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34화 (34/244)

34- 바쁘게 움직이다가...

[혜성그룹 삼신그룹과 2500억 규모대 빅딜 논의!]

[혜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선언!]

첫 기사를 삼신 산하의 삼우일보가 터트린 이후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헤드라인에 혜성과 삼신에 관한 이야기를 올렸다.

“읏차! 이제는 좀 더 열심히 하겠지?”

첫날 이후로 재환은 남들보다 두, 세 시간 일찍 출근하며 끊임없이 포스트잇 지적을 이어나갔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 우수 팀에 한해 보너스를 지급해줌으로써 마구잡이로 몰아붙이는 일은 지양했다.

“상무님. 여기에 대해 결제 부탁드립니다.”

스피커 공장의 김 이사가 재환에게 내민 것은 기계 부품 교체에 대한 것이었다.

“내부의 부품이 손상돼서 불량률이 늘어난 다라··· 이건 바로 조치해야죠. 처리하겠습니다.”

재환은 곧바로 결제 사인을 해주고 자신이 그것을 장진욱 대표에게 전해줬다.

이기남의 약조대로 신제품이 나오는 게 올해 말이라면 그 전까지는 기존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 위주로 나가는 것이었다.

재환은 그것을 위해서 전 사원이 참여한 조회를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혜성전자의 신기술개발 임원 신재환입니다.]

종합기획실 소속이 아닌 혜성전자의 임원이라고 소개한 재환이 말했다.

[제가 온 뒤로 여러분들은 아침마다 쪽지 떼어내는데 고생하셨을 겁니다.]

재환은 분위기를 조금 풀기로 했다.

[식당 조리사분들에게도 잔반 좀 줄여달라고 쪽지 붙였는데, 덕분에 밥맛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재환은 그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포스트잇을 적게 붙였던 건 라디오 2공장의 야간 팀이었습니다. 100만원 금일봉 드렸는데, 그날 소고기 회식했다네요. 앞으로 지적사항이 가장 적은 팀에게는 보너스가 배분될 겁니다.]

자신이 없어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장진욱 대표가 계속 수행하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언론에 나온대로 우리 혜성전자는 이번에 삼신전자와 대규모 파트너쉽을 맺습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거였다.

[현재 화성과 안산을 두고 새 공장지대를 알아보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화성은 전문 연구개발 센터로 만들고 다른 직원들이 그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숙소와 교통편은 준비할 것입니다.]

공장을 옮길 수도 있다는 말에 일부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반응이 보였지만, 재환은 이미 공장 터는 인근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삼신전자의 중앙연구소 교육을 받을 파견인원에 대해 선별할 것입니다. 일단 20명을 선발하는데 안산공장과 화성공장에서 적절한 인물을 찾겠습니다. 참고로 파견수당도 있습니다.]

삼신과 혜성의 두 곳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고급 기술을 배워서 임원까지 한 번에 노릴 수 있는 엄청난 황금줄이었다.

[모두들 노력해주세요. 이 프로젝트로 인해 혜성전자가 향후 100년을 이어갈 기회입니다. 임직원이 모두 뭉쳐서 지금의 위기를 같이 극복합시다.]

재환이 연설을 끝내자 박수 소리가 울렸다.

마이크를 담당 직원에게 넘긴 재환은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바로 가시는 겁니까?”

“오전에 안산에서도 똑같이 조회하기로 했어요. 그쪽에도 알려야죠.”

“삼신전자로 파견 갈 인원은 제가 선별해서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시면 한결 쉽게 일할 수 있겠네요.”

재환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안산공장으로 향했다.

***

재환은 안산공장 조회에서도 삼신과의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똑같이 해줬다.

트로이카 컴퓨터의 임직원들 역시 삼신전자와의 협상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재환은 대표실로 들어가 임용태와 이야기를 나눴다.

“컴퓨터 부품 조립하시는 분 중에서 선별하려면 지원자 많겠네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게 저···”

“무슨 문제죠?”

임용태는 이 절호의 기회 속에서도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표님. 트로이카는 규모의 한계로 인해 고학력자들이 적은 편입니다.”

“아~”

사실 트로이카가 훗날 시가총액의 10배를 넘는 우량기업이 된다 하더라도 강소기업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 공학을 배우려면 전문적인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이 필요한데, 저희 쪽에서는 대학원 나온 직원도 없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겠군요.”

확실히 전자공학 석, 박사급 인물이 유망하다 해도 중소기업에 갈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재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럼 대표님은 어떠십니까?”

“···네?”

“미국 주립대에서 공부하시고, 물리학과 전산학 박사 따신 분 아닙니까?”

사내 대학원 이상 나온 인재가 없다고 했지만, 창업주인 임용태가 바로 그 인재상이었다.

“상무님, 제 나이가···.”

“올해 연세가 쉰다섯. 네, 아마 교육을 다 받으신다면 환갑이 넘으시겠네요. 하지만 새로운 도전 한번 해 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으으음.”

임용태는 진중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재환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상무님, 만약 파견직원을 이끌어 나갈 리더가 필요하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인재를 찾으신다면, 제가 물러나겠습니다.”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25명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20명은 직원들로 이룬다고 했지만, 5명은 핵심인원으로 반도체 사업에 발전을 위해 평생 갈 사람들이니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재환은 밖으로 나오면서 공장에 대해 보며 말했다.

“최근에 연구는 잘 됩니까?”

“아, 네. 그렇지 않아도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임용태가 안내한 곳은 막 조립된 컴퓨터가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삼신전자 반도체로 조립한 모델입니다.”

“흐음~”

재환은 그 컴퓨터를 켜 보고서 인터넷을 연결했다.

기업회선으로 연결된 인터넷이라 그런지 집에 있는 모뎀보다는 훨씬 빨랐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들어간 순간 재환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초고속 인터넷 가정용 보급으로 얼마나 걸립니까?”

“올해 4분기엔 무조건 나옵니다.”

“오케이~ 98년이 정말 혜성의 역사적인 해가 되겠군요.”

모든 것은 차례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재환은 이제부터 자신이 인수한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재계서열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장난기가 생겨 E메일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이거 안산공장 기업회선으로 보내는 거다.’라는 인증을 날렸다.

그리고는 주변 공장을 보다가 포스트잇을 꺼내 만년필로 적었다.

[신제품 전시하는 곳에 얼룩이 좀 있습니다. 조치해주세요.]

라고 쓰여있었다.

“이거 여기에 붙일까요?”

“···아,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이게 화성과 안산을 오갔던 마지막 포스트잇이었다.

***

재환은 오랜만에 종합기획실로 오면서 임창훈 전무와 이야기를 나눴다.

“기획전략실이요?”

“일단은 종합기술실과 재무실의 통합 이름이 그렇게 정해졌는데, 이상하십니까?”

“후우, 기조실, 종기실에 이어 기전실이라는 명함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이름이··· 별로이신 겁니까?”

“아, 그런 건 아니고요. 혼용돼서···.”

재환은 통합 기전실의 부실장을 맡게 되었다.

실장은 다시 임창훈 전무가 맡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재환이 공백 동안 기획전략실은 잘 돌아가게 된다.

그 뒤로 재환은 오랜만에 온 기획전략실에서 계열사 직원들을 보던 중 창훈에게 말했다.

“임 전무님. 외부영입을 좀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죠?”

“네? 아, 혹시 상무님의 지인입니까?”

“네, 한국에 있는데 못 만난 지도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과거의 삶에서 전자공학으로 이름난 성과를 이룬 녀석인데, 언제나 연락을 해도 대학원생 상태여서 다음에만 보자고 했었다.

거기에 담당 교수를 따라 해외 출장까지 따라가 국내에서는 더 볼 수 없었었다.

“안암대 전자공학과에 있는 친구인데, 강석찬이라고 이번 삼신전자 파견에 쓰이면 좋겠습니다.”

“아, 특채로 영입하실 겁니까?”

“네, 그리고 이현규도 알고 있는 친구예요.”

“오호!”

“그리고 전자공학 전공이라 지금부터 교육하면, 향후 전무급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는 친구입니다.”

재환과 현규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면 마다할 리가 없는 젊은 인재일 것이다.

“그 친구 못 본 지가 오래돼서 이번에 한 번 보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부실장님이 영입하신다면 면접은 장 대표에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그 친구 데리러 와야겠네요.”

재환이 그것을 부탁하고 나왔을 때 희경과 마주쳤다.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가려는 거야?”

“스카우트하려고 다른 동네 갑니다.”

“열심히구만, 아! 그리고 말이야.”

희경은 재환과 걸으면서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할아버지 제사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벌써 그렇게 됐군요.”

곧 혜성가의 큰 어른 신준식의 제사였다.

이전까지 음력으로 지내서 3월 13일, 그러니까 재환이 과거로 떨어지기 전에 끝난 제사였지만, 올해부터는 양력으로 제사를 지내 4월에 하기로 모든 가족이 합의한 것이다.

큰집인 재환의 혜성그룹은 물론이고, 둘째 숙부와 셋째 숙부도 그날만큼은 모일 것이다.

“희수 그 새끼, 지가 양력으로 한다 해놓고 안 오면 진짜 대가리 깨 버릴 거야.”

아버지와 대판 싸운 다음 독립해서 할아버지 제사는 음력에 따로 지내겠다고 선언했던 혜성문화재단의 신희수 이사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아버지 성격 못 버텨서 나갔었는데, 수십 년간 싸워왔던 숙부님들은 오죽했겠냐고.’

뭐, 이 기회에 가족 화합의 장을 만들기로 하고 재환은 스카우트를 하러 차에 탔다.

“안암대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상무님!”

김 기사는 곧바로 안암동으로 향했다.

“석찬아, 이번에는 내가 절대 안 놓친다.”

재환은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를 영입할 준비에 미소를 지었다.

안암동에 도착한 뒤로 재환은 오랜만에 온 안암대를 거닐었다.

서울대, 신촌국제기독대, 안암대, 포항제철대, 한국과학원을 포함한 빅5의 명문대 중 한 곳.

그래서 혜성그룹 내에서도 안암대 비율은 상당했고, 혜성전자의 이기남 팀부터가 안암대 사단이었다.

재환은 안암대 공과대학 건물에 와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음?”

재환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세 번째가 돼서야 겨우 전화를 받았다.

[어, 재환이?]

“야, 석찬아! 나 지금 니네 학교 앞이다! 얼굴좀 잠깐 보자!”

[아, 미안··· 내가 지금 바빠서.]

“연구 때문에? 그럼 기다릴게.”

[아니야. 오늘 밤샐지도···.]

“기다릴게. 아니면 교수님에게 말하···”

그 순간 수화기 너머로 날카롭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해? 이 새끼야! 어디서 전화질이야!]

“!?”

재환은 무슨 소리냐고 말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겼다.

“뭐야, 이거?”

재환은 어떤 교수가 저렇게 욕을 달고 사는지 몰라 공과대학 근처의 흡연실에서 담배를 태우며 기다렸다.

“이 녀석 나오면 한 번 물어봐야겠어.”

그렇게 재환이 계속 기다리고 있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 공과대 건물에서 힘없이 나오는 청년이 있었다.

얼마나 갈굼을 먹은 건지 영혼이 날아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축 처진 어깨에 얼굴에 살이 쭉 빠지고, 퀭한 눈은 누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

재환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 경악하면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강석찬?”

“···어, 재환이야?”

생각보다 참혹한 모습에 재환은 순간적으로 공학관 건물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혜성전자가 이번에 안암대에 도서관 지으라고 후원하는 거로 아는데··· 이런 교수들이라면 취소시켜야겠구만.”

자신은 친구 스카우트를 하러 왔다가 여기서 부조리 하나는 박살 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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