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68화 (68/244)
  • 68- 할 일이 여러 개가 됐네요.

    “제가 삼신그룹의 임원이 되는 겁니까?”

    “등기임원의 자리 하나 마련해주겠소.”

    “하지만, 제가 부산이나 대구를 매일 출근하기엔···.”

    삼신자동차의 경우 본사가 부산에 있는지라 직책이 있어도 거길 다녀오기엔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호는 그게 뭔 문제냐는 식으로 말했다.

    “태평로에 지부 하나 만들고, 거기에서 출퇴근하면 되겠지, 출근은 1주일에 두 번 정도로 충분하오.”

    그 정도면 정말 꿀보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집에 이야기해 보고 아버지가 허락해 주시면, 승낙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신 회장에게 연락해도 되겠소?”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해보겠습니다.”

    “알겠소. 반쯤 승낙이라 생각하지.”

    이건호 회장의 밀어붙이는 방식의 일 처리에 재환은 아무래도 월급 통장 하나를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할 일이 좀 많을 거요. 뭐,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욕심인데 말이지.”

    “네?”

    “이제 막 승용차 세단을 만들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류는 역시 슈퍼카거든.”

    “회장님이 포르쉐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재계에서 이름난 슈퍼카 애호가라는 이건호 회장은 매년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신제품 슈퍼카를 구매해서 개인 레이싱트랙에서 운전해보고는 했다.

    사실 삼신자동차 설립도 궁극적으로는 이건호 개인의 슈퍼카를 만들고 싶은 욕망도 상당할 것이다.

    재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알겠소. 신 대표는 나중에 태평로에서 봅시다.”

    대화는 끝났고, 재환은 서울로 떠나는 이건호 회장을 배웅한 다음 자신도 움직일 준비를 했다.

    “신 대표님, 서울까지 모시겠습니다.”

    “아니요. 여기서 우리 회사 몇 곳 돌아보려고 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서면까지만 태워주실 수 있나요?”

    “네, 바로 모시겠습니다.”

    재환은 그 대화를 맞추고 여기까지 온 김에 부산 내에서 지점을 한번 돌아보려고 했다.

    재환이 인수한 혜성백화점 태백점은 재개장 이후로 수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해운대건, 센텀시티건 훗날 많은 백화점이 부산에 들어오겠지만, 중심 번화가인 서면에 있는 태백점은 후발주자 쇼핑몰들과도 좋은 경쟁이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점장에게 주변 일대 상가들을 사들여서 증축공사에 대한 것도 준비했다.

    재환은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쇼핑한 다음에 나왔고, 이후 혜성마트와 혜성 슈퍼마켓 등을 다니면서 물건을 체크 했다.

    하루 동안 부산을 돌아본 재환은 다음날 기차를 예약해서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새마을호 특실로 준비했지만, 기어이 4시간을 넘겼던 기차였고, 서울역에서 내리자 곧바로 준비하고 있던 혜성그룹 기전실의 차량이 있었다.

    남영동 사옥에 도착한 재환은 곧바로 회장실로 향해 희경에게 부산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희경은 자기 아들이 삼신그룹의 등기임원 자리 제안을 받았다는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아버지가 허락하면 하겠다고 했어요.”

    재환이 결정을 토스하자 희경은 쿨하게 승낙했다.

    “그럼 해. 부산도 아니고 태평로에 사무실을 마련해준다고 하는데 못 할 게 뭐가 있어?”

    희경이 OK 사인을 해주자 재환은 저녁에 삼신그룹에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그럼 제가 없는 일주일의 이틀은 누가 맡아야 할까요?”

    “임창훈이에게 맡기마. 안 그래도 남영동의 남은 계열사들 계속 이전시키면서, 기전실도 강남으로 갈 테니 말이야.”

    기전실이 강남 사옥으로 온다는 말에 재환은 묵혀뒀던 깊은숨이 이제 쉬어지는 것 같았다.

    “이제야 하나하나 진행되는군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 올해 안으로 남영동 사옥이 매각되고, 강남으로 혜성그룹 본사가 옮겨진다.

    새천년부터는 혜성그룹의 강남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고, 기존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고성장을 할 것이다.

    재환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희경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참, 재환이 너 일 하나 해야겠다.”

    “네, 무슨 일을 해야될가요?”

    삼신자동차 일을 허락해주셨으니, 역으로 희경이 제안하는 것도 뭐든 받아들이기로 한 재환이었다.

    희경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면서 이야기했다.

    “기환이가 계속 놀고 있다는데 네가 좀 데려다가 일 시킬 수 있겠냐?”

    “네? 작년에 유학 갔다면서요?”

    “그게 진짜 유학이겠냐, 사고 치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해외로 잠깐 보낸 거지.”

    희경의 말에 재환은 사촌동생 기환을 떠올렸다.

    숙부인 신희수 혜성문화재단의 아들, 그리고 혜성가의 아픈 손가락.

    ‘그냥 놔둘 수 없는 녀석이지.’

    재환의 과거의 삶에 신기환은 이미 예전에 사라진 존재였다.

    부모님과의 압박에 신변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데려오라 하세요. 뭐라도 재능이 있으면 일 시켜보죠.”

    없으면 자신이 찾아주면 되고, 정 할 게 없다면 유학 다녀온 것을 장점으로 서류 번역이라도 시켜볼 셈이었다.

    “좋아! 그럼 다음 주부터 그 녀석 네 앞으로 출근시키마.”

    재환은 그동안 아버지가 믿고 맡겨준 만큼, 자신도 주변 사람들 좀 키워보기로 했다.

    ***

    얼마 후 재환은 태평로 사옥에 도착해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사회의 만장일치 승낙을 받아 삼신자동차 등기이사 신재환이란 이름으로 정식으로 오르게 됐다.

    “삼신의 일도 잘 부탁하오. 신 이사.”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건호는 기존 재환이 혜성그룹 내에서 쇼핑, 트루넷, 전자, 기전실, 컴퓨터등의 여러 직책을 합친 연봉 총액의 두 배를 기본급으로 책정했다.

    다른 그룹 집안의 오너 일가를 불러왔는데 이 정도 금액은 당연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추후 상여금 등에 대해서는 따로 준비를 해주겠다는 계약서를 써서 준다고 하니 당장 연봉으로 강남 아파트 몇 채는 살 수 있을 금액을 받았다.

    혜성과 삼신의 두 직책을 가지게 된 재환은 이건호 회장과 악수한 다음, 현규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야~ 이제는 같은 식구라고 해도 되겠네?”

    “당분간 전자 업무는 내가 없을 때, 우리 쪽 임원분이 오실 거야.”

    “알았어.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될까?”

    “어떤 거는 하던 대로 하지만, 또 어떤 거는 협상이 길어질 수도 있을 거다.”

    임창훈 실장은 일 처리 하나는 철두철미한 사람이고, 아마도 삼신에서 가장 부딪칠 사람은 삼신전자의 최성진 본부장일거다.

    “여기는 몰라도 수원은 진짜 많이 부딪칠 거 같으니까 미리 이야기는 해 둘게.”

    “알았어. 나도 임원분들에게 말해야겠네.”

    인사를 마친 뒤로 재환은 삼신자동차 태평로 지부에서 자기소개를 마치고 첫 사업 계획을 준비했다.

    재환이 맡게 된 업무는 부산에 있는 삼신자동차 공장에서 차기 스포츠 쿠페 차량에 대한 개발이었다.

    ‘처음부터 큰 건인데?’

    준중형차와 중형차는 직접 이건호 회장이 했는데, 스포츠카 부문을 재환이 맡게 됐다.

    거기에 맨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서 얼마가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장기 프로젝트를 하나 맡겨서 몇 년간 삼신의 자리에 자신을 앉혀놓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재환이었다.

    ‘뭐, 중요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성공하면 이후는 내가 원하는 대로 차량을 만들 수 있겠지.’

    재환은 그것을 알고서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부터 들어갔다.

    “자, 일단 스포츠 쿠페 사업에 대해 논해보려고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그 업무로 모이게 되었는데요.”

    재환은 먼저 국내의 스포츠 쿠페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에 나온 ‘아성 스쿱’이 최초의 스포츠카라고 했죠. 그 뒤로 ‘아성 TBR’이 96년에 출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TBR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성자동차의 스포츠카 역사는 그렇게 살펴봤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쿠페 연구에 대해 말했다.

    “기어 모터스는 영국의 로투스 모터스와 제휴해서 ‘엘랑스’라는 로드스터 스포츠카를 만들었고, 대윤 역시도 프로젝트 ‘라이노 쿠페’를 준비했었습니다.”

    재환의 말에 임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지금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본다면, 오래전부터 준비한 아성자동차가 야심찬 도전으로 스쿱을 만들고 계속해서 스포츠 쿠페 차량을 연구했고, 나머지는 해외 제작사의 라이센스를 따오거나 자체 개발을 하다가 천문학적인 연구비에 좌초되어 있었다.

    “현재 삼신자동차의 쿠페 디자인팀은 있습니까?”

    그러자 삼신의 장경국 이사가 재환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제 막 준비된 팀이라 저희가 디자인팀부터 모두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그것도 준비 안 된 거군요.”

    “예산은 배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저희가 운용해서 사업 계획을 짠 채로 움직여야 합니다.”

    ‘와···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재환은 혀를 찼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삼신자동차에서 초기 예산을 배정받아서 적어도 돈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

    “일단 제가 다음 출근 때까지 자료를 모아서 디자인 팀에 대해 준비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엔진에 대해서는 기존의 세단 엔진을 쓸 수 없으니 현재 제휴하고 있는 니혼 모터스와 연계를 해서 마련해봅시다. 배기량은···.”

    재환은 기존의 시장에서 스포츠카를 운용하는 엔진은 1800cc와 2000cc의 모델을 쓴다는 것을 두고 결심했다.

    “기본 엔진을 2000cc하고 2700cc 모델로 합시다.”

    “네?”

    “이사님! 2700cc면 아성의 신형 스포츠카도 2400cc가 한계인데, 저희가 처음부터 그렇게 고배기량 차량을요?”

    “네, 그래서 준비해 보자는 겁니다. 두 가지 엔진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사업계획서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기획해서 이건호 회장에게 올리는 건 자신이니 그것만 알아달라고 오더를 내린 재환이었다.

    “그리고 연구팀과 논의를 해서 자세한 스펙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재환은 하나하나 주문을 하고 얼마나 걸릴지 모를 장기 프로젝트를 착실히 준비해 보기로 했다.

    그 외에 삼신자동차에 대한 서류까지도 결재하고 올리는 것으로 삼신의 첫 업무는 끝이 났다.

    “후우-”

    재환이 이사실에 앉아 길게 한숨을 쉴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여~ 신 이사. 잘 하고 있어?”

    현규가 들어오자 재환은 슬슬 퇴근할 준비가 되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하 회식 없어?”

    “팀 내에서는 점심 자리 때 끝냈다. 돌아가서 우리 회사 일도 해야지.”

    “아~ 아쉽네. 오늘 맥주나 한잔 사려고 하려 했는데.”

    현규의 말에 재환은 재킷을 입으면서 말했다.

    “그건 참가해야지.”

    ***

    웨스턴 호텔의 흑맥주 펍에 도착한 재환과 현규는 잔을 부딪치고 한잔 쭉 들이켰다.

    “우리 회사 어땠어?”

    싱글거리는 미소로 삼신에 대해 묻는 현규를 보고 재환은 느껴본 바를 말했다.

    “철저하더라. 내가 뭐에 대해 명령을 내리면 딱딱 준비해서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더라고.”

    “자동차사업부 내에서도 에이스들만 모인 팀이야. 아버지가 스포츠카를 좋아하셔서 특별히 맡긴 거라고.”

    “휴우~ 내 사업 진행하기도 바쁜데···.”

    재환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현규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조립하면서 혜성 부품 많이 쓸거야. 특히 카 오디오하고 네비게이션은 혜성제 쓸 거다.”

    “아, 그래. 그거는 우리가 맡은 사업이 아니니까 혜성 제품을 쓰는게 나을거야.”

    재환은 맥주를 쭉 들이키고 현규에게 말했다.

    “암튼 스포츠카 사업은 빨리 OK싸인을 받을 거야. 그래야 나도 원하는 자동차 만들지.”

    “원하는 자동차가 있어? 트럭하고 버스 중에서?”

    “있지.”

    재환은 맥주 한 잔을 더 시킨 다음, 핫윙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현규는 재환의 자동차 개발을 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내가 알 수 있을까?”

    친구의 부탁에 재환은 새 맥주를 받으면서 대답했다.

    “트럭 사업이 잘나가고 있으니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호오, 그래?”

    “SUV스타일로 레저, 캠핑용으로 쓰면서 트럭 본연의 임무도 잘 할 수 있는 모델이 있지. 거기에 수출용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거.”

    “그런 트럭이 있어? 무슨 모델이야?”

    재환은 향후 준비할 신모델에 대해 말해줬다.

    “픽업트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