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61화 (61/244)
  • 61- 국민들의 컴퓨터 사업.

    재환은 전주에서 협상을 어느 정도 마치고 있었다.

    “그러면 현재 쌍령내의에 인수대금을 제안하고, JB은행이 가진 쌍령의 채권은 저희가 갚아나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 JB는 앞으로도 쌍령의 주거래은행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전북 일대에서 계속 거래를 하면서 충분히 인프라를 쌓을 수 있었다.

    게다가 딱히 공장이나 기반을 이전할 생각도 없고 생산되는 물건을 전국적으로 팔기만 하면 되는 거니 이대로만 이어지면 되는 것이었다.

    재환이 머무는 동안 본사에서 내려온 간부들은 전북 일대의 각 협력사를 돌고 있었다.

    그리고 재환은 그곳에서 기가 막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사장님. 익산의 승찬실업 말입니다. 공장 상태가 영 아닙니다. 구리스가 굳어서 안에 스프링 깨진 흔적이 보이더군요.”

    “그 자리에서 경고 때리세요. 삼진아웃제입니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도 들렸다.

    “아니,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술을 먹자면서 여자를 부르려 했다니까요? 세상에 봉고차로 전주에서 아가씨가 온다는데···.”

    “우리가 말로만 그러는 건 줄 아나보군요. 그건 투아웃으로 치세요.”

    그렇게 멋지게 이야기해줬는데, 공장 사장들 처지에서는 ‘그래도 다 통하는 사이 아니냐?’ 하면서 은근슬쩍 눈 감아 달라는 식으로 나오는 중소업체 사장들이 있었다.

    재환이 한 말이 있어서 안고 가겠다고는 했지만, 1년 안에 제대로 기강을 잡아서 BQ시스템을 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러분 모두 제 말 들어주세요.”

    재환의 말에 전주로 파견 온 직원들이 모두 이목을 집중했다.

    “정 안될 것 같으면 정말로 본보기로 하나 쪽 줘서 거래 끊어버리는 거 허락하겠습니다.”

    “대, 대표님 그러면···.”

    “만약 그걸 가지고 대기업의 횡포니 갑질이니 하는 인간 있으면 바로 지역신문에 제보하세요.”

    지역지랑 중소기업 사장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런 일 벌어졌을 때 하나 날려버리면 누가 잘못한 것인지는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다.

    특히 전주시장과 전북도지사까지 참여해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런데도 헛짓거리를 하려는 녀석들이니 그런 작자들은 쳐내도 상관없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감사 직원들도 사람인데 그렇게 매몰차게 끊어버리는 경우는 잘 안 나올 거다.

    오히려 ‘본사에서 사장님이 이런 말까지 하셨다. 진짜 날아갈 수 있다!’라는 경고만 해도 정신 차릴 사람들은 넘어가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협상이 되고 쌍령유통의 마트 사업까지 인수해서, 혜성마트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는 것까지 해결했을 때, 재환은 KS담당자를 만났다.

    “아, 혜성 대표님.”

    “그쪽은 잘 진행되요?”

    재환이 반갑게 인사하면서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보면서 말했다.

    “전주 사람들 민심 때문에 함부로 말 못하는데 야구팀 인천으로 간대요.”

    ‘그래도 인수해서 가긴 하는구만.’

    재환은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면서 현재 경선은 쌍령의 상호금고와 엔지니어링을 인수해서 KS증권과 KS건설의 산하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렸고, 무역업인 쌍령물산의 지분 매입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별 생각없다던 최대현이 경영진 보내서 알차게 인수한다는 것을 보고 재환은 역시 KS가 눈썰미가 좋다고 생각했다.

    재환은 전주에서 협상식을 마친 다음 지역지와의 인터뷰 이후로 서울로 올라갔다.

    남은 혜성그룹 직원들은 천천히 그곳에 머물면서 협상 진행하고 일부는 남아 전주지사에서 일하게 된다.

    재환은 차 안에서 김 기사에게 말했다.

    “지역구 라디오 틀 수 있습니까? 뉴스 나올 거 같은데 말이죠.”

    “알겠습니다.”

    라디오를 틀자 그 안에서는 재환이 말한대로 뉴스가 나왔다.

    [네, 혜성그룹이 쌍령을 인수한 일로 인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역시나 거기에 대한 뉴스가 주로 나오고 있었다.

    [특히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신재환 혜성쇼핑 대표이사는 전북 지역 협력업체들과 전주시장, 전북도지사 앞에서 이런 선언을 했습니다.]

    상생과 3불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자 재환은 과거 ‘대구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이건 ‘전주 선언’이라고 붙여도 될 것 같다며 키득거렸다.

    재환은 돌아가서 쌍령내의, 곧 혜성패션사업부가 될 회사에 대해서 혜성유통으로 가냐, 혜성쇼핑으로 가는지에 대해 이사회의 논의 끝에 재환이 인수했으니 혜성쇼핑 산하로 갈 것으로 정해졌다.

    그리하여 혜성쇼핑 산하의 혜성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새 회사가 출범했으며, 재환은 적당한 대표이사를 전주 출신의 임원중 한 명을 선별해서 임명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제 재환의 사업체에 제대로 된 돈을 안겨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나왔다.

    ***

    정부의 발표로 인해 정보통신부 장관 심승겸이 나와서 인사를 한 뒤 발표했다.

    [네, 이번 정책인 국민PC 사업은 대한민국의 IT인프라를 늘리기 위한 정책입니다. 정부가 선점한 10개 업체에서는 100만원 컴퓨터와 120만원 컴퓨터 두 대를 같은 사양으로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판매될 것입니다.]

    국민PC사업.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 정책으로 내놓은 대규모 사업중 하나였다.

    이제까지 수백만원이나 하는 엄청난 물건으로 돈 있는 집이나 사던 개인용 컴퓨터를 이제는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재환 역시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뉴스를 보고 말했다.

    “100만원 일시불로 살 사람은 없을거고, 할부로 해서 12개월이나 24개월로 판 다음에 인터넷하고 결합상품하면··· 일반 서민 가정이면 충분히 맘먹을 것 같네요.”

    “이 녀석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네?”

    국민 PC사업의 요지는 국가가 인정한 ‘중소기업 컴퓨터 업체’ 10곳에서 만들어진 업체한테 향한다.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뭐가 문제인가 싶었는데, 희경은 담배를 태우면서 말했다.

    “우리는 저기 못 끼니까 강제로 저기에 맞춰서 값을 내려야 할 게 아니야?”

    “아, 그건 걱정하지마세요. 대비를 좀 해놨습니다.”

    일단 국민PC사업 전 분기 때부터 대규모로 수량을 늘려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물건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업체들은 언제 발표한답니까?”

    “자세히는 몰라. 내일 9시 발표에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재환은 그 말을 듣고 현규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혹시 국민PC 뉴스 보고 있냐? -재환]

    그러자 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중소업체 이야기잖아. 우린 못 들어가지. 중소업체 전용이라는데. - 현규.]

    삼신도 자체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강남 사옥 대신 남영동 기전실로 출근한 재환은 TV를 틀어놓고 업체를 살펴봤다.

    [네, 정부가 발표한 10개 업체는 세정컴퓨터, 늑대아이 컴퓨터, J테크 컴퓨터, 성한컴퓨터, 용산조합컴퓨터···]

    전부 들어는 봤어도 이런 시대니까 태어난 영세한 벤처기업들이었다.

    하지만 10개 업체 중 마지막으로 언급한 업체는 정말 뜻밖의 업체였다.

    [···아성멀티캡. 이상으로 10개 업체를 발표합니다.]

    “뭐?”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과거의 삶 때서 아성멀티캡에 대해 떠올렸다.

    ‘저거 옛날 하이넥스의 사업부잖아? 잠깐만! 아직은 아성전자 산하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0개 업체는 모두 중소기업에 합류했다고 하는데 왜 재계서열 1위인 아성이 껴든단 말인가?

    재환이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있을 때 한 가지 인터넷 기사를 봤다.

    [아성멀티캡, 아성전자 산하에서 독립경영 체제 구축한다.]

    신문을 쭉 보고 있어서 아성의 이름만 있지 영세업체가 맞다고 봐야 생각했지만, 마지막 내용을 보고 생각했다.

    “한편 아성전자에서 독립한 아성멀티캡의 모회사 지분은 15% 정도라고 한다.”

    재환은 소리 내서 읽은 다음 머리를 긁적였다.

    “지분구조 진짜 애매하네.”

    그러니까 아성멀티캡은 대기업 아성전자에서 독립한 뒤로 분사 당시 지원금으로 준 거라고 하지만 석연찮았다.

    지금이야 주가 계산하면 지분이 50억 원쯤이라고 하지만 국민PC로 매상 올려서 그 지분을 되판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어쨌거나 다 같은 아성의 이름으로 돈이 돌아가는 구조잖아?”

    그리고 이 당시의 컴퓨터와 인터넷 사업은 자고 일어나면 순식간에 몇천원 주가가 몇 만원까지 한꺼번에 올라갔다가 한순간 내려가는 등의 리스크가 요동치던 상황이었다.

    “신 대표님, 어떻게 저거 놔둬야 합니까?”

    임창훈의 말에 재환은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 저걸 털어봤자 아성은 ‘이미 독립한 기업이다.’라면서 어물쩡 넘어갈거에요. 그리고 오히려 국책사업에 대기업들이 어깃장 놓는 거라고 따지면 우리한테 역풍이 날아올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우리도 저만큼 컴퓨터를 만들어서 팔아야겠죠. 정부가 밀어주는 10개 업체의 컴퓨터냐, 혜성트로이카가 파는 컴퓨터냐를 두고 말이에요.”

    재환은 그것을 결정하고서 일단 안산의 혜성트로이카 공장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재환은 넌지시 임창훈에게 물었다.

    “실장님. 그룹의 위장계열사 수사는 검찰청 특수부 역할이던가요?”

    “네? 아! 그쪽은 확실히 특수부가 잘 잡죠. 근데 저희는 그런 거 없지 않나요?”

    임창훈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묻자 재환은 고개만 끄덕인채로 기전실을 나갔다.

    ***

    아산공장에 도착한 재환은 창고 한 곳을 가득채운 본체와 삼성에서 잔뜩 주문한 브라운관을 가지고 CRT모니터를 만들고 있는 공장을 흐뭇하게 둘러봤다.

    “대표님, 이것을 어떻게 아시고 미리 수량을 준비하신 겁니까?”

    임용태는 그렇게 반대했던 일이 악성재고가 아닌 정부 방침에 따른 ‘PC보급’에 대한 신의 한수로 남게 되어서 재환에게 감동했다.

    “먼지 절대 쌓이면 안되는거 알죠?”

    “물론입니다. 철저하게 관리했고, 지금 당장 아무 본체나 전원 켜도 제대로 작동합니다.”

    컴퓨터 인생 수십년에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고, 오히려 박리다매로 사들인 부품 덕분에 원가도 절감된 상태였다.

    “저희가 100만원과 120만원 모델 중에 어느쪽에 파고들어야 잘 팔릴까요?”

    “둘 다 충분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옵션을 붙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떻게요?”

    재환이 묻자 임용태가 대답했다.

    “여기 컴퓨터의 주요 부품중에 D램이 중요한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이것의 슬롯이 세 개라서 하나만 더 추가하면 기존 16메가가 32메가바이트 식으로 운영하는겁니다.”

    “유의미한 속도가 느껴진다면 그렇게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실 재환 입장에서는 이 당시 16메가니, 32메가니 64메가니 그 속도에 대해 별로 체감을 안했었다.

    먼 훗날 SSD정도나 나와야 컴퓨터 키는데 엄청 빨라졌다. 라고 인식할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혜성유통을 통해서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보급이 될 겁니다. 어디 나랏밥 먹은 제품들보다 뛰어난 물건을 싸게 팔아보자고요.”

    “물론입니다. 대표님!”

    임용태 역시도 주먹을 불끈 쥐고서 자신감을 보였다.

    재환은 그 뒤로 컴퓨터를 통해 뭔가를 계속 검색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그 회사’가 나오지 않자 미소를 지으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뭐야? 무슨 일 생겼어?]

    “아버지,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뭔데? 이번에도 회사 인수 이야기야?]

    “그건 나중 일이고, 제3자가 유령계열사 신고해서 수사하려면 누구한테 찌르는 게 가장 편합니까?”

    [···야! 안 그래도 그 얘기 임창훈이 말하던데, 너 뭐 때문에 그런 걸 묻는 거야? 어디 찌를 데가 생긴거냐?]

    “네, 검찰청 특수부 쪽 인맥 있으시면 그 사람들 실적 올리고, 정부가 흡족하고, 혜성도 만족하는 일 한 번 벌이려고 합니다.”

    재환은 통화를 마친 뒤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 당시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20조 단위의 분식회계를 벌인 대윤그룹 김우준은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받았었다.

    정부가 칼을 빼 들고서 반드시 토해내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빈털터리가 된 인물이 뭘 찾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조사 중에 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베트남으로 도주한 김우준의 은닉 자산은 한국 내에 남게 되었다.

    제조업체는 유통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그 존재가 드러나도 위장계열사로 김우준이 비자금으로 실소유를 하는 업체가 있었다.

    재환은 그 종합 전자유통회사를 노리기로 했다.

    그것의 재무구조를 끄집어내는 데 정부의 힘이 필요하니, 이제 공동의 적을 위해 한 번 화해할 때도 됐고 말이다.

    “자~ 떠납시다~ 전자제품 살땐 드림~ 마트로~ 가요~!”

    재환은 흥얼거리면서 그 회사를 찾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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