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43화 (43/244)

43- 신상무가 신회장을 만나다.

재환은 유미현 전무의 안내를 받고 회장실로 향했다.

그때 유미현은 재환을 향해 넌지시 말했다.

“그랑블루 백화점 문제를 생각하시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예 샤를로트 신경호 회장을 만나기 전에 매조지려고 하는지 미리 경고하는 유미현 전무를 보고 재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 전무님, 그런 이야기는 말입니다.”

재환은 잠시 운을 띄우고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샤를로트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계산한 다음 말했다.

“지금까지 인수한 백화점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런 말씀 하십시오.”

“!”

그 말을 들은 유미현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입을 열었다.

“다시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절대 회장님 앞에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네~ 회장님이 그런 이야기 안 하시면요.”

유미현은 입술을 짓씹으며 회장실까지 안내하고 조용히 노크했다.

똑똑-

“들어와!”

방 안의 신 회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유미현이 조용히 들어와 90도로 인사했다.

“회장님, 데려왔습니다.”

“음~ 음~ 그래, 손님 안으로 모시고 자네는 나가봐.”

“예, 회장님.”

재환은 안으로 들어와서 신경호 회장과 마주쳤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검은 머리가 풍성하고, 명품으로 둘린 화려한 수트핏이 어울리는 미노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혜성의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오~ 그래. 실제로 만나보는게 오늘이 처음이구만.”

신경호 회장은 껄껄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재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마치 자신을 투시하듯이 바라보는 신경호 회장을 보며 재환 역시 눈을 마주쳤다.

“혜성이 어디 신씨였지? 우리가 영산 신씨거든.”

갑자기 족보 이야기가 나오자 재환이 대답했다.

“저흰 평산입니다. 제 항렬은 ‘환’짜 돌림이고요.”

사촌동생 기환이나 영환이 등을 떠올리며 대답한 재환이었다.

“그래, 뭐 같은 신씨인 것만 생각하겠네.”

정말 족보를 몰라서 물어본건지, 아니면 자신의 연배를 알리려는 건지 몰라도 항렬을 물어본 뒤로 신경호 회장이 다시 운을 띄웠다.

“그동안 유통업에서 혜성이 샤를로트 나가는 곳에 대척점에 섰었지?”

호남과 영남, 아이스크림과 과자, 부산야구팀과 광주 야구팀, 라디오 사업과 스피커 사업등 같은 유통업계의 사이에서 많이 붙었었다.

“근데 그동안은 우리가 겹치는건 많았어도 직접 충돌하진 않았지?”

“그렇습니까?”

“우리가 백화점 인수를 하는데 왜 재를 뿌린지, 모르겠단 말이야.”

신경호가 은근슬쩍 압박하듯 말하자 재환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혜성그룹 역시 백화점 쇼핑 사업을 위해서입니다.”

직접적인 선언에 신경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허허, 그것 참. 이미 국내에서 샤를로트를 넘을 수 있는 백화점은 없네, 삼신도 아성도 이쪽 업계에선 우리에게 한 수 접어 줘야 해.”

지금 이곳의 소공동 호텔을 포함하여 미도백화점까지 인수하여 압도적으로 18년 연속 전국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샤를로트백화점이었다.

“내 자네의 경영실력은 인정해. 하지만 이 싸움은 미래를 위해서 좀 참아줬으면 좋겠군. 백화점 사업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야. 이 어르신 말 듣게나.”

신경호 회장의 저 말은 자기 딴에는 많이 봐준 거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재환은 단호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허어···.”

“회장님께서 광주에 샤를로트 백화점 진출을 하신다고 하니, 저희도 새로운 장사처가 필요해서 말입니다.”

“!”

신경호는 시종일관 여유롭다가 그 말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재환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중얼거렸다.

‘놀라는 척 하기는, 여우 같은 영감···.’

샤를로트는 광주에 진출하기 위해 대형 복합상가를 처음에 지었다.

그러나 완공 6개월을 앞두고서 갑자기 시공사와 법적분쟁을 통해 [유치권행사]를 두고 있었고, 그러다가 별안간 샤를로트가 그걸 인수하고 [샤를로트 백화점 광주점]이라고 오픈을 선언하여 올해 10월에 개점한다.

그것은 샤를로트 그룹이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진출을 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그게 무슨 상황이었는지 모두 꿰고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진출하려면 지역 상권과 향토기업의 반발이 있을테니 적당한 유령 회사로 올렸겠지, 처음부터 내부는 백화점으로 설계하고, 잡음을 일으킨다음 폐건물 처리된걸 인수해서 살려준다는 식으로 지역 정치권과 이야기도 하고···.’

“으, 으흠! 우리 회사의 광주법인을 말인가?”

아예 법인까지 지역으로 정해놓았고, 이 방법은 훗날 범 삼신가의 신누리쇼핑이나 아성백화점도 이용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지역 건설사에서 망한 사업을 우리가 인수해준것이네.”

“예, 그래서 저희도 위기에 빠진 그랑블루 백화점을 저희가 인수하려고 합니다.”

“···.”

한 방 먹은 신경호 회장은 재환을 노려보다가 별안간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은 다음에 고개를 끄덕인 신경호는 재환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알겠네. 그럼 자네들을 이번 인수전의 경쟁자라 인정하지.”

“네, 공정한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재환은 샤를로트 본사에서 직접 신경호 회장에게 선언하고, 조용히 돌아갔다.

재환이 나간 뒤 신경호 회장은 고개를 젖혀 천장을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本当に厄介な奴が現れみたいだ(정말이지 귀찮은 놈이 나타났구만)~”

그 말은 일본어로 나오고 있었다.

***

얼마 뒤 재환은 그랑블루 백화점의 경영진과 많은 논의를 하고 그들 앞에서 선언했다.

“김만수 사장님께 이야기 드렸지만, 혜성이 인수 시 3년간 구조조정 해고는 없을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허어.”

“저, 정말입니까?”

임원진들은 그 말에 머릿속이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샤를로트가 인수 시 고용승계는 50%만 지키겠다고 했지만, 혜성은 모두를 받아준다니 그렇다면 마다할 리가 없었다.

현재 그랑블루 그룹은 부채 900%대를 털어내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줄여서 구조조정을 끝내야 하는데 거기에 팔린 지점 임직원까지 처리하려면··· 독박은 다 이쪽이 쓰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인수대금인데, 회사의 다른 계열사를 위해서라면 돈을 많이 주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재환은 그들에게 말한 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이 자리는 그랑블루 임원분들에게 먼저 말씀드린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저희가 정식으로 강남점 인수대상에 혜성을 포함시키고 공식적인 이사회를 열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재환은 그것을 마치고 시계를 바라봤다.

“그럼 일단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은 약식이 아닌 정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드리죠.”

“알겠습니다.”

재환은 그랑블루 임원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밖으로 나섰다.

차에 올라탄 재환은 오늘 하루의 일을 끝내고 조용히 말했다.

“집으로 가 주세요.”

“네, 상무님.”

오늘은 집안에서 당부했던 할아버지의 양력 제사였다.

이미 집에서는 가정부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일가 친족들이 모이고 있다고 했다.

“흐으음.”

재환은 제사보다도 오랜만에 만나게 될 친척들을 떠올렸다.

“기환이가 올해 몇 살이더라···.”

생각해보면 다시 태어난 이후로도 작은집들하고는 거의 교류를 안했던게 떠올랐다.

***

십 수명의 솜씨 좋은 가정부들이 마련해준 화려한 제사상이 펼쳐지고, 오늘만큼은 엄숙한 모습으로 술잔을 든 신희경 회장이었다.

그 옆으로 신희수 이사장이 술잔을 따르고 모두가 절을 올렸다.

제사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명숙이나 재환이 걱정했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끼리의 싸움은 다행히 없었다.

제사가 끝난 뒤로 재환은 작은아버지들에게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숙부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오, 그래. 재환이가 요새 뉴스에 많이 나오더구나.”

신희수 이사장과 신희지 혜성 코퍼레이션 사장 역시 재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기환이는요?”

“해외 유학 갔어. 에휴~ 내가 그놈 때문에 진짜 속이 탄다.”

집안의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그 녀석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재환도 알고 있어서 말을 아꼈다.

어쨌건 이렇게만 넘어가면 상관없을 거라며 재환은 아버지 형제들이 모두 집무실에서 술상을 차리는 것을 보고 거기에는 끼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숙모님들과 사촌동생들을 두고 이야기했다.

“재환이도 이제 결혼할 때 되지 않았어? 벌써 서른이지?”

“형님이 빨리 좋은 혼처 알아주세요. 우리 장손인데, 결혼 해야죠.”

명숙은 동생댁들의 말에 웃으면서 차를 마셨다.

“참, 이번에 지선이가 대학교 입학했죠? 의대라면서요?”

“호호호, 서울대 의대에요. 전교 1등을 매일 도맡아 하더니만, 의사 한 다고 하더라고요.”

둘째 숙부 딸인 신지선은 집안 내에서 재환 다음으로 공부를 잘했던 딸로 유명했다.

‘걔가 이때쯤 의대간게 맞긴 했지.’

과거의 삶에서도 졸업후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외과 원장이 되어서 평생 부족한 것 없이 산 녀석이었으니 그쪽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친족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쿠웅-

“야, 이 새꺄!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아, 형님! 왜 또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집무실 안의 술자리에서 고성이 오가는 소리에 재환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일어났다.

“어머, 어머. 왜 또 저래 들?”

“세상에 제가 가서 말릴게요.”

어머니와 숙모들이 움직이려 할 때 먼저 집무실 문이 열렸다.

“재환이 너 잠깐 들어와 봐!”

“네, 그러죠.”

재환은 제발 저 사람들 좀 말려달라는 어머니와 숙모들의 당부를 받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니 담배 냄새 매캐한 분위기에서 빈 술병 하나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비싼 술 드시고 또 왜 언성이 높아진거야.’

재환은 한숨을 쉬며 희경의 옆에 앉았다.

“야, 재환아. 너 지금 희수가 말하는 것좀 들어봐라.”

“아, 형님! 진짜!”

희수 역시 흥분한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숙부님, 무슨 일인데요?”

재환의 말에 희수는 그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금 우리 재단이 혜성 때문에 죽겠다고.”

“야 임마! 그러니까 그게 왜 우리 탓이냐고!”

“아, 아버지 쫌!”

재환은 희경을 말리면서 혜성문화재단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었다.

“이번에 우리가 샤를로트하고 식품공학 연구소 사업을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죄다 철수 논의한대잖아.”

“네?”

샤를로트라는 말에 재환은 설마 했다.

“그쪽 그룹 사람들이 그러더라! 자기들이 지금 혜성하고 인수경쟁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쌓아놓은 연구소 사업 올스톱 한다고.”

“···.”

“그뿐인 줄 알아? 대학 야구팀에서 지명 없을 거라는 말도 하더라. 젠장! 프로팀 하나가 그딴 말이나 하고!”

“그 놈들은 그걸 협박이라고 한 거냐?”

아버지는 숙부님들이 샤를로트에게 일방적으로 계약갑질당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고 말했다.

그리고 재환은 이건 100% 신경호 회장이 농간을 부린거라 짐작했다.

치사하게 혜성그룹하고 경쟁을 하는데, 주변의 분가 사람들부터 건드리기 시작하는 샤를로트의 일 처리에 재환 역시도 기분이 상했다.

“아니, 진짜 샤를로트가 그랬습니까? 양해각서 썼을 것 아닙니까?”

“저, 재환아. 이 일은···.”

둘째 숙부 희지가 제지하려 했지만, 희경이 막아섰다.

“가만 있어봐! 이 녀석이 지금 인수합병 손대고 있는데, 우리 아들 말 좀 들어!”

희경이 다시 말하자 희지는 찔끔하면서 할 말을 멈췄다.

재환은 이 자리는 자신이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말했다.

“숙부님,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혜성과 샤를로트가 인수전 하나 경쟁합니다.”

재환은 지난번 신경호 회장을 만난일과 오늘 그랑블루 그룹 본사에 다녀온 일도 말해줬다.

“지금 혜성이 강남의 그랑블루 백화점 강남점 인수 논의하고 있는데, 샤를로트에서 말했습니다. 이번 인수전 빠져 달라고요.”

“그, 그러면 그거 때문에 우리가 유탄 맞은거야?”

더욱 미칠 노릇인 신희수 이사장의 말에 재환은 속으로 샤를로트에 쌍욕 100번은 하고 말했다.

“숙부님. 제가 한 번 나서볼게요. 재단 기증 문제는 샤를로트같은 양아치 짓 말고 제대로 된 기업과 연구개발 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뭐? 네가?”

“네, 샤를로트따위와는 비교가 안될 곳으로요.”

재환의 선언에 신희수는 술을 쭉 들이켰고, 희경은 동생들 앞에서 아들을 토닥이며 선언했다.

“그래, 이 자리에서 니네들 밥그릇 안 상하게 해 주면 되겠어?”

희경도 제삿날에 들은 샤를로트의 행각에 이번 일은 감정이 상한 건지 제대로 싸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전권을 아들에게 맡겼다.

“재환아! 그놈들에게 절대 지지 마라.”

“물론입니다.”

재환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10대 기업이란 놈들이 이렇게 치졸하게 움직여? 한 번 엿 돼보라지!’

재환은 이참에 샤를로트가 강남구 진출을 할 일은 자신의 역사에서 없을거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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