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45화 (45/244)
  • 45- 씨 뿌릴 만큼 뿌렸으니 농사 집시다.

    “···.”

    샤를로트 유 전무는 재환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완벽하게 한 방 먹어서 입술을 짓씹었다.

    “저희 샤를로트는··· 논의 이후 다시 이 계획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유미현 전무가 자리에 일어나서 자리를 비웠을 때,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상입니다. 지금까지 혜성그룹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멘트까지 샤를로트 임직원들의 속을 박박 긁어놓은 재환이었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 임창훈은 그것을 보고서 놀란 얼굴로 물었다.

    “지난번에 알아달라고 하신걸 설마 개인 자금으로 구하셨습니까?”

    “그 정도 포켓머니는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 해외주식도 잔뜩 오르고.”

    그동안 회사에 개인 돈 잘 써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조금 대승적으로 움직여봤다.

    기업 융자가 아니라 개인대출로 땡긴 것이고, 갚아나갈 것은 모두 재환의 몫이지만, 담보가 부동산이었다.

    어차피 갚을 돈은 해외주식에서 배당금이 달러로 들어오니 이자 갚는것도 문제없어서 아예 일대 상가와 아파트를 모두 삼킬수 있었다.

    ‘고마워요. 대구 신용금고 사장님.’

    재환은 그때의 인연이 이럴 때 묘한 도움을 주게 되어서 속으로 인사했다.

    ***

    [취소해.]

    신경호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서 단 한마디로 일축했다.

    “회, 회장님. 그렇게 되면 저희 강남사업은···.”

    [됐어! 이미 혜성 그 잡것들이 그 정도로 재를 뿌렸으면 먹어도 탈 난다.]

    3천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접어버리라고 명한 신경호 회장의 말이었다.

    “···.”

    [왜 말이 없지?]

    “알겠··· 습니다.”

    뚝-

    통화는 끝났고, 유미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미현은 이것으로 자신의 커리어는 날아갔다고 직감했다.

    ***

    “샤를로트에서 말하겠습니다.”

    유미현은 이 말을 하면서 목이 멨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자신이 담아둔 기업의 의사를 꺼냈다.

    “저희 샤를로트는··· 이번 그랑블루 백화점 강남 인수를··· 포기하겠습니다.”

    “!”

    아예 포기를 선언한 샤를로트의 말에 재환은 느긋하게 지켜봤다.

    ‘그럴 것 같았지.’

    인수대금 이후 몇천억을 투자 운운하더니만, 결국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빠른 철수를 진행한 것이다.

    유미현은 이곳에 있기도 싫은 건지 남은 임원들을 이끌고 김만수 사장에게 인사하고 돌아갔다.

    두 개의 경쟁업체가 있는 곳에서 남은 것은 혜성그룹 하나였다.

    김만수 사장은 상황을 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네, 그랑블루백화점 강남점에 대해 샤를로트 그룹이 입찰 포기를 선언하여 혜성그룹과 단독 협상에 대한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임원들의 머릿속에서 ‘3천억’이라는 단어가 맴돌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정리하고 투표에 들어갔다.

    어차피 80% 고용승계에, 리모델링계획은 자신들과 포함될 일이 없었다. 그 안에 들어간다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 대규모 파업시위를 감당하려면 그게 더 문제였다.

    그리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혜성그룹이 단독 협상을 하게 되었다.

    재환은 이제 이 사업은 사실상 자신의 패가 되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

    며칠 뒤 혜성그룹과 그랑블루 백화점 사이에서 강남점포를 인수하는 계약식이 치러졌다.

    인수대금은 총 1678억으로 예상가보다 조금 더 들었지만, 그 정도는 감당 가능했다.

    재환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착잡한 얼굴의 김만수 사장에게 선물을 하나 건넸다.

    “신 상무님, 이게 뭡니까?”

    “앞으로 그랑블루 그룹의 다른 백화점 사업을 잘 진행하시길 기원하는 겁니다.”

    김만수가 열어보자 그 안에는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아!”

    “저는 언제나 계약서에 싸인할 때, 상대방을 위해서 선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만년필이 앞으로 좋은 계약을 위해 필요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김만수 회장은 재환이 선물로 준 만년필로 자신의 지점 매각에 대한 싸인을 했다.

    그리고 재환 역시 만년필을 꺼내 멋드러진 싸인을 했고, 양측 임원들의 박수가 울렸다.

    재환은 그날 저녁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와 논의했다.

    “하~ 기어이 우리가 강남으로 가는구만.”

    혜성이란 회사가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 함께했던 양평동 사옥과, 대기업에 진입할 때까지 정들었던 남영동 사옥과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공사 이후 차례대로 계열사들을 옮기죠.”

    “그렇게 해야지.”

    희경은 담배를 물고서 재환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다음엔 뭘 또 인수합병 할거냐?”

    “올해는 웬만큼 한 것 같네요. 이제부터는 심었던 씨앗들의 싹을 틔울 때까지 관리해야죠.”

    “하긴 그렇지.”

    그동안 재환이 진행했던 혜성시멘트, 혜성레미콘, 혜성트로이카, 혜성시계, 혜성바이오팜에 이어 이제 혜성백화점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웬만한 기업집단 회장이 모두 지휘하려면 체계가 복잡하니 이제는 내부적으로 다져야 했다.

    “거기에 대해서 기획전략실을 통해 추가된 계열사들을 두고 논의를 할 겁니다.”

    “좋아! 한 번 믿어보마.”

    “그리고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말해봐.”

    재환은 계열사 중 한 곳에 대해 말했다.

    “다른 계열사는 그런데 혜성시계의 대표이사는 사임을 청했다죠?”

    시보 광고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던 혜성시계에 대해 말하자 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안 좋대. 당뇨가 좀 있다나봐.”

    이번에 용퇴한 혜성시계 대표이사를 두고 새 임원이 필요했다.

    “아버지의 지인 중에서 한 분이 생각나서요.”

    “뭐? 내가 아는 사람?”

    “시계입니다. 수많은 정밀부품을 쓰는 곳이에요. 거기에다가 튼튼해야 되고, 언제나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철두철미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흐음.”

    희경은 그 말을 듣고서 누가 좋을지 골똘히 생각했고, 재환은 바로 답이 안나오는 아버지에게 한 가지 힌트를 줬다.

    “군인 출신이라면 더욱 좋고요.”

    “아!”

    그제야 희경이 무릎을 탁! 쳤다.

    ***

    “안녕하십니까? 기획실 부실장 신재환입니다.”

    재환은 임원진 앞에서 정성껏 준비한 앞으로의 혜성그룹 경영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다.

    삑-

    재환은 레이저포인터를 키고, 오버헤드 프로젝터로 벽 한 곳에 비췄다.

    “먼저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재환이 자료를 넘기라고 손짓하자 계속해서 기전실 직원들이 교체했다.

    “동성시멘트를 인수한 뒤로 현재 혜성은 시멘트업으로 대구, 경북과 경남 일대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재환은 다음으로 넘기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모든 임원을 놀라게 했다.

    “최근 혜성그룹은 인천광역시쪽에 사업을 크게 진행하며, 담당 시장님과 논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 송도 간척사업에서 경선건설과 마이다스건설이 간척사업에 참여하고, 시멘트는 모두 저희 혜성시멘트가 맡게되었습니다. 추가로 혜성레미콘 역시도 80%이상 인천으로 인력을 보낼 겁니다.”

    인수했던 계열사가 처음으로 대규모 수주를 따낸 순간이었다.

    시멘트 사업이야 건설업이 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먹고사는 캐쉬카우였지만, 간척사업은 그중에서도 엄청난 건이었다.

    “현재 인천 송도에서 여의도의 17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간척공사로 쓰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공사를 저희 혜성도 한 발 걸쳤습니다.”

    상석에 앉은 희경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화면을 넘기고 다음은 한국종묘를 인수한 혜성바이오팜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천에 있는 두 번째 프로젝트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이번에 새 계열사에 포함된 혜성바이오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재환은 그것을 설명하려니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 혜성바이오팜이 인천 청라지구에 9만평의 토지를 두고 농업연구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허나 농지로 된 곳에 대해 규제가 걸려서 그것을 김범준 대표이사께서 협의하셨는데···.”

    재환은 이 타이밍에 김범준을 한 번 보고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9만평 임야 모두 규제대상에서 해제되어 연구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오오오-”

    그 순간 모든 임원들이 박수치고, 김범준에 대해서도 축하를 올리는 이들이 보였다.

    “물론 혜성바이오팜이 연구소 하나만 두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농협과 계약을 하여 국산 DB로 만들어진 비료와 종자에 대해 전국으로 배포됩니다.”

    혜성이 가진 종자 DB는 유통부터 지역 농가의 판매까지 모두 농협이 맡게 되고, 매년 재배를 할때마다 로열티는 알아서 농협이 정산해준다.

    이런 사업이 1천억대에 모두 해외로 팔려나갔다고 생각하니 헤성그룹 임원 모두도 진정한 신의 한수라고 느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현재 축산업에 쓰이는 사료공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해외 업체에서 좋은 파트너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네, 넷!?”

    “음?”

    “허어···.”

    다국적 식품회사에 팔릴뻔한 위기인데, 또 다른 외국계 회사와 손을 잡는다는 말에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재환은 바로 설명했다.

    “현재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서 캘리퍼와 레슬리 등의 다국적기업이 혜성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협력시 DB는 저희가 가지면서, 공장부터 고용인원까지 저희 혜성이 알선하게됩니다. 그 생산량은 연간 80만톤 가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80만톤.

    그 정도의 규모라면 국내에 난립한 중소 공장들 몇 개를 합쳐야 나올 양이었다.

    셈이 밝은 이들은 벌써 혜성시멘트와 혜성바이오팜이 벌어들일 수익이 얼마나 될지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재환은 그것을 모두가 알아보라면서 천천히 기다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기획을 준비했다.

    “혜성트로이카 컴퓨터와 혜성전자, 그리고 삼신전자에 대한 3분기 프로젝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량용 네비게이션 개발 산업]

    네비게이션을 두고 재환이 설명했다.

    “자동차 1천만대 시대에 현재까지 길을 찾으려면 머리로 모두 외우거나, 지도책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93년 아성자동차가 전국의 길을 알리는 GPS 네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상윤정보통신이 96년 양산화 했습니다. 이제 혜성 역시도 삼신전자와 교류 이후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화성에 네비연구소를 만들 준비를 하고, 안산공장과도 교류를 위해 통근을 개편했다.

    “또한 혜성트로이카 컴퓨터에서는 어디에서나 가지고 다닐수 있는 랩탑, 즉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하게 됩니다.”

    “!!!”

    흔히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미래 먹거리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향후 10년은 충분하다고 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재환이 발표하는 것들은 단순히 먹거리 하나가 아니라, 각 사업별로 나누어서 모두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미래 뷔페’였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 더 꺼낼 것이 많았다.

    “혜성시계에 대해 논의 드리겠습니다. 현재 일본의 J-클락 그룹과의 교류는 삼신때 끝이 나고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시계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현재 용퇴한 대표를 두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말했다.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내구성과 가격을 극대화시켜서 판매할 것입니다.”

    재환이 그러면서 예시로 든 것은 뜬금없게도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였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사진은 그 앞에서 싸구려 고무 시계를 팔고 있는 상인들이었다.

    “현재 나라를 지키는 60만 장병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궂은일을 하면서 시계 하나 제대로 준비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들은 방수는 물론이고 내구력도 꽝입니다.”

    “흐음.”

    그건 희경도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이 그래서 그 형님을 대표로 추천한 거였군.’

    “일반 장병을 넘어 특수부대가 훈련해도 안 망가질 손목시계를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아울러 군인을 넘어 각종 3D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어디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튼튼하기로 유명한 보급형 일본 J클락 만한 시계를 국내에서 만들어 겠다는 시계 시장 사업에 대한 재편, 그리고 남은것은 본사와 백화점이었다.

    “그 다음은 혜성백화점에 대한 사업을 키워서 강남점을 복합상업센터를 만들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본사를 이전할 것입니다.”

    “!”

    드디어 본사 이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왔다.

    “현재 남영동의 이 건물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백화점 옆의 상가 공사가 끝나는 대로 차례대로 남영동의 계열사들을 옮길 것입니다. 다들 이사 준비해주세요.”

    그러면서 이제까지 기전실과 그랑블루 임원진에게 말했던 PPT를 한번 더 꺼냈다.

    “복합영화관과 문화센터 사업, 명품관 재편성, 시계와 전자제품관 설치, 그리고 모직회사에 대한 의류제품을 전시할 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3년 뒤에 생길 지하철 분당선을 두고 만들겠습니다.”

    재환은 그것을 모두 말한 뒤에 마지막 남은 하나를 떠올렸다.

    ‘트럭과 자동차 사업은 하반기에 발표하겠지. 아직도 재설계 중입니다.’

    만약 그것도 이 자리에서 말해졌으면 임원들 입이 찢어졌겠지만, 이 정도로 충분했다.

    “1900년대도 2년이 남은 이 시간, 앞으로 2000년대의 혜성은 강남에서 시작하여 미래를 향해 달릴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재환이 모든 발표를 끝내자 임원실 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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