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73화 (73/244)

73- 야구로 감정 상한 기업 싸움.

재환은 서울 사무실에서 김성환 단장과 이야기를 나눴고, 연봉 상한선에 관해 결정했다.

“음마! 참말로 그만큼이나 올려줘도 됩니까?”

“네~ 그룹이 상당히 호황기여서요. 그리고 그동안 그 말도 안 되는 ‘광주연봉제’라는 딱지 좀 떼려고 합니다.”

‘광주연봉제’는 혜성이 어려웠던 시절에 썼던 연봉책정 방식이었다.

‘서울에서 1억이면, 지방에서는 8천이면 되고, 광주는 더 물가가 싸니 7천만원이면 충분하다.’ 식으로 후려쳐서 계약한 건이 많았고, 이건 야구팀을 넘어 지방 계열사가 거의 다 그랬다.

재환은 하나하나 바꾸기로 했다.

본보기로 야구팀을 소폭 올려 준 다음, 그 뒤로 지방에 계열사들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올려줘서 앞으로 생길 불만을 없앨 셈이었다.

“선수들은 연봉총액 10% 늘리고, 프런트들도 적당히 대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구단주님.”

김성환은 자신이 은퇴하고 나서야 말년에 타이거즈 선수들이 빛을 본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선수단에 그것도 말해주세요. 다음 시즌에 가을야구 못하면 연봉 다시 롤백할 겁니다.”

“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올해는 내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아서 그랬던 거고 돈 잘챙겨주면 다들 남을 겁니다.”

“이번에 타이거즈에서 가장 핵심타자가 그 홍우현이라는 선수죠?”

“예, 구단주님.”

“그친구는 무슨일이 있어도 타이거즈에서 은퇴하게 하세요.”

3할 34홈런 111타점 31도루를 차지했으니 그 친구를 차기 프랜차이즈로 키워 볼 셈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에 혜성패션사업부에서 속옷 광고를 하나 합니다.”

“아, 예.”

“팀 내에서 근육 잘키우고 몸 좋은 선수 몇 명 추슬러서 보내주세요. 남성 광고 모델을 야구선수로 해 보려고 하는데, CF비는 두둑할 겁니다.”

연봉과 보너스 외에 외적으로 광고 모델까지 써 준다니 금상첨화였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FA 선수와 용병 영입 때문에 가 보겠습니다.”

재환은 김성환을 보낸 다음 다른 계열사에 대한 일도 시작했다.

최근 재환이 맡은 혜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사업이라면 혜성쇼핑의 마트 사업이었다.

“이게 진짜 문제란 말이야.”

지방에서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수십 개 지점을 통째로 인수해서 그대로 장사했지만, 서울은 달랐다.

그래도 서울에서 중심인 쇼핑 사업인데, 백화점 하나 빼고는 다른 마트와 슈퍼마켓은 후발주자라서 입지 고르는 게 까다로웠다.

“알짜 상권은 전부 S마트나 샤를로트 마트잖아···.”

일단 대형 마트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겠고, 슈퍼마켓부터 강남의 동네마다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이후 재환은 안산의 혜성트로이카 공장을 방문했다.

트로이카야 컴퓨터로 연이은 호황이라 벌써 주가가 3배 이상 더 올라서 정말 ‘주당 10만원’이 꿈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흐음, 신제품 모델이 이겁니까?”

재환이 명했던 신형 랩탑, 즉 노트북 컴퓨터에 대해서 둘러봤다.

가성비 위주로 스펙을 맞춘 160만원 모델과 최고급 사양으로 올린 210만원 모델이 두 개였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디자인과 사양을 갖췄다.

재환이 테스트를 해보고 한 번 들어 올렸는데, 거의 아령에 가까운 무게가 느껴졌다.

“좀 무겁긴 하군요.”

“죄송합니다. 아직 경량화는···.”

이 당시 기술력의 한계긴 했다.

노트북 자체만 4kg인데, 거기에 보조장비를 갖추고 이거저거 맞춘 다음 크로스백으로 차고 다니면 어깨에 상당히 무리가 갈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나왔다는 게 중요하죠. 경량화는 차차 준비하면서 팔아야겠죠. 강남본점에서 바로 전시 준비할게요.”

“예, 대표님.”

그 뒤로 재환은 트루넷 영업소를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

가입자 10만을 돌파한 뒤로 현재는 20만 정도, 내년까지 상장 이후 100만명 가입자를 노리는 상황이었고, 지금부터 품질과 서비스를 끌어올려야 했다.

***

다음날 재환은 도곡동 KBA 사옥 인근에 있는 대성호텔에 도착했다.

“구단주들 모아서 거창한 걸 한다고.”

협회에서 8개구단 구단주들이 모이는 송년회가 있었고, 재환이 그곳에 참여한 것이었다.

안에는 야구관계자들과 정, 재계의 유명 인사들이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전임 국회의장부터, 장관급의 인사들이 가득했다.

“아이고, 이거 혜성의 신재환 대표 아닙니까?”

재환에게 반갑게 다가오며 인사한 것은 3선 국회의원이자 전 KBA 총재 이재영 의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구단주 축하드려요. 내년에 혜성 타이거즈 성적이 기대되네요. 잘 하실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8개 구단 최연소이자, 신임 구단주인 재환에게 많은 인물이 다가와 먼저 인사를 했다.

삼신 라이온즈, 두성 베어스, 그리고 곧 새 창단을 앞두고 구단주로 도착한 최대명이 있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신 대표님.”

“안녕하세요. 구단주를 최 사장님이 하시게 되었군요.”

최대명은 현재 KS그룹 회장 최대현의 동생이자, 쌍령 야구팀을 인수하고, 인천에 새 야구단 구단주로 올랐다.

“내년에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KS가 농구나 핸드볼 같은 구단은 운영했어도, 야구는 처음이네요.” “잘 하실 겁니다.”

재환은 대명 다음으로 다른 구단주와 인사를 하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나서 멈칫했다.

“아, 신 대표···.”

씁쓸함이 묻어난 표정을 한 이는 아성 유니콘스의 구단주이자, 아성그룹 2대 회장 정목헌이었다.

지난번 ‘왕자의 난’으로 큰형 정목균과 갈라선 뒤로 재환과는 처음 만난 것이었다.

“내년에 좋은 경기 합시다.”

“···그래요.”

아성자동차의 전자부품 납품을 모두 혜성에게 빼앗긴 뒤라 뼈아팠지만, 중립을 지킨 재환에게 뭐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 때가 되면 알아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지금은 어색함 속에서 인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그리고 곧 KBA 총재가 등장하며 모두가 준비된 테이블에 앉았다.

그때 재환의 옆에 앉은 이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인사는 나눴지만, 재환을 힐끗거리면서 노려보는 것이 뭔가 강한 적개심을 가진 것 같았다.

‘저 양반이 왜 저래?’

재환이 의문을 갖는 그 옆의 사람은 바로 ‘대화 이글스’의 구단주 김상열이었다.

대화그룹 회장 김승열의 사촌 동생이자, 소문난 야구광이라고 하는데, 혜성 타이거즈에 뭔가 악감정이라도 있어 보였다.

“신 대표님. 구단주가 되셔서 야구계에 첫발을 들이신 건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단상에 올라온 두성그룹 부회장 겸 KBA 총재를 맡은 박영오가 올해 프로야구에 대해 말할 때, 지방방송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첫 구단주 자리라 의욕은 많으신건 알겠는데, 이번 일은 좀 선을 넘으셨더군요.”

김상열의 말에 재환은 이 인간이 정말 싸우자고 자신의 옆에 앉은 것 같다.

“주어 없이 계속 말 하시는 게, 뭔가 야구팀에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모르는 척하는 건가, 정말 모르시는 것인가.”

“뭔 말인지 들어봐야 알죠?”

계속 뜬구름 잡는다는 말에 슬슬 재환도 짜증이 나려 하자 김상열이 말했다.

“아무리 저희 이글스가 올해 우승했다 하더라도, 선수를 셋이나 빼가려는 행동이 상도덕을 벗어난 게 아니면 뭐요?”

“!”

재환은 그 말을 듣고 뭔 상황인지 알았다.

‘영입은 김성환 단장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대화 이글스 선수들을 노렸나?’

뭐 그런 일이라면 얼마 많은 돈도 아닐 텐데 그것에 대해 정말로 감정 상하는 야구팀 구단주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저희 단장님이 그런 일이 있었나 보군요. 하지만 어차피 자유경쟁 아닙니까?”

“!”

재환은 이런 자리에 초대받아 몇십억 안 될 금액을 가지고 쫑코 받는 것에 대해 슬슬 기분이 나빴다.

“이런 식으로 야구판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설마 제 앞에서 ‘이 바닥 좁으니 조심해라.’ 같은 위협이라도 하시렵니까?”

그 순간 김상열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핏줄이 돋아 있었다.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 놈에게 충고 좀 해주려고 했는데, 건방지게 혜성그룹 따위가 10대기업인 대화를 긁고 있었다.

그리고 재환이 쐐기를 박았다.

“저희가 영입 제안하신 게 불만이 있으시면 웃돈을 더 주셔서 자팀 선수를 지키시죠. 천하의 대화그룹이 그 정도의 돈을 아까워합니까?”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것도 아니고 ‘우리 팀 선수 거액으로 영입하지 마라.’라는 유치한 협박이라니, 재환은 매우 실망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김상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총재의 훈시가 끝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

다른 기업의 사장들 역시 갑작스럽게 올해 우승의 주인공인 대화 이글스 구단주가 왜 떠나나 싶어서 옆에 있던 재환에게 물었다.

“신 대표. 무슨 일 있었어요?”

최대명의 물음에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대화 이글스 사정이 매우 안 좋은가봐요. 내년 FA 생각하고, 돈이 없는지 저희보고 영입 어깃장 놓네요.”

“네?”

재환은 별다를 것 없다는 듯 태연하게 와인 잔을 들고 한 잔 마셨다.

그리고 그날 밤 대화그룹은 재환의 발언에 노발대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

재환은 혜성쇼핑 임원 회의에서 제법 큰 건의 기획서를 보고 큰 관심을 가졌다.

“청량리역이 민자역사화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공개입찰을 받고 있습니다.”

재환은 그 아이디어를 내놓은 박만수 전무에게 물었다.

“이거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지하 4층에 지상 9층이며 연면적이 5만2천200평입니다.”

“어우~ 제법 큰 건이네요.”

재환은 그렇지 않아도 서울권에 강남본점 하나 빼고 쇼핑이 시원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참여합시다. 이 사업에 대해서 박 전무를 ‘민자역사사업 본부장’직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재환은 이런 좋은 건을 내놓은 임원에게 힘을 실어줬고, 박 전무는 그룹 내 큰일을 맡게 되어 가슴이 뛰었다.

그때 재환은 사업계획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이거 공개입찰이라고 했죠? 경쟁사가 어디랍니까?”

“저, 그게··· 두 곳이 있습니다.”

경쟁상대 말해보라는 데 뭘 그렇게 우물쭈물하나 싶어 재환이 재촉했다.

“어디랑 어디인데요?”

“샤를로트 쇼핑과··· 대화그룹입니다.”

“!”

재환은 대화그룹의 유통사업부 ‘갤럭시아 백화점’과 샤를로트그룹의 ‘샤를로트 백화점’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화그룹이라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우리가 뜨려면 그 위에 있는 유통 공룡 둘을 제치려고 했는데, 딱 잘됐군. 이번 민자역사 입찰은 무조건 따야겠어.’

재환은 야구팀 구단주 망년회에서 있었던 일을 두고 자길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각인시켜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야구로 감정이 상한 일이니 야구로도 한 방 제대로 먹일 준비를 했다.

***

“죄송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걸 왜 죄송해합니까? FA 제도는 그러라고 만든 거 아닙니까? 자유경쟁.”

재환은 김성환 단장을 불러서 대화 이글스의 외국인 선수 ‘제리 데이빗’과 통산 110승 투수인 프랜차이즈 ‘송건우’를 영입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환은 그대로 진행 시키라고 오히려 김 단장을 북돋아 줬다.

“제의는 해 보세요. 협회 규정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전력 강화가 필요하면 다 해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구단주님.”

그때 재환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김성환 단장에게 물었다.

“단장님. 일본에 있는 우리 혜성 소속 투수 영입됩니까?”

“네!?”

“이왕 말 나온 김에 그 분도 데려오죠. 마지막은 고향팀에서 한 번 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환은 연봉 생각하지 말고, 거액으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그 선수’까지도 내친김에 사 오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야구계에서 쩔쩔매는 돈은 재환에게 있어서 지갑에서 바로 꺼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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