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51화 (51/244)
  • 51- 기차보다 더 빠른 것.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SBC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대한경제연합회, 약칭 경제련에서 대윤그룹 김우준 회장에 대한 ‘제명’처리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빅딜을 앞두고서 대윤그룹의 제명은 엄청난 쇼크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대윤그룹의 주가가 떨어지는 리스크가 생기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김우준 회장이 기를 쓰고 이곳저곳의 언론사와 방송국에 말했다.

    [내, 분명히 말하겠소! 제명이 아니야!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한거요! 저런 더러운 놈들과는 못 엮이겠다고!]

    [김우준 회장은 경제련 이후 한국경영인협회라는 새로운 단체 ‘한경련’이라는 단체를 주최하겠다고 선언하여···]

    아무리 대윤이 이리저리 나와서 말한다 하더라도 그 옛날 군부정권 시절부터 있었던 경제련의 ‘제명’처리는 엄청난 임팩트를 오게했다.

    그리고 그 경제련의 회장이 혜성그룹 신희경 회장이고, 그를 돕는 것이 아성그룹과 삼신그룹이었으니 아무리 대윤이라 하더라도 2:1의 싸움은 절대 무리였다.

    그렇게 대윤이 몰락의 전주곡을 울리자 중간점검이고 뭐고 외국 컨설팅 회사도 부랴부랴 움직였다.

    그 이후 6월.

    피터 앤 컴퍼니는 빅딜 사업에서 최고점수를 아성정공으로 밀어줬다.

    예상대로 반발이 있었던 대윤은 강제로 철도사업을 헌납했고, 대한그룹은 회장의 탈세 문제로 어수선할 때 경영권을 포기하고 빅딜 사업에 지분 없이 매각으로 포함 시켰다.

    그 이후 천리마 중공업은 홀로 자생을 선택해서 독립했지만, 이후 고속철도 개통 이후 그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미 끝난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이 싸움은 최종 승자 아성그룹과 매각이 아닌 공동 경영권을 가진 혜성그룹의 공동 승리로 기억됐다.

    ***

    딴- 딴따다-

    서라벌 호텔에서 진행되는 삼신그룹 3세의 결혼식은 엄청난 분위기 속에서 벌어졌다.

    경제련의 이름난 재벌그룹 회장들은 모두 모였고, 정치권에서도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하객으로 참여했다.

    “받아!”

    “뭐야 이거?”

    “원래는 결혼식 전에 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미안하다.”

    재환은 현규의 결혼식때 직접 가져온 상자를 건네줬다.

    삼신그룹 비서실 직원들이 그것을 황급히 챙겼다.

    그 안에는 재환의 선물로 고풍스러운 엔틱가구 두 점이 있었다.

    “벽시계하고 폴리폰이야. 꿀 떨어지는 신혼생활 하라고.”

    해외에서 직접 공수한 원목으로 조각한 혜성시계표 벽시계와, 독일에서 디스크를 구해온 20세기 초에 만든 폴리폰 오르골을 선물하자 현규는 환하게 웃으며 재환을 끌어안았다.

    “선물은 선물이고, 축의금도 한 가득 넣었다.”

    “하하, 이런걸 어디서 가져온 거야? 아무튼, 잘 받을게!”

    “그래, 부디 백년해로해라. 베스트 프렌드!”

    부디 이번 삶에서는 절대 이혼 같은 거 하지 말고 잘 살라는 뜻으로 보내준 재환의 선물이었다.

    재환은 물론이고, 수제 양복을 맞춰 입고 온 희경과 고운 한복 차림으로 온 명숙은 호텔 몇 층이나 모인 자리에서 상석에 초대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 외 아성, 경선, 샤를로트, 대화, 신누리, 제일그룹등 이름난 기업은 모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절대 참여안하고 화환만 보낸 대윤그룹 사람들만 빼고 말이다.

    “신부가 참 곱다.”

    어머니 명숙의 말에 재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 할텐데 말이죠.”

    재환은 미묘한 말을 하면서 결혼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

    그 뒤로 경제련 소속 기업인들이 굵직굵직한 경조사에 참여했던 재환은 빅딜 사업 이후로 한숨 돌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98년은 이제껏 있었던 어떤 해보다도 숨가쁘게 돌아갔고, 그 중에서도 혜성의 역사는 실시간으로 움직였다.

    짝짝짝짝짝!

    리본 커팅식이 생기고, 모두의 박수 속에서 그랑블루 백화점은 [혜성백화점 강남본점]으로 오픈 준비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아직 완공하기 전이지만, 추첨을 통해 혜성시계의 손목시계와 혜성전자의 CD플레이어가 선물로 제공됐고, 대치동과 도곡동의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자, 다들 잘 해봅시다.”

    삼우일보그룹의 임원들도 참여해서 최상층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공사를 시작하고, 벽보를 붙여 오픈 날짜를 공지하며, 이 공사를 실시간으로 강남구 주민들에게 보였다.

    그 와중에 재환이 선포한대로 명품관의 일부는 계열사가 입주했다.

    먼저 입주한 계열사는 혜성시계와 혜성전자사업소였다.

    “이 근처 경제좀 살려주세요. 회식도 자주 하시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무님.”

    임원들은 재환의 말에 웃으면서 동의했다.

    “자, 그럼 이제 가봐야겠네요.”

    “모시겠습니다.”

    “됐어요. 안산에서 봅시다.”

    재환은 임용태 대표를 먼저 보내고 자신도 뒤따라 안산공장으로 향했다.

    ***

    재환이 도착했을 때 혜성트로이카 안성공장 역시도 축제의 현장이었다.

    “대표님, 이쪽입니다.”

    “모뎀 시장이 드디어 끝나는 거군요.”

    그동안 전화기와 양립하지 못하던 느려터진 56kb를 넘어 드디어 초고속인터넷의 시대가 오는 순간이었다.

    연구실에서 만든 광통신망의 개발 성공 이후 민간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 사업이 정보통신부의 허락을 받았다.

    그로 인해 97년 7월 기업회선 위주로 나가던 초고속인터넷은 이제 98년 12월부터 전국에 보급된다.

    “자~ 이름은 정해졌습니까?”

    “그것은 아직··· 그냥 HFC(Hybrid Fiber Coaxial:광동축혼합망)넷이라고만 부르고 있습니다.”

    재환은 만들어놓고 그럴듯한 이름이 없다고 하니 곰곰이 생각했다.

    “경쟁사 제품들 이름은 어떻죠?”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하나통신에서이름은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다고 합니다.”

    “ADSL···.”

    한때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큰 초고속인터넷 사업소였지만, 그 뜻은 공식용어인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이라는 것을 그냥 영어 이니셜로 써내렸다.

    “우리는 알기 쉬운 이름으로 합시다. 인터넷··· 초고속 인터넷··· 진짜 초고속 인터넷···.”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임 대표님, 퀴즈! 진실을 영어로 하면?”

    “어··· 트루(Truth)요?”

    “네, 그걸로 합시다.”

    “예?”

    임용태를 포함한 인원들은 새 초고속 인터넷 이름을 트루라고 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혜성그룹의 새 인터넷 이름은 ‘트루넷’입니다. 슬로건은 ‘진짜 초고속 인터넷’으로 내거세요.”

    “아, 알겠습니다. 트루넷···”

    재환은 그 사업을 기대하면서 99년부터는 혜성이 로켓타고 도약할 것이라며 기대를 가졌다.

    ***

    “잘 다녀와.”

    “그래, 현규한테 많은 거 배워올게.”

    길었던 협상과 회사 내 정예 인원을 추슬러서 25명의 인원을 삼신전자 중앙연구소에 파견을 보냈다.

    전자공학 박사급으로 임용태가 갔으면 좋겠으나, 고심 끝에 초고속 인터넷 사업부를 위해 남기로 했고, 대신 강석찬이 선두로 간 것이었다.

    “돌아오면 임원으로 시작할 거니 있는 대로 몽땅 빨아들이고 와라.”

    “그, 그래.”

    재환은 친구 석찬과 악수하면서 그들을 보내고 삼신전자 내에서 진대현 소장과 만나 그들을 부탁했다.

    이후 기획실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 CF를 준비하면서 콘티를 보다가 크게 웃었다.

    “풋, 이거 재밌네.”

    재환의 웃음에 다른 임직원들이 쳐다봤다.

    “이거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재환이 내민 콘티는 이런 내용이었다.

    [(말이 달리는 모습): 말보다 빠르다.]

    [(기차가 질주한다.): 기차보다 빠르다.]

    [(슈퍼카의 질주): 슈퍼카 보다 빠르다.]

    [(비행기의 이륙): 비행기보다 빠르다.]

    [진짜 초고속 인터넷. 트루넷! 한달 내내 써도 2만 9천 900원!]

    어디서 본 내용들은 전부 긁어모은 것 같은 B급 감성의 콘티였지만, 그럴듯한 내용이었다.

    “아, 홍보팀에서 제작한 콘티중 하나인데, 그게 맘에 드셨나보군요.”

    임창훈은 자신도 그 콘티를 점수 많이 줬다면서 그것으로 채택하려 했다.

    “A안 광고는 이걸로 하고 B안 광고를 준비합시다.”

    재환은 트루넷 홍보를 위해 지상파에 두 가지 광고를 준비했다.

    하나는 트루넷에 대한 스펙을 위한 광고였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이용하는 톱스타가 출연하는 광고였다.

    재환은 B안 광고의 연예인으로 누가 좋을까 톱스타들을 떠올렸다.

    ‘이 당시에 잘나가는 여배우 하면 누구 있었더라. 시트콤 찍던 송예교랑 김수연··· 아역 딱지 뗀 김인정··· 장나··· 아니지, 그 친구는 한참 뒤에 데뷔하잖아.’

    재환은 일단 자신의 컨셉을 말했다.

    “미모의 여배우, ‘첨단 디지털과 도시여자’ 콘셉트로 초고속인터넷과 정보화 시대를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단 말이죠.”

    재환의 말에 임창훈 역시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생각하다가 물었다.

    “···심하은 어떻습니까?”

    “[여름의 크리스마스] 영화 저도 재밌게 보긴 했어요.”

    “아니면, 김혜선도 있습니다.”

    “이야~ 제품보다 CF 배우 얼굴만 보이겠네요.”

    둘 다 상당한 인기를 끈 톱스타이자, 당대의 아이콘들이니 문제없었다.

    “그럼 일단 소속사에 알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재환은 그것을 본 다음 갑자기 생각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 아직 데뷔 안했던가?”

    양재동의 작은 소속사 연습실에서 죽어라고 고생해서 만날 때마다 밥을 사줬던 다섯 명의 아이돌 연습생들 말이다.

    재환은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톱스타들을 광고로 자유자재로 쓸 전략을 구상했다.

    ‘내년에 상승하면 너네들도 기억 속에 담아둘게. 99년에 보자고 친구들.’

    재환은 앞으로를 생각하면서 자사 광고를 찍을 연예인들을 하나하나 리스트에 담아뒀다.

    ***

    얼마 뒤 재환은 신문 연예란에서 보이는 이야기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디지털과 여배우의 만남? 톱스타 A와 B의 광고경쟁.]

    [누가 진정한 CF퀸이 될 것인가? 물밑 경쟁 레이스.]

    A양이니 B양이니 하는 90년대의 감성 기사를 보고 있으니 재환은 소속사들이 참 귀엽게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발 먼저 움직인 하나통신의 ADSL은 광고가 나와서 당대의 톱스타이자 검은머리 외국인이 된 모 가수를 광고로 찍은 것이었다.

    [한달 내내 써도~ 2만 9천원! 이제는 하나통신 초고속인터넷 ADSL 세상이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선발주자는 ADSL이었고, 재환의 혜성트로이카의 트루넷은 딱 1개월이 늦은 상태였다.

    하지만 재환은 개의치 않았다.

    ADSL은 스타트를 끊은 이후로 같은 공기업 계열사인 한국통신의 ‘메가라인’과 경쟁을 하면서 몰락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된 상황이니 재환은 압도적으로 트루넷의 승리를 위해 결심했다.

    “임 실장님.”

    “네, CF모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셨습니까?”

    재환은 경쟁 대신 둘 다 쓰기로 했다.

    “그냥 둘 다 고용하세요. 까짓거 톱스타 두 명이 브라운관에 나오는 거 전 국민이 보게 해봅시다.”

    “네? 저기 그러면 모델료에다가 톱스타 둘이 모이는 일로···.”

    기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그건 알아서 기업이 수습하고 만약에 돈이 모자란다는 말이 나올까봐 재환은 자신의 통장을 꺼냈다.

    “예산이 모자라면 제 사비를 들일테니까 그냥 진행시키세요.”

    “아, 알겠습니다.”

    재환은 트루넷의 광고모델로 경쟁시켰던 심하은과 김혜선을 둘다 쓰기로 했다.

    그리고 콘티를 만들어서 아예 스케일을 키우기로 했다.

    [여름의 크리스마스의 복장의 심하은이 그 당시 상대 배우 한성규와의 사진을 클릭하며 추억한다.]

    [케이블 선이 움직이는 장면과 함께 사무실 안에서 곱게 갖춰입은 김혜선이 그 사진을 받으며 감탄한다.]

    [기억 속에 남는다. 모두에게 이것을 알릴 수 있게···]

    [진짜 초고속인터넷 속에서 전 세계에 모든 추억과 기쁨을 한 눈에 누릴 수 있게··· 트루넷~]

    비주얼적으로도 두 여배우의 스타성으로도, 거기에 초고속인터넷으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서핑의 기능을 알리면서 내건 광고는 재환의 입에서 연신 OK가 나오게 됐다.

    그리고 그 광고가 전국으로 나오는 날 모두가 모여서 TV로 관람했다.

    “어머~ 저 둘은 언제봐도 정말 예쁘다.”

    명숙이 두 톱스타의 미모에 감탄해서 말하고, 희경 역시 흡족한 얼굴로 바라봤다.

    “저 둘을 캐스팅해서, 광고 잘 나왔네?”

    그리고 둘의 투샷이 나온 뒤 초고속 인터넷 트루넷의 슬로건과 함께 끝이나고 그다음은 바로 시계추가 움직이는 시보광고였다.

    [혜성시계가 오늘의 뉴스를 앞두고 9시를 알려드립니다. 띠- 띠- 띠- 띠이잉-]

    연타석으로 터진 혜성의 광고는 지상파 3사의 시청자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갔을 때, 두 톱스타의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자~ 감탄은 감탄이고, 앞으로 가입 좀 많이 하라고!”

    재환은 앞으로 벌어질 트루넷의 성장을 위해 모니터를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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