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52화 (52/244)
  • 52- 1999년은 이륙의 해.

    트루넷의 광고는 엄청났고, A광고와 B광고 중 압도적으로 톱스타 둘이 참여한 쪽이 우세였다.

    “사업소마다 나오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김혜선 인터넷’, ‘심하은 인터넷’이라고 불린답니다.”

    “트루넷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아닐텐데.”

    뭐, 광고로 인해 그렇게 각인은 됐지만, 두 톱스타에 대한 파급력은 순식간에 초고속인터넷 사업 후발주자인 혜성 트로이카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비해서 재환은 협상을 위해 트루넷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던 국가기관을 찾았다.

    “상무님. 도착했습니다.”

    재환이 온 곳은 강남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였다.

    “자~ 나랏밥 먹는 사람들 독려하러 가 볼까?”

    재환은 한전 본사에서 약속 시각에 맞춰 방문했다.

    그리고 그를 환대한 것은 한국전력 기술본부장인 고인석 이사였다.

    그의 얼굴에는 하회탈 같은 미소가 가득했다.

    한국전력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위해 각 송전선에 광섬유 케이블을 추가하는 사업을 도맡아 하고, 트루넷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상무님. 이번에 트루넷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 네. 한국전력도 고생하셨습니다.”

    “이대로만 쭉 성장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트루넷이 성장할수록 한국전력 역시 초기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어서 흡족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샴페인을 따는 분위기 속에서 재환은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오늘은 즐거운 이야기만 할 게 아닙니다?”

    “네? 상무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한전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한국전력에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한국전력에게 서운하다는 말을 하는 재환을 보고 고 이사는 놀라 되물었다.

    “이사님. 저희가 작년 12월 23일에 발표된 이후로 톱스타들을 동원해서 홍보다, 기술 시연이다 노력했습니다.”

    “그, 그렇지요. 그로 인해서 지금 트루넷의 반응이 아주 좋지 않습니까? 톱스타들로 광고도 좋았고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지방의 경우는 아직도 광섬유 케이블이 설치되지 않아서 하나통신에게 많이 밀리고 있다죠.”

    “아···.”

    “수요가 아무리 폭발하면 뭐합니까? 공급하려는 케이블 선이 부족한데.”

    한국전력의 아픈 곳을 찌르는 한 마디였다.

    공사화된 한국통신 소속의 하나통신, 그리고 한국전력공사는 같은 정부 소속이면서도 초고속인터넷 사업권을 두고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초고속인터넷을 위해 광대역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전화선을 개량해서 쓰는 하나통신의 ADSL.

    그리고 전국적으로 케이블 광섬유 추가로 기존의 ADSL보다 빠른 HFC망 방식의 트루넷.

    일단 전국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면 한전이 케이블 추가 설치를 서둘러야 하는데 그게 속도가 너무 느렸다.

    “···네, 그 일에 대해서는 저희가 노력하겠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한전이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서둘러보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보다 배 이상의 속도로 케이블을 깔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칼자루는 혜성이 잡고 있었다.

    한국전력은 혜성이 원하는 대로 광섬유 케이블을 있는 대로 깔아야 했고, 여기서 감정 상하면 한국통신에게 밀려서 기껏 정통부 설득해서 만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물론 재환 역시도 공기업을 상대로 계속 다그칠 수는 없으니 한 가지 당근을 내놨다.

    “기존 설치보다 빠르게 해주신다면, 상장 당시 약속했던 혜성 트루넷의 지분을 기존보다 좀 더 올리겠습니다.”

    “!”

    “지금 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혜성트루넷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수익이 올라야 한전도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게 아닙니까?”

    재환의 말이 모두 맞아서 고 이사는 부하직원들을 좀 더 다그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알겠습니다. 이것은 저희 문제이니 저희가 기술팀을 총동원해서 좀 더 속도를 내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재환은 가져온 상자 두 개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이번에 CF를 찍으면서 두 여배우 브로마이드를 한 상자씩 받았는데 말이죠. 저희 사업소로 한전 직원분들이 포스터 좀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엔지니어들이 꽤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고 이사였다.

    “그래도 팬심은 존중합니다. 필요하신 직원분들에게 나눠주세요.”

    “아,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재환은 김혜선과 심하은, 두 톱스타의 브로마이드를 건네주고 한전을 떠났다.

    “후우-”

    차에 올라탄 재환은 담배를 물고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광고 크게 때리고, 이미지가 최고조로 올라왔는데, 회선이 못 따라와 주네.”

    초창기 초고속인터넷의 문제점인 지방의 인프라를 메꾸는 게 힘들었다.

    “계속 이리 밍기적거리면, 감당 못 할 텐데.”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한국전력이 민간 건설사와 협력해서 움직이면 됐지만, 전선에 케이블 설치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가진 건설사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

    초창기의 어려움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트루넷은 다행히도 성장세를 쭉 이어나갔다.

    물론 그 배경에는 1주일에 한 번씩 혜성그룹 기전실과 혜성트로이카가 번갈아 가면서 연락하고, 한전은 그 등쌀에 밀리면서도 원래보다 빠른 속도로 광섬유망을 깔아진 공이 있었다.

    그리고 혜성트로이카에서 초고속 인터넷사업부 ‘혜성트루넷’을 독립시킬 계획안이 그룹 내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 혜성트루넷의 대표이사는 신재환 기획전략실 상무가 됐으면 합니다.”

    “!”

    김범준 대표의 발언에 다른 임원들 역시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재환 역시도 앞으로 엄청난 이득을 가질 혜성트루넷 대표이사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아, 그럼 신재환 상무의 혜성트루넷 사장 선임에 대한 투표를 들어가겠네.”

    희경이 회장 직권으로 안건을 받아 투표에 들어갔고, 만장일치로 재환은 혜성트루넷 사장에 임명됐다.

    이것으로 재환은 혜성그룹 기전실 상무와 혜성전자 상무, 혜성트로이카 이사에 혜성트루넷 사장의 자리까지 모두 겸하게 되었다.

    ***

    며칠 뒤, 경선호텔 VIP실에서는 재환이 신생 계열사 사장으로 올라간 것에 대해 축하연이 벌어졌다.

    “축하해. 신 사장님.”

    “자~ 이제 사장님이네?”

    현규와 대현이 웃으면서 흑맥주를 건네자, 재환은 멋쩍어하면서 잔을 받았다.

    “아, 형님. 계열사 대표 하나잖아요. 아직 본사에서는 상무대우에요.”

    “다~ 그렇게 커가는 거다.”

    98년이 지나면서 현규의 결혼식 이후 경선그룹 최 회장의 별세로 장례식까지 움직였던 그들이었다.

    이후 최대현이 경선의 차기 회장으로 오르고, 곧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거라고 한다.

    “형님, 이름 바꾸신다면서요?”

    “Kyung~ Sun! 해외에서 통할 이름은 아니지? 그래서 이니셜로 했어. 앞으로는 KS그룹으로 통일이다.”

    이제 앞으로 KS가 고속성장할 기반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뭐, 그건 그렇고 오늘 이 자리는 말이야. 또 한 명 초대할 친구가 있거든.”

    “아, 그래요?”

    “알고 지내면 우리끼리 모이기 괜찮을 거야. 다들 뭉쳐야지!”

    대현이 또 재벌가의 사람 한 명을 데려온다고 하길래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재환이었다.

    그 사이 현규는 재환을 향해 말했다.

    “석찬이 일 잘하더라. 진 소장님이 눈여겨보신대.”

    “그래야지. 우리 회사 미래를 책임질 친구인데.”

    삼신전자 반도체 기술연수를 받고 있는 친구 이야기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새 아파트에, 신차에 일 외적으로는 모두 지원해줬으니 그 친구만 성장하면 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이야기 있잖아. 삼신중공업에서 발전소 사업한다고?”

    “아, 나는 그쪽은 전혀 몰라서 혹시나 물어봤지. 위치도 창원이고 보일러랑 터빈, 엔진 사업 논의가 있어서.”

    “흐음.”

    재환은 이런 걸 자신에게 넌지시 물어본다는게 예전만큼의 신뢰는 확실히 얻은 것 같아 속으로 뿌듯해했다.

    잠시 후 호텔리어들의 안내를 받고 온 남성이 있었다.

    키는 작았지만 다부진 체구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아, 왔어?”

    “안녕하십니까?”

    그를 본 재환과 현규 역시 일어나서 인사했다.

    “아- 오셨습니까?”

    대현이 부른 인물은 다름 아닌 두성그룹의 박정인이었다.

    “다들 반가워요.”

    KS그룹 전 회장의 장례식 때 잠시 만나서 소주 한잔했었는데, 그 뒤로 이 자리에 끼게 됐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두성그룹 기술전무를 맡고 있는 박정인이라고 합니다.”

    정인은 자기소개 뒤로 재환과 현규의 인사를 받았다.

    나이는 대현이 올해 40살로 가장 연장자고, 그다음으로 38세의 정인, 그리고 재환과 현규가 올해 31살이었다.

    “말은 편하게 하세요. 저희보다 연상 아닙니까?”

    “아, 그래도 되나?”

    “그러세요.”

    현규도 동의하자 정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고.”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두성그룹 역시도 그 나름대로 10대기업의 한 축이 되는 큰 손이었다.

    현재는 맥주와 음료수, 면세점, 야구팀과 비료업등의 소비재 기업이었지만, 이때부터 중공업 사업으로 재편을 준비했다.

    맥주를 마시던 중 정인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먼저 털어놨다.

    “사실은 지금 회사인수 문제로 적절한 곳을 찾고 있어.”

    “오, 전권 받았냐?”

    대현이 묻자 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같은 상황이겠지만, 나도 승계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돼.”

    두성의 전 회장 박영조 회장이 물러나고 그 뒤로는 박영유, 박영현, 박영철, 박영만 등의 삼촌들이 대표이사 회장을 한 번씩 거치면서 그 다음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

    “어느 쪽을 생각하고 계신데요?”

    “최근에 외국 컨설팅 업계에 이야기를 받았다고 해. 그리고···”

    정인은 그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여기서 말하기엔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지겠다.”

    아무래도 아버지와 삼촌들이 긴밀히 논의해서 받은 결과이니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털어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재환은 이미 그 사실을 눈감고도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컨설팅회사인 맥엔지 컴퍼니에 두성그룹이 미래산업을 논의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밝혀진 거였다.

    이럴 때는 넌지시 조언을 해 주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중공업 쪽을 생각하신다면 창원이 어떨까 싶네요.”

    “음?”

    재환은 맥주를 마시면서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이번에 저희도 창원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인프라도 좋고, 거기 도지사가 협력도 잘해주면서 일대에 아주 좋은 기업이 많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순간 재환은 넌지시 현규를 보고서 눈을 찡긋했다.

    “···.”

    이 정도면 골을 넣으라고 골대 앞에 선수 공을 토스해준 꼴이었고, 현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창원에··· 중공업을?”

    정인이 되묻자, 토스를 받은 현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 전무님.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 어떤 사업인지 알려줄 수 있나?”

    “최근 삼신중공업이··· 대윤에서 경영권 박탈된 보일러 발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단독으로 진행하긴 힘들어서 합작이 필요합니다. 창원쪽의 대규모 중공업 사업을 두고 말입니다.”

    “!”

    정인은 그 말을 듣고서 현규를 유심히 바라봤다.

    “···정말인가?”

    “네, 제가 중공업 쪽은 잘 몰라서,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적당한 협력사를 찾긴 합니다만···.”

    저쪽 역시 컨설팅을 통해 알아본다는 말에 정인은 직감적으로 내질렀다.

    “그러면 말이지. 여기서 바로 말하긴 그렇고, 조만간에 한 번 이야기할 수 있겠어?”

    “네, 저희 쪽에 이야기는 드려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엄청난 프로젝트가 오갔는데, 그 말을 꺼낸 재환은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대현은 그런 사업 이야기를 하고서 태연한 재환에게 넌지시 말했다.

    “어려운 일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네?”

    “저는 지금 관심사의 사업에만 집중할 뿐이죠. 혼자 다 먹어치울 계획도 없고.”

    “오늘 진짜 이 모임 만들기를 잘했네!”

    대현은 크게 웃으면서 오늘 하루 경선의 초호화 코스요리들을 마음껏 주문하고, 한 번 크게 어울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재환은 조만간 경남 일대에 대해서 한 번 더 움직여 볼 생각이었다.

    ‘남쪽에도 초고속인터넷 잘 터지는지 봐야겠고 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