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10화 (110/244)

110- 진검승부.

육공회 다른 멤버들의 중재로 화해 이후 경쟁으로 가기로 한 재환은 KS가 내놓을 KS-티맵과 혜성의 HSN-1을 이기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 지나서 재환이 들었던 것은 충격적이었다.

“분명 그 기술들은··· 우리 쪽 특허였는데 제가 잘못 본 겁니까?”

재환의 물음에 산자부와 특허청을 통헤 정보를 알아온 임창훈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일부 사실로 판정됐습니다.”

“KS가 특허회피설계 시도했다라··· 하, 그거 진짜 경우 없는 짓인데.”

KS의 사과를 받고 자신들의 독립 특허를 내밀면서 재설계해서 다시 내놓겠다는 대현의 제안으로 화해는 했지만, 아직도 살짝 불편했다.

“하지만 이게··· 애매한 것이 내비게이션에 이용되는 GPS 기술이나, 터치스크린 같은 경우는 다른 용도로 인해서 얼마든지 용도 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특허라는 게 한번 등록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어서 이렇게 우회까지 하며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 파업으로 시위를 했고, 그로 인해 다른 육공회 오너들의 중재로 이번일 불문율에 붙이고 대현에게 사과받아서 합의한 건.

이번에는 어물쩡 넘어갔지만, 다음에는 아무리 친해도 서로 선은 지킬 룰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싶었다.

“그래, 일단은 지금 일에 집중합시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경쟁이니까요.”

재환은 경쟁 상대의 제품을 뛰어넘는 것으로 갚아주기로 하고, 현 상황에 대해 오더를 내렸다.

“일단 3분기 출시로 하고, 그 안에 지도 업데이트를 다시 좀 해주세요. 초창기니만큼 기계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구개발팀이 그것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환이 한번 행동했으니 다시 한번 뒤집어엎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5년 먼저 찾아온 경쟁자이니 차라리 초반에 붙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단 빠른 길 안내고··· 그 외에 부가 적인게···.”

재환은 그것을 두고 이기남 전무에게 말했다.

“성우 섭외해서 음성안내 녹음하는 거 어떻게 됐어요?”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뒤로 준비해 뒀습니다. 각 방송국의 공채 성우들에게 오디션을 해서 사내에서 심사위원단을 만들었습니다.”

“좋아요. 그건 나도 듣겠습니다.”

재환은 출시를 앞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더를 내린 뒤로 재환은 이번 일을 가지고 뭔가 딜을 하나 구상할 생각을 했다.

‘어차피 한 번 빚 진거, 적당히 좋게 나가서 거래 하나를 최 회장 형님에게 제안해봐야겠구만.’

내비게이션 출시가 끝나는 대로 KS를 상대로 할 딜에 대해 재환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며칠 뒤 성우 오디션 이야기로 화성공장에서 녹음이 끝났다는 말에 재환은 가져올 필요 없이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차를 준비했다.

차 안에서 재환은 수첩을 꺼내 현재 상황을 적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시켜서 첫 출시하고, 다음 모델은 바로 전자식 터치로 갈 수 있게 하면서 내비게이션 엔진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식으로···.”

재환은 차 안에서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기획해나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끝나면 다음은 결합형 MP3 플레이어, 그다음은 블랙박스와 후면주차 시스템 등 자동차에 관련된 사업을 이끌어 볼 생각이었다.

“후우-”

재환은 생각을 정리하다 담배 한 대가 땡겨서 창문을 열었다.

그 순간 갑자기 퍼지는 향수 냄새에 움찔했다.

그리고 재환의 앞에 보인 것은 인도를 걷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칼 같은 뱅헤어에 도도한 인상을 주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

재환은 그녀를 보다가 그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재환은 곧바로 창문을 닫고서 담배를 집어넣었다.

“요새 향수들은 왜 저렇게 확 쏘는 게 많냐?”

김이 샌 재환은 한숨을 쉬면서 빨리 화성공장으로 가보라고 재촉했다.

화성공장에 도착했을 때, 재환은 인사는 손을 대충 들고 연구센터로 향했다.

녹음이 끝난 파일들을 정리한 임원들 속에서 이기남이 먼저 재환에게 그것들을 바쳤다.

“CBM부터 KBC, ESB등의 공채 성우들 오디션으로 마련한 파일들입니다.”

재환은 그것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10가지가 넘는 파일들을 하나하나 열어봤다.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전방 200m 직진 이후 우회전입니다.]

[비보호 구간입니다.]

각각 남성버전과 여성버전으로 들리는 목소리들은 전문 성우여서 확실히 직원 녹음보다는 퀄리티가 좋았다.

재환은 그 모든 음성을 그 자리에서 모두 들어봤다.

다 들으려면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 하나하나 확인을 했고, 임원들이 숨죽여 기다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탁-

재환은 마지막까지 다 들은 뒤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애매하군요.”

“!”

다 들어본 뒤로 회장이 뭔가 맘에 안 든다는 투에 임원들은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다음 성우들을 섭외해서···.”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네?”

재환은 녹음된 판본을 들고서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역시 운전하면서 들어야겠어요. 이거 좀 챙기고 좀 돌고 와야겠군요.”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남은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혹시 저 오기 전까지 마음에 드는 목소리 있으면 그 전에 투표를 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임원들의 인사를 받고 밖으로 나온 재환은 김 기사에게 운전을 시키고 조용히 녹음기를 통해 목소리들을 들었다.

[전방에 고가 교차로가 있습니다.]

삑-

[목적지까지 2km 남았습니다.]

삑-

[우측 교차로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삑-

재환이 눈을 감은 채 성우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듣고 있을 때, 김 기사는 묵묵히 내비게이션을 보고 주변을 돌았다.

“운전 방해 많이 되죠?”

“아닙니다. 회장님.”

묵묵하게 운전을 하면서 수 시간을 돌던 재환이 점점 한 곳에 목소리를 집중했다.

삑-

[전방에 고가 교차로가 있습니다.]

단아한 목소리의 여성의 목소리에 계속 집중하면서 반복하고 듣던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친구들로 해야겠다.”

재환은 그 목소리 구간에서 멈춘 뒤로 김 기사에게 말했다.

“이제 화성공장으로 갑시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도착하는 대로 제 트렁크에서 그거 꺼내오세요.”

“예, 회장님.”

수도권 일대 국도를 탐험하듯이 돌아다녔던 재환의 음성테스트가 끝났다.

돌아온 재환은 기다리고 있는 임원들을 향해 먼저 투표를 확인했다.

“남성 성우는 KBC의 김수장, 여성성우는 ESB의 한미연으로 정해졌다고요?”

“그렇습니다. 종합적으로 가장 안내 음성으로 좋은 목소리 같습니다.”

이기남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녹음기를 틀었다.

그러자 단아한 여성의 목소리와 이후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목소리 듣는 건 다 비슷비슷한 것 같군요. 저도 이 둘이 가장 나아서 반복구간으로 멈춰놨었습니다.”

“그러면 그 둘을 데려와서 정식 계약하고 기기에 보이스 삽입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시판 전에 CF도 찍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때 김 기사가 묵직한 007가방을 들고 왔다.

재환은 그것을 받아들고 그대로 열었다.

드르륵-

“!”

그 안에 담긴 것은 현금과 수표가 다발로 들어있었다.

모두가 입이 벌어질 정도의 금액에 재환이 돈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50억입니다. 이번에 내비게이션 출시하고, 경쟁 상대인 KS-지니어스 잡는 순간 바로 풀 겁니다.”

이 돈을 성과급으로 전부 지급하겠다는 말에 임직원들이 긴장했다.

“그 옛날 삼신전자에서는 이건호 회장이 첫 휴대폰 애니셀이 성공했을 때 생산직 한 명당 5천만원씩 돌렸다죠?”

“···.”

“저도 그만큼 사활을 걸었다는 뜻입니다. 향후 10년간은 캐쉬카우가 될 상품이니 모두 힘써주세요.”

“예, 회장님!”

이기남을 포함해 연구팀 전원이 우렁차게 외쳤고, 재환은 박수를 치면서 가방 닫기 전에 지폐 뭉치 하나 꺼내서 건네줬다.

“이걸로 밑에 연구원들 밥들 좀 먹이고요.”

***

다음날 아침 재환은 오붓하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

“요새 내비게이션 사업인가하는 거 엄청 뻑적지근하게 하나 보다?”

“미래 사업이거든요.”

“내기도 거하게 했다며?”

희경이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 하자 재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시장 진출에 좋은 이벤트가 되겠죠.”

“그거 대충 이야기는 들었어. 명예회장이니 크게 관여는 안 하겠다만, 이제껏 하던 것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희경이 그릇을 들어 올리자 명숙이 가정부를 불러 새로 국을 채워오게 했다.

“신기술에 대해서 몇 가지는 적어도 혜성이 1인자인 방침을 쓰고 싶습니다. 그게 인터넷 마켓하고, 내비게이션, 그리고 컴퓨터에요.”

재환의 단호한 말에 희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 회장이 말이지. 적은 돈에도 수익만 된다면 확 달려드는 타입이야. 이번 사업 확실히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저도 그 사람 잘 알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낼 거고.”

재환에게 있어서도 이미 화해한 일이고, 특허 침해도 묻어가기로 했으니 진짜 공정하게 경쟁만 남은 거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여볼 셈이었다.

“이거 먹고 오늘부터 고속도로마다 내비게이션 사업장 설치 건으로 외근 좀 할 겁니다.”

“어머, 그럼 얼마나 있으려고?”

“글쎄요? 전국 고속도로 한 바퀴 돌면서 혜성쇼핑하고 공유하는 일이니 좀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지금 한창 바쁠 때일 거야. 회장님 되고 신사업 계속하고 있잖아.”

재환은 그 말이 맞다며 활짝 웃었다.

“고로 일좀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

현재 전국의 휴게소 100여곳, 이후 배 이상 늘어날 규모였다.

재환은 도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각 휴게소마다 혜성의 내비게이션 HSN-1에 대한 사무실 공사를 명했다.

집근처의 양재동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시작해서 전국의 고속도로를 통해 사무실을 확장했다.

또한,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를 돌면서 혜성백화점과 혜성마트를 향해 내비게이션 영업소를 하나하나 만들었다.

부산까지 내려와서 혜성백화점 서면점에서 내비게이션 홍보를 할 때, 재환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맞은편의 KS텔레콤 매장에서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니었다.

[길안내도 척척! 스마트 시대, KS-지니어스가 여러분의 길을 안내합니다!]

KS그룹은 텔레콤 직영점들을 통해서 GPS기기로 내비게이션 영업망을 깔고 있었다.

서로가 전국에서 유통을 준비하고 있고, 언론은 거기에 적절한 시류를 타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두 회사가 경쟁하는 그 내비게이션이란 정확히 어떤 제품일가요?]

[네, 내비게이션은 GPS기술을 통해 자동차에 장착되어 길을 안내해주는 장치입니다. 국내에서는 1997년 처음 고급세단에 옵션으로 제공된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기술이 이제는 대중화가 되어 어떤 자동차에도 장착이 가능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교통방송을 통해서 정체구간등을 알아야 하고, 지도책을 통해서 길을 찾는다면, 앞으로는 내비게이션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앞으로 자동차에 대해 목적지 안내가 좀더 편해지겠군요?]

방송사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혜성과 KS가 서로의 광고가 등장하여 움직였다.

그로 인해서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출시 전부터 문의하는 고객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KS 역시도 사활을 걸었는지 최대현이 직접 나와 발표회를 시작했다.

[소개합니다. 컴팩트 내비게이션. KS-지니어스입니다!]

KS호텔에서 열린 그 자리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참여해서 그곳에 금칠을 쓰는 기사들이 올라왔다.

재환은 신문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비때부터 이러면 나중에 MP3다, 스마트폰이다, 태블릿이다 이럴때는 난리도 아니겠군.”

재환은 자신들도 출시에 맞춰 시보광고 이전에 내비게이션으로 광고를 올렸다.

[막히는길 피하고, 빠른길로 어디나 안내해드립니다. HSN-1 여러분의 목적지로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단아한 목소리의 여성버전과 중후한 목소리의 남성버전을 번갈아가면서 매일 광고 컨셉을 바꿔나갔다.

그리고 달아올랐던 내비게이션 대결은 7월 동시 출시로 인해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선택으로 돌아왔다.

***

“22700 대 8750대란 말이죠?”

현재 계약한 판매량이었고, 혜성쪽이 22700대였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 첫 스타트는 괜찮았다 생각하며 곧바로 전화를 통해 말했다.

“곧바로 사후서비스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제가 말했던 것 기술개발 역시도 준비해주시고요.”

[예, 예! 물론입니다. 회장님.]

전자식 스크린터치 독자개발 기술.

맵 솔루션 개량기술 및 추후 다른 전자기기와의 호환기술.

DMB수신 능력.

인터넷 쇼핑몰 코멧닷컴과의 교류 이후 온라인 판매고 상승.

재환은 다각적으로 기술개발과 판매를 재촉하면서 올해 말까지 결과를 쭉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세 보면서 계산을 했다.

“내년 말까지 100% 성장, 단말기 단일제품 밀리언셀러···그리고 이때 기술력으로···.”

그다음은 연쇄적으로 혜성전자에서 터져나갈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이번엔 특허 우회를 한다 해도 브랜드가치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밀고 들어갈 셈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계산하면서 다음 약속을 준비했다.

“어디 보자. 다음 달쯤에 다 같이 모여서 지난 이야기 잊고 술자리나 가져볼까?”

이왕이면 KS호텔로 잡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재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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