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63화 (63/244)
  • 63- 합법적으로 장사 합시다.

    [속보입니다. 검찰청과 금융감독원의 재조사 끝에 지난날 20조원 대의 분식회계 이후 도주한 대윤그룹 김우준 회장의 차명주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춰서 동네 상가에 TV를 보게 하고, 택시기사들도 라디오를 키게 만들 엄청난 뉴스였다.

    [이번 전자제품유통회사 드림마트는 구 대윤그룹 계열사들의 지분과 20%의 개인소유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김우준 전 회장의 사재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김우준의 비자금을 슈킹하려고 했던 금고지기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돈은커녕 은팔찌나 받는 신세가 되었다.

    [검찰은 드림마트 상장을 시도한 컨소시엄 대표 송동건 씨에 대해 특경법 가중처벌위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송씨는 과거 대윤그룹의 유통판매본부장 직을 맡았었으며···]

    재환은 뉴스를 보면서 아주 통쾌하게 지켜봤다.

    “저래서 죄짓고 살면 안 돼요.”

    재환은 그 말을 소파에서 뉴스를 같이 보는 희경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더라. 새정치당 사람들이 우리한테 제보해줘서 감사하다고 아주 금칠을 해 주고 있어.”

    “고맙다는 말은 저도 백 번은 할 수 있겠는데, 그 사람들이 뭔가 대가를 주기도 그렇겠죠?”

    재환은 그래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정부는 계속해서 대윤그룹 비자금 추적에 들어갔다.

    금고지기 송동건은 검찰청 내에서도 엘리트들로 모인 특수부 검사들의 수사에 결국 백기 투항을 했고, 자신이 모든 걸 덮어쓰지 않기 위해 사법거래를 시도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은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프랑스 니스에 있다는 김우준의 차명 부동산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 역시도 수천억대 규모가 된다는 말에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역시 그동안 재벌들이 단체행동을 할 때마다 움츠러들었던 적이 많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제대로 파고들기로 했다.

    ***

    재환은 대한산업은행의 간부들을 만나러 여의도 본점에 도착했다.

    “아이고~ 신 대표님 오셨습니까!”

    구두로 갈아신을 시간도 없이 슬리퍼 차림으로 달려온 양건형 부행장은 재환의 손을 잡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뻘 연배의 고위간부였지만, 지금은 대한산업은행의 엄청난 은인이니 더한 인사도 할 수 있었다.

    “하하하, 이번에 국책은행이 국민 혈세를 회수하게 됐네요.”

    “아, 이를 말입니까? 자,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본사 내에서도 VVIP 고객이 회담하는 라운지로 안내한 양 부행장은 차를 대접하면서 말했다.

    “엄청나게 회수해냈어요. 잘못하면 영원히 못 찾을 돈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드림마트에서 김우준의 차명계좌는 대마불사를 외치며 지원해줬던 대한산업은행이 고스란히 가져가게 되었다.

    부행장 말대로 아직은 일부였지만, 이거라도 건져내야 최소한 윗선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대한산업은행이랑 거래하던 분은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네요. 윤기철 상무셨던가?”

    “아, 그 사람은 지금 대윤의 계열사 정상화를 위해 떠났습니다.”

    “그런가요?”

    “대윤증권이 현재 산업은행 산하가 되어서 조만간 자회사로 합병시킬 계획입니다. 그걸 위해 파견을 떠났습니다.”

    훗날 대윤증권은 산업은행의 약자를 따서 KDB대윤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2조 5천억원이라는 금액으로 민간에 팔려 어느 정도 공적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자, 그럼 여기 온 이야기를 해 볼까요?”

    “그 드림마트요. 주식공개 언제 하실 겁니까?”

    “네?”

    이제 막 인수해서 서류를 모두 털어내서 숨어있는 돈들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 부적절한 유령회사를 재환이 탐내고 있었다.

    “주식공개라니? 설마 이걸 인수하시겠답니까?”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좋은 거 아닙니까? 일반적으로 전자제품 하면 영세한 전파상 업체라던가, 각 기업의 자사에 대해 유통매장을 만들지만 이 경우는 다르죠.”

    “으으음.”

    “사실 만들어진 배경이 불손해서 그렇지, 전자제품 종합유통매장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여기에 제품을 전시할 전자기업은 많을 겁니다. 일단 저희부터 해서요.”

    “하지만 지금 정부 규제상 만만치 않을텐데요?”

    “네, 그래서 오늘 부탁드리러 온 것입니다.”

    재환은 자신이 준비한 기획서를 내밀었다.

    양 부행장이 그것을 천천히 읽어봤고, 재환은 그러면서 부연 설명도 해줬다.

    “드림마트의 채권 소유는 산업은행이 계속 가지셔도 됩니다. 다만 저희 혜성전자와 혜성트로이카를 포함해서 여러 기업들이 나눠서 지분을 가지고 싶습니다.”

    “나눠서 지분을 가지신다면···”

    “혜성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들이라면 조금씩은 지분을 가지려 할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대기업의 도매시장이 되겠죠.”

    재환은 드림마트를 ‘썰어서 먹겠다.’라는 개념을 대한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이 이야기에서 산업은행이 승낙한다면 만나려고 저녁 약속까지 준비했다.

    “일단 알고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대한산업은행은 드림마트를 정상화 시키고 지분 공개를 하겠습니다.”

    어차피 상장화를 앞두고 어느 정도 진척이 된 상태이니, 검은돈이 아니라 국책은행의 이름으로 상장을 시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금산분리로 인해 직접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제대로 키워서 어느 정도 매각될 정도의 덩치가 되면 바로 넘길 계획이었다.

    그런데 혜성을 포함한 전자제품 전문 대기업들이 2,3곳만 참여해서 나눠먹어도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회수가 더 빨라지는 일이니 땡큐였다.

    재환은 그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부행장과 악수를 했다.

    “자, 제대로 한 번 사업 논의해봅시다.”

    “좋습니다. 대한산업은행도 건전한 재정의 기업은 언제나 도울 것입니다.”

    ***

    경선호텔에 자신이 모이자고 해놓고 가장 늦은 재환은 황급히 달려왔다.

    “미안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자~ 육공회 멤버 다 모였네~”

    “육공회?”

    대현의 말에 재환이 의문을 표하자 현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우리 최 회장님이 써클 만들자고 하더라. 다들 60년대생 라인이니 육공회래.”

    “아, 네이밍 센스 참···.”

    박정인은 그때 차를 마시며 말했다.

    “참고로 나는 이름 빼면 다 찬성이야.”

    어쨌거나 삼신, 혜성, 두성, KS의 재벌 2,3세가 자주 모이다보니 이렇게 써클이라는 게 만들어졌다.

    재환은 이 멤버들을 보고서 어쩌면 2010년뒤에 몰락의 길을 걷는 경제련에 대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몇 명만 더 추가되면 정말 그럴듯한 모임이 되겠구만.’

    재환은 육공회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이해하고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이번에 비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어서 산하로 둔다는 거지?”

    현규의 말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대윤그룹 해체하면서 대한산업은행이 소유하고 있는게 대윤건설, 대윤증권, 대윤조선해양, 그리고 드림마트까지야.”

    “햐~ 대윤그룹 무역부분만 먹으면 은행장이 그룹회장 하겠네?”

    물론 은행이 재벌 놀이하려는 게 아니라 채권을 가지고 운용하다가 정상화 이후 매각절차를 밟을 때까지 경영진을 파견한 상태였다.

    “상장해서 기업 공개한다면 전자제품 제조업 회사들이 조금씩 지분 소유하는게 어떨까 해서요.”

    “흐으음.”

    이미 삼신전자는 ‘디지털프라자’라는 자체 매장이 있긴 하지만, 백화점이나 영세한 마트에도 제품들이 깔리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종합전자유통마트 사업을 해서 삼신의 부스전을 따로 만든다면 그건 제법 할 만한 사업이었다.

    “예를 들어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혼수를 한곳에서 산다던가.”

    “그렇지. 드라이기부터 냉장고 컴퓨터까지 모두 한곳에서 사는거야.”

    “제품은 삼신 하나만 가는게 아니라 혜성도?”

    “물론이지.”

    재환과 현규야 전자제품에 대해서 제조업이 주력이니 당연히 흥미를 느꼈다.

    그 와중에 정인이 넌지시 물었다.

    “근데 이미 그런 거 하나 있잖아? 일렉랜드.”

    훗날 드림마트와 전자유통업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일렉랜드는 고령제강그룹의 ‘일렉랜드’가 이미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환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규모가 다르죠, 규모가. 전국에 매장수 400개는 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와우, 전국구네.”

    “거기에 온라인쇼핑몰을 준비할 겁니다. 그거에 대해서는 저희 혜성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어요.”

    확실히 앞으로 대세가 될 온라인쇼핑몰에서 혜성그룹은 다른 기업보다 몇 수 앞을 나가고 있었다.

    그 선두는 역시 트로이카였다.

    ‘지금 혜성이 전자 쇼핑몰 따로 운용하고, 백화점 쇼핑몰은 물론이고, 달구벌프라자 쇼핑몰도 외주받아서 만들어주고 있잖아.’

    그로 인해 혜성 트로이카의 주가는 정말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하니까 생각난건데 재환이 너 이번에 무지하게 돈 쌓이겠다?”

    “주가가 쌓이죠. 훗.”

    대현이 말한대로 주당 8천원 하던 혜성 트로이카의 주가는 현재 4만 5천원까지 올랐었다.

    거기에 국민PC사업에 대치하는 독단적인 컴퓨터 사업이 상당한 호황이라 날개를 넘어 제트팩을 달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고공 행진이었다.

    재환 역시 상당한 주식부자로 여유가 있었다.

    물론 이것을 당장에 팔아서 현금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게 아니니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딱 30배만 더 오를 때까지 말이다.

    “아무튼 그런 사업이 있다면 나도 참여하고 싶다.”

    “네?”

    최대현이 자신도 전자유통매장 사업에 손을 뻗겠다고 하자 재환과 현규가 바라봤다.

    “우리도 전자제품 제조하는 거 하나 있잖아? 휴대폰.”

    “아···.”

    과거 경선통신 시절의 KS텔레콤. 그리고 산하의 단말기를 보급하려고 만든 ‘스마트 정보통신’에서 만든 휴대폰이었다.

    “그러니 나도 참가하겠다. KS증권을 통해서 말이야.”

    “오케이! 그럼 총 셋입니까?”

    “나머지는 다른 기업에서도 대한산업은행이 논의를 할 겁니다.”

    재환의 말에 대현이 말했다.

    “뭐, 그럴 거 있어? 육공회 회장으로써 내가 전화돌려볼게.”

    “써클 이름 만들고 회장도 형님이 하시는 거였군요···.”

    “넌 부회장 시켜줄까?”

    재환은 4명 중에 두명이 간부면 그게 무슨 조직이냐면서 고개를 저었다.

    ***

    “자~ 유통매장은 그렇게 나눠먹기로 하고, 현재 상황이 문제인데.”

    재환은 강남 본사에서 트로이카 컴퓨터의 판매량을 보면서 체크했다.

    거의 에베레스트산을 만들고 있는 판매 그래프를 보고서 흡족하긴 했지만, 뭔가 확실하게 각인시킬만한게 부족했다.

    “구매 시 초고속인터넷 3개월 할인 시작했다고 했죠?”

    “네, 그것으로 인해 대구와 부산 광주 쪽은 혜성 트로이카가 확실히 점유율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점의 경우에는···.”

    “네, 딱 보이네요. 트로이카 컴퓨터 점유율 70%··· 훌륭하다 진짜!”

    재환은 혜성 타이거즈의 유니폼 스폰서도 어깨에 혜성 트로이카의 패치를 붙이고 사은품으로 시즌권이나 싸인볼 등을 준비하게 했다.

    물론 그러면서 타이거즈의 홈구장 무등야구장은 마이다스가 대대적인 개보수를 하면서 쓸만한 구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때 준호가 재환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대표님, 이건 어떨까 싶습니다.”

    “뭔데요? 말 해봐요.”

    “저희가 혜성ITD로 게임유통 사업 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다수는 비디오게임기지만요.”

    재환은 그 말을 듣고 생각나는게 있어 물었다.

    “한글화한 ITD의 게임을 컴팩트 디스크(CD)로 만들어서 동봉해주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게임 CD를 같이 포섭한다면 큰 단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컴퓨터를 산 고객들을 위해 따로 파는 것 역시도 마련하고요.”

    “지금 국내에서 CD 생산 많이 하는 곳이 어디죠?”

    “KS입니다. 비디오시장때부터 그쪽은 꽉 잡고 있습니다.”

    재환은 KS라는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진행합시다. 단가를 대당 1만원 안팍으로 해서 말이죠.”

    “네?”

    2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그것의 반이라고 하니 김준호 과장은 순간 당황했다.

    “그만큼 CD에 대해서는 대규모로 구입하죠. 그건 전화 한 통이면 됩니다.”

    아마 대현이 듣는다면 흡족해서, ‘내 것도 게임 CD 몇장 보내줘라.’라고 할 거다.

    “좋습니다. 사업계획서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재환은 만약 저걸 성공한다면 저 친구를 과장에서 차장까지 단숨에 올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혜성 트로이카 컴퓨터에는 한 가지의 게임 CD가 동봉되었다.

    그것은 ITD의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온 151마리의 귀여운 몬스터를 잡는 한글화 게임.

    푸키먼 레드, 블루, 그린 버전이 랜덤하게 제공되는 것이다.

    그것이 발표된 순간 안 그래도 고공 행진을 하던 혜성 트로이카 컴퓨터는 폭발적인 판매량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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