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재벌의 삶!-33화 (33/244)
  • 33- 사전 협상 들어갑니다.

    “그럼 시작하겠소.”

    이건호 회장의 말에 이현규가 준비한 자료를 두고 천천히 읽어갔다.

    “삼신전자와 혜성전자 사이에 반도체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말하겠습니다.”

    현규의 말에 재환을 포함한 네 명은 모두 집중했다.

    “첫 번째로 혜성 전자는 총 20명의 인원을 선별하여 삼신전자 중앙연구소로 반도체 생산에 대한 대한 기술교육을 받습니다.”

    현규의 말에 재환은 첫판부터 불만이 있었다.

    ‘20명은 너무 적잖아, 50명은 돼야지.’

    하지만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이후 혜성전자가 선택한 땅에 삼신물산의 이름으로 공장을 지을 것이며, 이후 삼신중앙연구소에서 연수받은 혜성전자 직원들이 그 공장에서 위탁생산을 맡습니다.”

    이건 재환이 처음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쭉 넘어가면서 현규가 설명했다.

    “그리고 10년간 혜성전자는 삼신전자와 협력하여 D램 공정을 같이 생산하고, 혜성이 해외 수출을 할 경우 삼신을 통해 논의 후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다.

    “이 사업을 위해 혜성그룹은 2500억을 삼신전자에 투자하고, 거기에 대한 분배 지분과 금액은 상기 서류를 참조해 주십시오.”

    “흐음~”

    현규가 직접적인 금액을 언급하자 희경을 포함해서 창훈과 진욱 모두 서류를 확인한 다음, 이 정도 금액이면 합당하다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여기서 더 협상해야 한다고.’

    그걸 생각하는 게 혜성그룹 내에 재환 밖에 없었다.

    결국, 재환은 자신이 넷을 모두 상대해서 협상하기로 했다.

    “혜성전자는 더 하실 말 있으시오?”

    이건호의 말에 희경은 아들을 보고 말했다.

    “아, 저는 혜성 내에서 이 사업을 처음 발의했던 신재환 상무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이런 큰 자리에서 재환에게 마이크를 돌리자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일단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만, 몇 가지 조정을 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하시오.”

    이건호 회장이 말하자 재환은 처음부터 말하기로 했다. “파견 인원을 늘려주십시오. 50명은 필요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진대현 소장이 막았다.

    “그건 안 됩니다.”

    반도체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자, 현재 삼신반도체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진대현의 말이었다.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현재 20명은 중앙연구소 내에 최대로 자리를 만든 것이고, 사내 대학인 삼신 전자공대, 그리고 재단인 명륜대와 영북대의 반도체공학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가 그 속에 끼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진대현 소장은 ‘혜성의 자리 만들어주는 건 20명도 감지덕지다.’라는 말을 정중하게도 설명했다.

    “그래도 조율은 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최소 교육인원을 30명으로 올려주시죠?”

    “안 됩니다.”

    “30명이요.”

    재환과 진대현 소장의 기싸움이 일어나고 있을 때, 현규는 조용히 반대쪽의 두 명을 바라봤다.

    이 회장은 조용히 재환만 지켜봤고, 이미 사전에 토론을 했던 이상학 실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규가 중재했다.

    “그럼 중간에서 타협해서 25명 어떻습니까?”

    마치 미리 짜고서 상한선을 25명으로 한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5명 더 추가라···.”

    파견 인원은 25명으로 합의가 돼갔고, 그중에서 재환이 한 가지 더 제안했다.

    “그럼 추가된 5명은 해외파 인원도 포함 가능합니까?”

    ‘허어~ 이 친구 보게나?’

    진대현은 소싯적 자신이 삼신 미국연구소에서 제안했던 것을 그대로 재연하는 재환을 바라봤다.

    ‘저 친구 아이비리그 출신이라고 했지? 그쪽 인맥을 동원해 올 수도 있다는 말인데.’

    진대현 역시도 자기가 나온 스탠퍼드대 유학파 출신의 팀을 만들어 반도체 연구팀을 미국에서 만들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해외파나 석,박사급 5명 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하도급 공장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재환은 저런 수를 던져도 삼신은 승낙할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양의 전쟁이었다.

    D램값은 점점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양적으로 마구 찍어내는 치킨게임 싸움이 벌어지고, 삼신전자에게 16메가 이후 기술격차가 생겼다고 여긴 일본은 대만과 동남아 시장을 이용해 OEM공정으로 마구 찍어내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삼신이 일본, 대만기업과 치킨게임 하려면 이 정도 요청에 어깃장 못 놓지.’

    재환은 그것을 모두 알고 반도체에 투자한다는 계획 자체를 아예 혜성전자의 이름으로 국내 추가생산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신재환 상무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대현이 이번에는 재환에게 직접 물었다.

    “네, 말씀하시죠.”

    “현재 25명의 기술연구원 파견에 대해 합의가 되었고, 반도체 공장에 대해 플랜도 확인됐는데, 공급에 비해 어느 정도 자체 수요를 가지시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재환은 곧바로 답했다.

    “그건 이 자리에서 바로 말하겠습니다. 현재 혜성전자는 트로이카 컴퓨터를 인수한 뒤로 H&T와 컴팩트 사의 PC에 대한 ODM 생산을 받았습니다.”

    일단 어디에 쓰일지는 확실하게 말했고 미래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00년대부터는 저희 혜성전자가 랩탑 컴퓨터 시장에도 진출하려 합니다.”

    “랩톱...”

    “노트북 컴퓨터라고 설명 안해도 되죠?”

    이 당시 3-400만 원의 살 떨리는 가격대의 노트북 컴퓨터지만, 앞으로 생각하면 빠르게 투자해야 했다.

    재환은 거기에 대해 혜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대해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계획서를 보여줬고, 네 명의 삼신그룹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였다.

    ‘뭐, 어차피 남는 수량은 전부 삼신물산의 이름으로 팔 수 있으니까.’

    거기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건호 회장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럼 어느정도 합의가 된 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신 회장님, 그리고 신 상무님. 두 분에게 한 가지 더 제안을 하고 싶은게 있소.”

    “네? 저에게요? 말씀해주시죠.”

    희경은 자신도 포함된 이야기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 회장이 손을 내밀자 이상학 실장이 품 안에서 돋보기 안경을 꺼내 건네드렸다.

    돋보기를 쓴 이건호는 서류중 하나를 꺼내서 만년필로 뭔가를 골똘히 쓰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2500억 투자에 대해 일시불로 제출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네, 혹시 그것에 대한 조정인가요?”

    “그렇소. 현재 삼신그룹 내에는 외환위기로 인해서 매각을 하거나 아예 해산시킬 기업들이 많이 있소.”

    “!”

    재환은 그 말을 듣고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직감했다.

    ‘설마···.’

    “유망한 기업이기는 한데, 우리가 사업을 철수해서 매각하려는 기업이 있는데 혜성그룹이 인수해줄 수 있는지··· 좀 묻고 싶소?”

    희경은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하, 대금 일부가 인수대금이 되는 것이군요. 어떤 계열사입니까?”

    “삼신시계.”

    “시, 시계요?”

    “흐음~”

    삼신시계는 1983년에 지어져 자본금 83억 규모의 그룹 내에서는 소규모 사업의 계열사였다.

    과거 일본의 시계제조사 제이와치 그룹의 협약을 맺어 국산 시계점유율 1위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100억 정도 되는 규모인데, 거기에 직원은 구조조정을 해서 200명 정도였나?’

    살점이 거의 없는 계륵 상태였다.

    돈이 아니라 굳이 계열사를 떠넘기는 것은 아마 외환위기로 인해 삼신그룹도 구조조정은 해야겠고, 거기에 대해 해체를 하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으니 혜성에 떠넘기는 것이기도 했다.

    재환은 여기에선 아버지가 판단하는 것에 따르기로 했다.

    희경이 찬성하면 자신도 찬성하고,

    반대한다면 자신도 삼신의 약점을 말해 판단할 것이다.

    “허어, 시계라···.”

    희경은 자신의 결혼 예물이었던 스위스제 롤렌스 시계를 매만졌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곧바로 승낙했다.

    “좋습니다. 한번 협상을 해 보겠습니다.”

    승낙을 한 희경의 말에 재환은 곧바로 두뇌 풀가동을 했다.

    그리고 이건호 회장이 재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신 상무도 똑같이 동의하는 거요?”

    “딱 한 가지만 이 회장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하시오.”

    “삼신시계를 저희가 인수하면, 시보 광고도 저희가 갖는 겁니까?”

    “···!”

    삼신시계는 현재 지상파 3개 방송국에 9시 뉴스와 8시 뉴스를 앞두고 말하는 시간 보도 광고였다.

    흔히 사람들에게 있어선 [지금 삼신시계가 9시를 알려드립니다. 띠띠띠- 띵!] 하는 광고음이 어린애들도 따라 할 정도로 유명한 것이었다.

    “!”

    시보 광고 포함이란 말에 이건호는 재환을 향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가져가시오.”

    삼신시계를 운용할 때는 그렇게 힘들게 따냈던 거지만, 어차피 매각하기로 한 거 그냥 쿨하게 넘겨버렸다.

    “감사합니다. 저희 혜성의 이름으로 한국 시계브랜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사전 협상이 완성되고 이제 최종 계약식의 날짜도 정해졌다.

    회의를 마친 뒤 두 회장이 일어나 악수를 했고, 다른 이들도 모두 한 번씩 악수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삼신과 혜성의 동맹이 쭉 갔으면 좋겠습니다.”

    재환 역시 현규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다음에 한잔하자고.”

    “아, 좋은 맛집 있으면 한 번 부를게.”

    혜성그룹의 사람들이 먼저 빠질 때 재환은 창훈과 진욱에게 다가가 말했다.

    “두 분은 재무실과 혜성전자의 대표시니 오늘 협상에 대해서 사업기획을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특히 장 대표님. 일단 트로이카 대표와 같이 추스를 인원 스무명 정합시다.”

    “제가 미래를 이끌 친구들로 골라보겠습니다!”

    재환은 두 임원을 각각 보내고 희경과 같이 차에 탔다.

    “시계 인수를 승낙 하셨네요?”

    “뭐, 거기 나쁘지 않아. 국내 손목시계 점유율도 50% 되고, 시보광고까지 생각하면 우리 알리기 딱 좋다.”

    “그렇긴··· 하죠.”

    앞으로 삼신그룹은 시계를 시작으로 마트 사업, 백화점 사업, 교복 사업등 첨단기술 빼고는 매각 릴레이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재환은 남영동 사옥으로 가던 중, 갑자기 휴대폰에 문자를 확인했다.

    [삼신의 진대현입니다. 혹시 오늘 저녁 따로 뵐수 있겠습니까?]

    “···부를 것 같더라니.”

    “뭐, 누군데?”

    “저녁 약속한 사람이요.”

    “음?”

    재환은 퇴근 후 약속을 나갈 준비를 했다.

    ***

    종로에 있는 고급 요릿집에 초대를 받은 재환은 진대현에게 술 한잔을 받았다.

    “오늘 회의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주로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는데 재환에게도 전생에 익숙한 곳이었다.

    ‘전경련 사람 중에서도 여기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지?’

    재환은 그보다도 이 사람이 왜 따로 자신을 부른 것인지 궁금했다.

    “회장님 허락은 받으신 겁니까?”

    “가볍게 말씀드렸죠. 오늘은 그냥 신 상무와 한잔하고 싶어서 부른 겁니다.”

    재환은 진대현의 술잔을 받으면서 전자산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자회사에서 반도체 처음 시작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일단 직원들의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해요.”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 며칠 빨간펜 선생님 노릇 좀 했죠.”

    “네? 빨간펜이요?”

    재환은 자신이 포스트잇으로 붙여서 지적사항을 올린 이야기를 하자 진대현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번 뉴스에서 BQ시스템 이야기는 들었어요. 좋은 질의 제품에 그렇게 관리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조언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잔 술잔을 나누면서 일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하는 진대현이었다.

    오히려 둘 다 미국 유학파 출신이니 그때의 이야기라거나, 현재 시국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계속 술잔을 나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을 때, 진대현은 잔을 놓고서 재환에게 물었다.

    “···신 상무. 왜 삼신전자 반도체를 선택했어요?”

    “가장 유망하니까요.”

    취기가 슬슬 올랐지만, 아직 정신 차릴 정도는 됐다.

    “나도 삼신 사람이지만, 혜성에 그렇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공장 돌리면서 수익은 올린다 하더라도요.”

    “아니, 그걸로 충분해요.”

    “호~? 반도체 가격은 점점 추락하는 지금 시대에요?”

    제환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희가 아니었으면, 삼신은 D램을 포함한 각종 반도체의 치킨게임 시장에서 치킨게임에 임하려고 제3세계의 국가에 공장을 노렸겠죠.”

    “으흠-”

    “벌써 일본 업체들은 대만에 대규모 OEM을 할 반도체 공장들을 키우고 있죠? 삼신도 뭐 하나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새 공장 필요해서 저희가 같이 일하는 거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세계시장에서도 위험한 치킨게임에 끼어드는데, 자신 있어요?”

    “원래 위험한 장사가 남는 게 많아요.”

    그러자 진대현은 좀 더 몸을 가까이하며 재환의 두 눈을 보며 말했다.

    “반도체 사업으로 다른 계열사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는데··· 그건 생각 못했나보군요?”

    “제가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길 리 없죠.”

    “후후··· 하하하하핫!”

    벌게진 얼굴로 크게 웃은 진대현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인정하겠습니다. 신 상무님은 반도체 사업 잘 하실 것 같군요.”

    재환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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