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42화 (42/244)
  • 42- 파고들 길이 많았다.

    재환은 자신이 봤던 신문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김 기사를 불러서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김 기사님. 샤를로트 백화점 분당점으로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재환은 신문기사를 보고 그곳에 힌트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김 기사는 강남권의 모든 백화점과 관공서를 외우고 있었고, 재환이 말한 곳은 지도를 볼 필요도 없었다.

    “분당까지 30분 찍을 수 있나요?”

    “지금 시간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벌써 압구정동까지 온 김 기사는 좀 더 속도를 내서 샤를로트 분당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참극의 현장이었다.

    [샤를로트 각성하라!]

    [샤를로트의 인수합병 완전 반/대/한/다]

    [샤를로트 신경호 회장은 블루홀의 적대적 M&A를 중단하라!]

    “역시나.”

    재환은 그 모습을 보고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던 신문 기사는 [샤를로트 블루홀에 이어 그랑블루 백화점의 인수합병문제, 이사회의 반대.]

    재환은 그것을 보고서 김 기사에게 부탁했다.

    “기사님. 근처에 1회용 카메라 파는 곳 있습니까?”

    “네? 아, 하나 사오겠습니다.”

    김 기사가 나갔을 때 재환은 담배를 입에 물고 샤를로트 백화점을 둘러봤다.

    이미 외환위기로 인해 부도처리된 청원그룹의 계열사 블루홀 백화점.

    분당에 터를 잡고서 바로 옆 동네에 있는 삼신프라자와 경쟁 속에서 샤를로트와 유통업으로 경쟁하려 했으나 인수 한 달 만에 저 꼴이 났다.

    “뻔하지. 직원 인색하게 대우하고, 내부에서 계약했던 업체들 다 뺐을테고, 인수 계약을 얼마나 개판으로 했으면···.”

    일단 상대에 대한 상황은 대충 알 것 같았다.

    재환은 김 기사가 사 온 카메라를 가지고 저 상황을 찍도록 하고, 현상해서 자신의 사무실에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재환은 돌아온 뒤로 기전실에서 전 계열사에 대한 리스트를 뽑고 거기에서 당장 처분 가능한 자산 리스트를 뽑았다.

    “뭐, 빚내서 회사 인수 한 건 한국종묘 하나로 두고, 그러면 한 번 있는 살림으로 만들어봐야겠지.”

    사실 혜성그룹 내 사내 현금은 아직도 비상자금으로 쓰일 달러와 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쓰지 않고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어디 한 번 보자~”

    그렇게 며칠간 기전실 사람들과 같이 재무구조에 대해서 금액을 쥐어짜서 결국 그 자본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것을 마련한 뒤로 재환은 곧바로 회장실로 향했다.

    ***

    “자~ 세밀히 면밀히 청소해서 자금 한 번 마련해봤습니다.”

    “···.”

    희경은 그것을 하나하나 읽어봤다.

    “지방에 있는 사원 기숙사부터 하나하나 팔았습니다.”

    “뭐?”

    “아, 매각 후 임대입니다. 나가는 거 없이 우리는 기숙사 없애는 거 없습니다.”

    “아이고···.”

    “골프장 매각을 알아봤는데 바로 뜨더라고요.”

    “함평에 있는 그거?”

    “네~ 이번에 정계 은퇴하신 양반이 고향에 농사짓는다고 하시더니 잔디를 심으시려나? 매각하면 사겠대요.”

    물론 이것들은 모두 희경이 ‘No’를 외치는 순간 휴짓조각이 될 내용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하는 재환이었다.

    “그리고 이건 지방 백화점들 쓸어 담으려다가 계속 구설수가 나오고 있는 샤를로트의 현 상황입니다. 주변 시위 때문에 이래서야 손님 몰이는 힘들죠.”

    재환은 분당점을 포함해서 수도권 인근에 샤를로트가 인수한 백화점들의 시위에 대한 사진들도 올려놨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남영동 이 건물은?”

    가장 큰 건을 두고서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SJ에스테이트라는 곳 잘 아시죠?”

    “남승주 회장?”

    희경이 말할 정도면 굉장한 거물 중의 하나였다.

    “네, 답이 의외로 집 안에서 나오더군요. 지난번에 경제련에서 받은 선물 중에 찾은 명함으로 연락해봤어요.”

    SJ에스테이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에서 대규모로 빌딩 매매나 임대업이 주 업무였고, 회장 남승주는 서울 내에서만 고층빌딩 14채를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재벌이었다.

    “웃돈 얹어서 좀 세게 불렀거든요? 700억. 근데··· 650억이면 사겠대요.”

    그것 역시도 처음에 말한것보다는 더욱 크게 받은 금액이었다.

    결국, 이렇게까지 해서 재환은 1660억의 인수대금 중 필요한 1천억을 융자 없이 적절한 매각으로 구해냈다.

    “물론 이건 예상서고 우리 회장님의 재가가 있어야만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재환의 말에 희경은 한숨속에서 담배연기를 뿜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융자와 사내 금,달러 없이 마련한 금액으로 전화 한통으로 자금융통은 되겠지만, 저는 빚으로만 회사 먹어치우는 ‘어떤그룹’과는 다릅니다.”

    “그래, 알았다. 해 봐라.”

    “네?”

    “하라고, 어디 한 번 지켜보마.”

    희경은 이번에도 재환의 제안을 승낙했다.

    “대신 계약금과 중도금 싸인 까지 한 다음에 매각 진행해라. 무턱대고 다 팔고 들어갔는데 입찰 못 하면···.”

    “어우~ 그런 일 벌어지면 저 사표 써야죠.”

    “사표? 호적에서 파일 일이야. 임마!”

    이제껏 믿어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아들이니 이번에도 한 번 믿어주기로 했다.

    재환은 아버지께 정중하게 인사하고 곧바로 기전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일을 하고 있던 모두에게 외쳤다.

    “여러분, 그랑블루 백화점 강남지점 인수합병 스테이 됐습니다!”

    “오오!”

    그렇게 고생했던 프로젝트가 결국 승낙되었다는 말에 모두가 환호했다.그리고 재환은 다른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박 이사님. 일단 이거부터 처리해주세요.”

    재환은 함평 골프장 건과 그 외 지방 계열사들의 기숙사 매각 후 재임대 방식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다.

    “대략적인 예상가는 여기서 다 만들어진거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받을수 있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재환은 그다음 임창훈 전무와 이야기했다.

    “신 상무, 그럼 제가 백화점 협상을 준비할까요?”

    “아니요. 전무님은 남영동 본사건물 매각건에 대해 움직여주세요. 이쪽에 이야기는 잘 됐습니다.”

    재환은 SJ에스테이트 쪽의 자료를 건네주고, 협상을 맡겼다.

    “그랑블루 백화점 실무진들하고는 제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것을 말하고서 나갈 준비를 하는 재환이었다.

    “신 상무, 지금 바로 가려는 겁니까?”

    임창훈의 물음에 재환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대답했다.

    “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소공동 샤를로트 호텔에 그랑블루그룹 사장님이 계시다고 하네요?”

    “서, 설마 거길 직접 가시려고요? 샤를로트 호텔이라면 분명...”

    아마도 인수논의로 회의를 할텐데 거기에 대놓고 끼어들겠다는 재환의 말에 임창훈이 다시금 물었다.

    “문제 될 거 없잖아요? 가서 샤를로트 호텔 커피 맛도 보고.”

    재환은 거리낄 것 없이 곧바로 소공동으로 향했다.

    ***

    한편 소공동 호텔에서는 그랑블루 백화점과 샤를로트 백화점간의 인수합병 논의가 부결됨을 알렸다.

    “···그렇게 됐습니다.”

    “이거야 원~”

    샤를로트그룹의 담당자 유미현은 선굵은 대기업 시장에서 여성의 몸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그녀는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절대 실패하지 않았던 철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 인수합병 제안을 했는데, 상대 회사인 그랑블루에서 임원회의 부결을 들고 왔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재입찰을 하겠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강남점 인수에 대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유미현 전무의 말에 그랑블루 그룹의 사장 김만수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유미현은 찻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고, 김만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에효~”

    김만수로서도 미칠 지경이었다.

    현재 그랑블루 그룹은 주력인 백화점 사업이 외환위기 직격타를 맞아 부채비율이 980%에 달하고 있었다.

    현재 8개 지점 중에서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강남점을 급처해야 했는데, 이사회가 그것을 막았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조용히 다가오는 재환이 있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

    김만수 사장은 갑자기 등장한 재환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혜성그룹 기획전략실의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앗!?”

    김만수는 깜짝 놀라 일단 일어나서 인사했다.

    “요새 인수합병으로 뉴스에 자주 나오는 혜성그룹이군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 신 회장님이 경제련 회장되신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앉아도 될까요?”

    재환은 샤를로트 유 전무가 나간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명함을 주면서 본론에 들어갔다.

    “이번에 그랑블루 백화점 강남점 인수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김만수 사장은 그 말을 한 재환을 유심히 바라봤다.

    ‘한국종묘 인수전에서 TV에 나왔던 신재환 상무, 이 사람이 우리 백화점 인수에도 나선단 말이지?’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재벌 2세 중 한 명이라 어떤 제안을 해 줄지 궁금한 김만수였다.

    “샤를로트 호텔도 너무하네요. 임원들을 회의실에 초대한 것도 아니고 이런데서 회담을 한 겁니까?”

    “아, 아니 이건···.”

    이곳은 샤를로트 호텔 내의 VIP클럽 라운지였다.

    물론 다른 손님들과 거리두기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천억대의 거래를 하기에는 뭔가 허술해 보이는 곳이었다.

    ‘뭐, 그게 샤를로트의 특징이긴 하지만.’

    보수적이고, 밀실회의라고 불릴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인수합병할 타 회사를 두고는 이런 식으로 통보식으로 움직인다.

    “저, 상무님. 저희는 이미 샤를로트와 합의 중인지라.”

    “아직 계약금이나 중도금 받으신 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아직 저희가 들어갈 상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 하지만 이 일은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야 합니다.”

    이사회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김만수 사장이 생각보다 큰 지분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사회의 신임을 얻기 위해 재환이 말했다.

    “샤를로트에서 고용승계 비율 얼마나 된답니까?”

    “···네?”

    “제가 알기로는 블루홀 백화점 사태도 그렇고, 샤를로트에게 인수된 백화점들이 기존 직원들 밖으로 내몰아서 잡음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그랜드백화점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인수 이후 부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잘리지는 않아도 월급과 성과급을 30%가량 삭감하고, 인원 역시도 절반 정도만 고용 승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로 인해 임직원들이 모두 결사반대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안 재환은 곧바로 던졌다.

    “인원 문제에 대해서는 전원 고용승계를 하려고 합니다.”

    “네?”

    “대신 그 일대에 증축공사가 있고, 저희 역시 프로젝트가 있어서 한지붕 살이를 하겠지만, 적어도 3년간은 고용 안정을 유지하겠습니다.”

    “!”

    일단 3년간은 한 명도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재환.

    그 인건비 역시 계산해서 만든 금액이었다.

    ‘내가 이래서 샤를로트 인수예상대금보다 200억이나 더 준비한 거니까.’

    “그 외에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이사회에서 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말하고싶군요. 이런건 다 절차가 필요하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제가 내일 당장 전화드리겠습니다.”

    김만수 사장은 어쩌면 지지부진한 샤를로트와의 그랑블루 강남점의 매각 말고 혜성이 나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아, 그럼 내일 꼭 연락됐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무님.”

    재환은 김 사장과 악수하면서 그를 먼저 보냈고, 테라스에서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곧바로 달려오는 샤를로트 임직원들이 있었다.

    “실례합니다.”

    “네, 지금 실례하고 있네요.”

    이미 이들이 샤를로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장난삼아 대답한 재환이었다.

    “혜성그룹의 신재환 상무님 되십니까?”

    그들 중 유미현 전무가 다가와 묻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샤를로트 유통의 유미현이라고 합니다.”

    “신재환이라고 합니다.”

    재환은 예의상 일어나서 명함을 주고 받았다.

    “영업실 전무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지금 회장님께서 신 상무님이 여기 계시다는 말에 뵙기를 원하십니다.”

    “신경호 회장님이요?”

    “네, 그렇습니다.”

    샤를로트 그룹의 창업주이자 77세의 나이로 아직 현역에 몸담은 회장의 부름에 재환은 흥미를 가졌다.

    분명 그랜드백화점 인수 문제라 생각하고, 어차피 여기에 온 김에 한 번 이야기나 해 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안내해주시죠?”

    재환은 그들의 안내를 받아 샤를로트그룹의 회장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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