! 이제 육공회 모임 계속 나올 거지?]

    “당연하지! 언제든 불러달라고.”

    [그럼 오늘은 시간 돼?]

    “오늘부터 다같이 모이는거야?”

    [아니, 개인적으로 너한테 한턱 쏠 일이 생겼다.]

    아들턱 이후로 그동안 신사업 ESS(E삼신)인터내셔널 때문에 죽을 맛이었던 녀석이 화색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니 뭔가 성공을 한 것 같았다.

    “알았어. 오늘 저녁에 나올게.”

    재환은 약속을 잡아놓고서 탁자 위에 올려진 MP3 플레이어를 들어올려 유심히 바라봤다.

    “효자 상품으로 만들어주마.”

    금고 안에 신주단지 모시듯 고이 집어넣고 남은 2001년 뜻깊게 보낼 것을 다짐한 재환이었다.

    ***

    재환이 도착한 곳은 지난번에 그 떡이되도록 마셨던 청담동에 지하 바였다.

    오랜만에 본 현규는 확실히 지난번 보다 얼굴이 펴 있었다.

    단순히 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게 큰 성공을 한 거 같았다.

    “자, 이거 봐라.”

    자동차 키 링에 아이 사진을 놓고 팔불출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현규를 보고 재환은 자신도 아빠미소를 지었다.

    “자~ 그래서 아들 자랑 말고, 또 무슨 자랑을 해 주려고 나를 부르셨을까?”

    재환이 능글맞게 말하자 현규는 크게 웃으면서 위스키를 마셨다.

    “이번에 E삼신에서 한가지 길을 찾은게 좋은 프로젝트가 됐어.”

    “그래?”

    현규는 그러면서 재환이 지난번에 건네줬던 수많은 게임 패키지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플레이 잘 했다. 인상깊은 작품이 많았어.”

    “그래? 이걸로 뭔가 깨달음을 얻은게 있었나?”

    “하하하, 그렇게 되더라!”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가 사업 프로젝트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에 재환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때? 게임회사라도 투자한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현규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요새 게임은 확실히 복잡한 만큼 알기 쉽게 튜토리얼이라는게 있더군. 하나하나 눈높이 맞춰서 모니터 속의 캐릭터가 알려주니까 확실히 쉽게 플레이가 됐어.”

    “그래, 그렇지.”

    “그래서 생각을 했지. 게임을 하듯이 모니터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영역에서 튜토리얼이 된다면?”

    “!”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저 녀석이 뭔가 금맥을 찾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쪽 관련에 아이디어와 특허를 살펴봤어. 역시 그런 생각은 나만 한 게 아니더라고. 하하하.”

    “모니터로 할 수 있는 튜토리얼이라··· 게임이 아니라 일상적인 개별지도를 모두에게 말이지.”

    “그래서 관련 특허들부터 전부 사들이고, 그들에게 투자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흐으음.”

    “삼신그룹 내 직원교육을 위해서 인력개발원에 튜토리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전국, 아니 전세계에 있는 임직원들의 교육을 컴퓨터로 할 수 있다.”

    “아~ 이러닝 같은거 말이지?”

    “그래, 이러닝!”

    재환은 그 말을 듣자 확실히 힌트 하나로 알아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현규에게 박수를 쳤다.

    ‘그래도 게임사에 직접 투자는 안 했구나, 하긴 이게 더 대단한 거지만.’

    “축하할 일이네. 나는 그냥 게임 CD만 빌려준건데.”

    “영감을 줬지!”

    두 친구는 그렇게 웃으면서 술을 들이켰고, 그러던 중 한 가지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E삼신은 그 외에도 계속 아이디어 투자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거야. 근데 그거 외에 회장님께서 또 다른 일을 맡겨주셨다.”

    “전자일이야?”

    “그럼, 디지털사업부 일이거든.”

    “무슨 일인데?”

    “MP3 플레이어.”

    “···.”

    현규의 말을 들은 재환은 설마 내비게이션에 이어 또인가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고?”

    “아, 작은집에서 그룹 해체때 협상을 했었어. 지적재산권을 사들였고 거기에 기술이 있었다.”

    “아, 그렇구만.”

    디지털미디어와 세일그룹으로 나뉘어진 재산권에서 혜성과 다른 쪽으로 모든 기술을 소유한 일이었다.

    “공교롭게 우리도 그 사업 하는데. 슈퍼코멧이라고.”

    “어···.”

    현규는 그걸 생각 못했다는 듯이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재환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에 내비게이션 때문에 나랑 대현 형님 화해 할 때 육공회 이름으로 말했지?”

    “당연히 알지. 서로가 같은 제품을 가지고 경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각자가 개발한 고유 특허는 건드리지 말자는 신사 협정.”

    “알면 됐어.”

    재환이 손을 내밀자 현규는 그 손을 잡고서 이번에도 좋은 경쟁해보자는 악수를 했다.

    “근데 삼신제 mp3 플레이어면 브랜드가 엄청나겠네.”

    “엄청나겠지.”

    '내가 해봤으니까...'

    재환이 과거의 삶에서 삼신전자에 근무할 때 디지털사업부에서 MP3 플레이어 브랜드 [Y.E.P]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걸 말해보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브랜드 출시 전이다.

    “말 나온 김에 너희 브랜드 이야기 들어보자. 말해줄 수 있어?”

    현규의 물음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슈~퍼~ 코멧!”

    "....어울린다."

    그 브랜드에 이야기를 들은 순간 서로를 알게 되어 두 친구가 술잔을 부딪혔다.

    다음은 내비게이션을 넘은 MP3 플레이어 전쟁의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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