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85화 (85/244)

85- 미국에서 재환을 찾는 거물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혜성트루넷이 첫날 거래가가 하루 만에 주당 44달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아침 뉴스 헤드라인으로 바로 나오는 보도는 연신 혜성그룹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 상장에 대한 임팩트는 엄청났고, 기존에 한국에 있는 혜성전자, 혜성쇼핑, 혜성유통, 혜성트로이카 역시도 쌍끌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재환이 개발 오더를 내렸던 무선카드리더기가 신용카드 붐에 이어 엄청난 판매량을 올리고 있었다.

혜성그룹은 유례없는 돈 폭탄을 맞았고, 주변에서 재환을 믿고 같이 투자했던 사람들 역시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재환은 뉴욕에서 여기저기 축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 그래~ 저번에 투자한 거 너도 한몫 챙겼을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10배 넣을 걸 그랬어.]

현규의 말에 재환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아니지! 암튼 한국 돌아가면 이번엔 내가 한턱 거하게 쏠게.”

현규 다음으로 연락 온 것은 대현이었고, 대화정보통신 지분을 상당수 얻어서 인수를 서서히 준비한다는 말이었다.

[야~ 형님이 국내에서 큰 사업 벌이는데, 네가 미국에서 잭팟을 터트렸구나.]

“아이고 형님~ 조만간 휴대폰 사업 하셔야죠.”

[돌아오면 꼭 연락해라! 형이 거하게 한 턱 쏘마.]

“아, 돈 번 사람이 쏘는 거죠.”

재환은 그 뒤로 정인이나 진용의 연락도 왔고, 육공회 모두에게 축하를 받은 재환은 아직도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시원한 콜라를 쭉 들이켰다.

“어젠 진짜 광란의 술판이었지.”

재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살펴봤다.

호텔에서 음식 마음껏 시키고 샴페인에 위스키에 맥주에 와인에 있는 대로 섞어서 광란의 파티를 즐겼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돼있었다.

“슬슬 움직일 녀석들이 있을 텐데···.”

상장 첫날 시가총액 27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트루넷을 두고 재환은 45억 달러까지 오른다는 미래를 기억하고 그 안에 적당한 파트너를 미국에서 찾기로 했다.

IT버블 시대에 한국 기업이 나스닥 상장을 했고, 그것을 눈여겨볼 기업은 있을 거다.

그게 동부가 될지 서부가 될지는 몰랐지만, 재환은 이왕이면 한국과 가까운 쪽이면서 비행기편 많은 곳이기를 바랬다.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피터 앤 컴퍼니를 닦달했다.

계속 미국에 있으면서 확실한 사업 파트너를 구한 다음 국내로 돌아가서 준비했던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터트릴 계획이었다.

그것을 위해 재환은 준호와 임용태에게 말했다.

“느긋하게~ 뉴욕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으세요.”

“하, 하지만 대표님.”

“괜찮습니다. 지금은 기다릴때에요. 확실한 파트너가 나올 때까지요.”

만약 여기서 샴페인만 터트리고 돌아간다면 역사는 반복되어 트루넷의 45억달러 신화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재환은 그냥 버블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무선인터넷, 사물인터넷. 손댈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친구들을 한 번 움직여보라고 피터 앤 컴퍼니의 손을 빌렸다.

이왕이면 스콧 맥도날드같은 부사장급 인사가 직접 움직여달라고 요청했고, 거기에 대한 자문료는 넉넉하게 재환이 결제해줬다.

미국 월가 금융쟁이들이 가장 잘하는 돈 냄새 맡고 파트너 찾아주기니까 결과는 빠르게 나올 것이다.

그날 저녁

대표 오더로 쇼핑을 하고 온 두 임직원을 두고 재환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다.

“저, 대표님.”

“네?”

“이번에 미국에서 맺으시는 파트너가 정확히 어떤 영역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임용태의 물음에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IT 기업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TT가 어떻겠습니까?”

“ATT? 아메리칸 탑 팀(American Top Team)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농담입니다. AT&T(American T elephone & T elegraph Company)말하시는거죠?”

과거 전화기를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알렉산더 벨이 만든 초거대 통신사 AT&T였다.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100년이 넘게 미국 통신 시장을 지배한 절대자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나쁘지 않은 교류네요.”

“대표님. 제가 텍사스로 연락해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요. 됐습니다.”

“네?”

재환은 스테이크를 썰면서 천천히 이야기했다.

“물론 저도 그곳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피터 앤 컴퍼니에게 맡겼으니 그들이 가져오는 회사와 대화를 할 겁니다.”

재환은 우리가 서두를 거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자고 일어나면 주당 50불인 회사가 500불이 되다가 다시 10불로 떨어지는 주가 요동이 극렬할 때입니다.”

그 순간 재환이 그 말을 한 임용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트루넷도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본인이 만드신 회사를요?”

“죄, 죄송합니다.”

임용태는 아차 싶어서 곧바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재환은 그 반응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몰라서 염려해서 한 말이겠지. 본인도 경영자 출신이니 말이야.’

재환은 임용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환 역시 ‘그래요 아무래도 언제 주가 내려갈지 모르니 빨리 털어버립시다.’라고 승낙할 이유가 없었다.

재환에게 있어 트루넷의 차기 45억 달러는 혜성그룹을 위한 시드가 되어야지 털고 빠져버리면, 그룹 전체에 대해 다른 계열사의 나스닥 상장은 끝날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말인데, 임 대표님이 미국에 남아주실 수 있습니까?”

“네?!”

“미국법인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 임 대표님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

임용태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미국의 업체와 파트너십이 이뤄진다면 제가 남아서 계속 경영을 하겠습니다.”

재환의 제안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재환은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좋아요. 훌륭합니다.”

임용태는 자신이 일궈놓은 회사를 재환에게 매각하고, 초고속 인터넷을 개발했던 것을 두고서 미국에 남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 가진 지분으로 인해 그 역시 트루넷 주식으로 스톡옵션 행사를 하면 수천억대의 재산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 자리에서 수행비서로 조용히 식사하는 준호에게 말했다.

“이번에 김 과장도 지분 좀 챙기지 않았어요?”

“아, 네. 그렇습니다. 대표님.”

수천억~수조의 지분 앞에서 몇억 정도로 초라한 금액이었지만, 그것도 재환이 따로 챙겨준 금액이었다.

‘저 친구도 트로이카 인수전으로 기전실에서 일했으니 그 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재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말했다.

“제가 몇 번이고 얘기하지만, 피터 앤 컴퍼니에서 연락하기 전까지는 그냥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쉬세요. 제 이름으로 자유시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임용태나 김준호나 좋은 오너 만나서 호사를 누리게 되었고, 재환은 이런 상황에서 밑에 직원들 닦달해서 피터 앤 컴퍼니랑 같이 움직이라고 재촉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저 위임했으니 순리대로 진행될거라 생각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

재환이 출장 온 지 정확히 열흘이 지났다.

44달러로 시작한 트루넷 주가가 다시 50달러 재진입의 각을 잡고 있을 때였다.

[미스터 신! 엄청난 거물을 잡았습니다.]

스콧 맥도날드가 엄청나게 흥분해서 다급하게 전화를 건 것을 보니 정말 거물이긴 한 모양이었다. “오우~ 월가의 부사장이 말할 거물이란 말이죠?”

재환은 미국 내에서 큰 손 하나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물었다.

“누구입니까? 이왕이면 제가 아는 분이면 좋겠는데 말이죠.”

[하하하, 그게 누구냐면···]

맥도날드의 대답에 재환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다시 물었다.

“···Really?”

[네!]

그 순간 재환은 휴대폰을 손으로 감싼 다음 크게 한 번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재환의 웃음에 임용태와 김준호가 화들짝 놀라 바라봤다.

“그래서 규모가 얼마나 된답니까? 오오~ 그래요? 이야, 진심인가보네.”

재환은 자신을 찾는다는 그 ‘거물’에 대해 다시 한번 들은 다음 휴대폰을 마치고 배를 잡았다.

“이것 참, ‘버블’이 ‘언빌리버블!’이 되는 순간이구만.”

“대,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재환은 임용태와 준호를 향해 말했다.

“뉴욕 출장 끝입니다. 곧바로 비행기표 준비해 주세요. 우리는 서부로 갑니다.”

“네, 서부요?”

재환은 웃으면서 말했다.

“워싱턴 시애틀로 갑니다! 모두 준비하세요.”

“!”

“헉!”

시애틀에는 수많은 대기업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IT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황제 기업이 있는 곳이었다.

그것도 ‘20세기의 1위기업’과 ‘21세기의 1위기업’이 모두 있는 곳인데, 재환을 찾은 쪽은 그 둘 중 하나였다.

“갑시다! 시애틀로!”

주변의 염려와 재환도 자각한 ‘버블’을 ‘언빌리버블!’로 바꿔 버릴 프로젝트 시작이었다.

***

워싱턴 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재환 일행은 서부의 공기를 맡으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재환을 기다리고 있는 정장 차림의 아시아인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HS Korea]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재환은 그들을 찾아가 물었다.

“오, 혜성트루넷 이야기로 오셨습니까?”

재환이 묻자 그들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마이크로 컴퍼니에서 왔습니다. ‘트래비스 우’라고 합니다.”

“케네스 킴이라고 합니다. 시애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두 명이 재환을 맞이했고, ‘마이크로 컴퍼니’라는 이름을 들은 임용태와 김준호의 눈이 커졌다.

‘정말 마이크로사구나!’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대기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제국이었다.

재환 역시도 엄청난 대어를 낚았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안내해주는 차에 탔다.

마이크로 컴퍼니의 두 직원은 재환일행의 짐을 받고 준비한 차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는 그들을 안내해 출발할 준비를 했다.

재환은 차에 타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미스터 우. 지금 우리가 레드먼드로 가는 겁니까?”

레드먼드는 시애틀 외곽에 있는 ‘마이크로 컴퍼니’의 본사가 있는 곳이었다.

재환이 과거의 삶때 소프트웨어 문···제로 잠시 교류를 하러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아니었다.

“미스터 체어맨, 지금 저희가 가는 곳은 다른 곳입니다.”

“시애틀에서 또 다른 곳이 있습니까?”

어디 호텔로 가서 마이크로사 간부들과 가볍게 차나 마시며 이야기하나 싶어서 재환이 물었을 때, 지금 차가 가는 방향을 보고 설마 싶었다.

“이 방향은 분명···.”

시애틀의 동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재환은 이 방향으로는 외곽도시인 메디나 시티였다.

“혜성 분들. 저희는 지금 메디나에 있는 마이크로 컴퍼니 의장의 자택으로 가고 있습니다.”

“!”

“헉!”

두 임직원이 경악하고 재환도 속으로는 조금 놀랬다.

‘직접 보자고?’

워싱턴 주 메디나 시티.

그곳은 시애틀 도시권의 최고의 부촌이었고, 억만장자와 조만장자의 부자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의장이 있는 메디나 시티라면 단 한 명이었다.

“서, 설마 우리가 빌 거···읍!”

준호의 말을 임용태가 황급히 입을 막았다.

윌리엄 거위츠(William Gewirtz.)

세계 최고의 부호.

지구를 갖고 노는 마법사.

실리콘밸리의 해적.

어둠의 군주.

수많은 호칭을 가진 그분이 혜성트루넷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에 재환이 통화로도 몇 번이나 되물었었다.

그것도 거위츠의 조건은 ‘지금 뉴욕에 있는 그 혜성의 CEO와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 하고 싶다.’라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22마일 정도를 달려 메디나 시티에 도착한 재환 일행은 그 엄청난 규모에 혀를 내둘렀다.

강을 끼고 산을 깎아서 만든 지가 5300만 달러의 저택은 그 규모가 서울의 웬만한 대학교 캠퍼스 부지보다 컸다.

사설 경호원들이 나와 재환과 용태, 준호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했고, 그다음 몇 개의 문을 통해 들어간 곳에는 소규모 신도시를 방불케 하는 대저택들이 가득했다.

방이 100칸이 넘는 저택들에, 내부에는 차를 타고 운용하면서 놀이공원이나 도서관, 극장, 그리고 개인 요트장이 따로 갖춰져 있었다.

“후아, 우와아아아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준호나 임용태도 인생동안 이런 건 처음 보는지 연신 신기해했다.

재환 역시 빌 거위츠의 자택을 직접 온 것은 처음이라 넥타이를 고쳐맸다.

그리고 안에 있는 고용인들이 다가와 먼저 대기실로 안내했다.

“여기는?”

“세 분에게 드레스코드를 맞추기 위해 왔습니다.”

전문 재단사들이 도착해 옷장 안에 있는 수많은 명품 정장들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치수를 재겠다며 다가와 재환 일행의 사이즈를 맞추고 그 자리에서 새 정장을 꺼내 건넸다.

“이걸로 갈아입으라고요?”

“네,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옷입니다.”

명품 정장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씀씀이에 미국 큰손은 스케일부터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연신 사람들이 놀랄 이야기를 만들면서 안으로 들어오자, 다시 한번 차로 안을 들어가 황제가 있는 본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레스코드에 맞춘 정장을 입고 내린 세 명이 응접실에 앉았고, 시원한 음료수와 샐러드, 치즈 등의 디저트들이 제공됐다.

그리고 2층의 서재에서 천천히 내려온 그분이 있었다.

둥근 안경 속에 인자한 눈을 가진 백인 남성은 집 안에서 정장을 입고 내려와 재환에게 다가왔다.

재환은 그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손을 내밀었다.

“트루넷의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미스터 신. 만나서 반가워요. 윌리엄 거위츠라고 합니다.”

뒤에 있는 준호와 용태도 황급히 고개 숙여 인사했고, 그는 인자한 미소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그리고 같이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저에게 아주 각별한 곳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빌 거위츠가 꿈꾸는 궁극의 세상인 ‘정보화고속도로’의 마인드맵을 인터넷을 만든 종주국 미국에 이어 한국이 충실히 만들어가는 모습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빌 거위츠와 사업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중하게 물었다.

“Right. Mr Chairman. Would you listen to me just for 10 minutes please?”(좋아요, 그럼 의장님, 제 이야기를 딱 10분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만나고서 가벼운 이야기 다음으로 재환이 정중하게 한 질문에 빌 거위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Of course!”

그렇게 재환의 10분의 사업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시작됐다.

버블을 언빌리버블!로 만들 프로젝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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