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58화 (58/244)

58- 상상도 못 한 제안.

“뭐냐 이건?”

친구 재환의 요청을 받고 피터 앤 컴퍼니 본사로 초대한 케빈 장, 한국 이름 장진우는 재환이 내민 계획서를 보고서 경악했다.

“이게 우리 혜성의 미래가 될 거다.”

자신들이 기업 전문 컨설팅회사긴 하지만 이 내용을 보고서 진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 상장화 준비를 우리하고 이야기한다니 낌새가 있긴 했지만.”

[혜성 트루넷 나스닥 주식상장 사업계획서]

한국 기업을 국내의 주식시장인 코스닥이 아닌 미국 나스닥으로 상장 준비하겠다는 말에 진우는 펜대를 굴렸다.

“흐으음.”

“미국이 지금 IT호황이니 타이밍도 좋잖아? 컨설턴트라면 당연히 아는 거 아니었어?”

현재 미국 경제는 IT 버블, 닷컴 버블로 인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버블이야. 내가 봤을 때는 3년 이상 못 갈 것 같다고.”

“아니 좀 더 오래 갈 거다. 물론 초반에는 몇 개 무너지겠지. 하지만 IT 업계의 발전은 21세기부터 시작이야.”

재환의 말에 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그것을 맡기로 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어.”

“재무제표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고객만족도나 해외 서비스 전용으로 법인 준비할 거?”

“···잘 아네. 이왕이면 미국 경제지에 실릴 수 있는 순위로.”

재환 역시도 미국 상장이라는 게 이 당시에는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21세기야 중국을 중심으로 수많은 업체가 미국 쪽으로 상장을 했지만, 이때는 조금 까다로운 규제가 많았었다.

“회계 감사는 미국 쪽에서 받아야 할 거고, 일단 거기는 내가 손 써볼게.”

“원하는 서류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우리는 준비돼 있어.”

상장 준비 절차의 경우 6개월 안팍으로 되겠지만, 국내가 아닌 나스닥 직상장이라면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었다.

“네 지분은 얼마나 되냐?”

“엄~ 청 많지.”

재환의 말에 진우는 역시 재벌이라 생각하면서 생각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나스닥 상장··· 지금 지수가 3700인데 그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진우가 생각하고 있을 때, 재환은 그다음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논했다.

“사실 지난번 빅딜 조사에 대해서 좋은 결과 나와서 계속 거래하는 거야. KRT 역시도 너희가 컨설팅해주잖냐?”

“그, 그렇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식겁한 상황이 많았지만, 일단 좋게좋게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잘 해달라고. 필요한 서류는 계속해서 보내줄 테니.”

“알았어. 그러면 이 서류 윗선에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해 볼게.”

재환은 진우와의 대화를 마치고 피터 앤 컴퍼니의 건물을 나섰다.

기지개를 쭉 켜면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화성 혜성전자였다.

“아, 사장님!”

장 대표는 미국 출장을 떠났고, 이기남 상무가 재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이 미국으로 가서 MP3 플레이어 특허권을 찾으러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업이 있어서 따러 온 것이다.

“네비게이션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서요?”

“하하, 겨우 GPS를 맞춰 지도를 구현해냈습니다.”

“제품 바로 작동해 볼 수 있나요?”

“아직 테스트 용이고, 자동차에 한 대 설치를 했습니다만···”

“별 문제 될 거 없다면 제가 한번 작동해보죠.”

재환은 네비게이션이 설치된 차량을 보고서 공장 안쪽에 있는 길에서 한 번 움직여봤다.

삑- 삑-

네비게이션에서 근처에 목적지를 고른 재환은 곧바로 출발했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네비게이션을 운용했고, 안내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업데이트 초기여서 그런지 2D의 화면으로 주변에 산 같은 지형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큰 발전이었다.

재환은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리모컨을 조수석에서 집어 들고 조종해봤다.

“그래, 다이얼식이 아닌 게 어디냐.”

이 당시는 터치스크린이 아닌 다이얼식, 그다음에는 리모컨으로 화면을 움직여서 2D의 지도로 안내를 받았다.

물론 아직도 정확성과 품질을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근처 지도 정도는 제법 인식이 되고 있었다.

1시간 동안 운전을 마치고 돌아온 재환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이기남 연구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말하죠.”

재환은 연구팀 간부들을 불러놓고 회의에 들어갔다.

“목소리 추가를 생각했어요.”

“네?”

“음성안내를 생각했는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최소한 삑- 삑- 소리라도 나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수시로 이걸 보면서 따라가야 하잖아요?”

“아, 그것은 염두에 뒀으나 아직 기술적 문제로···.”

국내에서 차량용 네비게이션이 보급된 지 3년 정도였고, 아직 터치스크린과 3D 지도, 음성안내 같은 건 좀 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거 잘못하면 큰 사고 날 수 있습니다. 운전할 때 앞을 봐야지 수시로 네비 확인하다가 앞 못 보고 들이받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어차피 아직은 미완성이니 이런 식으로 개량을 했다.

“그리고 전방에 과속방지턱이나 속도계 등을 체크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네요. GPS 상으로는 분명 될 것 같은데요.”

“그것···까지 하려면 개발기간이 더 길어질 텐데 괜찮겠습니까?”

“아, 조금 더 품질의 정확성을 가지려면 그게 낫죠.”

그다음 재환은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도 논했다.

“어차피 길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공사에서 계속 뚫는 거고, 그걸 알려면 업데이트는 필수 아닙니까? 혜성전자가 이걸 출시하려면 사후지원이 완벽해야 하니까요.”

“향후 업데이트까지 준비하려면··· 메모리 용량도 기존보다 늘려야겠군요.”

“대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향후 20년은 책임질 수 있는 사업입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 모두 다 염두에 두겠습니다.”

재환은 네비게이션 사업에 대해 추가 보완상황을 알린 다음 품 안에서 노란 봉투를 꺼내 이기남 상무에게 전해줬다.

“사장님 이건?”

뜬금없는 금일봉에 이기남은 이걸 넙죽 받아야 하나 고민했다.

“앞으로 네비게이션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넣었습니다. 개발팀 전원 소고기 회식해도 좀 남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차피 개발이 조금 미뤄져서 완성한다 하더라도 원래 역사보다는 상당히 빠르게 나올 것이니 재환은 여유롭게 믿고 맡기기로 했다.

혜성전자에서 나온 재환은 곧바로 수원 삼신전자 공장으로 향했다.

재환은 삼신 임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삼신중앙연구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재 반도체 인력으로 파견이 온 직원들을 격려해줬고, 그들에게도 금일봉을 나눠준 다음 디스플레이 파트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신 사장님.”

“아, 최 전무님. 오랜만이네요.”

재환은 과거 삼신전자 시절 알고 지낸 반가운 얼굴의 인물을 보고 인사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최성진은 재환과도 접점이 많았었다.

‘이번엔 내가 이 사람 후배가 아니지만 말이지.’

재환은 네비게이션 용으로 쓰일 디스플레이 패널을 보러 온 상태였다.

“기존 제품보다 더 단단합니다. 원하신다면 하나 바닥에 떨어트려서 확인시켜드릴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도 그러더니 내구성 테스트를 왜 굳이 집어던져서 확인시키는 거야?’

과거의 삶에는 최성진이 사장이었고, 그가 LCD 패널 불량이라고 연구개발팀이 겨우 만든 금형을 부숴버려서 죽어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삼신 부사장이었던 재환은 자신이 연구원이 아니었다는 것을 정말 안도했었던 기억이 났다.

“일단 기존 모델들은 괜찮은 편입니다.”

“네비게이션 연구는 많이 발전했습니까?”

“몇 가지 보완사항이 있지만, 1년 안에는 나올 겁니다. 본격적으로 대중화를 한다면 좀 더 걸리겠지만 말이죠.”

“잘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저희 디스플레이 사업부도 많은 주문을 받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네~ 품질만 좋으면 얼마든지 사들이죠.”

그다음은 현재 혜성 트로이카에 쓰일 모니터 브라운관을 확인하고 있었다.

재환이 4배 이상의 생산을 내린 뒤로 삼신은 그것을 공급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컴퓨터 수요도 많아졌나 봅니다? 기존의 4배 이상을 주문하셨더군요.”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겁니다. 수량이 되는대로 사들일 거니 튼튼한 제품으로 부탁드립니다.”

“하하, 언제든지 준비하겠습니다. 최신형 모델이 개발될 때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최성진은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우수고객이자 동반자인 신재환을 극진히 대접했다.

디스플레이 거래 논의를 마친 뒤 재환은 현규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디스플레이 공장 쪽에 왔다며?]

“우리 회사 모니터에 쓸 것 좀 보고 왔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데 곧바로 전화한 현규는 재환을 불렀다.

[오늘 퇴근하고 저녁에 시간 괜찮아? 할 말이 있거든.]

“호~ 무슨 말인데, 바로 안 말하고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거야?”

[만나면 이야기할게. 몇 시가 편해?]

재환은 그 내용에 뭔가 있나 싶어서 일단 시계를 바라봤다.

***

그날 저녁 퇴근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 재환은 현규가 부른 식당으로 향했다.

지난번 서울대 녹두거리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외진 곳에 있는 치킨집이었다.

“뭐 대단한 거 먹을거라 생각했더니만, 오늘도 치맥이냐?”

“집에서는 이런 걸 못 먹거든.”

현규는 치킨 두 마리를 주문하고 닭다리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왜? 건강식으로만 먹으래?”

“좀 그렇다. 튀긴 걸 못 먹어.”

재환은 치킨 대신 생맥주 한잔을 쭉 들이킨 다음 말했다.

“뭐,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 술값은 내가 낼게.”

“무슨 소리야? 내가 불렀는데.”

“어머니가 삼신에서 보내준 자동차 아주 많이 흡족해하시더라. 그거 안에 냉장고도 있다고.”

“아~ 우리 어머니도 잘 타고 계셔.”

삼신에서 보내준 리무진 모델 SSM-5의 이야기를 하면서 차도 한 대 받았는데, 치킨값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뭐야? 그것도 단둘이서.”

재환이 본론을 묻자 현규는 잠시 생각에 잠긴 다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부탁인 거 같아서.”

“음?”

“혹시 야구 좋아해?”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재환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대답했다.

“싫어하진 않지. 이번에 광주에 그 낡은 야구장 대대적으로 개보수 공사 할거거든.”

40년 된 야구장이니 확실히 많이 낡기는 했었다.

혜성 타이거즈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때, 라커룸에 쥐와 바퀴벌레까지 있고, 체력단련실도 쇠로 된 아령이 없어서 시멘트 굳힌 걸 만들어 쓴다는 말에 재환은 당장 찾아가서 죄다 뜯어 고칠 계획이었다.

이제부터는 좀 제대로 운영을 하려고 했고, 올해 성적은 걱정하지 말고 감독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우리팀 감독이 있지. 우승을 9번이나 시키신 명장이야. 명예의 전당감이라고! 그리고 나중에 10번째 우승은··· 어··· 어··· 어?”

재환은 정말 묘한 미래를 두고서 현규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요청했다. 삼신 라이온즈의 우승을 원한다고.”

“설마···.”

“너희 팀 김용령 감독··· 우리가 영입할 수 있겠니?”

번번이 한국시리즈에서 물을 먹었던 라이온즈였고, 그중에 3번은 혜성 타이거즈를 만나 모두 물먹었다.

그리고 혜성 타이거즈의 명장 김영룡은 거액의 연봉으로 삼신 라이온즈로 가서 2002년 역사적인 첫 한국시리즈에 우승시킨다.

“감독을 달라니···.”

“대신 너희 함평에 짓는다는 혜성 2군 야구장하고 클럽하우스··· 그거 삼신물산 이름으로 우리가 공사할게. 이적료라고 생각해.”

한마디로 감독을 모셔가기 위해 클럽하우스와 바꾸자는 말이었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딱 하나, 지역 팬들의 감정을 빼고 말이다.

“어떻게 안 되겠어? 우리 사이에···.”

삼신의 후계자가 저렇게까지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재환은 생맥주 한잔을 쭉 비우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 광주 출장 가는데 그분에게 여쭤보고 OK 한다면 나도 승낙할게.”

그 순간 현규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지고 오늘 술은 자신이 사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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