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50화 (50/244)

50- 공정하지 못한 빅딜 조사

혜성과 아성의 협력 선언을 한 뒤로 재환은 서울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읏차! 이 정도면 되려나?”

재환을 포함한 기전실 임직원들은 혜성중공업 서울지부 직원들과 모여서 피터 앤 컴퍼니가 조사하기 전 준비를 마쳤다.

“피터 앤 컴퍼니에서는 국내 지사의 인원 절반과 뉴욕 월스트리트 본사의 절반이 모여서 조사단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임창훈의 말에 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물론 본사도 대다수는 유학생 출신의 한국인들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아이비리그의 MBA 코스까지 마친 상위 1%의 브레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 평가가 들어간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의 오더가 들어가서 현재 있는 중공업 철도사업부의 회사들을 두고 점수를 매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남은 기업들을 인수합병할 수 있고, 가장 점수가 낮은 기업은 퇴출, 혹은 자체 사업 철수이다.

재환은 혜성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사실상 그건 무리였고 대윤과 아성 중에서 높은 점수가 나올 곳을 확인해야 했다.

아성의 점수가 가장 높으면 이 싸움은 끝난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대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건 이제껏 만들어놓은 계획이 모두 날아가는 거였다.

재환은 그것을 두고서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게 움직이기로 했다.

“만약 대윤이 가장 점수가 높으면 그건 하나밖에 의심할 게 없습니다.”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입니까? 약 친 거지.”

이판사판이었으니 정권이나 피터 앤 컴퍼니에 직접 검은돈으로 약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환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자, 그럼 움직여 볼까요?”

“다시 창원으로 가시는 겁니까?”

“네, 기차로요.”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가기 위해서 특실로 가 보기로 했다.

***

며칠 뒤 정부에서 고용한 피터 앤 컴퍼니 자문사의 직원들이 아성정공을 돈 다음, 혜성중공업으로 찾아왔다.

일부는 재무 서류를 검토하고, 또 일부는 신기술과 현재 공장의 가동률, 그리고 특허권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하나도 허투루 빠지는 것 없이 며칠간의 조사가 이어졌고, 재환은 본사에서 준비한 서류까지 넘겨주면서 부정 같은 건 없이 전부 검토하게 했다.

“자, 받으시오. 케빈 장씨.”

재환은 동문인 진우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재무서류의 일부를 건네줬다.

“···네, 이것도 검토해보겠습니다.”

진우는 사무적인 말로 재환이 건네준 서류들을 모두 검토했다.

“오늘 퇴근하시면 한 잔 어때?”

“죄송합니다. 사적으로 따로 만날수가 없습니다.”

“쯧.”

원래 저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엄격하게 조사를 왔으니 어쩔수 없었다.

기업들의 명줄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오더니만큼 그들이 사적으로 친분을 자랑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조사를 하고 담당자인 이장민 팀장이 재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혜성중공업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네, 가감없이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그 역시도 해외 유학파 출신인 엘리트 금융인이었고, 경영컨설팅으로 훗날 한국 경제계에 큰 스노우볼을 굴리게 된다.

재환은 창원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이제 부산의 대한중공업으로 향할 피터 앤 컴퍼니 직원들을 보고 말했다.

“미국 회사인데, 전부 유학파 한국인 출신으로 팀을 만들었단 말이지?”

명색이 월가의 컨설팅 업체인데 서양인 하나 보이지 않는 구성단을 두고 재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전부 유학파 출신이 아니겠습니까?”

성 대표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하지만, 그래도 뭔가 티가 나는 구성이어서요.”

재환은 그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서 퇴근할 때 호텔에 서류를 가지고 갔다.

재환은 그날 밤새도록 자신이 놓친 것이 있나 하나하나 검토해봤다.

새벽까지 담배와 커피로 달래면서 서류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 소리가 울렸다.

“음?”

책상에 있는 휴대폰은 아니었다.

재환은 혹시나 해서 가방 속에 얌전히 있던 삐삐를 꺼내봤고, 거기에는 음성인식 메시지가 하나 남아있었다.

“호?”

재환은 곧바로 그것을 키고 듣기 시작했다.

[재환아, 나야.]

진우의 목소리였다.

직접 전화를 할 수 없으니 몰래 음성메시지를 남긴 것 같았다.

[점수에 대해 말할 수는 없어. 현재 두 업체에 대해 매우 치열하게 점수를 매기고 있거든?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야 대비할 것 같아서.]

“!”

조사단의 직원이 들려주는 내부의 진짜 정보였다.

그리고 재환은 그것을 들은 순간 곧바로 뛰쳐나갔다.

호텔 앞에 있는 택시 중 하나를 붙잡은 재환은 곧바로 외쳤다.

“서울 갑시다!”

“뭐라꼬? 지금 시간에 서울요?”

재환은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를 건네주고 말했다.

“다섯 시간 내에 서울 남영동까지 도착할 수 있으면 백만 원 더 드리겠습니다.”

택시기사는 아닌 밤중에 대박이 터져서 일단 차를 몰았다.

아침 6시 인근에 도착할 수 있다면 모두를 불러 이야기할 셈이었다.

“아성가는 밤 10시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난다지? 그 안에 이야기할 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재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

***

“그, 그게 사실인가?”

아침 일찍 계동 사옥 인근의 커피숍에서 만난 정몽균 회장은 재환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내부 고발이니 출처는 못 밝힙니다. 하지만, 설마 했던 대윤이 약 친 것은 사실입니다.”

“으으음!”

일민(佚慜)장학회.

김우준 회장의 호로 만들어진 재단으로 가난한 고학생들을 후원하고, 그러면서 해외유학파들을 양성하는 곳이었다.

“아니, 이걸 왜 아무도 몰랐던거지?”

국내 1위의 아성그룹도 모르는 정보였고, 대형 언론사에서도 그에 대한 보도는 일체 없었다.

그리고 재환은 그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건 미주 동화일보에 대한 기사입니다. 영어이긴 하지만.”

재환이 내민 영자신문에는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은 이민 1세대의 자녀들에 대해 후원을 하고 있다는 대윤그룹 미주사업부의 신문기사였다.

“···교포들?”

“이번에 미국에서 온 조사단 중에 서양인이 한 명도 없어서 이상했는데,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코쟁이가 하나도 없는게 이상하긴 했지.”

말투는 조금 그랬지만, 일단 사실이었다.

“더 따질 거라도 있나? 녹음이나 증거물 있으면 바로 그냥 터트려 버리자고.”

“아,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이거만큼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나?”

“제보자가 바로 추려지지 않습니까?”

“으으음.”

정말 같은 동기 친구였다는 이유로 엄청난 자료를 준 녀석이었는데,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

재환은 그것을 염두하고서 움직이기로 했다.

“중간보고가 나오는게 며칠 뒤라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려보고 의혹썰은 그때 퍼트려도 늦지 않습니다.”

재환의 말에 정 회장은 손을 들어 반박했다.

“잠깐, 그러면 더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겠나? 마치 어깃장을 놓는 것 같잖아.”

“그러니 더 그때 뿌려야죠. ‘공정하지 못한 조사로 수상하게 점수를 많이 받은 모 기업에 대한 의혹’을요.”

재환은 그 타이밍을 놓고서 정 회장에게 건의했고,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차라리 낫겠군. 일단 알고 있겠네.”

“일단 이 일로 인해 저는 바로 혜성 본사로 가서 이야기해 볼 겁니다.”

“그래, 알려줘서 정말 고맙네. 우리도 자체적으로 TF팀을 만들어야 겠어.”

재환은 정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서 곧바로 남영동 사옥으로 향했다.

희경은 창원에 있어야 할 재환이 아침 일찍 찾아오자 놀라 물었다.

“아니 어떻게 왔냐? 창원 조사단 벌써 끝났어?”

“그 일로 아버지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뭐?” 재환은 자리에 앉아서 희경에게 요청할 사항을 말했다.

“아버지 후원하시는 정치인들 있잖아요. 그분들 중 이번 빅딜 사업에 대해서 누가 움직이는 지 알수 있을까요?”

“음? 아마 재경부장관 이규태하고, 신설된 금융위원회의···.”

“!”

재환은 그쪽에서부터 뭔가 커넥션이 있다고 생각했고, 희경은 혹시 자신이 생각한게 맞나 싶어서 담배를 꺼냈다.

“내가 생각한 게 맞나? 대윤이 또 윗선에 손바닥 비볐어?”

“가능성 99.9%요.”

“나머지 0.1%는?”

“어린 시절 은혜를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외국계 컨설턴트들?”

“···대체 그게 뭔 소리인지.”

희경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고, 재환은 이건 확실히 큰 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들이 경영을 위해 여기까지 올라와서 요청하는 거니 분명 캐 보다 보면 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움직여보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새정치당 사람들하고 조만간 골프 회동이 있긴 한데, 한 번 알아보마.”

“그거 괜찮은겁니까?”

“내가 우리회사 로비하러 가는 줄 아냐?”

하긴 90년대 말까지는 그런 회동이 넘어가긴 했다.

2010년대에 일어났다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두고 엄청난 썰들이 오갈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이야기를 한 뒤로 재환은 기전실로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했다.

***

얼마 후 빅딜을 주관하는 것에 대해 중간 평가가 나왔다.

[네, 현재 해외 전략컨설팅 P&컴퍼니는 국내의 중공업 기업들을 조사하는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대윤중공업이었습니다.]

정말로 대윤이 원하는 대로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대윤그룹 내에서는 흡족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재환은 뉴스를 보고서 그대로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네, 상무님.]

“오랜만이네요. 국장 진급 축하드려요.”

재환은 삼우일보 경제국장에 올라간 김낙진에게 축하 인사를 한 다음 지난날 말해뒀던 것에 대해 말했다.

“폭죽 터트립시다.”

[네, 그렇지 않아도 이건 큰 건이라고 기대가 큽니다.]

재환은 대윤 그룹 몰락의 시발점을 여기서 더 당겨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삼우일보 단독 보도로 폭탄을 터트렸다.

[컨설팅 업체와의 수상한 관계, 제대로된 점수인가?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인가?]

[미국계 P& 컴퍼니 조사단 대다수는 대윤그룹 일민장학회 출신. 처음부터 노림수였나?]

판은 한 방에 뒤집혔다.

“언제나 막판 뒤집기가 가장 짜릿한 법이지.”

그것을 뒤늦게 접한 다른 언론사들 역시도 이건 큰 건이라 생각하고 대윤그룹을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재벌 하나로 끝날 문제도 아니었고, 이제는 빅딜을 진행한 정부에 대해서도 첫 단추를 잘못꿴 죄로 십자포화를 받고 있었다.

[경제부총리 ‘외압은 없었다.’ 발표.]

[재경부 공식 브리핑 ‘일민장학회에 대한 존재 몰라.’]

“하하하하하!”

재환은 그 뒤로 오늘 저녁에 나올 석간신문을 미리 받고서 크게 웃었다.

대윤이 폭격을 맞는 동안 줄을 잘못탄 대한그룹 역시도 한 방 제대로 얻어맞게 될 기사였다.

[국세청, 대한그룹 탈세 조사.] [대한그룹의 끊임없는 구설수, 이대로 괜찮은가?]

대한그룹에 대한 대규모 탈세 보도가 터질 것이었다.

이때 터진 사건으로 인해 대한은 경영진이 모두 교체되고, 창업주 조우진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추징금 완납과 나머지 사재 1천억원을 기증한 뒤로 퇴장한다.

“상무님, 창원공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재환은 기전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상무님, 저 성학철입니다.]

“네, 대표님. 부산 일로 전화주신겁니까?”

경쟁사인 대한의 내부에서도 터진 폭탄에 모두의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났다.

[부산교통공단에서 대한중공업과의 거래를 끊겠다고 합니다. 단독입찰입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대해서는 이것으로 혜성에 막대한 이득을 주는 사업으로 돌아왔다.

“하하하하하!”

혜성중공업의 이름으로 마지막 큰 건을 만들어주고, 이제 KRT에서도 활약해줄 역군들의 훌륭한 성과였다.

그리고 재환은 회장실로 불려가 희경의 말을 들었다.

“내가 지금 김우준 회장하고 얼마나 길게 통화한 줄 아냐?”

“여기로 바로 전화했어요? 김우준도 이제 끝났네.”

“경제련 탈퇴하겠다고 한다.”

재환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야, 이게 웃을 일이냐? 경제련이 반으로 쪼개질 수도 있잖아.”

다른 회장들에 의해 앉혀진 자리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윤이 빠진다면 팔뚝 하나가 날아갈 수준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런 상황에 대해 넌지시 조언했다.

“그럼 탈퇴가 아니라 회장님들 소집해서 먼저 터트리시면 되잖아요.”

“어떻게?”

“정부 빅딜 사업과 수상한 커넥션으로 일어난 대윤그룹에 대한 경제련 제명처리.”

“!”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부에서 터졌으니 이제 채권자들이 달려들 겁니다. 뭐라도 살아있을 때 건져야 할 테니 말이죠.”

이것으로 대마불사를 부르짖으며 끊임없이 빅딜로 회사를 잡아먹고 추가 융자를 받으려던 대윤의 수십조 프로젝트는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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