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100화 (100/244)
  • 100- 나의 길은 내가 개척한다.

    재환은 이번에 된통 당한 뒤로 이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코멧 내에 쇼핑몰로 직접 계약을 해서 택배 기사들을 끌어올리는 게 어떨까요?”

    “현재 상황에 대해 부족한 유통망을 수습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예산입니다.”

    “흐으음.”

    현재 택배 기사들은 직영구조와 개인사업자 구도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처럼 개인 사업자의 트럭들이 각각의 차량을 마련하고, 계약한 회사로 도색해서 직접 배송을 맡는 경우다.

    그리고 재환이 말한 직영제는 아예 혜성의 이름으로 택배 기사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재환이 제안한 것이었다.

    “대표님. 예산 문제를 조금 줄인다면, 차라리 중간에 하청업체를 하나 운용해서 기사들을 수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박 이사의 제안에 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안 됩니다.”

    “네?”

    “기존에 있는 계열사의 업체도 줄여나가고 있는데, 새로운 사업부터 하청을 써서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대표님. 전원 직영으로 쓴다면···”

    재환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 말대로 그냥 해 주세요. 하청이란게 초반에는 돈을 줄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래도 양심적으로 사업하고 싶은데, 거기다 대고 하청을 끼면 중간에 업체들이 빼먹고, 욕은 혜성이 먹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 한 것이었다.

    “계산해보면 현재 새로 필요한 기사가 2천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을 모두 직영계약으로 고용하는 겁니까?”

    “일단은 우선순위로 200명 정도 모집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4분기 때까지 500명을 채우고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겠습니다.”

    어차피 그 정도의 트럭 수량은 있으니, 인력만 충원하면 될 일이었다.

    “거기에 대한 예산을 산출해주시고, 혹시 다른 기획안이 있다면 만들어주세요. 모두 검토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재환은 그것에 대해 오더를 내리고, 남은 서류들을 검토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건데 쇼핑몰이라는 것이 하루 단위로 실시간 매출이 올라오다 보니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현금장사는 이게 문제라니까.”

    재환은 그것을 두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

    한편 강남 사옥 최상층에 있던 희경은 최근 코멧이 돌아가는 상황을 임창훈에게 보고받았다.

    “그래?”

    “현재 움직임은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흐으음.”

    재환을 총괄 사장으로 앉힌 뒤로 대외적인 일만 도맡으며, 회사 일은 아들에게 다 맡겼지만, 이번 사업에 대해서는 흥미가 생겨 수시로 기전실을 통해 보고받던 희경이었다.

    “임 실장, 어떻게 생각해?”

    “예?”

    “어떻게 좀 보일 거 아니야? 그동안은 누구랑 손잡는 동업이었는데, 이번엔 저 혼자 하는 거잖아.”

    희경의 질문에 임창훈은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제가 어떻게 신 대표의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겠습니까?”

    “거 사람 재미없게.”

    희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나가보라고 명했다.

    그때 임창훈은 떠나기 전 넌지시 한마디를 했다.

    “회장님, 제가 봤을 때는 이번에도 신 대표님을 그냥 믿는 것이 가장 최고의 선택 같습니다.”

    “!”

    희경은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간 임창훈의 말을 듣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희경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면서 피식 웃었다.

    “그래, 아들놈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어야겠냐?”

    비록 단독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재환을 향해 희경은 전력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한편 같은 시간 재환은 박찬우 이사의 사업기획서를 보고 물었다.

    “확실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 있기 전에 은밀히 알아온 것입니다.”

    재환은 박 이사가 건네준 기획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통운이 매각대상이라···.”

    한국통운.

    1930년 ‘주식회사 조선미곡창고.’로 시작하여 1945년 국영기업이 되었으며, 이후 한국통운이라는 이름으로 1968년 민영화되었다.

    이후 중동 특수를 노리며 해외 진출을 했던 아태건설에 소유가 되어 사우디, 리비아, 카타르, 요르단 등의 운송사업을 하며 세계적으로 물류운송을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업체였다.

    그 한국통운이 32년 만에 매각대상이 된다는 말이었다.

    “아태건설이 진짜 어렵기는 하구나.”

    그래도 한때는 메이저 건설사였지만, 아성과 삼신, 대윤 등의 초대형 건설사들에게 밀린 뒤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핵심 계열사까지 넘기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혜성에게 있어서는 호재였다.

    재환은 그렇지 않아도 물류유통에 대해서 신경이 쓰였는데 이참에 아성로지스틱스나 대한택배 같이 자신도 대규모 운송업 한번 해 보자고 다짐했다.

    “박 이사님. 지금 당장 한국통운 인수팀 만들어주시고, 오포물류센터에 있는 간부들 서울로 부르고 기전실이랑 타당성 조사해보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재환은 박 이사가 돌아가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버지가 사람들은 잘 뽑으셨어.”

    재환이 혜성그룹에 입사 전부터 있었던 구)기획실의 간부들은 하나하나가 중역을 맡을 만한 자들이었다.

    그동안 혼자서 종횡무진 해왔지만, 이제는 밑에 있는 임원들 일 좀 시키기 위해서 웬만한 것들은 전부 위임처리 시키고 중요한 결정만 재환이 맡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혜성 내부에서 자료가 돈 대로 한국통운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한국통운 독자생존 실패.]

    [한국통운 법정관리 대상으로 관리종목에 편입]

    [위기의 한국통운, 구원의 손길은 없을까?]

    “올게 왔군.”

    법정관리 상태로 위기에 빠진 한국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혜성은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인수전을 앞두고서 경쟁사가 누구냐를 알아야 했다.

    그것을 위해 재환은 인수합병을 위해서 언제나 움직여준 삼신증권으로 향했다.

    태평로 본관에서는 혜성그룹이 또 뭔가 굵직한 M&A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통운 인수를 준비하시는 겁니까?”

    삼신증권 사장으로 발령받은 김진 사장은 VVIP고객 재환의 등장에 최대한으로 협조하면서 이번 인수자문으로 돕기로 했다.

    “현재 한국통운이 주당 4천원까지 떨어져서 관리종목에 포함됐습니다.”

    “네, 그건 저도 이미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한국통운에서 산업은행 소속으로 관리되는 주식이 총 42%인 448만주입니다. 이것만 인수한다면 경영권은 혜성에게 들어가게 됩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여 주산으로 계산했다.

    “주당 4천원이면 180억가량 될 것 같은데, 당연히 그 금액으로 사지는 못하겠죠?”

    “경쟁이 얼마나 붙냐에 따라 다를겁니다.”

    자칫하면 주당 4천원이 몇 배나 뛰어서 수백억의 오버슈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상황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인수제안서를 넣으려고 합니다.”

    “네, 그러면 저희는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과 협상을 해 보겠습니다.”

    재환은 김진 사장의 확답을 받아내고 빠른 속도로 끝내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그때 재환이 태평로 사옥에 왔다는 말에 현규가 황급히 달려왔다.

    “아, 재환아!”

    “어, 왔어?”

    “혹시 시간 좀 되니?”

    재환은 현 상황에 대해 인수 준비를 하려고 했다가 현규의 눈을 보고서 멈췄다.

    “잠깐 차 한 잔을 마실수는 있겠네?”

    “고마워. 내 집무실로 가서 이야기 하자!”

    재환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일단 그를 따라갔다.

    그때 현규와 재환이 걸어갈 때 미전실의 인원들과 마주쳤다.

    “아, 사장님.”

    이상학 부회장을 포함해 미전실 간부들이 모두 현규에게 인사했다.

    그때 옆에 재환이 있다는 것을 본 이상학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아, 잠깐 친구하고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니 이따 뵙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미전실 간부들은 집무실로 향하는 둘을 보고서 만감이 교차했다.

    재환은 집무실 내에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시원한거 먹고 싶다. 오렌지 주스에 얼음 넣어서.”

    “바로 준비할게.”

    현규가 집무실에 있는 전화기로 알리자 곧바로 생과일 주스로 얼음 넣어 비서가 가져왔다.

    “마셔.”

    “땡큐.”

    재환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려고 나를 붙잡은거야? 혹시 이번 사업 같이 하자고?”

    “아니, 그런건 아니고.”

    현규는 별안간 안경을 벗더니 미간을 부여잡았다.

    저 녀석이 저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는데 뭣 때문에 그러나 하고 싶어서 물었다.

    “···야, 너 진짜 무슨 일 있냐?”

    현규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말했다.

    “내년에 인사이동이 있다. 나 새로운 계열사 하나 맡게 됐어.”

    “오~ 잘된 일이네. 이제 순조롭게 경영 승계 가는거야?”

    “···.”

    거기에 대해 답을 안하는게 뭐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이번 일은··· 나 스스로 창업하는 거야.”

    “!”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왜 저렇게 현규가 머뭇거리는 지 알 것 같았다.

    “네가 직접 창업하는 거라고?”

    “어, 그렇게 됐어.”

    “···회장님이 명하신거야?”

    “그런 셈이지. 기존의 계열사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보라고 하셨거든.”

    삼신그룹의 승계에 대한 시험이었다.

    과거 이건호 회장도 삼신을 물려받기위해 자신만의 신사업을 창조하라는 명을 창업주 이인철 회장에게 받았었다.

    그리고 이건호 회장이 그때 만든 사업은 ‘한국반도체’를 사재를 털어 인수했던 ‘삼신반도체’였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삼신전자의 뿌리였다.

    즉 현규 역시도 아버지 이건호 회장에게 시험을 받은 것이었다.

    그것도 33살의 나이에 말이다.

    “공교롭게 재환이 너도, 그룹 내에서 신사업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

    “엉,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마켓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거지.”

    “막힘이 없네! 진짜.”

    자신은 신사업을 맡아보라는 말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친구인 재환은 그런 건 문제도 안 된다는 듯이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업 때문에 고민이 많나보구만. 근데 내가 그런거를 조언해줄 수는 없잖아.”

    “아니야, 사실 아이디어는 정해놓은게 있거든.”

    “그런 얘기··· 해도 되는거냐?”

    “너도 혜성의 미래 산업 나한테 이야기 해줬잖아.”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박수를 치고 친구의 사업을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벤처 사업에 대한 투자업을 할 거야.”

    “흐음~”

    “벤처 지주회사를 만들건데, 국내 투자와 해외투자 파트를 나눠서 전세계의 IT기업 투자업을 할 거야.”

    “어···.”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뭔가 생각나는게 있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게 안 될걸?’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슬쩍 물어봤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은 정해졌어?”

    “물론, E삼신 인터내셔널.”

    “···.”

    “내가 지분 60% 출자하고, 나머지는 계열사와 미전실의 이 부회장이 움직여준다고 한다.”

    “으흠···.”

    시끌벅적한 프로젝트긴 하지만, 재환은 ‘E삼신’이라는 말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잘 할 거야. 이제는 너도 독립적인 법인 움직이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때가 됐지.”

    재환은 그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나도 경영 맡느라고 정신이 없긴 한데, 이야기는 천천히 들어볼게. 그리고 말이지···.”

    “음?”

    “공정위 철퇴 조심해라.”

    재환은 그 조언을 해주고서 태평로 사옥을 나섰다.

    “여러모로 바쁘겠네.”

    그리고 한국통운 인수를 위해서 사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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