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99화 (99/244)
  • 99- 치졸한 견제.

    혜성쇼핑의 새 프로젝트 ‘코멧닷컴’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시작했을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역시 이베이스였다.

    “그 친구가 기어이 독립적으로 나섰군.”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베이스의 한국 지사장이자 K-옥션의 대표 피터 최는 재환이 움직인 것에 대해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쇼핑몰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던 인물인데, 온라인 시장까지 참여하니 가장 큰 난적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움직여야겠군요.”

    이사회를 소집한 피터 최는 혜성쇼핑의 코멧닷컴을 견제하기 위해 온 힘을 써야 했다.

    ***

    재환 역시 혜성쇼핑에서 코멧닷컴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회의에 들어갔다.

    “역시 배송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맞습니다. 대표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인터넷 쇼핑몰을 반대했던 임원들 역시도 이제는 코멧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움직여야 했다.

    “거기에 대해서 다들 의견을 모아봅시다. 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재환은 두세 개 정도 알고 있는 답을 가지고 임원들의 생각을 먼저 물었다.

    그러자 홈쇼핑 사업본부장 곽정빈 상무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홈쇼핑을 위해 인터넷 마켓을 가장 반대했지만, 그러면서도 이베이스와의 자리를 마련한 임원이기도 했다.

    “곽 상무님. 말씀해 주세요.”

    “대표님. 현재 코멧의 상태를 보면 제품을 구매해오면서도 아직까지 판매량 부진으로 인해 매출에 지장이 큽니다.”

    “초반 적자는 예상했어요. 3년 동안은 과도기라 생각하고 계속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수익구조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오너가 작정하고 밀어주겠다는 선언에 어느 정도 감안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임원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현재 쇼핑몰에서 주문 이후 물량 폭주에 대해 택배 대란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후우, 그건 지난번 오포물류센터 확장 이후로 택배 계약도 추가로 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저희가 우체국 택배와 같이 손을 잡고 배송서비스를 하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적자가 뻔한데, 그러면서 밀려있는 물량을 안 팔 수도 없고, 뭔가 줄이려고 해도 지금은 어디에 칼을 댈 곳이 없었다.

    코멧은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다르게 사이트에 올린 업체들이 알아서 택배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업체의 제품 등록 시 배송서비스는 코멧이 맡는다.’는 계약으로 끌어들인 것이니 유통물류는 혜성이 모두 책임져야 했다.

    “물류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협상을 해야겠군요.”

    현재 택배사업을 하는 물류회사는 혜성이 계약을 맺은 우체국과, 국내 육운,해운,항공운송에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한그룹이었다.

    ‘대한의 케이항공하고 일을 하려면 걔네들···.’

    평판이 좋지 않은지라 고객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수준급인 곳이니 일단 추가 물량을 받아내기 위해서 그곳을 쓰기로 했다.

    “일단 적절한 물류서비스업 회사하고 추가 협상을 해서 유통 꼬이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거기에 대해 적당한 업체를 찾는 것은 박 이사님께 위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일단은 미봉책이었지만, 그런대로 물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후 재환은 삼신그룹의 산하인 삼신기획의 담당자들을 초대했다.

    “저희가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대표님. 그렇지 않아도 새 광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신기획의 총괄본부장 배종만은 재환의 오더를 받고서 광고 콘티를 건네줬다.

    “어디에서나 배송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작은 암자에서 동자승에게 택배 선물을 주는 광고안인데 어떠십니까?”

    “좋네요. 전국 어디에나 배송할 수 있다는 것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재환은 웬만한 아이디어는 콘티를 확인하고 좋다고 생각하면 그냥 ‘OK’싸인을 내려줬다.

    보통 광고를 찍을 때 한 개를 분기 단위로 하지만, 재환은 전부 허용해줘서 여러 개의 광고가 각각의 방송국에 나오도록 계약했다.

    그동안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많이 해줘서인지 뭐든 순조롭게 나왔고, 재환은 TV를 볼때마다 수시로 코멧닷컴에 대해 살펴봤다.

    [너를 위해 준비했어.]

    [어머! 이걸 어디서 구한거야?]

    [코멧,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돌라줄게.]

    뭔가 유치하면서도 딱 먹히는 광고들이 뉴스와 드라마 시작 전에 들어왔고, 재환은 그러면서 혜성쇼핑에 대한 홍보를 계속 준비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대표님, 늦은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박찬우입니다.]

    “네, 박 이사님. 무슨 급히 하실 말이라도 있는 겁니까?”

    [대표님, 지금 K-옥션이 광고를 내놓은 게 있는데, 이게 좀···]

    “네?”

    재환은 이베이스의 광고를 보고서 무슨 일인가 싶어 채널을 돌려봤다.

    그리고 코멧닷컴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전후로 나오는 광고를 재환도 확인했다.

    [티셔츠를 검색한다.]

    [24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vs 132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차이가 심하다.]

    “으음?”

    [최저가를 알아본다.]

    [A사 7800원 vs B사 6990원]

    “허어-”

    재환은 A사라고 비교하는 모 업체는 분명 코멧닷컴을 겨냥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들 광고 재미나게 하네?”

    디스 광고 같은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베이스가 K-옥션의 이름으로 선빵을 때리자 재환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다음날 출근한 혜성쇼핑의 분위기는 어제의 광고를 보고서 모두가 불쾌해 하고 있었다.

    재환은 곧바로 코멧닷컴의 사이트 관리팀을 찾아 현재 상황에 관해 물었다.

    “대표님. 팝업광고를 만들어서 포털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관리팀장 김상우는 신세대의 감성으로 재환에게 디스에 대한 맞대응을 재환에게 제안했다.

    [포털사이트요? 아예 온라인으로 광고를 더 늘리자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재 있는 포털 사이트들에게 광고를 올려주면 인터넷 창을 키자마자 바로 뜰 겁니다.”

    재환은 그 아이디어를 보고 포털사이트 팝업에는 어떤 것을 올리려나 광고멘트를 살펴봤다.

    [모니터 속과 실제 제품이 다르다?]

    [언제까지 당할 것인가. 제대로 된 사후지원!]

    [잘못 사서 후회말고 제대로 된 쇼핑몰에서 이용하자!]

    K-옥션의 디스를 받았으니 이쪽도 겨냥해서 노린 것은 ‘환불 문제’, ‘조명에 따라 다른 색상.’등의 소비자 불만이 가득한 내용을 담아두고 있었다.

    재환의 명에 따라 환불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정하라고 했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사후 서비스를 확실히 처리해주기로 했다.

    “좋아요. 바로 진행시키죠.”

    “알겠습니다. 대표님!”

    온라인과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치열한 광고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공격에 따라 적절하게 반격하고 있는 방식으로 이베이스의 K-옥션과 혜성그룹의 코멧닷컴은 치열한 경쟁이 계속됐다.

    이미 광고만으로 3분기의 예산 쏟아붓는다는 말이 나왔지만, 재환은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이건 계속 밀어붙일 거라고 선언했으니, 기세 좋게 돌격했다.

    “예, 그렇게 해 주세요. 농산물 역시도 신선도를 챙겨서 총알 배송을 노릴 겁니다.”

    재환은 혜성쇼핑과의 교류를 통해 농산물 배송에 대한 것도 손보기로 했다.

    이미 이날을 위해서 삼신상용차에 있는 냉동탑차, 그리고 3년 전부터 그렇게 품질 관리를 위해서 버틸 수 있는 트럭들을 2차로 대량 구매를 주문한 상황이었다.

    오포물류센터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물량, 그리고 전국 각지의 공단에서 뽑아온 의류, 식품, 가공품 등에 대해 철저한 원가절감을 두고 박리다매 식으로 물건들을 끌어 올렸다.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계속해서 코멧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때, 재환은 한가지 더 오더를 내렸다.

    “혜성마트와 혜성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하고, 혜성홈쇼핑, 코멧닷컴하고 교류를 합시다.”

    “네?”

    “서로 링크를 걸어서 넘겨주는 방식으로 통합을 하자고요. 그리고 포인트 제도를 마련해서 어느쪽에서 결제해도 다른 계열사에 쓸 수 있게 합시다.”

    “대표님.”

    사실상 같은 결제를 하자는 재환의 제안에 이번에도 홈쇼핑과 오프라인 유통사업부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아, 물론 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는 차등 제공할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어느쪽도 손해볼 일은 없을 거니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그 자리에서 ‘대표님 안됩니다!’하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 대해서 넘어가기로 했다.

    ‘후우, 새로운 사업 살리려고 우리까지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될텐데.’

    ‘홈쇼핑 사업부랑 마트, 백화점 사업부 사람들 입 튀어나오는거 보이겠구만. 어떻게 얘기 좀 잘 해야겠어.’

    ‘이거야 원, 이러다가 사업 뒤집히면 큰일 나는데···.’

    임원들은 제각각 생각이 많았지만, 일단 재환의 결정은 떨어졌다.

    ***

    “대표님, 대표님!”

    박찬우 이사가 전화대신 직접 달려와서 외치는 말에 재환은 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크, 큰일입니다. 지금 유통물류쪽이 마비되게 생겼습니다.”

    “뭐라고요?”

    재환은 황급히 일어나서 다시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됐는데, 그런 말이 나옵니까?”

    “대한그룹에서 직접 계약 해지를 요청했습니다. 대한택배가 K-옥션과 독점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자 당장에라도 공항동의 대한그룹 본사로 쳐들어갈까하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위약금까지 주겠다는 것을 보아 이베이스하고 아예 입을 맞췄으니 그쪽에서는 ‘유감이다.’정도로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경쟁을 이따위로 치졸하게!”

    인터넷 쇼핑몰에서 택배 물류를 막아버린다니 정말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짓거리였다.

    어쨌건 당장에 택배 물류를 소화해내기 위해 새로운 업체를 찾아야 했다.

    “어떻게 대처가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모든 팀이 전화를 돌리면서 급하게 물량을 소화해낼 업체를 찾고 있습니다만···.”

    이 당시 택배사업은 규모가 적어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혜성쇼핑의 직원들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 배송을 시켜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날 밤.

    재환까지 남아서 남은 물량을 소화할 만한 택배업체를 찾았고, 당장에 그것을 떠맡을 만한 업체가 없어서 여기저기 난색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결론이 나왔다.

    “대표님, 새 업체를 찾았습니다.”

    “어딥니까?”

    “농협중앙회 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일에 농협이 혜성그룹을 도와준다는 말에 재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NH마트에서 자회사 NH택배에 물량을 조금 줄여서 받아주겠다고 합니다. 금액이 좀 크긴 하겠지만, 일단 식품 관련 배송은 넘어갈 것 같습니다.”

    “좋아요. 일단 신용이 중요한 거니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그냥 도장 찍으세요. 중간에 더 깎는다고 그런 말 하지 말고요.”

    “예, 알겠습니다!”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 재환은 박 이사가 나가자 신경질 적으로 서랍을 열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지랄같은, 어떻게 택배회사가 이렇게 없냐?”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택배 회사가 10개고, 20개고 생겨나겠지만, 지금은 온라인 마켓 시장도 이제 막 시작하는 신사업에 가까운데, 거기에 따른 택배 회사 역시도 부족했다.

    잘못하면 이대로 계속 끌려다니면서 유통대란이 일어날 것 같으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썩을 놈들, 어디 한번 보자. 이따위로 견제하는데 내가 그냥 놔둘 것 같냐?”

    재환은 국내에서 이베이스 놈들 가만 안 두겠다며 분노의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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