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55화 (55/244)
  • 55- 어깃장 놓려고요? 덤벼요.

    재환은 다음날 희경의 전화를 받았다.

    [5천억 대출받았다면서? 얼마나 더 인수하려는거야?]

    “두어곳 더 살펴본 다음에 본사로 가서 자금 충당 준비해야죠.”

    [요새는 쇼핑도 불경기인데, 단기간에 메꿀 수 있겠냐?]

    희경이 걱정스럽게 묻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서울 올라오는 대로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논할 겁니다.”

    [이거때문에 말이 있긴한데...]

    또 무슨 말이 있다는 것을 보니 금융위 같은곳에서 대윤 이후 혜성이 거액의 수익성 융자를 받았다는 것을 신경쓰는 자들이 있는 것 같았다.

    “염려하지 마세요. 수익성은 물론이고 이미 저희에게 있는 특허권과 규제풀린 인허가 등을 생각하면, 문제 없습니다.”

    [그래, 나는 믿으니까 열심히 해봐라.]

    재환은 통화를 마친 뒤로 마산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부산에서 마산으로 도착한 재환은 대윤백화점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인 괜찮네?”

    다른 정사각형 모양의 백화점과 다르게 꽤나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이뤄진 대윤백화점에서 재환은 김 기사와 준호를 대동하고 쇼핑에 들어갔다.

    대윤백화점은 97년 개장한 이후로 2년만에 모기업의 위기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KN은행입니다. 경남분들 지역은행 1구좌 운동에 동참해주세요.”

    1층에는 은행원들이 파견와서 고객들에게 통장 만들기 운동을 했고, 인근 시장상인들과의 협력 포스터에 대한것도 많이 붙어있었다.

    “흐음~”

    그 외에는 평범한 백화점이었으나 위층에는 복합오피스건물과 스포렉스로 이뤄져 있어서 각종 편의시설과 사무실이 많았다.

    “잘 만들기는 했네.”

    재환은 한번 쭉 돌아본 다음에 명품관에서 몽레알 만년필 시장을 보고서 관심을 보였다.

    “어서오세요.”

    단정한 정장의 직원이 인사했고, 재환은 신제품 모델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수첩을 꺼냈다.

    “이거 써봐도 되겠죠?”

    “네, 고객님.”

    재환은 눈여겨봤던 모델들을 몇 자루 꺼내서 직접 써 본 다음 필기감이 흡족해서 말했다.

    “다 주세요. 여기 꺼낸 모델 전부.”

    “알겠습니다.”

    재환은 만년필 10자루를 모두 구매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돈으로 결제 준비를했다.

    2000년도 후반이 되면 수표 안 받는 백화점도 많았지만, 이 시대는 결제가 간편하게 이뤄졌고, 오히려 큰 손인 재환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몽레알 만년필 10자루, 총 578만 6천원입니다.”

    “네. 확인했어요.”

    재환은 100만원짜리 수표 6장을 꺼내 하나하나 싸인했고, 신분증 확인을 한 다음 잠시 후 결제가 이뤄졌다.

    그 뒤로 양복점에서 맘에 드는 셔츠와 넥타이 등을 사보고, 이것저것 구매하자 순식간에 천만원 가까이 쓰는 신규 고객이라는 것을 알고 백화점의 간부진들이 달려왔다.

    “신재환 고객님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지금부터 쇼핑은 저희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어차피 얼마 있으면 혜성의 직원들이 될 사람들이니 친절을 받으면서 좀 더 물건을 사 주기로 했다.

    잠시 후 쇼핑을 끝낸 재환은 대윤백화점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사온 물건들을 차에 담았다.

    “대윤백화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직원의 폴더인사를 받은 뒤, 재환은 손을 흔들면서 차를 출발하게 했다.

    그리고 인근 호텔에 묵으면서 창원과 마산을 오가는 자리를 가졌다.

    구 혜성중공업, 현 KRT 컴퍼니에 들린 뒤로 20%의 임원진들과 전 직원들을 보면서 그들의 신모델 개발에 의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다음 달이면 부산 2호선 열차 납품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성대표, 이제는 KRT의 성 전무는 혜성특실과 부산 2호선 차량을 두고서 매출과 수익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을 기대했다.

    “인터넷은 좀 빠릅니까?”

    “아, 예. 회선을 전부 바꿨는데, 정말 편하더군요.”

    재환은 창원 출장 중 트루넷의 전국민 가입자 수가 10만을 넘었다는 본사의 연락에 아주 흡족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걸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 준비를 했다.

    “앞으로 고속철도가 개통됩니다. 그때를 위해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원래였다면 3년 뒤에 개통해야 될 경부고속철도는 외환위기로 인해 그 개통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사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고, 이미 프랑스의 윈스톰사 고속철도 TGV 차량을 도입하고 기술이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아성정공도 혜성중공업도 통합이후 노리는 것은 바로 그 고속철도차량 기술이전으로 인한 한국형 고속철도 개발이었다.

    상대는 정부이고, 그런만큼 제대로 해봐야 할 사업이었다.

    “창원 일은 맡기겠습니다. 앞으로 트루넷 지방 사업소와 쇼핑몰 인수로 자주 오갈 것 같네요. 제가 좀 귀찮을 정도로 찾아올겁니다?”

    “하하하, 언제나 준비하겠습니다.”

    재환은 혜성시절보다 높은 급여에 대우도 괜찮아서 아성과의 협력은 잘 한 일이라 생각했다.

    KRT를 떠난 재환은 차에 올라타서 다시 마산으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이틀을 더 일대 백화점들에서 쇼핑을 한 재환은 차에 올라타며 떠날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이번에 백화점 많이 돌았죠?”

    “네, 대표님.”

    “이 동네 물건 정말 싸고 좋더군요. 거리만 가까웠으면 해산물을 사갔을텐데 말입니다.”

    김 기사의 말에 재환은 저번에 산 물건 중에서 만년필 한 자루씩을 가지고 김 기사와 준호에게 건네줬다.

    “받으세요. 출장 보너스입니다.”

    “사, 상무님?”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출발합시다.”

    마산 쇼핑을 끝으로 재환은 떠날 준비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바로 인수 논의를 하고 싶었지만, 대윤백화점의 모기업 대윤인터내셔널(대윤상사)은 법인이 서울에 있어서 그쪽에서 협상을 해야 됐다.

    그리고 대윤 말고 마산, 창원 일대의 백화점인 상남백화점, 성산백화점 등을 다녀온 뒤로 재환은 해 볼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신누리가 어디를 먹을지도 알겠고 말이야.’

    경남 일대에서는 처음으로 진출한다는 신누리가 마산에 들어온다면 1순위는 혜성과 경쟁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훗날 100만이 넘는 인구에 인프라를 갖출곳.

    지역민들과 유기적인 소통을 한다면 구매력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그렇게 영남 지방에 있는 백화점들을 훑고 온 재환은 서울로 향했다.

    ***

    트루넷의 10만 가입자 돌파 이후로 재환은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짝짝짝짝짝-

    혜성문화재단 경한대에 장학금 5억을 기탁한 재환은 숙부 희수와 악수하면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재환은 장학금 기증식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숙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고, 재환이 덕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숨 좀 트이겠구나.”

    “하하, 이 정도 가지고는 아니죠.”

    재환은 멋쩍게 웃으면서 지난번 샤를로트에게 당한 갑질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번에 혜성바이오가 인천에 인허가가 나서 대규모 연구소가 생깁니다.”

    “얘기 들었어. 그쪽에서 후원이 들어오더라고.”

    재환은 미국과 유럽의 유수 업체 중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스위스의 종합 식품화학기업 레슬리와 합작을 맺었고, 혜성바이오의 DB와 레슬리의 인프라와 공장으로 ‘혜성레슬리’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거기에 대해 레슬리가 투자한 금액은 1억 5천만 달러로 이미 한국종묘를 사들였을 때의 금액은 거의 다 회수했다.

    그렇게 컴퓨터도 전자도 인터넷도 모두 원금 회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혜성의 주가는 하늘높은 지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

    혜성백화점 강남점.

    구)그랑블루 백화점은 대규모 복합영화관 ‘시네박스 강남’의 오픈 이후로 강남권의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 당시 분당선이 없는 영동 남부의 도곡, 대치, 개포동의 주민들은 혜성백화점을 이용했으며, 영동 북쪽의 아성백화점, 갤리시아 백화점등과 확연히 반대의 포지션이었다.

    재환은 시네박스에서 영화 한 편 보고난 뒤로 백화점 전체를 둘러봤다.

    가장 잘나가는 곳은 역시 CD플레이어와 오디오를 앞선 전자 쪽 매장과 이후 현규가 추천해줬던 명품 브랜드 매장, 그리고 시계매장 쪽이었다.

    거기에 컴퓨터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역시 수량은 적어도 하나하나가 매출대비 수익이 우수한 상품이었다.

    [네~ 축하드립니다! 556번 손님. CD플레이어 당첨입니다!]

    “어머! 어머어머머!!!”

    주부 한 분이 경품권 추첨에서 CD플레이어를 타고, 그 뒤로 그릇세트나, 손목시계등을 타서 거기에만 모여드는 손님도 상당했다.

    재환은 이렇게 하면서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면 명품관을 새로 증축해서 고급 브랜드 제품들의 매장을 더욱 늘려볼 셈이었다.

    재환이 흐뭇하게 매장을 둘러볼 때 갑자기 지점장이 달려왔다.

    “대표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모습을 보고 재환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지점장은 주변을 보더니 재환의 귓가에 속삭였다.

    “문화센터에 손님으로 경제부총리가 와 있습니다.”

    “!”

    재환은 경제부총리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면 지난날 안암대 동창회때부터 계속해서 재벌가를 노리고 있던 인물이었는데, 경제련이 한 번 들고 일어났던 이후 자신은 자리를 피했었다.

    “어디에 있습니까? 도의상 인사는 한 번 해야겠군요.”

    “지, 지금 만나실겁니까?”

    “그러라고 나한테 보고 한 거 아니었어요?”

    재환은 곧바로 경제부총리가 있다는 문화센터로 향했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VIP고객의 전용 장소인 문화센터에서 단란하게 차를 마시는 노부부가 있었다.

    검은 머리로 염색하고, 기름을 발라 넘긴 단정한 노신사를 향해 재환이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이영재 부총리님.”

    “으음? 누구신지?”

    “혜성쇼핑의 대표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허? 그쪽이 신 사장이었나?”

    이영재 부총리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서 말했다.

    “여보,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네, 그래요.”

    단란한 노부부는 서로에게 존대를 하면서 남편쪽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VIP실 내에서도 독대를 하기 충분한 VVIP실로 안내했다.

    “차는 뭘로 드시겠습니까?”

    “홍차, 다즐링으로 주셨으면 좋겠소.”

    “저도 그걸로 하지요.”

    재환과 이영재는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에서 백화점 계속 인수하는거, 우려가 많아요.”

    “부총리님 개인의 우려이십니까? 금융위 전체의 우려입니까?”

    어차피 호의적으로 상대할 사람은 아니었다.

    이영재는 패기롭게 들이받는 아들뻘의 젊은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대윤그룹 임원을 했던 경제인 출신이지만, 우리나라 재벌은 문제가 많아요. 특히 남의 돈으로 몸집 불리기는 지양해야될 일이죠.”

    “은행이 남의 돈이라면 금융업에 존재 이유는 뭘까요?”

    “진짜 1금융권의 은행을 쓰시고 그런 말씀 하셨다면 넘어가 줄 생각도 있었는데···. 난 그래서 우리나라 재벌들이 맘에 안든단 말이야.”

    ‘이 양반 정말로 모든 재벌해체를 생각하는군···.’

    대윤그룹의 해체는 시작이었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한 다른 기업들도 부적절한 자금흐름이 나온다면 바로 밟아버릴 거라는 말이었다.

    “저희는 이번 융자와 인수에 대해서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자체의 제안도 있었고요.”

    “그게 적절한 행동이라 보시오?”

    “안 그러면 지역 상권과 실업률이 불어난다는데, 저희가 경제성장을 위해 움직이는 겁니다.”

    중앙의 재정경제부가 태클을 건다 해도, 경북,경남도지사와 대구,부산광역시장 등이 지역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혜성그룹의 인수를 오히려 종용했고, 규제까지 풀어줬다.

    “흐음··· 정말 적절한 거래인지 내 한 번 알아보겠소.”

    “만약 아니었는데 들쑤시면, 재경부에 무고죄 넣어도 됩니까?”

    금융조사를 저런 식으로 기업 길들이기로 쓰겠다는 이영재 부총리의 말에 재환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재정 건전성과 전문경영인의 도입, 그리고 문어발식 재벌의 마피아 같은 탐욕을 막는거니까요.”

    대놓고 재벌을 ‘마피아’라고 말한 이영재 부총리를 향해 재환의 눈썹이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저희가 또 ‘관피아’를 상대해야 되는군요.”

    재환 역시 물러나지 않고 재경부를 관피아라고 부리자 움찔했던 이영재 부총리가 나갈 준비를 했다.

    “할 말 더 없으면 일어나겠소. 아내가 기다려서 말이지. 허허허.”

    다시 문화센터 카페로 떠난 이영재 부총리를 보고 재환은 그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부총리님. 한 번만 더 개인의 아집으로 움직이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경제련 내 검은 손을 솎아내서 대처하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번에도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때는 하나였다.

    경제련 vs 재경부의 한판 승부가 다시 벌어지고, 각자가 대표자리와 부총리직을 걸고 싸우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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