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80화 (80/244)
  • 80-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아도

    “뭐야? 갑자기 다 같이 뉴스를 보자고 하고.”

    재환은 혜성전자의 장진욱 대표까지 불러서 임창훈, 이기남 등의 주요 그룹 간부들을 불러서 9시 뉴스를 신청하게 했다.

    “오늘 아주 재미난 기사가 나올 겁니다. 이미 확정된 일이에요.”

    “혜성에 호재야?”

    “엄~청요.”

    재환의 대답에 희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간부들 역시 뭔가 큰 건이 있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TV를 바라봤다.

    [혜성시계가 뉴스를 앞두고 9시를 알려드립니다. 띠-띠-띠 띠이이잉-]

    “저건 진짜 헐값에 잘 산 것 같아.”

    시보광고 독점에 쏠쏠한 돈이 되는 혜성시계를 보고서 희경은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뉴스가 나오며 단정한 정장 차림의 아나운서가 말했다.

    [네, 첫 소식입니다. 삼신그룹의 인사이동에 이현규 전무가 첫 대표이사 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나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뉴스는 태평로 삼신그룹 본사에 있는 많은 방송국과 신문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공식적으로 이현규의 선언이 있었다.

    [네, 이번 삼신그룹 인사에서 삼신카드의 대표이사로 오른 부사장 이현규라고 합니다.]

    “이현규가 벌써 대표 자리를 얻었어?”

    “저도 있는데요. 뭘.”

    이제는 윗선의 전문경영인에게 배우는 상무나 전무 같은 간부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회사 하나를 운영하는 대표이사에 오른 이현규였다.

    [먼저 삼신카드는 지난 1988년 이후 설립한 이래 미국 마스터스카드와 교류하며 한국 금융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현규가 조리 있게 말하면서 앞으로의 경영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그는 발표 마지막쯤에 카드 리더기 하나를 건넸다.

    [21세기의 신용카드 시장을 위해 저희는 혜성전자와 계약해서 전 계열사에 보급하고 앞으로 국민들의 올바른 소비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때 이기남이 그걸 보고 놀라 입을 열었다.

    “어, 어? 저 리더기 저거···.”

    그러자 재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저희 혜성전자에서 만든 무선카드리더기에요.”

    재환은 그러면서 계약서를 꺼냈다.

    “삼신전자와 삼신카드 이름으로 100만대 계약했습니다. 이후 신누리쇼핑의 전국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추가 납품 계약 받을 겁니다.”

    재환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하자 희경이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하하하하하하!”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출시 이후 삼신과 신누리가 저렇게 대량으로 사들였으니 이제 동네 재래시장부터 트럭행상인까지 하나씩은 구비할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카드 들고 다니는 손님들을 위해서 하나쯤은 구비해야 앞으로 장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깔릴 테니 말이다.

    다음날 뉴스에서 이현규의 언급으로 혜성전자의 무선 카드 리더기라는 것이 알려졌고, 주문 폭주가 이어졌다.

    거기에 맞춰서 신용카드사들은 앞 다퉈 카드 광고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말하시길~ 인생은 즐겨라~ 카드 한 장 손에 넣고~]

    아성카드는 아성증권과 아성캐피탈과 손을 잡고서 광고를 시작했다.

    시대를 앞서간 카드 yolo였지만, 그것을 보고서 혹한 당시의 젊은이들이 많았다.

    [내게 힘을 주는 나의 G카드야~]

    금화그룹, 지금은 GH라 불리는 곳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동성의 금융업! 이제 여러분께 다가갑니다. DS카드!]

    과거 대구에서 인연을 가졌던 동성그룹 역시도 거기에 참여했다.

    재환은 1주일 사이에 대기업들의 무한 신용카드 경쟁이 이어지면서 피식 웃었다.

    “자~ 쩐주 돈쟁이들 지금쯤 피가 마를 거다!”

    ***

    같은 시각 도천상의 자택에서는 전국에서 노는 거물급 쩐주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도 회장님, 어떻게든 막아 주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명동 최 사장은 신용카드 규제가 손쉽게 풀리면서 자신들의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최 사장 뿐만이 아니라 광화문, 대전, 수원, 벌교 등 각 지역의 이름난 쩐주들 역시도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도천상의 오른팔이었던 염극진이 입을 열었다.

    “거 다들 뭐 그리 몸이 달았어요? 몇십만원, 몇백만원 하는 그 코 묻은 돈 카드 긁는 거 두려워서 그럽니까? 우린 큰 건을 잡지 않았습니까?”

    “염 사장! 지금 상황이 그런 게 아니잖소!”

    급기야 쩐주들끼리 분열이 일어나려고 하자 차를 마시고 있던 도천상이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

    도천상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찻잔을 집은 도천상이 말했다.

    “원래 2년은 더 끌 계획이었다네. 하지만 청와대의 대통령이 직접 명했다는 군. 필시 참모들의 말을 들은 거겠지.”

    “참모라 하시면···”

    “다들 알거 아닌가. 정치자금을 대면서 카드와 캐피탈 등의 금융업을 하는 대기업 집단이 저렇게 단체로 움직인 것을 예상했지 않나?”

    결국 프레임이 바뀌어서 금융재벌 vs 음지 쩐주의 상황이 된 것 같은 일이었다.

    “이번에 내 신임 부총리를 만나 보겠네. 그러니 다들 경거망동 하지 말고 지금 손에 든 금고열쇠들 잘 가지고 있으라고.”

    “예, 회장님.”

    잡음이 좀 있긴 하지만, 도천상이 직접 움직이겠다는 말에 사장단은 따르기로 했다.

    ***

    재환은 신누리 산하의 웨스턴 호텔 VIP 스위트룸에서 현규와 진용을 불러 식사를 했다.

    “장사 안전하게 해라.”

    “난 언제나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이야.”

    재환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호황기에는 보수적으로, 불경기에는 진취적으로 나가는 게 사업이야.”

    “잘 알고 있어. 옛날부터 엄청 들었던 말이다.”

    신임 대표이사가 된 현규를 두고 진용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대표님이 둘인데, 나도 이제 하나 하고 싶네.”

    “이번에 큰 사업 한다며?”

    “창고형 대형할인점? 아직은 확실하게 성과가 안 나와. 좀 더 노력해야지.”

    그래도 그 사업은 재환의 과거의 삶에도 유통 1위를 경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니 응원해줬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뭐야? 엄청 자주 보는 것 같다.”

    현규의 말에 재환은 현재 상황을 두고 말했다.

    “카드 사업을 하면서 말이야. 지금 고객 유치를 위해서 엄청 난리나 있잖아.”

    “그렇지. 우리도 광고 많이 준비하고 있어.”

    “이건 그냥 지나가면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음?”

    재환은 삼신카드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었으니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들으라는 투로 말했다.

    “너무 카드사들이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잖아. 너흰 마지막에 착한 경고를 하는 거지.”

    “뭐?”

    “예를 들어 ‘과도한 카드대출은 신용도에 무리가 갈수 있습니다. 건전한 소비를 지향합시다.’같은 거 말이야.”

    그 순간 정진용이 그 말을 듣고 넌지시 말했다.

    “카드를 긁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런 거 광고에 집어넣었다가는 신용카드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딱 사라질 거라면서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현규는 재환의 그 지나가는 한 마디에 뭔가를 생각하다가 손을 들었다.

    “아니야. 생각해보니 그런 거 있는 게 나쁘지 않겠다.”

    “엥, 미쳤어? 장사 안하게?”

    그런 경고 문구를 광고에 집어넣으면 누가 카드 신청하겠냐며 말할 때 현규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고객들 막 유치하는데, 매달 100만원씩 쓰면서 언제 갚을지 모르는 사람 10명, 그리고 1000만원씩 꾸준히 쓰면서 갚는 사람. 누구를 더 우대하겠니?”

    “뭐 그건, 당연히 후자지만···.”

    “그러니까 우리 삼신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다르게 좀 더 까다롭게 발급기준을 높이는 거야. 대신 큰 돈 쓰시는 분 유치로.”

    그제야 용진도 뭔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재환은 한마디 운을 띄운 걸로 곧바로 알아차린 친구를 보면서 박수를 쳤다.

    “양반장사, 아주 좋은 경영방침이다.”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경영지론을 말했다.

    “원래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 법이긴 해. 하지만 안전한 장사는 ‘확실히 남는’법이야.”

    재환의 말에 진용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너도 엄청 위험하게 M&A하면서 성장하고 있잖아. 위험한 장사 아니야?”

    “나는 전부 계산하고 움직이는 거야.”

    재환은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2020년대까지 모두 눈으로 보고 왔으니까.’

    ***

    이후 본사에 출근한 재환은 혜성쇼핑 회의를 하면서 물었다.

    “박 전무님. 세 민자 역사 조감도 준비 됐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박 전무는 서울역사, 청량리역사, 창동 역사에 관한 자료들을 재환에게 보여줬다.

    재환은 복합문화쇼핑센터 슬로건으로 컨셉을 잡았고, 거기에 맞춰 각 점포에는 게임센터, 아울렛, 다과점, 복합영화관등이 가득한 조감도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이거 때문에 오늘 점심에 시네박스 회장님이랑 식사 한 번 합니다.”

    “아, 홍 회장님 말씀입니까?”

    “네~”

    재환은 그것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조감도를 챙겼다.

    “입찰은 제가 어떻게든 성공시키겠습니다. 대신 확실히 철도청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박 전무의 자신 있는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따 있을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그 시간동안 재환은 남은 이야기를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카드리더기 시제품을 들어 입을 맞췄다.

    “네가 상반기 효자상품이 될 거다. 트루넷 상장과 네비게이션 시대 올 때까지 매출을 유지해다오.”

    재환은 자사의 특허품에 대해 기대를 많이 걸었다.

    ***

    “아이고, 신 대표!”

    “안녕하세요. 최 사장님.”

    홍석준 회장은 반갑게 재환과 악수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를 위해서 서라벌 호텔은 레스토랑 한 곳을 통째로 대절해 비운 상태였다.

    그렇게 둘이 조용조용한 식사를 하며 칼질을 할 때, 홍석준이 입을 열었다.

    “원래 매형 지론으로 밥먹는 중에 사업 이야기 잘 안하려고 했지만, 해도 되겠어?”

    “네, 마음껏 하세요.”

    재환은 쿨하게 받아들였고, 홍석준은 스테이크를 썰면서 현 상황을 말했다.

    “사실상 민자 역사 입찰사업에 우리 삼우일보그룹은 한 배를 타기로 했는데, 어떻게 잘 될지 모르겠네?”

    시네박스 영화관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시키려고 하는 삼우일보그룹은 샤를로트가 자사 영화관을 확장해 ‘샤를로트 시네마’를 만들고 대화그룹은 충무로의 극장연합인 ‘프라이스’와 손을 잡았으니 이제 혜성을 믿고 같이 진행해야 된다.

    그들의 목표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극장 프랜차이즈 ‘씨네무비’. 즉 제일그룹의 그곳이었다.

    “대화랑 샤를로트 직접 싸우는 건 문제 없어요. 문제는 그 뒷배죠.”

    “도천상 회장이 대화그룹과 손을 잡았다죠?”

    “네~ 샤를로트는 민단하고 손을 잡았고요.”

    둘다 자금력으로는 만만치 않은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려날 수는 없었다.

    매형의 삼신과 신재환의 혜성이 중요하듯이 홍석준 역시도 오너로써 뭐든 해야 됐다.

    그것이 지하경제의 황제라 하더라도, 이쪽은 대한일보와 더불어 언론사의 황제를 노리는 자리다.

    비록 자금의 규모는 몇 십 배가 차이가 날 지는 몰라도 말이다.

    “민단하고, 도천상. 우리가 긁어주면 되는 건가?”

    “예?!”

    “어차피 매형도 그러신 반응이야. 당신의 아들이 금융업을 하는데 거기서 구태의 음지 자본이 아직도 활개 쳐서야 되냐고 말이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재환은 삼우일보라는 언론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도천상은 확실히 날개가 꺾일 것으로 생각했다.

    제 아무리 수천억, 수조 단위의 조만장자라 하더라도 이쪽은 공격할 수가 많지만, 저쪽은 적대적인 주식 사들이기와 정치자금 로비 말고는 나서기가 힘드니 말이다.

    “네, 그렇다면 도천상을 아예 공식적으로 양지로 끌어들일 방법도 있겠군요.”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네.”

    “이왕이면 국정감사 나와서 그 잘나신 용안을 국회의원들 앞에 보일 수 있을 정도로요.”

    음지의 거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말에 재환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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