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88화 (88/244)

88- 이미지가 중요해요. 이미지가.

재환은 육공회 멤버들과 3차까지 즐긴 다음 숙취 가득한 얼굴로 아침상에 앉았다.

명숙은 가정부들에게 부탁해 특별 해장국을 끓여 아들에게 차려줬다.

“아이고~ 영양제는 내가 아니라 네가 먹어야겠다.”

“전 아직 젊잖아요.”

재환은 뜨신 국을 한술 뜨면서 속을 풀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명숙은 재환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너도 장가갈 때 되지 않았어?”

“쿨럭!”

재환은 국을 먹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뿜었다.

그리고 희경 역시도 키득거리며 말했다.

“한참 됐지. 제 친구들은 죄다 장가가서 애도 있고 그런데, 저 녀석만 아직 미혼이잖아.”

“당신이 좀 알아봐 줘요. 요새 경제련에도 참한 처자 둔 사람들 많다면서요.”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희경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사양하겠습니다.”

“뭘 만나보고 그러지 그러냐?”

“괜찮습니다~”

결혼과 죽음은 미룰수록 좋다는 말로 재환은 별생각 없이 넘겼다.

68년생으로 다시 시작한 삶이니 벌써 그의 나이가 서른셋이었다.

사실 이때는 좀 늦은 나이라고 해도, 미래에는 한참 청춘일 나이가 아닌가.

식사를 마친 뒤 정리를 한 재환은 양재동에서 아버지와 같이 차를 탔다.

이제는 둘이 흩어질 필요 없이 강남 대치동 사옥으로 떠나면 될 일이었다.

“저번에 사 놓은 한티 사거리의 땅들 말이에요.”

“음? 아, 샤를로트 견제용으로 네가 산 땅 말이지?”

재환은 그때 알박기로 빙- 둘러서 사 놓은 땅을 두고 말했다.

“슬슬 본점 증축도 하고 본사 건물을 빌딩으로 하나 짓는 게 어떨까요?”

“흐음.”

“어차피 명품관이었는데, 개조해서 사무실로 쓰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맞은편에 있는 땅으로 주차타워하고 본사 건물 올리기는 충분할겁니다.”

아슬아슬한 사이즈였지만, 그 정도는 미래 장사를 위해서는 충분히 주변 땅을 더 사들여서 메꿀 수 있었다.

“타당성 조사해보고 한 번 기획서 올려봐.”

“알겠습니다!”

재환은 양재동에서 대치동까지 짧은 출근 거리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했다.

혜성쇼핑 사무실로 출근한 재환은 업무 시작을 하면서 쌓여있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결재했다.

“대표님. 마이크로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뭐라고 합니까?”

준호의 얼굴이 싱글벙글한 것이 잘 된 것 같았다.

“자선재단 이야기를 하니 흔쾌히 승낙하며 조만간 거위츠 부부가 방한한다고 합니다.”

“됐어! 착한 일 한번 해 보는 거다.”

재환은 계획대로 진행된 것에 대해 쾌재를 부르고 얼마 규모의 기부를 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금액을 정했다.

“거기에 대한 조정을 기전실하고 다른 계열사들과 논해야겠군요.”

재환은 그것을 말한 뒤로 강남 사옥에 있는 계열사 대표들과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자신이 따로 기부할 금액까지 결정해서 맞췄다.

며칠간 그것을 준비한 재환은 회장실로 가서 그것에 대해 보고했다.

“매년 100만 달러? 이거 너무 큰거 아니야?”

“어차피 다 돌고 도는거죠. 게다가 절반은 제 몫입니다.”

계열사들 모두 합쳐서 50만 달러에 재환이 개인재산으로 기증하는 50만을 합해서 총 100만 달러를 20년 동안 총 2000만 달러를 기증한다.

자선재단을 통해서 쓰는 금액치고는 꽤 큰돈이었지만, 재환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사업이라 생각했다.

희경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결재서류에 사인을 해줬다.

“뭐, 좋은 곳에 쓴다고 하니 그 일은 알아서 하고 말이다.”

“또 뭐 하실 말씀 있나요?”

“있지.”

희경은 담배를 꺼내 물고서는 불을 붙이면서 최근 상황에 대해 또 하나를 말했다.

“기전실에서 온 연락인데, 이번 트루넷의 나스닥 상장과 마이크로 컴퍼니 전략협력으로 인해 방송국에서 우리 혜성 사람을 섭외하고 싶다는구나.”

“네?”

이게 그렇게까지 나팔을 불면서 할 일인가 싶어서 재환은 멋쩍게 웃었다.

8억도 아니고 8천만 달러인데, 너무 주변에서 뭐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때부터 슬슬 방송도 많이 타는게 좋을 것 같았다.

“흐으음.”

“임용태는 지금 미국에 있고, 같이 간 그 김준호란 친구는 겨우 과장이잖아? 이런 건에 인터뷰하기에는 그렇지?”

“그럼 뭐 제가 가죠.”

“응?”

희경은 재환이 직접 움직인다는 말에 놀라서 되물었다.

“그런 데를 참여해? 그런 건 보통 임원중에 한 명 뽑아서 쓰는 게 나을 텐데?”

“협상은 제가 했는데, 대리인 쓸 필요가 어딨어요? 그리고 요새는 재벌 회장들도 목소리 좀 내고 얼굴 좀 보여야 해요.”

이전부터 재환이 생각한거였지만, 한국 재벌들은 유독 자기들끼리의 ‘룰’이 심한게 있었다.

재벌가 사람들, 그중에서도 경영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인터뷰를 잘 안한다.

심한 경우 인터뷰는 고사하고 십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을 조금만 보정해서 그냥 올리는 등, 언론 노출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이름값을 정하는 거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선민의식이라던가.’

재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이사 시절에도 몇 번 나와서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들하고 친분도 있었고, 과거의 삶에서도 제품 발표회는 이현규 부회장 대신 자신이 나서서 ‘신재환 체제’로 알려졌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방송국은 어디랍니까?”

“CBM. 아침방송이다.”

“문화방송이요? 잘됐네요. 거기 가죠.”

재환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기로 하고, 희경에게 말했다.

“회장님 아들 방송 나가니까 스타일링하고 새 양복 준비해야겠네요.”

“좋아! 그럼 네가 나가는 거로 문화방송 사장한테 이야기해 두마.”

재환은 거기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

얼마 뒤 재환은 아침 일찍 여의도로 향했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흐으음.”

여의도에 핑크빛 벽돌로 장식된 문화방송 사옥을 본 재환은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그 특유의 건물 색상으로 인해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곳이었다.

그리고 훗날 문화방송이 상암동으로 떠나면서 엄청난 위치에 큰 가치를 자랑하며 사옥을 판매하게 된다.

“앞으로 자주 오겠지만, 미리미리 손을 써 둬야겠군.”

재환은 그렇게 차에서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고, 기다리고 있던 CBM 직원들이 달려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음?!”

순간 조직 두목이라도 행차했는지, 주요 간부들과 직원들이 90도로 재환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재환은 멋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고, 그중에 담당자가 달려왔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문화방송 비서실장 임동호라고 합니다.”

“아, 네.”

“오늘 생방송 인터뷰 준비하시면서 이렇게 빨리 와 주실 줄 몰랐습니다. 같이 들어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방송국 국장급 간부가 재환을 모시고 안으로 들어갔고, 평소보다 삼엄한 경비로 기다리고 있던 경호원들이 인사했다.

카드키를 찍고 들어갔을 때, 재환은 사장실로 가서 문화방송 사장 노대연을 만났다.

“어서오십시오.”

“혜성그룹 신재환이라고합니다.”

“예, 예. 여기 앉으시지요.”

노 사장은 곧바로 소파에 앉고 커피를 대접했다.

“하하하, 이번에 혜성그룹이 미국에서 큰 사업을 성공시킨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과찬이십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라니.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까?”

연신 재환을 향해 금칠을 해주는 노 사장이었다.

“앞으로 방송이 2시간 뒤죠?”

“예, 혹시 스타일링이 따로 필요하십니까?”

“미리 갖춰입고 오기는 했는데, 또 뭐가 필요할까요?”

“저희 의상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재환은 문화방송 사장의 안내를 직접 받으면서 의상실에서 간단하게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방송을 준비하는 아나운서와 프로듀서가 달려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방송의 프로듀서 김시환이라고 합니다.”

“네, CBM 모닝스토리의 담당이시군요.”

한국방송 KBC와 더불어 아침 프로그램의 투톱을 달리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경제지 전문 프로그램을 생각도 했지만, 재환이 ‘조금 더 길게 방영해도 상관없다.’라는 말에 노 사장이 직접 섭외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옆으로 단정한 정장을 입은 여성 아나운서가 있었다.

단정한 단발에 옅은 화장, 도도한 이미지를 보이는 그녀는 김유하 아나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아, 네.”

재환은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 무슨 이야기를 할지 거기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논하고 스타일링을 마친 뒤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3...2...1. 큐!”

곧바로 방송이 시작되고, 화사한 웃음의 김유하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소개를 시작했다.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닝스토리의 김유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혜성그룹의 신재환 사장이 이 자리에 와주셨습니다.]

재환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방송국 카메라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30분 동안 재환은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먼저 트루넷의 나스닥 상장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 꼭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마이크로 컴퍼니사와 진행할 자선사업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 꺼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김유하 아나운서 역시도 조리 있게 대답하는 재환을 보고 수월하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재환은 방송을 마치고서 곧바로 대기실로 향했다.

수많은 방송 스태프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온 김에 방송국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대표님. 이쪽이 예능본부입니다.”

“네, 그렇군요.”

A급 연예인들은 안 보였지만, 진행하는 프로그램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게 젊은 시절 봤던 추억의 예능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 재환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음악프로그램이었다.

“호~ 이 친구들은 분명.”

다섯명의 보이그룹을 보고서 재환은 옛날 생각이 나서 크게 웃었다.

한때 양재동의 지하실 기숙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던 그 친구들.

이제는 갓세븐이나 식스갓이 아니라 갓파이브었지만, 어쨌건 이렇게 성공하니 대견했다.

‘우리 회사 과자 신제품 CF도 많이 찍었지?’

비록 그 뒤로 얼굴은 못 봤지만 말이다.

그 뒤로 4명의 여신 컨셉의 ‘레이디 핑크’ 그 라이벌 ‘SSS’등이 보였다.

“대표님. 아이돌에게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아, 네? 뭐··· 그냥 둘러보는 겁니다.”

“원하신다면 섭외해서 같이 사진과 앨범을 보내드릴수 있습니다.”

“아, 거기까진 괜찮아요.”

하지만 재환은 그러면서도 아이돌들을 한 번씩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MP3 플레이어가 나오고, 그 뒤로 음악스트리밍 사이트, 음원 유통에 저작권··· 연예기획사··· 거기에 드라마나 영화제작.’

지나가다가 아이돌 포스터들 보고서 재환의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지는 그림이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게임사업처럼 뭔가 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도 그 업계에 대해서 재환이 모르는 게 많았다.

게임이야 기환이처럼 주변에 뭐 좀 아는 녀석을 고용해서 적당히 재무제표만 확인하면 되겠지만, 연예계 쪽에 잘 아는 동업자 친구가 없었다.

“저, 대표님?”

“네? 아, 네. 너무 멍때리고 있었죠?”

“하하, 아닙니다.”

“그럼 다음은 드라마제작본부 한 번 가 볼까요? 요새 가장 잘나가는 ‘동의보감’ 사극팀 한 번 볼 수 있나요?”

“아,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재환은 예능본부에 이어 드라마본부도 한 번씩 돌아보며 머릿속을 끊임없이 차기 사업에 대해 계산했다.

음악과 기획사에 대해서는 최소 2년, 그때를 위해 틈틈이 연예인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참가할 셈이었다.

그렇게 이 자리에서 재환은 ‘혜성그룹의 문화사업’에 대해서 큰 그림의 스케치를 서서히 완성하고 있었다.

***

그리고 2주가 지나 김포국제공항에서는 마법사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들이 몰려있는 자리에서 재환은 꽃다발과 피켓을 준비하고 그들을 맞이했다.

“Welcome to korea! Gewirtz couple.”(한국에 온 걸 환영해요. 거위츠 부부!)

재환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고, 둘에게 준비한 꽃다발을 안겨줬다.

“와, 고마워요. 미스터 체어맨.”

아내 마리아 거위츠가 꽃이 맘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고, 빌 역시도 재환과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한국 기자들의 카메라에 모두 들어왔다.

“한국에서 할 일이 많으실 겁니다. 자선재단 이야기에, 전자와 컴퓨터 공장까지 말이죠.”

“하하,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훌륭한 파트너니까요.”

재환은 빌 거위츠 부부를 안내하면서 차에 태웠다.

그리고 재환이 앞차에 타서 그들을 안내했다.

이 모든 것은 신문사에 모두 퍼졌고, 인터넷 신문부터 지상파 방송국 3사에 메이저 신문사들까지 모두 특종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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