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대윤자동차 매각입찰공고
총괄사장에 오른 재환은 혜성그룹 임원진들과 한 명 한 명씩 악수하면서 취임사를 밝혔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킬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오른 이상 언제나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짝짝짝짝짝-
이제 모든 계열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신재환의 체제에 모든 임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단 3년이었다.
재환이 이사로 들어와서 혜성을 대격변 시킨 시간이 말이다.
이제는 10위권 초반대로 몸집이 불어난 혜성그룹은 예전보다 더 높아진 위상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 또한 높아졌고, 사회적으로도 점점 알려졌다.
그런 재환이 모든 파트를 맡게 되니 그들은 앞으로 발전만 남았다고 여겼다.
혜성제과, 혜성시계, 혜성트루넷, 혜성전자, 혜성트로이카, 혜성물류유통, 혜성쇼핑, 혜성타이거즈의 대표이사들은 재환과 악수를 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논했다.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이죠.”
재환이 총괄사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기존에 희경의 오른팔인 김범준 본부장은 모든 계열사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고문으로 위촉되었다.
새로운 경영자, 그것도 오너의 아들이 나섰으니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었다.
“3년간 고문직을 맡아주셨으니 많은 경험 지도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대표님은 지금도 잘 하고 계십니다.”
김범준은 현 회장님보다 재환이 더 잘할 수 있다고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남은 사업이 많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반도체와 인터넷 쇼핑몰과 자동차 사업입니다.”
“반도체, 인터넷 쇼핑몰과 자동차라면···.”
셋 다 98년부터 재환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큰 그림의 끝이었다.
특히 두 사업은 삼신그룹과 교류를 많이 하여 재환이 삼신의 동업자인 등기이사로써 활약했고, 인터넷 쇼핑몰은 혜성쇼핑을 분할시킨 뒤로 재환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였다.
“셋 다 잘 될 겁니다. 이미 기반은 준비되어 있고, 자본 교류 역시도 활발한 편이니까요.”
“그중에서도 이번 분기에는 자동차 사업에 대해서 좀 준비하려고 합니다.”
“네?”
재환은 의욕적으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준비했다.
그것을 위해 재환이 향한 곳은 승지관이었다.
이제는 미리 연락만 하면 삼신그룹 이건호 회장과도 자연스럽게 독대가 가능한 몸이었고, 재환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말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대윤자동차를 매각할 겁니다.”
“벌써 그렇게 됐소?”
대윤그룹이 해체된 뒤로 지주회사 대윤은 부도 처리, 이후 대윤상사는 대윤인터내셔널로 대윤건설은 대한산업은행의 소유였다.
그리고 대윤자동차는 재경부의 관료들이 파견되어 ‘대윤자동차 구조조정협회’의 산하에서 움직이게 되었다.
“공개입찰을 곧 하겠군. 누구누구 참여할 것 같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들은 다 나올 겁니다. 그리고···.”
“아성도 참여하겠지.”
재환이 삼신 만큼이나 아성하고도 연관이 많이 있으니 괜찮겠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지금 혜성전자가 카오디오를 거의 독점에 가깝게 아성자동차에 납품하고 있지 않소?”
“네, 거기에 대해 계산해 봤습니다. 이번에 대윤을 인수하고 그곳에 납품하면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어차피 카오디오는 국내에서 혜성이 상당한 강자로 삼신 역시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윤이 삼신과 혜성 컨소시엄 소유로 들어간다면 결국 이건호가 그렇게 원했던 기술력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상윤이 분리된 상황에서 대윤만 올라오니 인수합병하기에 괜찮은 회사가 되었군.”
“네, 그렇습니다.”
“좋소. 이 일에 대해서는 내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니 조만간 다시 연락하겠소.”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환이 인사하고 일어났을 때 이건호는 그에게 말했다.
“혜성그룹 사장 등극 축하하오. 그래서 말인데 작은 선물 하나 준비했소.”
“감사합니다.”
재환은 이건호의 선물이라는 말에 뭐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삼신그룹에서 온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세상에! 이게 뭐야?”
“이야! 이거 그림 참 좋다.”
이건호가 보낸 선물인 조선시대 산수화를 보고서 재환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얼마짜리야?”
“몇 억 할걸요? 암튼 이 회장님 큰 손은 알아 줘야 돼.”
“호호호 그렇지 않아도 다음에 홍 여사님이 우리 집 도라지차 맛이 좋다고 하셨는데 좀더 끓여드려야겠네.”
요새 어머니가 이건호 회장의 부인인 홍여사와 자주 만나 차를 마신다는 말에 재환은 부모님들끼리도 삼신가와 교류가 잦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재환은 삼신가에서 보낸 산수화를 벽에 걸어놓고 바라봤다.
그 뒤로 재환은 육공회 멤버들의 축하 전화를 한 번씩 받으면서 술약속을 각각 잡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재환이 예상한 대윤자동차의 인수 문제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왔다.
재환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서 이사회에서 안건을 올렸다.
“이번 대윤자동차가 구조조정위원회에서 매각대상으로 나왔습니다.”
“!”
임원들이 웅성거리는 반응속에서 재환은 곧바로 발표했다.
“우리 혜성은 이번에 삼신자동차와 협상해서 대윤자동차 인수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 말에 동요하는 이사들도 있었다.
“대표님. 저희가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말입니까?”
“네, 그래요. 특별할 것은 없지 않습니까?”
이미 재환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침몰 위기의 삼신자동차와 삼신상용차에 대한 지분을 획득했고, 거기에 대해 차량용 제품에 대한 납품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중론을 펼치는 임원들도 있었다.
“대표님. 중공업 관련을 전부 매각한 저희가 자동차라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기전실장 임창훈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회장의 가신중 성윤규가 예전에 날아가고, 김범준도 고문으로 위촉됐지만, 임창훈 실장은 아직도 현역으로 임원진에서 세력이 있었다.
그리고 오너 2세를 넘어 지금은 경영진으로써 설득을 해야 했다.
“이미 그것을 앞두고서 대윤자동차의 판매망을 독점했던 자회사 ‘대유자동차판매’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사업을 위해서 자동차판매사를 인수한다.
게다가 그곳은 국내의 대윤자동차 뿐만 아니라 상윤자동차와 수입차인 캐딜락, 볼스바겐, JM모터스등도 위탁판매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의 인수대금이 현재 673억 정도 되는데, 그것은 현재 혜성쇼핑에 있는 사내 현금으로도 일시불 결제가 가능합니다.”
재환은 본격적으로 움직일 셈이었다.
현재 자동차 사업으로 카오디오, 네비게이션, 거기에 삼신전자에 파견간 반도체 사업부를 합치고, 거기에 자동차 판매망을 만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제조사만 있으면 될 일이었다.
“네, 현재 저희가 제조사만 없다뿐이지 자동차 사업과 관련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창훈은 잠시 숨을 고르고서 현 상황에 대해 말했다.
“현재 대윤자동차의 가치를 생각하면 수 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입니다. 이것은 타 계열사를 포함해도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그래서 같이 합류할 새 1금융권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상황 속에서 임창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단은 재환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로 했다.
“자, 그러면 혜성 회장으로써 이사회 투표를 시작하겠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사회가 시작되자 투표는 비율 정하지 않고, 가결이나 부결이냐에 따른 결정을 희경이 답했다.
“투표 결과 혜성의 대윤자동차 인수 사업이 가결되었음을 알리겠어. 이제 통과된 안건이니 대표이사 신재환을 포함한 TF팀을 만들어서 다들 준비하라고.”
희경의 말에 임원들은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이후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오늘 발표한 대윤자동차 매각에 대해 국내와 해외에 있는 업체 모두에게 입찰을 받기로 했습니다.]
“아이고야. 달러구나!”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해외업체까지 받겠다는 말은 이번 대윤자동차 사업에 해외의 유수 자동차 업체들이 끼어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한 곳에서 삼신가 역시도 재환을 부르고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재환이 참여했을 때 그 안은 삭막한 분위기였다.
‘어전회의가 따로 없구만.’
승지관에 상석을 차지한 최종 결정권자 이건호.
삼신 미전실장이자 공식적인 2인자 이상학 실장.
삼신카드 대표이사로 있자 순환출자상 삼신자동차 대주주로 있는 현규.
그리고 이번 인수전에 투자자문으로 참여할 삼신증권 대표이사 김민 사장이 있었다.
“올 사람 다 왔구만.”
이건호는 재환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했다.
맞은편에 현규가 있는 것이 이 회장의 좌우측에 있는 둘을 동급으로 평가한다는 의도가 있었다.
“객식구가 이 자리에 앉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이건호는 돋보기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아들과 진배없이 생각하는데 서운하구만.”
“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농담이라도 뭘 그렇게 이야기해?”
현규 역시도 웃으면서 말하자 재환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두고 은근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이상학과 그 밑의 임원들이었다.
‘저래선 안 되는데··· 회장님이 외부인을 너무 신뢰하고 계셔.’
이건호는 다른 임원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뭐 농담은 이쯤 하고 대윤자동차의 인수 문제나 한번 논의해봅시다.”
승지관 회의가 시작돼고 삼신 수뇌부들의 자료가 나왔다.
“가장 먼저 참여하는 것은 JM모터스입니다.”
이상학이 차분하게 말하자 모두가 그 말을 들었다.
“이미 대윤차의 엔진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의 JM사와의 교류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그 뒤로 교류를 하다가 김우준의 지분 인수로 인해 현재는 결별했다가 다시 움직인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한집안 식구니 다시 합치려고 하는 분위기도 있겠군.”
이건호의 말에 재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 손을 떼 버리네 마네 상황까지 나왔지.’
하지만 이제는 이 역사의 중심에 자신이 있으니 순리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해외업체의 입찰까지 받으니까 대금을 달러로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정부는 그것을 노릴 겁니다.”
“그럼 처음부터 우리도 달러로 준비해야 하는거겠군. 알겠소.”
그러자 현규가 한 마디 거들었다.
“현재 삼신카드 내에서도 보유한 사내 달러에 추가 융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금융권의 융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좋아. 그건 네가 맡게.”
이번 인수전에서 재무 파트를 아예 현규에게 맡긴 뒤로 이건호는 두 임원에게 말했다.
“이 실장과 김 사장은 정보를 계속 얻어와서 보고 하시오. JM 하나만이 있을게 아니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이 가진 정보고 말해줬다.
“JM하나만 움직이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피요트가 나설겁니다.”
“음?”
재환은 품 안에서 자신이 인터넷으로 알아와서 출력해온 해외기사를 건네줬다.
“흐음. 이탈리아의 피요트가 같이 협력한다라···.”
이탈리아 언론사를 영어로 번역해서 가져온 정보에 이건호는 좋은 정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합친다면 상당한 변수가 되겠군.”
“대윤자동차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이 있지 않습니까? 유럽 시장 내에서도 그곳의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이 실장.”
“예, 회장님.”
이건호는 이 실장에게 오더를 내렸다.
“가서 이탈리아에 있는 주재원들에게 그쪽 움직임을 알아오라 하시오. 내가 직접 보고 받겠소.”
“네? 아니, 회장님이 직접 말입니까?”
“하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뒤로 이건호는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 1위인 JM을 어떻게 상대해야 될지 고민했다.
그리고 승지관에 직통 전화가 울렸고, 이건호는 그것을 받았다.
“음, 으음. 음··· 알겠어. 수고했어.”
탁-
이건호는 휴대폰을 닫고서 말했다.
“만만치 않은 놈이 또 하나 나타났군. 미국의 랜포드사가 움직이게 됐소.”
“!”
JM이 움직이자 영원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랜포드 사가 움직인다는 말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판이 점점 커지겠군. 최소 50억 달러 각인가?’
어쩌면 정부는 이것을 노린 것일 거다.
어떻게든 외국 자본을 유치해 그동안 혈세가 투입된 기업을 구조조정을 진행한 다음 달러를 받아서 팔아 국고로 들인다는 말이었다.
이건호는 재환과 논의를 하면서 앞으로 있을 대윤자동차 인수전에 만반을 기할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리고 재환은 미국의 두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이번에도 칼춤 한 번 제대로 쳐 주겠다며 다짐했다.
혜성자동차의 큰 그림은 이제 스케치에서 채색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