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72화 (72/244)
  • 72- 직책 하나 더 추가!

    재환은 평택에서 상윤자동차 W쿠페 사업과 연구팀 전체를 인수했다.

    이후 삼신자동차는 상윤자동차의 지분 2.5%를 인수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보도되었으며, 재환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주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 없이 넘어갔다.

    그 계약식으로 인해 평택시와 상윤자동차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성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두 개로 갈라진 상황에서 현재 국내 1위의 그룹은 삼신그룹이었다.

    그런 곳이 침몰 위기의 상윤의 사업권을 인수하고, 주주에까지 올랐으니 그로 인해 당장에 숨통은 트이게 되었고, 몇몇 전문가들은 ‘삼신의 상윤 인수에 대한 포섭’이라고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재환은 그것을 마치고 설계도를 태평로 삼신 본관에 보냈다.

    그리고 이건호 회장이 그것을 검토한 뒤 재환을 승지관으로 초대했다.

    ‘올 게 왔군.’

    이태원동에 있는 승지관에 도착한 재환은 정장을 고쳐 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삼신의 창업주 이인철 회장의 생가이면서, 삼신그룹 내에서 중대사를 결정할 때마다 사장단을 소환해서 회의하는 곳이었다.

    또한, 해외의 정상들과 5대 그룹 총수들도 이곳에 참여해 영빈관의 역할도 했다.

    과거의 삶에서 자신이 이곳에 부름을 받았던 것은 삼신전자 반도체 제3공장 건립과 스마트폰 부품 해외공장 입찰 문제로 들어갔던 일이었다.

    ‘여기서 이 회장님의 OK 사인만 떨어지면 끝이겠군.’

    안에는 이미 이 회장의 측근인 미전실 간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미전실의 간부들이 안내했을 때, 재환은 위화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지?’

    보통 승지관 회의라면 적어도 5-6개 계열사가 모여서 서로 의논을 하게 되는데, 그 정도의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을 때, 그곳에는 이건호 회장, 단 한 명만 있었다.

    “회장님. 모셔왔습니다.”

    삼신 간부들이 90도로 인사하고 재환을 데려오자 이건호 회장은 돋보기로 서류를 둘러보면서 미전실 간부들에게 나가 보라고 손짓했다.

    ‘삼신자동차 대표이사도 안 부르고, 나를 다이렉트로 불렀어? 사장 대우해준다는 건가?’

    사실 지금도 다른 바 없는 권한이긴 했지만, 승지관 단독 호출이라는 것은 계열사 사장과 부회장급 인사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호는 서류를 쭉 본 다음 재환에게 물었다.

    “신 이사. 내가 설계도를 쭉 봤는데 말이오.”

    “예, 회장님.”

    “제법··· 그럴듯하게 설계된 제품이군. 전방 램프 디자인만 조금 수정하면 될 것 같소.”

    “네, 그것에 대해서는 회장님이 말하신 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이건호가 W쿠페에 대해 인정했다.

    처음에는 망한 회사 파기된 프로젝트를 사 온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했으나, 그래도 자동차 사랑은 어쩔 수가 없는지 W쿠페의 스펙을 보고서 ‘이건 진행해야겠다!’라고 결심한 것이었다.

    “엔진은 니혼자동차에 2.0모델과 2.7모델로 의뢰를 했습니다. 원래는 독일 벤스사의 엔진을 쓰기로 했으나 이제는 상윤 제품이 아니니 협력사를 통하려고 합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엔진을 바꿔 조립하고, 디자인 변경을 한 다음 테스트 마치고 시제품을 완성하는데, 18개월이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30개월은 넘게 걸릴 것 같다는 프로젝트에서 1년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건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환을 향해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대의 이름으로 국산 엔진 기술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시오.”

    “···네?”

    “하시오.”

    졸지에 자동차의 핵심인 삼신제 엔진 개발 프로젝트까지 맡게 된 재환이었다.

    ‘네 해보지요. 단 픽업트럭 개발이 다음이니 이왕이면 디젤 엔진을 먼저 할 겁니다.’

    ***

    삼신 일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온 재환은 아버지에게 평택에서 구매한 10만평 규모의 농지 등기부 등본을 건넸다.

    “그래서, 여기가 차기 혜성의 공장이 될 거라고?”

    희경은 그 지역을 찬찬히 조사해보고 위치는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그 일대에 삼신 계열사들이 1500세대 정도 아파트 단지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1호선 전철까지 연장되면 거리도 좋아요.”

    “그래, 여러모로 나쁘지 않아. 규제만 풀린다면 말이야.”

    조금 세게 지르기는 했지만, 10만평 단위라면 훗날 어느 방향으로 써도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번 혜성건설 팔면서 대규모로 토지 남겨놓은 게 있었지?”

    “네, 제가 직접 고른 곳들이었죠.”

    부천, 은평, 판교, 함평, 장유 등의 토지들은 재환이 직접 남기자고 한 혜성그룹 소유의 토지였다.

    언젠가 그린벨트 해제가 되는 순간 연쇄적으로 터트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들이었다.

    정작 희경은 ‘어느 세월에 그 땅들이 다 규제 풀리겠냐.’라면서 쓸데없이 세금만 나간다고 투덜거렸지만 말이다.

    “새천년이 되면 연쇄적으로 터트릴 거예요. 이제 올해도 한달 반 밖에 안 남았죠?”

    ‘트루넷 나스닥 상장’, ‘트로이카 신형 컴퓨터 개발’, ‘인터넷 쇼핑몰 오픈’등 진짜 반전을 일으킬 사업을 터트릴 2000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었다.

    희경은 혜성그룹 내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삼신그룹 내에서도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재환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일 하나 더 할 수 있냐?”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하지요. 제가 뭘 맡으면 됩니까?”

    “야구팀 구단주 앞으로 네가 맡아라.”

    “···네?”

    “왜? 그건 네가 생각하는 회사의 미래가 아니야?”

    희경이 혜성 타이거즈 구단주 제안을 하자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겠습니다. 단 구단주 사무실은 서울에 둘 겁니다.”

    “그건 알아서 해. 지금부터 구단주는 너니까.”

    재환은 수많은 계열사를 맡으면서 이제 야구팀까지도 자신이 정식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서 재환은 먼저 광주로 3일 출장계를 냈다.

    ***

    김영룡 감독이 그만둔 이후로 단장도 KBA의 사무총장에 임명되어 떠났다.

    거기에 사장도 정년이 되어 끝나자 재환은 사장-단장-감독이 없는 자리에서 구단주만 달랑 와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올해 성적은 8개 구단중 7위이고 외국인 선수 둘도 이탈했다.

    “어이구야. 이게 재창단이지 리빌딩이냐?”

    재환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단 광주에서 남은 프런트들을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운영팀장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현재 단장 대리까지 맡은 이준혁을 보면서 재환은 그에게 슬쩍 물었다.

    “이 팀장님은 야구계 얼마나 계셨나요?”

    “제가 전력분석원까지 해서 올해로 10년차이군요. 허허허.”

    “타이거즈 한 팀에서요?”

    “네, 그렇습니다.”

    혜성 타이거즈가 82년 원년 창단구단이고, 프로야구가 17년차이니 그 정도면 베테랑이라 불릴 만했다.

    “그럼 야구부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군산상고 출신이고, 김성완 수석코치 2년 후배죠.”

    재환은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뒀다.

    그리고 무등야구장 1,2군이 모인 자리에서 취임식을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혜성 타이거즈의 2대 구단주가 된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이미 한 번 방문해서 홈구장 보수공사와, 훈련시설 증축 등으로 상당한 호감을 얻은지라 선수단은 존경의 눈으로 재환을 바라봤다.

    [네, 먼저 다가오는 21세기를 위해 혜성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내년의 슬로건을 다 같이 따라 해 주십시오.]

    재환은 단상에서 나와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타이거즈를 다시 위대하게!]

    그 순간 선수도 스태프들도 모두 흠칫하다가 그 뜻을 알고 곧바로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타이거즈를! 다시 위대하게!!!””

    선수단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고, 재환은 금일봉을 꺼내서 현 주장인 이강석에게 금일봉을 건네줬다.

    “이 선수. 오늘은 주장으로써 1군 2군 상관하지 말고 이걸로 배터지게 회식하세요.”

    넉넉히 담은 재환의 봉투에 혜성의 레전드 언더핸드 투수 이강석은 황송하게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구단주님.”

    선수 회식은 매니저들을 동원해서 보냈고, 재환은 이 자리에서 딱 셋만 남겼다.

    “운영팀장님, 수석코치님, 2군감독님만 딱 남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

    수뇌부가 빠진 혜성의 사무실에서 재환은 세 명을 바라봤다.

    수석코치 김성환.

    데뷔시즌 투수 10승, 타자 3할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이후 통산 200홈런이 넘은 강타자로 왕조의 선봉장이었던 타이거즈의 레전드였다.

    “김영룡 감독이 떠나셔서 서운하시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뭐 가슴 아픈 일이긴 해도 남은 저희가 잘해야죠.”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2군감독 김봉현의 의사도 물었다.

    “2군 감독님.”

    “예, 구단주님.”

    한국 프로야구리그 원년 홈런왕이자 실업야구 시절부터 대스타여서, 프로야구 출범 당시 연봉 1위의 기록을 갖춘 레전드였다.

    특유의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로 재환이 어린 시절 가장 멋지게 봤던 선수이기도 했다.

    “제가 중학생 때 감독님 싸인만 열 장 있었어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게 벌써 15년 전이군요.”

    재환은 수석코치 김성환과 2군감독 김봉현을 모두 중히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인물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정중하게 인사한 그는 혜성백화점 광주점의 점장 양민국이었다.

    재환의 오더로 혜성백화점 광주점 증축을 지휘해왔던 그였다.

    “인사는 빠르게 처리해야겠죠. 차기 혜성타이거즈의 사장은 양민국 이사가 해주실 겁니다.”

    “네?!”

    재환이 양 이사에게 미리 언질을 주긴 했지만, 야구단의 세 명은 뜻밖의 인사에 눈을 크게 뜨면서도 한편으로는 수긍했다.

    “양 이사님이 이곳 토박이로 광주일고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거기가 야구로 아주 유명하잖아요?”

    “아, 그렇습니다. 저 때는 한일은행이나 크라운맥주등의 실업야구 출신들이었지만요. 하하하.”

    그렇게 일단 구단 실무를 운용할 사장은 양민국으로 결정했다.

    그다음으로 김성환을 보며 말했다.

    “단장 자리는 앞으로 김성환 수석코치가 해주세요.”

    “음마, 저요?”

    순간 사투리가 나온 김성환은 아까보다 더 놀라면서 물었다.

    “시방 제가 단장이다. 이 말씀이십니까?”

    “네~ 앞으로는 선수 출신 단장의 시대가 올 겁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서 계셨던 분이 중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결정한겁니다. 앞으로 전지훈련, 선수영입,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새 감독님과 논의해서 구단을 발전시켜 주세요.”

    졸지에 단장의 자리를 맡게 된 김성환은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 염려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재환은 김성환을 유심히 바라봤다.

    ‘능력도 좋고, 인망도 있지만, 현장에서 그놈의 손버릇 때문에 커리어 날아가신 양반이잖아. 그러니 앞으로 현장은 안 맡길거야. 이 역사에서는 말이지.’

    김영룡 이후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3대 감독이었지만, 이후 구타 사건으로 불미스럽게 사임하는 역사는 없을거라 다짐했다.

    “단장 보좌는 이준혁 팀장님이 맡아주세요. 두 분이 군산상고 선후배라 하셨죠?”

    “아, 네. 그럼 제가 신임 단장님을 잘 보필하겠습니다.”

    자신이 안 섰던 김성환은 단장 보좌로 프런트에 오래 있었던 후배 이준혁이 돕는다는 말에 그럭저럭 납득했다.

    “그리고 김영룡 감독의 후임인 차기 감독은 김봉현 2군 감독님을 승격시키겠습니다.”

    “!”

    김봉현은 올 게 왔다는 얼굴로 그 자리를 수락했다.

    “···타이거즈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단주님.”

    “감독 되셨으니 다시 콧수염 기르셔도 됩니다. 트레이드마크 하나쯤은 있어야죠.”

    “하하하, 원하신다면 다시 한번 길러보겠습니다.”

    그렇게 스태프를 정하고, 이 소식은 지역지를 통해 빠르게 전해진 다음 메이저 신문사에도 소식이 들렸다.

    대체로 김성환이 단장이 됐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동안 구단 단장 자리는 그룹 내 임원들이 차지하는 자리라고 했는데 선수 출신, 그것도 감독보다 후배인 사람을 앉혔으니 운영이 잘 되겠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을 잘 아는 김성환은 뭐가 문제인지 아주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다.

    “저, 구단주님. 내년 전지훈련지 말입니다.”

    “네, 감독님하고 이야기 잘 됐나요?”

    “하와이 아니면 일본을 생각했는데, 김 선배가 일본의 미야자키를 강력추천했습니다, 시차가 같고 날씨가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거기로 하세요. 경비는 제가 다 결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2군구장 짓고 있는거 말입니다.”

    “네, 삼신그룹이 잘 만들어줄겁니다.”

    “그동안 2군 구장이 새로 필요한데, 군산의 월명야구장을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쌍령 레인저스가 전북에서 물러난 뒤로 비어버린 전주와 군산을 혜성이 쓰자는 말에 재환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하세요.”

    “아, 그리고 새 용병을 데려와야 하는데···”

    “40홈런을 친 샌즈같은 타자 찾기 힘들겠죠?”

    “그래서 국내에 있는 외국인 선수중에 실한 놈으로 데려오려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확정되면 결제할테니 마음껏 움직여 주세요.”

    김성환은 뭐든지 OK를 해주는 재환의 반응에 얼굴이 활짝 폈다.

    재환이 양민국 사장에게 맡긴 것은 광주시장과 논의해서 ‘새 구장 부지를 알아보라.’ 였고, 구단 내에 상황은 단장 김성환에게 맡긴 것이었다.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데 야구팀 운영은 그에 비해서는 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재환이었다.

    그리고 내년시즌을 위한 스토브리그는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엄청나게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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