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65화 (65/244)
  • 65- 경쟁이 많아도 승자는 저희일 겁니다.

    재환은 안내를 받고서 상층에 있는 스위트룸에 들렸다.

    안에 있던 현규와 용진은 재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 미국에서 활약 잘 들었어!”

    “사업을 위해서 한 거니까.”

    재환은 두 삼신가 친구들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스위트룸 한곳에 웨스턴 호텔 셰프들의 요리가 거나하게 차려진 술상이었다.

    “자, 지난번 부산에서 대접받은 답례로 한 병 준비했습니다.”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가져온 진용은 그 자리에서 뚜껑을 따 재환과 현규에게 따라줬다.

    재환은 한잔 쭉 들이킨 다음 입맛을 다셨다.

    “끝 맛이 세긴 한데, 좋은 위스키군요. 저도 나중에 바에 가면 한 잔 마셔야 겠습니다.”

    재환은 다음 잔은 언더락으로 만들어본다음 말했다.

    “공교롭게도 대표님도 그렇고, 여기 현규도 그렇고 저도 68년생이네요.”

    “그렇군요.”

    “저도 현규처럼 말 편하게 되셔도 된단 말입니다.”

    “아, 그럴까요? 그럼 편하게 친구하자고.”

    “바로 그 말을 기다렸지!”

    정진용은 시원시원하게 나가면서 쭉 들이켰다.

    축하주는 이 정도로 받고 재환은 왜 자신을 불렀는지 슬쩍 물었다.

    “쇼핑몰 사업 잘 하고 있던데 왜 갑자기 나를 부른거야?”

    “그 쇼핑몰 사업 논의지. 저번에 마산 진출하겠다고 했잖아?”

    진용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우린 정해졌어. 대윤백화점 마산점 인수 준비할 거야.”

    “아하!”

    이미 신누리백화점 마산점은 오픈 준비였고, 후발주자로 재환이 들어가는 형세가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가 봤을 때, 마산 하나로 끝나는 시장이 아니야. 얼마 안 있어서 그 일대에 진해랑 창원이랑 통합할걸?”

    “그런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돈 다고는 하던데···.”

    “성사 될거야. 촉이 그래.”

    재환은 그 이야기를 마친 다음 현규에게 물었다.

    “그쪽 컴퓨터 사업은 어때?”

    재환의 물음에 현규는 쓴웃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좋지 않아. 대기업 시장에서는 순위가 낮은 편이지.”

    GH, 혜성, 삼신, 대윤 중에서 독립한 대윤전자에 비해서도 시원찮은 것이 삼신전자의 제품이었다.

    그 와중에 재환의 혜성 트로이카는 정말 날개를 달고 수직상승해서 제과업 혜성의 주력은 이제 과자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참, 의욕있게 밀어붙였는데 말이야.”

    현규가 한숨을 내쉬자 재환은 그 이유에 대해 딱 한 마디로 일축했다.

    “너무 비싸서 그래.”

    “!”

    사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이유는 하나였다.

    삼신의 완제품 컴퓨터는 비싸다.

    반도체에 대해서 자사 제품으로 조립을 하고, 모든 것을 내놓아도 삼신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몇십만 원 정도 차이가 나니 자연스럽게 고객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린 사후서비스가 철저하다고, 그걸 다 감안한거야.”

    현규의 말에 재환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컴퓨터 고장나면 바로 AS를 해주지?”

    “그거야 당연하지! 우린 사후 서비스가 2년 동안이고.”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삼신제는 제품이 좋아도 비싸다.’라는 이미지가 문제일 거야.”

    “으음···.”

    2010년대까지도 발목을 잡았던 삼성 컴퓨터 데스크탑의 멍에, 가성비가 안 좋다는 말을 이 자리에서 한 재환이었다.

    “차라리 가격감안하고 마케팅에 더 신경을 써봐. 우리나 GH처럼 게임을 노리거나, 아니면 톱스타의 광고 등으로 말이야.”

    현재 GH는 자사의 게임유통사로 인해 ‘스타크래프트’를 준비했고, 혜성은 ‘푸키먼’으로 마케팅을 했다.

    하지만 삼신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도 고려 좀 해봐야겠네.”

    현규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다음 다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진용이었다.

    “그렇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재환이 너와 현규를 불렀어.”

    “뭔데?”

    “우리 윌마트처럼 창고형 마트 사업 하는데 거기에 전자제품 판매장을 키워서 삼신하고 혜성의 컴퓨터들을 좀 쓰고 싶어.”

    진용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제조사가 물건을 만들면 어떻게 판매하는지에 대해 핵심을 잡은 것 같았다.

    “지금 아성백화점이 국민PC에 나온 아성 멀티캡에 제품들을 전시해서 팔고 있어. 아성그룹 유통업이 총동원됐다고 보면 된다.”

    진용의 말에 재환은 그럴 것 같앗다며 손사래를 쳤다.

    “가장 성가신 적이 나타났군.”

    물론 삼신은 동맹이니 지금 말에 대해서는 논외였다.

    재환은 그 상황을 두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성전자와 삼신전자··· 우리나라에서 자체 반도체로 완제품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는 시장이야. 그러니 가장 큰 난적이지.”

    “그래서 말인데···.”

    현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도 떠올린 아이디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재환과 용진은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손뼉을 쳤다.

    ***

    얼마 뒤 재환은 자신의 혜성백화점이 아닌 아성 백화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재환은 쇼핑하면서 명품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성이 우위라고 생각했다.

    아성백화점의 여러 지점을 돌아본 다음 압구정 본점에 온 재환은 그곳의 전자제품관을 살펴봤을 때, 재미난 걸 발견했다.

    [국민 모두 힘냅시다. 국민PC 아성 멀티캡]

    그 광고 현수막을 본 재환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봐도 노골적이다.”

    독립한 회사에 아성의 이름만 가지고 있다면서, 그 이름으로 계속 홍보를 해주며 잘 팔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컴퓨터 제품에 대해 보고 있을 때 스펙은 혜성 것보다 약간 밀려도 우수한 가성비로 판매하고 있었다.

    “흐으음.”

    “어서오세요. 제품 한 번 보시겠습니까?”

    정장 차림의 백화점 직원이 공손히 인사하면서 컴퓨터 제품들을 안내했을 때, 갑자기 달려오는 아성백화점의 임원들이 있었다.

    “저, 신재환 대표님 되십니까?”

    “음?”

    재환이 돌아보자 그중 한 명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본점을 맡은 지점장 유명우 전무라고 합니다.”

    “아, 그래요?”

    혜성그룹 사람이 아성백화점을 다닌다는 소문이 퍼진 것인지, 지점장이 직접 와서 인사를 하고 조용히 물었다.

    “지금 저희 회장님이 오시고 계십니다.”

    “잘 됐군요. 경쟁자지만, 오랜만에 뵈려고 했어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재환은 유 전무의 안내를 받으면서 아성백화점의 VVIP 라운지인 ‘자스민 블랙’으로 향했다.

    그곳은 연 1억원 이상 쓴 백화점의 우수 고객 중에서도 직접 선별된 특급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장소였다.

    회장님이 오신다는 말에 자스민 블랙의 라운지 한 곳을 통째로 비워 놓은 아성백화점이었고, 철문을 통해 두 차례 카드키로 들어간 곳에서 재환은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라운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는 좋단 말이야.’

    재환이 자리에 앉아서 다즐링 홍차를 주문했고, 얼마 안 있어 찾아온 것은 정목헌 회장이었다.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허허허, 신 대표가 우리 지점에 방문했군요.”

    정 회장은 반갑게 인사하며 재환과 악수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 경제련 회장 문제로 집에 왔을 때보다 인상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에 재환의 눈이 가늘어졌다.

    ‘고생이 많으신가보네.’

    불과 1년 사이에 흰머리가 부쩍 늘고, 얼굴도 볼살이 확 빠져서 깡마른 광대를 보였다.

    “최근에 혜성 트로이카 컴퓨터가 아주 잘 팔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번 분기 판매량 1위라죠?”

    “하하하, 제품이 좋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수십 년간 반도체에 투자하면서 완제품 컴퓨터 사업에 대해 후발주자한테 빼앗긴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그것도 영원한 라이벌 삼신이나, 몰락한 대윤 말고도 신생주자인 헤성에게 밀린 것은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얼굴은 웃어도 속은 타겠지. 뭐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자사 제품이 경쟁에서 밀린거니···.’

    재환이 그 생각을 할 때 정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나섰다면 더 재미난 경쟁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그 말에 재환은 직구를 던졌다.

    “이미 참여하신 거 아닙니까?”

    “!”

    정목헌 회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역시 오해가 있군요. 아성 멀티캡은 이미 직원들이 독립해서 만든 신생 회사입니다.”

    “아성전자의 지분이 상당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그것 역시 정리를 해야죠. 아마 국민 PC사업이 끝나는 대로 지분을 완전히 청산할 겁니다.”

    이미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상당수 올라가 있는 수익을 올린 다음에 합법적으로 사업을 철수해도 탈이 안날 것이다.

    재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오리발을 내미는 것인지, 정말로 타이밍이 저리된 것인지 생각했다.

    그룹의 유통망을 모조리 동원해서 독립했다는 회사 아성 멀티캡의 제품을 계속 밀어주고 있으면서, 이 사업 끝나면 지분 모두 털어버리겠다고 하니 거짓말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의 노트북이나 LCD모니터를 쓰는 완제품 PC 사업을 반도체 부품 만드는 곳이 손 떼겠다고 하면 그것도 애매했다.

    결국, 재환은 이 자리에서 얼굴 안 붉히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번 분기뿐만 아니라 국민PC사업 이후로도 완제품 컴퓨터 시장은 혜성이 압도적으로 1등 자리를 가져 후발주자들이 뭐라 하든 간에 정상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저는 그저 경쟁사의 제품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하, 저희도 장점이 많긴 하죠?”

    “아성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큰 장점이죠.”

    재환은 그 뒤로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환은 자리에서 나오면서 차에 탔다.

    “후우, 준비했던 거 바로 실행해야겠다.”

    “대표님.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서초동으로 갑시다. 거기에 갈 사무실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김 기사에게 명한 뒤로 휴대폰과 명함 하나를 꺼내 바라봤다.

    서초동에 있는 한미빌딩에 도착한 재환은 곧바로 건물 안에서 11층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재환이 향한 곳은 국내 보안 소프트 기업 ‘닥터안 소프트웨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접수대의 직원을 본 재환은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을 꺼내고 물었다.

    “실례합니다. 대표님을 좀 뵙고 싶은데요?”

    “아, 네. 예약하셨습니까?”

    “아니요. 대신에 이걸 보여드리고 이야기하시면 될 겁니다.”

    재환은 혜성트로이카와 혜성쇼핑의 명함 두 개를 건네줬고, 안내직원이 그것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간 동안 재환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사무실의 임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시, 실례합니다. 혜성쇼핑 대표님이십니까?”

    “혜성에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재환이 먼저 손을 내밀자 그는 다급히 손을 잡고 악수하면서 안으로 안내했다.

    내부 사무실에는 각종 컴퓨터로 소프트웨어 연구를 하는 직원들이 가득했고, 사무실 안에는 [컴퓨터 바이러스! 우리가 잡는다!] 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로 안내한 임원은 먼저 명함을 꺼내고 소개부터 했다.

    “닥터안 소프트웨어의 고민규라고 합니다. 지금 대표의 출장으로 제가 대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재환은 부사장 직함을 가진 고민규를 향해 말했다.

    “아, 그렇군요. 뭐 연락 없이 불시에 온 것이니 부사장님과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온 본론을 바로 꺼냈다.

    “현재 국민PC 사업과 초고속인터넷으로 혜성그룹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 네. 저희도 신문을 통해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을 두고 막상 보안이랑 바이러스 문제가 있단 말이죠. 원래 만들었던 게 자사의 보안프로그램인데 이게 영···.”

    “아, 그렇습니까?”

    “그래서 새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보안과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프로그램 말입니다.”

    대기업인 혜성 트로이카의 방문에 고 부사장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재환은 그것을 알고서 먼저 운을 띄웠다.

    “도스 시절부터 우리나라에서 안티 바이러스를 연구한 곳인데, 단가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 그건···.”

    “그래서 닥터안 대표가 무료 백신 프로그램을 배포했는데도, 기업용은 시원찮았죠?”

    사실이었다.

    사실 국민PC 사업 이후로 유수의 컴퓨터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프로그램 문의를 하긴 했으나 신형 백신 프로그램을 선보여도 ‘무슨 소프트웨어가 그리 비싸냐?’라는 면박만 듣고서 좌절된 경우가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제안하죠. 혜성트로이카와 혜성 쇼핑의 이름으로 ‘닥터안 소프트웨어’와 정식으로 협력하고 싶습니다.”

    “아, 네.”

    “저희가 현재 인터넷 쇼핑몰과 온라인 금융거래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보안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컴퓨터가 끊기지 않으면서 안전한 소프트웨어로요.”

    “아, 그것은···.”

    분명 그런 프로그램을 금융사에 판매하기 위해 준비하기를 했지만, 몇 가지 결함이 있어 아직 개발 중이었다.

    “다음에는 안 대표가 오신다면 그때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아, 알겠습니다. 연락처를 남겨주셨으니 저희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래 주세요.”

    재환은 닥터안 소프트웨어를 떠나기 전 고 부사장에게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하나 받았다.

    “대표님, 이건 현재 저희가 새로 개발한 유료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VA3 Neo]입니다.”

    “오, 제 컴퓨터에 한 번 써봐야겠네요.”

    “네, 현존 국내 프로그램 중 가장 보안성이 좋으니 한번 사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재환은 선물까지 받고서 기분 좋게 닥터안 연구소를 나왔다.

    그리고 차에 타면서 그 제품을 어루만지며 넌지시 중얼거렸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막 발걸음이지.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소프트웨어 역량도 키워야 해.’

    재환은 다른 경쟁사가 날뛴다 하더라도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 될 거라는 자신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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