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40화 (40/244)
  • 40- 다 잘 될겁니다.

    카를로스 리마가 떠난 이후로 재환은 농협중앙회장의 손을 붙잡았다.

    “이번 일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하하하, 무슨 말씀을요. 저도 이야기 듣고 혜성같은 기업이 나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명색이 농업협동조합이고, 전국의 농민들을 위해 비료와 종자 등의 유통을 담당해야 하는 곳인데 이번 사태에 나설 수가 없었다.

    1억 달러 전후로 국내에 있는 비료, 농약, 종자 DB가 전부 다 팔려나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는데, 기적적으로 혜성이 난입해서 그것을 막아내고 농협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상무님!”

    한국종묘의 이원 사장 역시도 고개숙여 혜성그룹과 재환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국내 종자 연구를 하면서 모아둔 DB들이 경영실패로 인해 해외에 팔려나가는 것을 재환이 막아줬으니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자, 이 일은 확실히 모두가 나서서 막을 겁니다. 그로 인해 기자회견도 준비하고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농민신문을 포함해 기자단에게 연락해 뒀습니다.”

    농협의 원 회장이 이미 손을 썼다는 말에 재환은 일 처리가 빨라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9시 뉴스에 나올 소재거리를 위해 인천하와이 호텔로 기자들이 모였다.

    ***

    재환이 호텔에서 TV를 틀었을 때, 9시 뉴스가 막 시작했다.

    그리고 시보광고가 나오면서 아주 재밌는 광고가 나왔다.

    [1983년부터 여러분들의 9시를 알려드렸던 삼신시계가 이제 혜성시계가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여러분들의 시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삼신시계가 혜성그룹으로 넘어온 것에 대한 홍보와 함께 혜성그룹 로고가 나오고, 시곗바늘이 움직였다.

    [혜성의 이름으로 9시를 알려드립니다. 띠- 띠- 띠- 띵!]

    재환은 시보 광고는 정말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흡족한 얼굴로 먼저 한국방송의 뉴스를 바라봤다.

    아나운서가 인사를 한 후 첫 기사를 읽어나갔다.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9시 뉴스에서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는 한국 농업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호오, 첫 기사가 바로?”

    재환은 흥미를 느끼고 볼륨을 올렸다.

    [우리나라 땅에서 나온 우리 농산물을 심는데, 해외에 돈을 내야 한다.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줄도산 속에서 농산물에 대한 종묘회사들이 해외에 인수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뉴스에 앞다투어서 이번 한국종묘 사태에 대해 보도했다.

    이 뉴스를 보고 있는 전 국민은 무슨 소리냐면서 어리둥절하겠지만, 뉴스에서 농산물 종자 DB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재환이 인천하와이 호텔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나왔다.

    지난날 ‘대구 선언’에 이어 두 번째로 전면 등장해서 나온 뉴스였다.

    [네,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비료, 종자, 농약등의 DB를 가진 한국종묘가 해외의 다국적 농산물기업 ‘아메팜’에 팔릴 위기가 되었습니다.]

    재환은 카메라빨이 잘 받았다며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현재 국내에 있는 농산물 종자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순간, 우리는 우리 땅에서 자란 종자를 가지고 해외에 로열티를 주어 구매해와야 합니다. 당장에 청양고추, 완주 방울토마토, 제주감귤 등의 종자 DB가 있습니다.]

    재환은 저 상황에서 정말 사실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지속 될 경우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우리가 못심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때 팔려나간 종자 DB들은 2010년대까지 매년 수백억대의 종자 로열티를 내야 했고, 아메팜이 다국적 사모펀드에 인수될 때까지 이어진 국내 농업계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재환이 조리 있게 현 상황을 이야기했고, 미리 준비한 농협중앙위원장과 농협은행 휘하의 현금호송경비팀이 나와서 재환이 들고 온 아타셰 케이스 가방을 지켰다.

    재환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전국민 앞의 퍼포먼스로 아타셰 케이스를 열어 카메라 앞에 보였다.

    그 안에는 영롱한 빛의 금괴들이 있었고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댈 때 재환이 말했다.

    [지난날 저희 혜성그룹은 계열사를 여러 회사에 매각하면서 일부 인수대금을 여기 있는 금괴와 달러로 받아냈었습니다. 이것을 우리 먹거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재환은 저게 제대로 먹힐 거라는 확신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른 채널을 돌려도 재환과 혜성그룹, 그리고 한국종묘 문제와 금괴를 꺼내 이것으로 나라의 종자를 사겠다는 이야기는 화제가 되었다.

    [네, 혜성그룹은 이번에 금괴를 가지고 한국종묘를 되찾아오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현재 한국종묘는 농약과 비료 DB를 4100만불 가량에 매각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 혜성그룹의 선언이었습니다.]

    RRRR-RRRRR-

    휴대폰이 울린 순간 재환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야~ 재환이 너 화면빨 잘 받는구나.]

    재환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서 피식 웃었다.

    “완전히 여론이 우리 편이네요. 신토불이가 먹히는 세상이라니까요.”

    [그래, 지금 정권에서도 몇 명이 연락하더라. 한국종묘 문제 기대하고 있다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혜성이 가진 달러와 금을 국가를 위해 기증하라고 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혜성이 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 폭탄선언으로 한국종묘 인수전에 다국적회사와 싸운다고 하니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

    [한편 농림부 김성진 장관은 한국종묘 인수전에 대해 ‘정부에서도 도울수 있는 일에 대해 검토하겠다.’라는 대변인의 논평을 냈습니다.]

    지금 뉴스에서 농협을 넘어 농림부까지 움직이고 있으니 당분간 혜성을 두고서 왈가왈부할 정권의 높으신 분은 없을 것이다.

    “지금 뉴스 보셨어요? 장관도 한 마디씩 하네요.” [그래, 예산은 얼마나 될 것 같아?]

    일단 중요한건 한국종묘에 대한 인수대금이었다.

    “금 300만달러 어치 추가해서 4164만 달러 어치의 비료, 사료인수대금 4600만 달러 지원했어요.”

    [그래? 되사려면 놈들이 부르는게 값일텐데?]

    “거기에 남은 사업권 6000만 달러 불렀다고 하니까, 이거 한화로 하면 1700억에서 1800억원 정도 될거같습니다.”

    [어우··· 세다.]

    “근데 그 김미금 사장님의 대구신용금고하고, 농협중앙회가 인수대금을 융자해주겠다고 나섰어요. 농림부 이야기 들어보면 앞으로 주거래은행을 농협으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지를만 하겠네. 좋다! 내가 승낙해줄 테니까 최대한 협상해서 싸게 인수해봐.]

    “알겠습니다.”

    재환은 일거양득을 할 수 있는 한국종묘 인수전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번 투자자문에서 농협중앙회는 금융기관으로써 전격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앞으로의 융자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

    며칠 뒤 본사 임원회의에 안건까지 올렸던 아메팜의 카를로스 리마가 혜성그룹과 회담을 했다.

    “미스터 신.”

    “오랜만이네요.”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는 재환을 보고, 카를로스는 자신의 콧수염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한국 언론사들이 아주 시끄럽더군요. 이번 일에 대해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 그래서 기존에 인수한 비료와 사료 사업권은 파실 겁니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 재환의 말에 카를로스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5천만 달러.”

    “네?”

    “우리도 리셀을 한다면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임원회의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양아치들.’

    인수한지 제대로 종자권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한 달만에 웃돈을 더 달라는 반응이었다.

    만약 5천만 달러를 넙죽 줘버리고, 남은 사업권도 한국종묘에서 인수하면 이건 2천억이 넘는 사업이 될 수 있으니 막아야 했다.

    “4700만 달러로 하시죠.”

    “미스터 신? 우리는 이사회의 합당한 결정으로 내린 금액입니다.”

    “저희 역시 달러와 금이라는 자원으로 내건 것이니 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5천만 달러면 현재 한화로 890억에 가까운데, 그걸 다 낼 생각은 없었다. “그럼 10만 달러 더 드리죠.”

    “말이 안 통하시는군,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재환은 그 말에 조용히 아타셰 케이스를 가져왔다.

    “뭡니까? 이번에도 금괴 가지고 논하실 거면···.”

    “아뇨, 이번에는 이거에요.”

    재환이 카를로스 리마에게 보여준 것은 아메팜에 대한 주식증서였다.

    “!?”

    “현재 아메팜의 시가총액이 120억 달러 정도 되더군요. 차라리 이번에 한국종묘를 인수하기 위한 예산을 전부 여기에 쏟아부어도 될 거 같네요.”

    아예 아메팜의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재환의 말에 카를로스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흐, 흥! 지금 이걸 블러핑이라고 한 겁니까?”

    “못 할 것 같아요? 지금 국가가 도와주면서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뉴스 나오는 걸 보셨을텐데?”

    “···쯧.”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사회 역시도 ‘어차피 넘길거면 돈이라도 많이 받아내라.’라는 말이 있었고 아시아지부의 성과를 위해 세게 부른 것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중간에서 만납시다. 4850만 달러로 하죠.”

    이것 역시도 1780원의 한화로 환산하면 상당한 값이었다.

    하지만 재환은 좀 더 깎기로 했다.

    “4750만 달러로 합시다.”

    “미스터 신. 우리가 많이 양보한 거 아닙니까? 150만 달러나 깎았어요.”“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300만 달러의 금은 없던 것으로 하고, 그냥 달러로 준비하겠습니다. 한 달 뒤에 M&A계산으로 말이죠.”

    “!”

    카를로스 리마는 그 말을 듣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자식, 알고서 뻐기는 거였군.’

    185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가 점점 떨어져서 현재가 1780원이었다.

    이 상황에서 1달러 환율이 더 떨어지면 시간을 끌수록 오히려 손해였다.

    거기에 금을 받는다는 말에 이사회가 승낙한 것인데, 이 상황에서 역으로 인수하겠다는 혜성이 강짜를 부린다.

    “한국에서 장사 하시려면 생각 잘 하셔야 할 겁니다. 저희 혜성이 이번에 한국종묘를 인수하고 농업,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면 노하우를 가진 파트너십은 필요하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아메팜이 가축 사료공장을 한국에 대규모로 지어 진출하려고 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종묘에 있는 DB를 가지고 정작 한국 시장에서 장사 못 하게 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한국은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무역이 심한 나라여서 지금의 정권이 규제안을 때린다면 아메팜이 준비하는 현지법인 ‘아메팜 코리아’ 사업도 지장이 생길수 있었다.

    “···좋습니다. 4750만 달러. 그것으로 이사회에 올리겠습니다.”

    사실상 아메팜이 한 발 빼게 된 상황이었고, 재환은 싱긋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카를로스 리마는 그 손을 붙잡으며 악수를 했지만, 그의 얼굴은 착잡했다.

    ***

    [네, 며칠간 떠들썩했던 한국종묘의 인수는 혜성그룹에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혜성그룹은 총 1712억의 규모로 한국종묘를 인수하고, 농업 바이오 사업에 진출 계획을 밝혔습니다.]

    [다행히 우리 농산물의 해외 유출에 대한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서울방송 할 것 없이 혜성이 외국계 회사를 상대로 비료, 사료, 농약등의 DB를 되찾아온 것으로 연신 혜성의 주가가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뒤 재환은 혜성그룹의 이름으로 사업 파트너를 불렀다.

    “아따, 남의 돈으로 좋은 일 많이 하셨소잉.”

    오랜만에 마이다스 그룹의 회장 오현우를 불렀을 때 그가 초면에 한 말이었다.

    외환위기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호남 일대의 달러와 금을 긁어모아 샀는데, 그로 인해서 몇 배나 뛰어버린 상황에 후회가 막심했던 오현우였다.

    “그 일로 많이 서운하셨던 겁니까?”

    “많이 서운했지라.”

    사기는 아니더라도 뭔가 호구가 된 것 같아서 입맛이 영 썼었던 마이다스다.

    “그래서 마이다스 건설을 위해 이것을 준비한 겁니다.”

    1989년 간척사업을 한 뒤로 현재는 논밭이 가득한 인천 청라지구의 땅을 바라보며 재환이 말했다.

    “8만 평 정도 대지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공사를 마이다스에 맡기고 싶군요.”

    “뭐시여?”

    재환은 자신이 가져온 기획서를 오현우에게 건네줬다.

    “여기에 한국비료 공장과 바이오 종자연구소를 만드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 각계의 전문가를 초빙할 것이고, 10년 정도의 큰 공사가 될거 같은데 대략적으로 예산을 산출해주시죠.”

    “아따, 크게도 만드네잉.”

    오현우는 다시 만난 재환에게 섭섭하긴 했어도, 이 정도 건을 맡겨준다면 해볼만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이쪽에 농지 규제안부터 인천시하고 합의해 볼 겁니다. 그리고 남은 땅에 회사 숙소 등을 만들어서 크게 만들어봐야죠.”

    00년까지 농업용지로만 정해진 청라지구의 땅을 매입해 이곳에 혜성그룹의 이름으로 ‘혜성농업바이오 연구소’를 만드려는 재환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또 한 곳에 인천에 대한 고급정보도 마이다스를 위해 해줬다.

    “그리고 간척사업으로 신도시 만든다는 인천시 계획 아시죠?”

    “잉? 거그 송도인가 하는 곳 말이여?”

    “맞습니다. 인천시장 한 번 만나야 하는데 같이 보시겠어요?”

    “!”

    그곳 역시도 개발을 같이할 대형 건설사를 찾고 있어서, 좋은 대화가 될 것 같았다.

    지난날 금과 달러로 혜성건설을 인수해줘서 그룹 내 사내현금을 풍족하게 채워준 마이다스에 대한 자그마한 성의였다.

    그리고 오현우는 빠르게 계산을 해서 큰 건의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신재환 상무가 우리를 돕는구먼!”

    “하하하, 일단 광역시청하고 이야기를 해 봐야 합니다.”

    재환은 한국종묘에 대한 종자 사업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고 더 큰 규모의 사업을 할 계획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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