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04화 (104/244)
  • 104- 진행시켜!

    재환은 임원들을 대규모로 출장 보낸 뒤로 국내에서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혜성쇼핑에서 실무를 맡았던 이강철 부사장은 재환의 새 프로젝트에 깊은 난색을 보였다.

    그는 원래 혜성그룹 공채가 아닌 과거 그랑블루 백화점 강남점 때부터 근무하다 인수 이후 넘어온 유통업 전문가였다.

    재환이 강남점 인수 이후 혜성백화점 본점을 중심으로 그가 인수해오는 백화점마다 전부 도맡아서 획일화를 시켰고, 매출 증대를 위해서 노력해왔던 그였다.

    그런 30년 쇼핑몰 인생의 임원이 들은 말은 ‘지점마다 컴퓨터 몰 확장과 게임센터 신축을 준비하라.’라는 오너의 오더였다.

    “부사장님. 저희가 면적이 좁아서 그러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최근 지점마다 증축공사를 했으니 거기에 맞추면 될 텐데요.”

    “공간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낭비여서 드리는 말입니다.”

    “···낭비요?”

    순간 이강철은 자신이 오너 앞에서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고개 숙여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아니요. 난 이런 게 아주 좋아요. 적어도 예스맨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토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재환은 오히려 이강철을 집무실로 데려와 소파에 편히 앉힌 다음 홍차를 주문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자, 그럼 기탄없이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공간 낭비라 하시면, 컴퓨터 몰과 게임센터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시는 거겠죠?”

    “그, 그렇습니다.”

    “그럼 한번 말해보세요.”

    “네?”

    “지금 당장요. 혹시 자료가 필요하신 겁니까? 컴퓨터 빌려드려요?”

    재환이 직구로 나오자 이강철은 조용히 수첩과 펜을 꺼내서 설명했다.

    그는 먼저 혜성백화점의 강남 본점 상태와 한티역 사거리를 두고 말했다.

    “이곳이 현재 혜성그룹 본사, 과거 그랑블루 백화점의 명품관이었습니다.”

    “네,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이죠.”

    “현재 이 건너편에 혜성그룹의 신사옥을 짓는 계획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이 곳은 다시 명품관으로 돌리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흐음, 명품이요.”

    이강철의 계획은 백화점이라면 있을 수 있는 지극히 원론적인 방식이었다.

    “혜성백화점은 공교롭게도 다른 메이저 백화점 기업들보다 수입상 명품점의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대다수는 부도 위기의 지점이나, 아울렛 등을 인수해서 백화점으로 증축해서 올렸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해서 이곳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명품관과 ‘면세점 입찰’을 해서 유치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강철의 말 역시도 타당하다 생각했다.

    재환 역시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나올 이야기는 아니었다.

    “일단은 말입니다. 우선순위로 생각해서 지금의 백화점 개발 방식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이미 오너가 이렇게까지 강한 의지를 보였으니 이강철 부사장은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 없었다.

    재환 역시도 그것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고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저희가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 가서 웃돈을 주고 유럽 명품들을 들여오고 명품관에서 세일을 한다고 쳐 보죠.”

    “!”

    “그러면 여기서 딱 3km 더 가서 있는 갤럭시아 명품관 이길 수 있습니까? 거기 제끼는데 몇 년 걸리겠습니까?”

    “아, 그것은···.”

    이미 강남 일대는 명품으로 인해 포화 상태였다.

    단순히 재환이 언급한 압구정 갤럭시아 백화점뿐만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아성백화점 본점.

    그리고 옆 동네인 반포동의 신누리백화점 강남점, 반대편에는 잠실 샤를로트 백화점이 있었다.

    그 와중에 혜성은 이제 강남에 진출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본점 프리미엄에 재환이 인수한 수많은 회사의 제품들로 현상 유지를 하는 상황이었다.

    양반장사라고 불리는 백화점 사업인데, 지금 혜성백화점의 구조는 매출은 올려도 대부분 바겐세일 위주에다가 ‘고급’이라는 단어와는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명품 수입이나 면세점을 포기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우선순위는 컴퓨터와 게임센터, 그리고 영화관등의 복합문화센터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어떤 거는 선발주자 따라가야 하지만, 또 어떤 거는 굳이 무리해서 추격할 필요가 없어요. 백화점의 명품? 면세점? 물론 중요하죠. 근데 이것부터 먼저 하고 생각합시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요청하신 대로 각 지점의 컴퓨터 몰과 게임센터 등을 만드는 공간 확보를 하겠습니다.”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에요. 그 뒤로 각종 과학관과 체험관 등을 둘 겁니다.”

    “네?”

    “제가 책임집니다. 진행시키세요.”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일이었다.

    결국 재환이 원하는 건 복합문화쇼핑몰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 내의 자리들을 아이들이나 청소년등의 젊은 층의 메카로 쓰겠다는 것인데, 이런곳의 주 고객층은 5-60대의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부유층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어쩌면 게이밍 PC부터 시작해서 아예 백화점이란 사업에서 수요 예측 오판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강철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너인 재환이 책임진다고 했으니 이건 강행해야 할 일이었다.

    ***

    얼마후 미국 출장을 다녀온 임직원들은 각자가 가져온 사업권에 대해 재환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먼저 임용태 대표의 사업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지난번 뉴욕과 시애틀 출장을 같이 다녀왔던 인연의 김준호가 먼저 재환에게 임용태의 사업에 대해 보고를 올렸다.

    “혜성트루넷과 미국 마이크로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M-BOX 게임기 출시가 올해 11월 15일이라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매장별로 자리 만들라고 했긴 했죠.”

    게임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 재환은 그다음 이야기도 들었다.

    “M-BOX 이더넷과 그것을 중심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워싱턴주에서부터 시작하는 인허가를 받았습니다.”

    “좋아! 그러면 이제 트루넷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겠네요.”

    버블을 언빌리버블!로 고치겠다고 장담한 재환의 말대로 트루넷은 한때 45억달러 쇼크로 번쩍한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가질 유니콘 기업으로 미국에서 혜성의 이름을 알릴 것이다.

    물론 재환이 한국통운 인수와 이베이스 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지분이 약간 줄긴 했지만, 그대로 지분 과반수로 1주주를 차지하는 것은 재환이었다.

    “수고해주셨어요. 임 사장이 큰일을 연달아 해주네요.”

    재환은 시애틀 건에 대해서는 걱정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임원들도 차례대로 와서 보고하게 했다.

    “어이구, 이게 다 뭡니까?”

    “그래픽 카드입니다. 미국의 인터콘과 레이니온에 대한 제품들입니다.”

    “호오.”

    재환은 반도체에서 단순 D램 뿐만이 아니라 그래픽 카드부터, 사운드 카드, 하드디스크 등의 다채로운 부품들을 가져온 임원들을 칭찬해줬다.

    “현재 이런 제품들은 용산 전자상가나 신도림 테크니컬 마트 같은 전문 매장에서 소매상들이 들여와서 가격대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네~ 그래요. 좋은 거 많이 가져오셨네요.”

    게이밍PC사업을 위해 출장 보냈던 임원들이 제대로 캐치해서 가져왔다.

    미국산 고급 부품들을 가져와서 직접 조립해서 최소한으로 가격대를 줄이는 방식으로 썼지만, 모르는 사람이 갔다면 덤터기만 잔뜩 쓰고 호구가 되기에 십상인 동네였다.

    그런데 재환의 오더로 인해 이제 기업이 만드는 브랜드 PC도 얼마든지 염가에 부품을 가져와 완제품으로 그 가격대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대량구매 한다니까 그쪽에서 차기 제품까 시연회에 대표님을 초대한다고 합니다.”

    “하하하, 그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이참에 재환은 컴퓨터 부품사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지분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미 돈이라면 지난번 지분 매각으로 수백억은 통장에 있으니 그냥 돌고돌아 전부 해외 개인투자로 돌릴 셈이었다.

    그리고 성장하면 훗날 회사의 위기때 자연스럽게 사재출연으로 갈 것이다.

    “해외 업체들하고 계약 리스트 확실하게 살피시고 혜성트로이카 임원분들은 곧바로 공장하고 협력해서 가격 산출해 주세요. 아, 그리고···.”

    재환은 묵직한 부품 세트 중 그래픽 카드 하나를 골라서 서랍에 있는 3D 고사양 게임 타이틀을 하나 꺼냈다.

    “잘 돌아가는지 이거 집에서 확인 한번 해 봐야겠습니다.”

    “아, 네. 그렇지 않아도 샘플 수량은 많이 있으니···”

    재환은 그래픽 카드를 하나 챙기고, 내친김에 트로이카에서 나온 고스펙 PC 하나에 그걸 조립해달라고 한 다음 집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집에 온 재환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게임에 빠져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저번엔 장르가 RPG고 이번엔 슈팅이었다.

    “확실히 다르네. 끊기질 않아.”

    그러면서 3년 썼지만 벌써 덜덜거리는 소리가 나던 옛날 PC를 장난스럽게 발로 찼다.

    “이런 거 보면 컴퓨터는 자주 교체해야 한다니까.”

    게임을 실컷 한 재환은 내친김에 자신이 직접 매장 내에서 설치할 센터에 대한 설계를 컴퓨터로 해 봤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력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설계도면 그리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간 뒤로 곧바로 부른 것은 삼신기획이었다.

    ***

    얼마 후 TV에서는 특이한 광고가 나왔다.

    [컴퓨터~ 어떻게 사야될까?]

    [어머, 고객님.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여기는 왜 옆집보다 싸죠?]

    [하하, 이게 여기 최저가 입니다!]

    미모의 여배우가 컴퓨터를 산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발품만 팔고, 그러면서 가격표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컨셉이었다.

    그리고는 혜성백화점의 가지런히 정돈된 수많은 부품과 가격표에 ‘20%세일!’이 올라왔다.

    [이제는 맘 편하게 한 곳에서 보세요! 혜성백화점!]

    [혜성 코멧닷컴에서도 같은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몰을 한 번에 겨냥한 광고였다.

    “크~ 잘나왔어.”

    재환은 그것을 보고 박수를 쳤고, 곧바로 나온 것은 게임 광고였다.

    [생생한 3D! 가상현실과도 같다!]

    [우와! 이게 영화야 게임이야?]

    이번에도 모 유명 배우가 나와서 SF분위기 풍의 옷을 입으면서 슈팅 게임을 하는 모습이 나오자 현란한 움직임으로 시청자를 홀렸다.

    [혜성게임즈! 여러분의 문화를 책임집니다.]

    연달아 두 번 광고 나오는데 방송국에 투자 좀 적당히 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효과는 좋았다.

    그 광고의 파급은 엄청났다.

    물론 초반에는 용산과 신도림등의 소규모 전자상가 등의 항의가 있었지만, 그런다고 재환이 사과문을 올릴 일은 없었다.

    재환이 슬쩍 혜성백화점 강남점에 갔을 때 문화동으로 남긴 공간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법이지!”

    교복차림에 우루루 달려온 남학생들이 게임 타이틀을 보고서 가격표를 확인하고 이거저거 고르는 모습.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서까지 컴퓨터에 조예가 깊은 고객들이 찾아와서 쇼핑카트에 수십만원씩 하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담아서 결제하는 모습.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은 반대편에 있는 게임센터, 그것도 그렇게 유해하다고 신문에서 때려댄 전자오락실이 아닌 3D 체험기, 인형 뽑기, 광선총사격 등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

    재환은 그 모든 것을 두고서 흡족하게 돈이 쌓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으로 재환이 진행 시킨 복합문화쇼핑몰 컨셉은 기존의 백화점 고객들에서 청년층까지 추가로 쓸어담아 강남 일대에서 가장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쇼핑하려는 중장년층은 아이들을 윗층에 맡겨놓고 자신들만의 고상한 쇼핑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다.

    “크으~ 이런 게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시범 케이스로 본점만 시도했는데 초대박이 난 모습을 두고 재환이 옆에 있던 이강철 부사장에게 슬쩍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역시 대표님이 대단하신 결정을 해 주신 겁니다.”

    유통업 30년 짬밥이고 뭐고, 눈앞에서 고객들을 엄청나게 끌어모은 결과를 봤으니 이건 자신들이 오판을 해도 한참 했다는 것에 대해 인정했다.

    “우리는 100만원 짜리 명품 핸드백은 못 팔아도, 100만원 어치 컴퓨터는 팝니다. 애들은 더 이상 현금 가지고 불량배들에게 빼앗길 염려 없이 안전 쇼핑을 하고요.”

    재환은 이 상황에 대해서 딱 1주일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픈빨 이후로 전국에 있는 각 지점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이며, 이후에는 대형마트에도 똑같이 문화센터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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