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64화 (64/244)
  • 64- 새천년은 글로벌하게.

    희경은 집무실에서 임원들을 모아놓고 TV를 보고 있었다.

    [네, 디지털 시대. 이제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인데요.]

    한국방송의 특집으로 나온 다큐멘터리였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IT 인프라에 관해 설명하는 주연이 바로 혜성전자였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 말이 아닌 현실로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저희가 드릴 말씀입니다.]

    “키야~ 언제봐도 화면발 잘 받아. 응?”

    희경은 박수치면서 재환이 IT세미나에 참여한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김범준이나 임창훈 같은 고위 임원들도 같이 박수치며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저 녀석이 돌아오는 대로 파티 준비 잘 되고 있지?”

    “예, 이미 서라벌 호텔하고 협상 중입니다.”

    임창훈의 말에 희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서라벌? 에이, 거긴 너무 음식 싱거워. 내가 거래처 회장 만나려고 가긴 해도 맛은 좀 그래.”

    “아, 그러면 바로 바꾸겠습니다.”

    회장의 오더로 혜성그룹 오너일가와 고위 임원진들이 회식 장소를 바꿨다.

    그리고 희경은 재환이 돌아온다는 날짜를 보고서 넌지시 중얼거렸다.

    “미국 돌아오면 이 녀석의 직책을 뭐로 줘야 하나?”

    현재 재환은 혜성 트루넷의 나스닥 상장 준비를 위해 피터 앤 컴퍼니 본사에 방문하고, 미국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미 뉴욕 한 곳에 혜성트루넷 사무소를 만들고 미국에서도 초고속서비스를 위해 홍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희경은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혜성그룹의 미국 진출과 나스닥 상장이라는 말에 가슴이 벅찼다.

    “하여간 내가 아주 복덩이를 가졌어! 하하핫!”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임원들은 신희경 회장의 분위기를 맞춰주면서, 앞으로 돌아올 재환을 두고 혜성의 앞날은 굉장히 밝을 것이라는 희망에 찼다.

    ***

    재환은 김포공항 국제선에서 여유롭게 나왔다.

    그 뒤로 짐을 챙기는 김준호 과장이 뒤따랐다.

    “어서 와라!”

    “아들, 잘 다녀왔어?”

    신 회장 내외가 직접 임원들을 대동하고 나오자 재환은 밝게 웃으면서 가족들을 확 끌어안았다.

    “내년 3분기쯤에는 미국 주식을 눈여겨봐야 할 겁니다.”

    “으하하하! 다들 들었지?”

    희경의 말에 임원들이 박수쳤고, 재환은 가족들과 같이 차에 탔다.

    “저녁이나 먹어야겠네요.”

    한국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시간이 어둑어둑해져있었다.

    “오늘은 간부들 모아놓고서 회식 한 번 하려고 불렀다. 웨스턴 호텔로 잡아놨어.”

    “거기 좋아하시나 보네요.”

    “내 입맛엔 거기가 제일이더라.”

    고급호텔이라도 미세하게 맛 차이는 있었는데 아버지는 서라벌보다 자극이 심한 맛인 웨스턴 쪽의 음식이 취향이신 듯했다.

    재환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머니 명숙을 보며 말했다.

    “어머니, 한복 잘 어울려요.”

    “호호호, 고맙다. 아들.”

    확실히 계열사 나스닥 상장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일이어서 평소에 잘 안 입던 한복까지 곱게 입고 온 어머니였다.

    전무 이상급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밑의 직원들이 주차 안내를 하고 있었다.

    웨스턴 호텔로 오너 일가의 차가 도착하자 그곳은 VVIP의 등장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차 요원들이 웨스턴 호텔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었다.

    또한, 혜성의 대리에서 과장급 간부들이 직접 연회장을 안내했고, 안으로 들어온 재환은 몸을 풀었다.

    “자!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준비한 자리야.”

    희경이 등을 토닥여주자 재환은 거울을 보고 말했다.

    “그 전에 머리 좀 만지고, 옷을 새로 갈아입고 싶네요.”

    “아, 그래 금방 오라고 할게.”

    잠시 후 호텔리어가 스타일리스트를 불러와 곧바로 재환의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비행기 안에서 푹 자고 온지라 머리가 눌려있는 상태여서, 샤워한 다음 아예 새로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호텔 내에서 공수해온 새 정장을 받고 옷을 맞춰봤다.

    “옷이 괜찮으십니까?”

    수많은 명품 정장 중에서 재환이 직접 골라서 갈아입자 호텔리어가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재환은 손을 흔들어보면서 꽉 끼지 않는지 확인해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네요.”

    “그럼 갈아입으시면 연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재환은 안내를 받으면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안에는 혜성가의 고위 임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재환을 향해 무수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재환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잡으며 임원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혜성트루넷의 대표 신재환이 그룹에 보고 올립니다.]

    재환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SCE(미국증권관리위원회)의 심사 결과 나스닥 상장은 확정되었고, 주간사회사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바로 주식 공개에 들어갑니다.]

    이제 회사채를 발행하고 곧바로 미국 증시에 들어가는 재환의 트루넷이었다.

    [참고로 코드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는 이름으로 Korea internet입니다.]

    “와아아아아!!!!”

    모두가 만세를 외치고, 희경 역시도 크게 웃으면서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자, 모두들 한 잔 하세나!”

    웨스턴 호텔에서 제공한 최고급 보르도 와인이 각자의 잔에 채워졌다.

    샴페인이 아니고 와인인것도 희경의 취향이었다.

    재환 역시 잔을 받아들었고, 희경이 말했다.

    “자! 이 모든 건 신재환 대표의 성과이니 건배사는 나 대신 저 쪽에게 맡겨야겠어!”

    재환은 자신에게 건배사를 생각하다가 말했다.

    [자, 모두 따라하세요. 혜성처럼! 전세계에 나타난 혜성그룹이 되자!]

    ““혜성처럼! 전 세계에 나타난 혜성그룹이 되자!””

    재환은 와인을 그 자리에서 원 샷하고, 빈 잔을 들어 올렸다.

    그 뒤로 연회장의 분위기가 아주 훈훈하게 진행됐다.

    “많이 드세요. 어머니.”

    “호호호, 그래 잘 먹을게.”

    그 옆으로 희경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나스닥 상장을 했고, 그게 혜성이라니 정말로 자랑스럽구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제 막 스타트 한 수준이에요.”

    “음?”

    재환은 미국 출장을 갔을 때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현재 하나 통신 역시도 나스닥 상장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벌써 후발 주자들이 따라붙고 있어요.”

    “허어!”

    “현재 미국은 ‘IT’나 ‘닷컴’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다른 업체보다 빠른 속도로 상장이 됩니다. 그만큼 인터넷과 관련된 사업이 미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흐으음.”

    희경은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개념은 알았어도 이게 이 정도로 엄청난 시장이 되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인터넷은 과학계에서나 말하는 화상통화나 온라인 쇼핑 등의 첨단산업의 영역이었다.

    “예전에 전화 걸 때 통신망을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고쳤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때도 엄청난 대격변이었는데.”

    한때는 바로 상대에게 전화를 거는게 아니라 교환원을 통해 들어갔던 방식이 직접 전화로 바꾼 게 벌써 20여 년 가까이 됐다.

    그런데 그 뒤로 인터넷은 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넷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혜성쇼핑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도 바로 시작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대구에 복합유통물류단지를 만들고, 기존에 있던 성남 옆의 광주 물류 단지 역시 배 이상으로 키울 셈이었다.

    “내년에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대해 투자를 할 겁니다.”

    “또 바빠지겠구나. 거기에서 인수할 회사가 있겠어?”

    2년동안 정신없이 M&A를 하다보니 이제 재환이 움직이려고 하면 ‘무슨 회사를 어떤 돈으로 사들이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희경이었다.

    “검토는 해 보겠지만, 기존의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직접 하는 게 낫겠죠.”

    “여보, 그래도 우리 아들이 잘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명숙의 물음에 희경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계속해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잘 하고 있지. 리스크가 많이 크긴 하지만.”

    “그 재원 마련으로 기존의 주거래인 대한산업은행 말고도 농협과 신용금고도 쓰지 않습니까? 게다가 지난번 쌍령 인수로 인해 JB도 주거래은행으로 잘 쓰이고 있어요.”

    금융권 4곳이 혜성을 서포트 해주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타격은 없었다.

    게다가 사내유보금으로 소유한 달러와 금 역시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어 시세가 오를 때마다 든든한 비상금이 되어줬다.

    재환은 와인잔을 들고서 다른 계열사의 사장단을 찾아갔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재환은 앉게 하고는 와인 한 잔씩을 곁들였다.

    “대표님. 요새 혜성제과 잘 나가죠?”

    “아, 물론입니다. 혜성쇼핑에서 매출 상위권으로 찍히고 있습니다.”

    김범준 대표는 총괄사장 자리를 맡고 있지만, 대부분은 제과 쪽과 혜성바이오 쪽의 업무에 치중했다.

    “이번에 한국방송에서 200화 사극 나오는 거 제작지원 잘 해주세요. 괜찮게 따낸 계약입니다.”

    “네, 그렇지않아도 한과세트를 새로 개발해서 고급 선물용으로 마케팅을 해 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과자에 대한 CF가 나올 때 아이돌 그룹 중 반가운 이름도 있었다.

    “최근에 그 ‘갓파이브’라는 애들이 잘나가는데 저희 과자와 아이스크림 제품 모델로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운 이름이네요.”

    “네?”

    “아닙니다. 그 친구들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재환은 옛날 생각이 나면서 이제야 성공한 연습생 시절의 그 친구들을 조만간 다시 보기로 했다.

    그 외에 재환이 간 곳은 혜성유통이었다.

    “사장님, 대구유통물류단지 계약은 어찌되고 있습니까?”

    “아, 네. 지자체에서 협약을 맺고 있는데, 경북도청이 나서서 대구가 아니라 경산, 구미 쪽은 어떻냐는 제안도 있습니다.”

    “광역시청이 아니라 도청에서 그런 제안이라··· 근데 경북도청도 대구에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긴 합니다.”

    “그냥 원안대로 대구에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규모가 커진다면 제 2물류센터를 다른 곳에 짓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말해주신 유통물류로 인해 삼신에서 트럭을 추가로 구매하려고 합니다.”

    혜성이 상당 부분 투자를 한 곳이고, 그쪽 역시 지금 아성기어 자동차와 대윤자동차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상용차 부문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 그쪽은 대표님이 그냥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뒤로 혜성KRT의 임원들과도 철도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혜성전자에는 미국에 다녀온 뒤로 MP3 플레이어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여 모든 연구를 그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순리대로 하나하나 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음으로 재환이 간 곳은 혜성시계였다.

    “대표님, 요새 혜성 주력상품이 뻐꾸기시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환이 웃으면서 말하자 김명진 대표는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홈쇼핑하고 시너지가 좋았습니다. 게다가 품질에 신경 써서 기존의 제품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입니다.”

    벽시계에서 국내 1인자에 오른 혜성시계는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면서, 시계 본연의 역할을 넘어 ‘고급가구’라는 포지셔닝을 취했다.

    괘종시계, 앤틱시계 등으로 이미지를 한 것은 강남권 복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백화점에서 구매해서 집에 장식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던게 이제는 홈쇼핑을 통해 대중적으로 나섰다.

    “손목시계는 계속 연구 잘 되시죠?”

    “물론입니다. 카시G랑 제이워치 반드시 넘어보겠습니다.”

    “예~ 제가 아주 큰 기대합니다.”

    재환은 시계 계열사하고도 좋은 대화를 하고, 현재 계열사 중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곳은 역시 혜성 트로이카였다.

    “읏차! 주인공이 왔습니다!”

    “하하하, 어서오십시오!”

    여유롭게 재환을 맞이하는 임용태는 귀가 입에 걸려 있었다.

    “컴퓨터에 게임 하나 결합해서 낀게 정말 잘 나가더라고요.”

    재환은 예전의 삶에서 게임에 대해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그냥저냥 한 사업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돈이 되는 사업이다.’, ‘내가 즐길 정도면 정말 잘나가는 거다.’라는 마인드였고 훗날 ITD가 ‘DSL’이라는 터치스크린형 휴대용 게임기와 소니아의 비디오게임기 ‘스테이션2’를 가졌을 때는 여가용으로 많이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왠지 더 밀고 나갈수 있단 확신이 생겼다.

    “나중에 쇼핑부문의 게임협력파트하고 컴퓨터 팀이 모여서 한국 게임 한 번 만들어보죠.”

    “네? 게임이요?”

    “해 봅시다.”

    “아, 알겠습니다.”

    혜성 트로이카는 국민PC사업 이후로 또다시 이어갈 사업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 외에 계열사들을 한 번씩 쭉 돌고 온 재환은 가족 자리에 앉았다.

    “희수하고 희지도 연락이 왔네? 가족끼리도 모일 경사 아니냐고.”

    친척들이 온다는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만간 그쪽도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엉?”

    “받아봐. 중요한 전화 같은데.”

    “현규네요.”

    “!”

    삼신그룹 후계자의 연락에 희경이 흠칫했지만, 재환은 쿨하게 받았다.

    그리고 몇마디 하다가 통화를 끝난 재환이 말했다.

    “아버지, 여기 현규하고, 신누리의 정진용이 있다고 같이 만나자는데요?”

    “어, 어? 그래! 같은 나이 아니냐? 다녀와.”

    혜성그룹의 연회가 끝나고 재환은 2차를 삼신가 사람들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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