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08화 (108/244)
  • 108- 교통계의 대격변(1)

    재환은 회장 이후 공식적인 회동으로 혜성전자 화성 공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려고 했을 때, 주변에는 수많은 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다 뭡니까?”

    차를 준비했는데 그보다 임원들이 더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재환이 묻자, 임창훈 실장이 다가와 말했다.

    “회장님.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움직이실 때 기전실과 홍보팀, 경호팀이 같이 움직이게 됩니다.”

    “안 그래도 될 텐데요.”

    “회장님, 그래도 이제부터는 차차 적응하셔야 할 겁니다.”

    재환은 직책 하나가 오른 뒤로 앞으로는 황제의 행차처럼 주변에 신하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모습이 되어 얼굴을 긁적였다.

    그리고 재환은 차에 타기 전 말했다.

    “기전실장님만 타세요, 그리고 경호팀과 홍보팀은 차 한 대로 같이 타시고 최소한으로만 다닐 겁니다.”

    “네? 하지만 회장님.”

    “일단 이런 허례허식부터 없애자고요. 저를 따라다니기 전에 각자의 일을 하세요. 정말 필요할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다들 부를 겁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의 명에 결국 임창훈이 주변을 모두 물리고, 최소한의 인원만 편성해서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첫 행사부터 조금 어수선하게 시작됐지만, 강남에서 화성으로 가면서 재환은 옆자리에 있는 임창훈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사장단 회의를 꾸준히 하고 총괄 사장의 후임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실장님이 임시로 겸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재환은 일단 기전실에 대해 기존보다 더 큰 권한을 줬지만, 그러면서 그들의 힘이 폭주하기 전에 한 가지 제동을 걸었다.

    “뭐 그래도 각자의 계열사를 맞는 고충은 직접 들을 생각입니다. 선대 회장님이 저를 찾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누구든지 저를 찾아와서 독대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군요.”

    “네, 알겠습니다.”

    임창훈은 딱히 사내 권력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안 가지는 타입이어서 그런지 뭐든지 재환의 말을 들으며 충실히 따랐다.

    그렇게 앞으로의 방침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화성공장에 도착한 재환이었다.

    처음 재환이 왔을 때 보다 두 배 이상은 커진 화성 공장에 도착한 재환은 수많은 임직원 속에서 차에서 내렸다.

    재환이 도착하자 곧바로 달려온 장진욱 대표이사가 황급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강남 사옥이 아니라 사흘 전부터 화성에 내려와서 재환을 맞이할 준비를 했던 장 대표가 안내했다.

    “자~ 어디 한 번 완성된 그 제품 한 번 보러 갈까요?”

    회장이 공장에 방문해서 순시 같은 것은 없고 곧바로 개발된 제품을 보러 왔다.

    그것을 위해 이미 R&D센터로 재환을 안내한 장 대표였다.

    그리고 안에서는 이기남 전무가 휘하 연구원들과 함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전화 받고 바로 달려왔어요. 어디 그 멋들어진 녀석 한 번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재환은 그것을 향해 가면서 이기남 전무에게 말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장 대표님 통해서 연락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재환이 사장 시절부터 연구나 입찰쪽은 맡은 임원들은 계열사 대표 대신 재환에게 다이렉트로 연락을 했었는데, 회장이 된 이후로 이기남이 그렇게 하자 미리 귀뜸을 해준 것이었다.

    “예외는 윗선이 연락을 안 받을때로 하겠습니다. 뭐, 이건 방침이니까 다들 따라주세요.”

    재환이 그것을 말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만든 새 물건.

    혜성 내비게이션 HSN-1을 확인했다.

    “오오.”

    재환은 일전부터 자신이 요청했던 것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터치스크린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기남은 곧바로 내비게이션 안쪽에서 터치펜을 꺼내고 바로 틀었다.

    “아, 감압식이군요.”

    하긴 아직 2001년이니 풀 터치 전자식은 앞으로 2.3년은 더 걸릴 것이다.

    “PDA를 모티브로 설계를 해 봤습니다. GPS 방식으로 현재 수도권 일대는 샛길까지 거의 구현되었습니다.”

    “훌륭합니다.”

    재환은 내친김에 그것을 들고 테스트를 해 보려고 했다.

    “대표님,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좋아요. 내가 직접 운전해 보겠습니다.”

    “네?”

    재환은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수행비서 쓸 필요 없이 자신이 운전해 보겠다며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회장님, 괜찮으겠습니까?”

    임창훈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재환은 차에 올라타면서 엄지를 올렸다.

    “고객에게 팔 물건입니다. 테스트를 내가 해 봐야지. 뭐가 문제인지 알 게 아닙니까?”

    재환은 그것을 말하면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이기남 전무가 제품 설명을 위해 조수석에 탔다.

    “자, 그럼 이걸로 안산공장까지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얼마나 잘 안내할지 한 번 가보죠.”

    재환은 임창훈과 장진욱을 포함한 임원들에게 잠시 다녀오겠다고 선언하고 곧바로 출발했다.

    “제가 옆에서 안내하겠습니다.”

    터치펜으로 능숙하게 ‘혜성트로이카 안산공장’을 입력하자 곧바로 주소가 나오고, 재환은 거기에 맞춰서 안내를 받았다.

    2D로 이뤄진 지도가 마치 게임의 맵처럼 만들어졌고, 재환은 거기에 맞춰 출발했다.

    “좋아 갑시다!”

    재환은 능숙하게 운전을 하면서 14km의 거리를 단기간으로 달렸다.

    [전방에 200m 직진 후 우회전입니다.]

    그 순간 안내음을 들은 재환은 잠시 눈썹이 꿈틀거렸다.

    “회장님. 뭔가 불편하신게 있습니까?”

    “내비 목소리 누구입니까? 너무 걸걸하잖아요.”

    전문 성우 같지도 않고 목소리도 뭔가 술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아직 정식 성우 채용 전에 직원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입니다.”

    “이 사람 목소리로 안내받으면 신뢰가 안 가네.”

    물론 반쯤 농담이었고, 재환은 계속 운전을 하면서 수월하게 혜성트로이카 안산 공장에 도착했다.

    사전 연락도 없이 회장님이 오셨다는 말에 혼비백산한 안산공장이었지만, 재환은 별문제 없다는 듯이 내려서 공장장을 찾았다.

    “회장님! 어떻게 이곳까지 직접···.”

    임용태가 미국으로 떠난 이후 안산공장 공장은 그의 사위이자 구 트로이카의 전무였던 김영수 전무가 맡고 있었다.

    “아, 지난번 레이니온 OEM이후 공장 증설 잘 되나 한 번 보러 왔습니다.”

    재환은 겸사겸사 안산공장도 한 번 둘러봤고, 불시에 회장님이 온 자리에서도 공장은 아주 능숙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실 품질관리와 위생으로만 본다면 웬만한 식품회사들보다도 청결을 신경 쓰는 안산공장이었다.

    재환은 언제나 꼼꼼한 그곳의 분위기를 보며 엄지를 올렸다.

    “이번에 공장 증설은 어느 건설사에 맡기기로 했습니까?”

    “네, 마이다스 건설이 공장 기숙사를 지어준 연이 있어서 그곳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과거 혜성건설을 손에 넣은 뒤로 그룹과 관련된 건설에는 거의 다 참여해서 전부 맡아줘서 마치 하청같이 움직이고 있는 마이다스였다.

    “여기까지 온 김에 김 전무님 저랑 같이 화성으로좀 갑시다.”

    “네? 지금 말입니까?”

    “네~ 지금요.”

    재환은 뒷자리에 김영수를 태우고는 다시 화성 공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운용하는 재환을 보고 그의 눈이 번득였다.

    “아, 화성공장에서 개발하는 혠 내비게이션입니까?”

    “그래요. 앞으로 내부 부품에 대해서는 트로이카하고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번 둘러보라고 한 겁니다.”

    크게 보면 이것도 컴퓨터 부품을 대다수 쓰긴 하니까 안산과 화성공장에서 많은 교류가 필요했다.

    “이 전무와 김 전무 모두 잘 알아두세요. 이번에 내비게이션을 발표한 뒤로 앞으로 계속 주력 상품으로 밀고 갈 것입니다.”

    재환은 그것을 말하면서 신제품 HSN-1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앞으로 풀터치 전자식 스크린으로 만드셔야 되고, 전문 성우도 쓰세요. 그리고 부품 국산화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겁니다.”

    삼신전자와의 반도체 연수가 벌써 절반쯤 이뤄진 상태였다.

    잘하면 올해 말쯤에 라이선스 생산으로 기계를 들여와 만들 수 있고,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노광장비 다루는 곳에 삼신전자를 따라가서 연수를 받을 것이다.

    “앞으로 연구실이 정말 많은 것을 해야 될 겁니다. 물론 거기에 맞춰 인센티브는 아주 두둑히 드리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제 모든 것을 걸고 혜성의 비전을 따라가겠습니다!”

    두 전무의 결의에 찬 대답을 들은 재환은 웃으면서 그 반응을 원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회장이 직접 운전한 차에 두 전무가 따라오는 코스는 끝이났고, 화성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소감을 말했다.

    “아주 잘 만들었어요. 조금 개량만 더 하면 바로 3분기에 출시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재환은 장 대표를 향해 말했다.

    “이기남 전무에게 개선점을 말했고, 여기 김영수 안산공장장 하고 같이 부품 생산에 대한 교류를 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재환은 품 안에서 노란 봉투 세 개를 꺼내 건네줬다.

    “전체 회식 한 번 주관하세요. 하나는 생산직들, 또 하나는 연구팀, 그리고 이건 안산공장하고 교류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다른 건 몰라도 금일봉은 사장때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업그레이드되어서 엄청난 금액이 되었다.

    재환은 금일봉을 나눠주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 전에 시제품으로 나온 내비게이션 하나를 챙겨서 본사로 향했다.

    ***

    그런데 며칠 뒤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있었다.

    화성 공장에서 황급히 달려온 장 대표와 이 전무는 신형 내비게이션을 보고 재환에게 건넸다.

    “흐으음.”

    “특허권은 저희에게 있으나, 저쪽 역시도 나름의 기술력이 있습니다.”

    재환이 혜성전자에서 내비게이션을 연구하고 있을 때 벤처기업인 ‘지니어스 전자’라는 곳에서 내비게이션을 따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게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특허가 따로 있다는 건··· 예를 들면 어느쪽이죠?”

    그러자 이기남이 두 제품을 틀어보며 이야기 했다.

    “저희가 위성사진 방식으로 평면에서 2D로 한다면, 이쪽은 실시간 3D로 눈높이를 맞춘 쪽입니다.”

    재환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흔히 아는 내비게이션 스타일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생각한게 이런 방식이긴 했는데.’

    게다가 지니어스 전자라면 훗날 내비게이션 쇼크를 일으키는 강소기업이었고, 훗날 태블릿PC와 KT와의 교류로 KT지니어스라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어떻게 우리가 선점하려고 했는데, 기술력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이건가?’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현재 지니어스라는 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기술력으로 사전 출시를 앞두는 것 같습니다.”

    “인수해버립시다.”

    “네?”

    “얼마가 들더라도 저들을 포섭해서 아예 합병시킬 겁니다. 물론 거기에 따라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야겠죠.”

    재환은 그 상황에서 확실히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혜성전자의 임원들 역시 잘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으니 필사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회장님, 제가 직접 지니어스의 대표와 면담을 하겠습니다.”

    이기남 전무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떻게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니어스의 대표는 일전에 과기부의 GPS기술 시연 세미나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직접 가서 진솔하게 이야기 하면 충분히 대화가 될 사람입니다.”

    “좋아요. 그럼 이번 태스크포스 팀에 대해서는 이기남 전무에게 위임하겠습니다.”

    재환은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서 혜성전자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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