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93화 (93/244)
  • 93- 신재환,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다.

    재환은 현규와 같이 차를 타고 부평에 도착했다.

    “삼신-혜성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니, 오랜만에 둘이서 손잡고 움직이는거 같네.”

    현규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이번 사업을 위해서 대윤자판 인수 준비하고 있어.”

    “그만큼 진심이란 말이구나.”

    둘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대윤자동차의 본사인 부평공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입찰 계획서를 재환이 챙겨 본사로 들어갔다.

    이미 주변에는 현수막이 가득했고, 노조의 파업 문제로 공장을 폐쇄하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재환은 입찰 계획서를 내고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거 끝나고 저녁에 한 잔 어때?”

    현규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승진턱 한 번 낼 때도 됐고.”

    재환이 그것을 말하면서 걸어갈 때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탁-

    “?”

    재환은 앞을 막아선 인물을 보고서 누구인가 살펴봤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지적인 인상으로 나이는 재환과 비슷해 보였다.

    그는 둥근 안경 너머로 재환을 보더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 자리에서 뵙게 되는군요.”

    “누구신···.”

    그때 옆에 있던 현규가 말했다.

    “어? 정 이사님 아니십니까?”

    “정 이사?”

    그는 현규와 인사를 한다음 재환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아성자동차의 정선길 상무라고 합니다. 이번 대윤자동차 인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대윤자동차 인수에 아성이 껴든다.

    이미 국내 자동차 판매량 50%를 차지하고 있는 공룡이 대윤까지 먹는 순간···

    ‘이 나라에 독점법으로 해체되는 기업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성이 직접 참가한다는 말입니까?”

    현규 역시도 이건 예상못했는지 기습적으로 입찰계획서를 가져온 선길에게 되물었다.

    “좋은 경쟁 부탁드립니다.”

    현규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악수를 받았고, 정선길는 재환에게도 말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신재환 대표를 실제로 만나니 영광이군요.”

    “아, 그래요? 정 회장님의 아드님이시라니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경쟁을 해 봅시다.”

    여유가 넘치는 미소 속에서 재환은 승부사적인 그의 눈을 보면서 만만치 않은 친구가 참여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입찰 까다롭겠군.’

    재환은 4파전이 될 순간이고 이이제이가 불가능한 상황이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차에 올라탄 재환은 정선길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 친구 인상적이었어.”

    “누구? 정 상무?”

    현규는 그에 대해 조금 아는 게 있어 말했다.

    “왕회장님의 장손이야,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받은 몸이라고 한다.”

    “그래 보이네. 칼같이 꼼꼼해 보여.”

    재환은 아성자동차가 움직일 경우에 대한 리스크를 계산했다.

    ‘저 녀석들이 랜포드처럼 단독으로 움직일까, 아니면 JM처럼 컨소시엄으로 움직일까?’

    만약 전자라면 적당히 협상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미국만큼은 아니어도 독점을 상당히 싫어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나발 한 번 불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컨소시엄이라면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아마도 외국 자동차 회사가 두둑한 달러돈을 가져와 인수를 시도하고, 아성이 적당히 서포트만 하는 식으로 나오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려운데 이거. 껴든 놈들이 너무 많아.”

    3파전 정도로 생각했는데 4파전이라는 말에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현규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재환을 보고 피식 웃으며 어깨를 짚었다.

    “음?”

    “오늘 저녁 이거 하는 거지?”

    손가락을 기울이는 제스처에 재환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현규랑 같이 사업한다고?”

    “어, 그렇게 됐다.”

    둘의 술자리에 진용까지 불러서 셋이 모여 간단하게 치킨과 맥주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윤자동차 인수라···.”

    “그렇게 됐어.”

    현규의 말에 진용은 잠시 생각했다.

    “나는 자동차 쪽을 잘 몰라서 그런데 좋은 회사일까? 대윤의 이름값은 있어도 말이야.”

    진용의 질문에 현규는 재환을 바라봤다.

    물론 그 역시도 대윤자동차 인수를 위한 같은 팀이었지만, 아버지와 달리 자동차에 대해 깊숙이 알지는 못했다.

    재환은 맥주를 쭉 들이키고 대윤에 대해 설명했다.

    “대윤그룹이 아주 좋은 명언을 만들어 주셨지? ‘기술은 사 오면 된다.’라고.”

    “그게 명언이면 대윤그룹이 지금도 살아있겠지.”

    “근데 그런 마인드의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보물이 바로 그곳에 있어.”

    “뭐?”

    재환은 웃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것은 지금이 아닌 과거 전문경영인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닐때의 신재환의 기억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자동차 전자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있던 시절, 재환은 영국의 모 테크니컬 센터로 파견을 다녀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인이니 니네 나라에 납품할 명품을 보여주겠다면서 봤던 엔진이 잊히지 않았다.

    그때는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었고, 영국에서도 그냥 파견 온 간부에게 회사 자랑 좀 하려고 살짝 모여준 것이었다.

    “KX엔진··· 직렬 6기통 2.0/2.5 엔진으로 95년부터 개발했던 대윤의 심장이었다.”

    “직렬 6기통? 뭔 차이인데? 알기 쉽게 설명해봐.”

    진용의 물음에 쟤는 정말로 공학적인거는 모르는구나 싶어서 재환이 대답했다.

    “간단하게 말할게. 독일 벤스, BMB등의 독일차 라인이나 상윤의 대형세단 체어피플등의 세단차량에 쓰이는 스타일이다.”

    “오호~ 유럽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인가보네?”

    “그렇게 생각하면 돼.”

    2020년대까지도 직렬 6기통식을 쓰는 세 회사였고, 대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직렬 4기통 엔진으로 바꿨지만, 그만의 매력은 충분했다.

    ‘그리고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삼신이나 우리나 후속작 연구를 왜 못하겠냐?’

    재환은 그것을 염두해 두고서 움직인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대윤의 경차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다.”

    “MTS~ 난 그거 장난감인줄 알았어.”

    “그 전에 티코가 있지 않나?”

    “맞다 티코!”

    현규나 진용이 말하는 것처럼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윤의 경차기술은 아주 우수했다.

    재환이 훗날 혜성자동차가 삼신과의 연합에서 독립할 시 트럭,버스,경차 세 사업권은 자신에게 달라고 했으니 충분히 필요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공장을 생각해보라고, 오늘 현규랑 다녀온 인천, 군산, 창원이라는 세 공장. 거기에 해외에서 슬로바키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베트남 네곳에 공장을 생각해보자고.”

    “하나하나 따져보니 규모 진짜 크네?”

    “그래서 생각한거야. 이건 최소 50억 달러 전후로 오고 갈 사업이라는 거니까.”

    재환의 말에 두 삼신가 친구들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명문대를 나오고 해외에서 경영학을 전공해서 사업을 맡아봤지만 조 단위의 일을 맡는 것은 부담감이 컸다.

    “이런 거를 지금 해야지 앞으로 수십조 원대 사업에도 선택을 잘 할 수 있는 거야.”

    “하긴 그렇지.”

    재환은 그것을 말하면서 맥주잔을 들었다.

    “앞으로 좀 분주하게 움직일거야. 그리고 대윤자동차에서 매각 공식 발표가 있을 때, 움직여 보자고.”

    재환의 말에 현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대윤자동차 매각 발표회가 있었을 때, 혜성그룹은 기습적인 발표를 시도했다.

    [혜성쇼핑, 대윤자동차판매 지분 51% 354억에 인수.]

    혜성은 이번 대윤자동차 인수를 위해서 대윤자판을 인수했고, 본격적으로 언론에서는 혜성이 자동차사업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리고 삼신자동차와의 컨소시엄이 이뤄지자 혜성-삼신에 대한 홍보를 위해 재환이 발로 뛰었다.

    [신재환 대표님. 이번 자동차 사업 진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CBM 생방송 뉴스에 참여한 재환은 아나운서의 질문에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식품과 소비재 기업으로 시작했던 혜성그룹이 이제 재편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자동차사업을 위해 저희는 이미 주변기기들을 만들어가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아, 이미 준비된 사업이었군요.]

    [그렇습니다. 현재 혜성은 카오디오 사업을 포함한 완제품 자동차를 위해 수많은 주변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재환이 나와서 인터뷰를 할 때 관련 주가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혜성전자를 시작으로 혜성유통에 대한 주가도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혜성-삼신이 먼저 치고 올라가자 이제 슬슬 다른 곳도 움직였다.

    그리고 재환이 인터뷰를 마치고 왔을 때, 저녁 뉴스에는 재미난 장면이 나왔다.

    “TV 잘 나왔다.”

    “그러게 말이야.”

    재환과 현슈는 사무실에서 인수 관련 서류를 준비하다가 TV를 시청했다.

    몇 번 더 언론을 이용해서 이번 컨소시엄의 PR을 하려고 하는데 바로 뉴스 끝나고 광고가 나왔다.

    [1940년, 서울 아현동에서 시작한 자동차 공업사였습니다.]

    “음?”

    [1967년, 국민 여러분의 발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와 근본으로 만든 광고를 보고서 재환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아성자동차, 우리나라의 자동차를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허어!”

    재환은 그것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성 광고인가 보네.”

    “쟤들도 PR이 빠르네? 저런거 잘 먹히지.”

    ‘우리나라’, ‘우리제품’이라는 슬로건이 잘 먹힐 때였는데, 아성이 자체기술력을 장점으로 지키겠다는 광고를 보니 재환은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대윤 인수하려는 회사가 딱 2:2야.”

    “한국 회사 두곳이랑 미국 회사 두 곳?”

    “그렇지.”

    컨소시엄으로만 보면 유일하게 국내 기업을 두고 있는 것이 혜성-삼신 연합이었다.

    “지금 아성이랑 파트너가 누구지?”

    언론사에 나오는 것은 아성이 자회사인 기어모터스와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해?”

    현규의 물음에 재환은 판세를 빠르게 계산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성기어모터스에 대윤까지 먹으면 그건 국내 자동차 시장 70% 이상 먹을 수 있는거다.”

    “공정위가 가만히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빠져나갈수 있는 꼼수가 있다.”

    “어떻게?”

    재환은 현재 아성과 기어의 해외공장들을 하나씩 생각하며 말했다.

    “일단 국내 공장은 대부분 통합시키고 대윤 브랜드는 해외 위주로 돌리는거야.”

    “흐으음.”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있는 공장 세 개는 대윤의 이름으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연구센터등으로 용도 변경을 할 수 있지.”

    재환의 말에 현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재환아, 미전실에서 얻어온 정보다. 이번에 아성자동차가 어디랑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만들었는지 알아냈어.”

    “호오, 기어가 아니었어?”

    “독일 벤스사다.”

    “!”

    재환은 벤스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

    ‘대형 세단의 왕’이라고 불리며 세계 정상들이 애용하는 고급 세단 브랜드 벤스.

    브랜드 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아성하고 손을 잡았을지는 몰랐다.

    “아성 진짜 기가막히게 움직이네. 진심으로 달려드는 것 같은데?”

    재환의 말에 현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재환은 조금 전 나왔던 광고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언론 나발 한 번 불어야겠네?”

    “무슨 기사로?”

    현규는 곧바로 삼우일보쪽에 전화 돌릴 준비를 했고, 재환은 광고를 언급하며 말했다.

    “국산 기술에 우리 자동차라고 말하는 애들이 해외랑 손잡고 나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긁어줘야지. 그리고 홍보는 ‘유일하게 한국 컨소시엄’으로 엮인 팀은 우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렇게 되면 4개 업체중 3곳이 해외 자동차 업계와 엮여있으니 혜성-삼신만 특별케이스로 각인된다.

    “이걸 대대적으로 홍보해주자고. 분명 여론은 이끌어 나갈 수 있어.”

    “그게 도움이 될까?”

    현규의 물음에 재환이 설명했다.

    “저번에 대윤자동차 부평공장 갔을 때 노조파업 현수막 못 봤어? ‘일방적인 해외매각 반대한다.’, ‘우리는 이곳에 남고 싶다!’ 같은 거 많이 뿌렸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현규는 길게 끌거 없이 곧바로 미전실에 오더를 내려 삼우일보에 연락을 하게 했고, 곧바로 경제부에서도 이름난 기자들의 화려한 펜놀림이 이어졌다.

    [대윤자동차, 나라의 기술이 해외에 먹힐수 있다!]

    [랜포드, JM-피요트, 아성도 벤스와 손을 잡아···]

    재환이 말한대로 충실히 긁어나가자 슬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쾅!

    “야, 신재환이! 이거 뭐냐?”

    희경이 직접 사장실에 튀어나와서 신문지를 내던지자 재환은 무슨 일인가 싶어 기사를 봤다.

    “어디 신문이에요? 문성일보?”

    거기는 아성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였다.

    [대윤자동차를 노리는 컨소시엄. 그중 일본의 배후가 있는 자동차회사.]

    “!”

    [한편 삼신-혜성 컨소시엄은 그 이후에 니혼자동차의 지분이 있어 그 기술이 일본과 교류된다는 재계의 우려가 있었다.]

    재환이 삼우일보를 통해 나발을 불었을 때, 같은 시간 날렸던 기사였다.

    그것도 동시에 조간 신문으로 나온 것을 보아 같은 생각을 하고 움직였던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어디 일본놈들이랑 손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와?”

    “하~ 이것들 잔대가리 엄청 굴렸네?”

    기술적 교류로 니혼자동차랑 손 떼가고 다른 계열사인 르노어와 손을 잡아나가고 있는데, 거기서 민감하게 니혼만 딱 집어서 졸지에 삼신-혜성 컨소시엄을 ‘일본과 손잡은 놈들’로 올린 여론전이었다.

    재환은 이 시나리오를 만든게 아성자동차라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성자동차가 나발 분 겁니다. 저희가 컨소시엄 외국회사랑 끼면서 국산기술 운운하니까 삼우일보 통해 기사좀 던져줬거든요.”

    “뭐야? 이게 아성작품이냐? 걔들이 이렇게 치졸한 여론전 벌이는 스타일이 아닌데?”

    분노할 일이었지만, 재환은 그것을 두고 움직여주기로 했다.

    “아버지, 오늘 안에 뭐 하나 또 해야겠습니다. 이런 거 그냥 넘어가면 여론만 나빠져요.”

    재환은 곧바로 생방송을 준비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스타일이셨어?”

    정선길에 대해 크게 생각 안 했는데 제법 머리 굴리는 모습을 두고 재환은 이번 입찰전이 좀 더 재밌어졌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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