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39화 (39/244)

39- 협상을 하다.

안암대가 교육부 감사에 들어가고, 경제련의 행동이 움직인다.

거기에 대해서 언론사는 반반이 아닌 일제히 [경제위기에 취업난도 포기한 정부]라면서 긁어댔다.

정치 성향을 따라 사람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으니 이것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긁어대는 동안 전경련 내에서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회장 자리가 최성종의 사퇴로 끝났다.

원래였으면 그 자리는 대윤그룹 김우준이 잇기로 한 자리.

하지만 상위권 그룹 중 대다수가 그를 외면했다.

그리고 새 후보로 나온 것은 혜성그룹의 신희경 회장.

재계서열 25위의 혜성그룹 회장을 밀어준다는 말에 김우준은 대노했지만, 이미 배는 떠났다.

그 뒤로 한 명만 있는 후보자리에서 투표는 그저 요식행위였다.

[이것으로 제 25대 경제련 회장은 혜성그룹의 신희경 회장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간 대윤그룹 김우준 회장.

그리고 경제련 회장에 오른 아버지를 재환 역시 진심으로 축하했다.

“축하드려요.”

원래 역사에서는 작년에 부도처리가 되고, 특검조사를 받았던 과거.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바뀌었다.

재환은 앞으로 새로 태어날 혜성그룹의 미래를 생각하며 다짐했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시킬거야. 모두가 다 행복하게 말이야.’

재환은 그것을 다짐하고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어머나, 이게 다 뭐야.”

“오늘은 가정부 아주머니들 야근 시켜야겠죠?”

경제련 회장이 된 이후 집 안에는 여기저기서 온 각종 선물이 가득했다.

최상급 와인부터, 산삼, 송로버섯, 산수화, 도자기, 명품시계등의 각종 선물이 와 있었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보내? 경제련 회장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희경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흡족한 얼굴로 챙기고 있었다.

“요거 산삼은 우리 마누라껄로 챙기고, 어이구 와인은 경선이 보냈구나.”

이것저것 챙기는 희경을 보고 재환은 그중에서 시계 하나를 들었다.

“흐으음.”

명품 롤렌스 시계를 하나 받아든 재환은 역시 시계나 만년필에 대한 취향이 있어서 그쪽에 관심을 보였다.

“그거 가져가려고? 그래, 뭐. 그건 너 차라.”

그러자 재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우리도 삼신시계 인수했는데 이거 차면 안 되겠죠. 주신다면 그냥 소장만 할게요.”

재환은 삼신시계 제품을 찬 손목을 보이면서 슬쩍 그 명품 시계를 들었다.

그 뒤로 가정부들이 선물을 분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회장님, 한 의원이라고 하시는데요?”

“뭐? 아줌마, 지금 내가 집무실에서 받을게.”

희경은 후다닥 달려가서 자신의 집무실의 전화로 받았고, 바로 거실의 수화기가 내려갔다.

그리고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희경은 영 탐탁지 않은 얼굴로 재환을 불렀다.

“너 잠깐 들어와라.”

재환이 따라 들어갔다.

***

“한 의원이면··· 그 사람이에요? 새정치당 부총재?”

“맞아, 내가 후원한 분이기도 했고.”

현역 의원이면서, 과거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했던 몸이니 정계에서 거물 소리 들을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축하 전화를 하고서 이야기를 하더라.”

희경은 그 말을 하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뿜으며 조금 전 들었던 말들을 재환에게 모두 털어놨다.

“지금 국가 차원에서 달러랑 금 모으는 운동을 하는데, 생각이 있냐고 하더라.”

“···것봐요. 사실상 혜성의 이름으로 한 번 성의 보여달라는거네요.”

일전에 재환이 말했던 금&달러 모으기 캠페인에 대해 말했었다.

그리고 정권 실세 중 한 명이 직접적으로 경제련 회장이 된 희경에게 한 말이었다.

“그 대가로 정부에서 취업률 상승을 노리고 있으니 세무조사는 요식행위로 끝내주겠다고 한다. 지금 경제부가 선포한 기업 전부 다 말이야.”

“채찍 다음 당근인가···.”

모든 여당이 전부 ‘재벌 해체’를 원하는 건 아니었고, 한 의원처럼 대화만 잘 된다면 적당히 공생을 논하는 자들도 있었다.

“일단 아버지가 금 문제는 해결하신다고 하셨죠?”

“그래, 내가 말했어. ‘그냥 기증보다 좀 더 나라에 유익한 일을 하려고 하니 기다려 달라.’라고.”

“흐음~”

이번엔 확실히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다.

재환 역시도 금괴 기증을 ‘금 모으기 운동’때 하려고 했던 이유는 새 정권에 대해 로비 겸 외환위기 부채를 좀더 빨리 갚을 수 있게끔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세무조사부터 관피아까지 선을 넘은 정부에게 지금 와서 넙죽 바치는 건 좀 그랬다.

“그래서 나라에 유익한 일은 뭔데요?”

“···생각 중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희경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2분기 은행 융자까지는 기다려 주겠다고 했는데.”

“아버지. 저희도 대부분의 기업 융자는 국책은행이죠?”

“그렇지 상업중앙은행이랑, 대한 산업은행.”

“상업은행이랑 대한산업은행이라···.”

사실상 압박과도 같았다.

혜성이 가진 금을 가지고 무슨 행동을 하지 않으면 국책은행에 슬쩍 ‘한 마디’ 하겠지만, 말하는 대로 해준다면 앞으로 세무조사나 감사 등을 잘 넘어가주겠다는 말.

‘그래도 뭔가 안 땡기는데···.’

재환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가다 결심했다.

"아버지."

"왜?"

"좀 아닌거 같습니다."

"뭐가?"

"아니, 경제련이 단체 행동한게 정부의 기강 잡기에 반대하는 거잖아요. 세무조사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거 요식행위라 하더라도 넙죽 엎드려서 금이다 달러다 뜯기는거 아닌거 같아요."

"흐음."

확실히 단체행동까지 나섰는데, 적당선에서 합의는 뭔가 아까웠다.

"금모으기나 달러 모으기 말고 움직여 볼게요. 정부가 아무 소리 못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으로요!"

재환은 당당하게 아버지 앞에서 선언하고, 움직여보기로 했다.

***

얼마 뒤 재환은 석찬을 혜성전자 화성공장에 데려와 면접을 진행했다.

“군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죠?”

“저기 말하기가 좀 부끄러운데··· 체중미달로···.”

“···아, 네. 그렇군요.”

장진욱 대표는 이력서에 있는 내용들을 체크했다.

“흐음~ 외국어를 꽤 잘하시네요? 토플 IBT (120/120)에 일본어, 중국어···.”

석찬을 호의적으로 보는 장진욱 대표를 보고 재환은 자신이 다 뿌듯하게 바라봤다.

어디 동네 중소기업 면접도 아니고 한 명 뽑는데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이 모인 자리였으니 석찬 역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이번에 합격하신다면 일단 이곳에서 기본 실무를 하신 뒤 삼신전자 중앙연구소로 파견을 가게 되는거 아시죠?”

“네, 이야기 들었습니다.”

“일단 연봉은 석사급 연구원에 맞춰드리죠.”

석찬의 박사학위는 날아갔지만, 재환의 요청으로 조금 세게 부른 값이었다.

면접은 훈훈하게 진행됐고 모두 끝나자 재환은 밖에 나와서 석찬에게 말했다.

“잘해봐. 삼신 파견가서 현규도 좀 보고.”

“볼 시간이 있겠냐? 수원 연구소에서 죽어라고 집적이랑 노광기 쓰는거 배울텐데.”

“거기 소장님이 한국의 반도체 키우신 분이니 제자 타이틀 한번 얻어보라고!”

“어, 빡세겠는데?”

“암튼 출근할 때 보자. 그동안 이사준비랑 정리 잘 하고.”

재환은 석찬을 보낸 뒤로 삼신전자 공장을 한 번 둘러봤다.

요새도 가끔 포스트잇을 쓰긴 하지만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욱 깔끔해진 분위기에 재환이 다 흡족했다.

“전자는 이대로만 굴러가면 어떻게 돼가는데···.”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네, 아버지.”

[재환아, 너 지금 인천에서 협상 준비할 수 있냐?]

“네?”

뜬금없이 웬 인천이냐고 묻는 순간 희경이 외쳤다.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좀 움직여줘라.]

“···?”

뜬금없이 국부유출이라니, 더욱 모를 말이었다.

***

재환은 인천에 도착해서야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고추나 쌀이 외국산이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김범준 사장의 말에 재환은 무슨 상황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종자, 비료, 농약···. 다 우리 기술로 만든거라 이거죠.”

희경이 말한 것은 바로 농산물 DB에 대한 건이었다.

외환위기로 인해 국내에서 토속 DB를 가지고 있는 ‘한국종묘’가 부도처리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국적 식량기업이자 전 세계적으로 작물 종묘회사들을 인수하는 아메팜(아메리카 팜 컴퍼니)가 나선 것이었다.

“회장님께서 한국종묘가 해외로 팔리지 않게 저희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하십니다.”

“이거 비쌀텐데···.”

다국적 회사이니 가치가 떨어져있는 한화가 아니라 달러화로 받아야 할 것이고, 그 가치는 대략적으로 1억달러 전후가 될 것이다.

‘이건가? 금을 쓸 곳이?’

재환은 거기에 대해 수첩을 펼쳐 계산했다.

국내 종묘시장의 70%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종묘가 해외로 팔려나갔을 경우 해외 업체에 지불하는 라이선스 비용.

그리고 이걸 혜성이 먹었을 경우 앞으로 바이오화학 산업을 진출한 혜성이 얻게 될 이득.

그것을 계산하고 있을 때 범준이 말했다.

“상무님, 근데 제가 식품이나 중공업, 해운등의 다양한 사업은 해봤어도 화학 쪽은 잘···.”

사실 경영자로 나서긴 하지만, 연신 불안해하는 범준을 향해 재환이 입을 열었다.

“이거 충분히 돈 되는 사업이네요.”

“네?”

“이 건 해결하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어요. 하핫! 아버지가 제대로 큰 건을 무셨네!”

재환은 자신이 계산한 대로만 움직인다면 이건 1억 달러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미래를 가질 수 있었다.

“사장님, 그래서 저희가 언제 협상하는 겁니까?”

“이틀 뒤에 인천하와이 호텔에 아메팜 아시아지사장이 온다고 합니다.”

“그 안에 PPT를 만들어야 한다라··· 촉박하긴 하네.”

재환은 일단 자금 융통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신 상무. 오랜만이에요.]

김미금 사장이었다.

“사장님, 이번에 저희가 인수합병 큰 건을 합니다.”

[마, 그럼 드디어 융자 하는기고?]

“네, 제가 필요자금에 대해서 팩스로 보낼게요. 이틀뒤에 인천에서 협상이 있는데, 거기서 자금규모가 나오면 그때 이야기 하겠습니다.”

[인천? 내가 그리 가야겠네.]

“아, 그래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또 여쭤볼게 있는데 사장님 인맥중에서 혹시···.”

재환이 그것에 대해 말하자 미금은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 거기? 아는 사람 많지. 전화 함 돌릴까?]

“네, 그래주세요.”

재환은 전화를 마친 뒤로 이번 일은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도착하는대로 한국종묘 관계자부터 만나죠.”

“네, 이미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재환은 도착한 뒤로 한국종묘의 담당자 이원 사장을 만났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서 자신이 만든 표에 대해 말하고, 앞으로의 인수합병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 이게 된다고요?”

“됩니다. 지금 혜성이라면 제가 있으니까요.”

어차피 미국돈이나 국내돈이나 돈은 돈이었다.

달러 기준으로 조건만 맞춰 진다면 절대 마다할리 없었고, 오히려 국내 업체에 파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도 나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종묘의 지분 중 비료사업에 대해서는 아메팜이 대주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머지 종자와 농약사업등까지 마저 인수하러 오는거고요?”

“그렇습니다.”

이원 사장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이야기는 쉽습니다. 이틀 뒤에 오는 아메팜 담당자에게 비료사업권 다시 사와 온전하게 혜성의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재환은 깊은 자신감을 가졌다.

이틀 뒤 인천하와이 호텔로 아메팜 아시아지사장 카를로스 리마가 도착했다.

“아시아의 쌀 종자라···.”

멕시코 출신인 그는 자국의 옥수수 종자 등의 매입과 남미의 농작물 종자 DB등의 사업을 성공시키며 다음은 본사차원으로 아시아를 타겟삼아 온 사람이었다.

인수합병은 6천만불 수준으로 끝낼 것이고, 지금 한국 기업중에서 그 정도 달러를 써서 이걸 인수할 기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종묘 담당자 옆에 웬 불청객이 껴 들었다.

“카를로스 리마씨?”

“오, 그쪽은 누구십니까?”

“혜성그룹의 신재환 상무라고 합니다.”

“혜이···선?”

못 들어본 이름이었다.

삼신이나 아성, 대윤쯤 아니고서야 별로 신경을 안 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한국종묘의 해외 매각은 없을 겁니다.”

“오우! 그대들이 인수하겠다고요?”

“맞습니다. 추가로 먼저 가져가셨던 비료사업권 DB역시도 돌려주셔야겠습니다.”

“뭐라고요?”

역으로 자신에게 제안하니 카를로스는 황당했다.

“미스터 신? 나는 인수를 하러 온거지, 우리 손에 들어온 DB를 팔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압니다. 하지만 협상이 가능한 분이란 걸 알고 있죠.”

만난지 5분 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재환을 보고 카를로스는 피식 웃었다.

“설마 저희가 인수했을때의 가격대로라면 잘못생각한겁니다. 아메리칸 팜은 이미 아시아에서 얻은 비료DB로 새 농법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세계에서 절반이 넘는 종자들의 DB를 가진 아메팜인데 너희 한국산이라고 다를바가 있냐는 말투.

재환은 미소를 지으며 범준에게 말했다.

“김 사장님, 그거 꺼내세요.”

“알겠습니다.”

범준은 낑낑거리면서 묵직하게 담긴 아타셰케이스를 올려놓고 열었다.

“왓?!”

그 안에 든 것은 찬란한 빛깔의 금괴였다.

“뭡니까? 이거? 미스터 신? 금으로 우릴 사겠다고요?”

“현재 아메팜이 가져간 한국종묘의 비료DB와 사료생산을 총 4164만 달러에 인수하신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000만 달러 어치의 농약과 종자사업권을 획득해 총 1억 164만 달러 어치의 M&A가 계획되어있었다.

“그,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300만 달러는 금으로, 나머지는 달러로 해서 총 4600만달러에 다시 인수하겠습니다.”

“그건 좀···.”

“리베이트라도 드릴까요?”

카를로스 리마는 이 친구가 진심으로 덤벼든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 사업권 인수하는건 고작 한달 밖에 안됐으니 그 안에 400만불 가량 웃돈을 받는다면 나쁠건 없었다.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즉답을 회피하는 말에 재환은 전화를 걸고 지금 막 도착한 분을 불렀다.

60대의 노인에 카를로스도 알고 있는 얼굴이어서 그가 깜짝놀랐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카를로스는 오랜만에 뵙네요.”

농협중앙회 회장 원기현의 등장에 재환은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협상 계속 하시죠?” 한국종묘 인수전에 백기사로 농협이 등장했다.

‘젠장, 저건 분명 한국의 농산물 협동조합 CEO잖아.’

아메팜 담당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 건은 본사에 이야기 할 정도로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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