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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재벌의 삶!-24화 (24/244)

24- 제 이야기를 10분만 들어보시면···

잠시 후 전통차가 들어오고 셋은 그것을 마시며 침묵에 잠겼다.

삼신가 식사자리에서 폭탄발언을 한 재환의 자동차 사업 진출 계획은 이건호의 흥미를 이끌었다.

“혜성이 반도체하고 자동차 사업을 한 다라···.”

“회장님도 무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재환의 말을 들은 이건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전은 뭐든지 폄하하면 안되는 법이다. 그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다.”

이건호는 차를 마시면서 재환을 향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왜 나한테 말하는 것인가도 궁금하고.”

순간적으로 주변이 서늘해질 정도였지만, 오히려 그러므로 도박 수를 던지기 충분했다.

‘지금부터 한국 재계와 기술 발전의 역사를 바꿔주지.’

재환은 그 자신감으로 이건호에게 말했다.

“삼신그룹과 혜성그룹이 함께하고 싶습니다.”

“!”

사전 이야기를 못들은 현규가 놀랐지만, 이건호는 턱을 길게 빼더니 입술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계속해보게.”

“회장은 삼신의 자동차 사업을 선포하고, 부산에 공장을 만드셨습니다.”

95년 부산에서 삼신자동차를 만들고, 이미 양산형 모델을 준비하고 있어 내년 3월에 나올 SSM-5가 나온다.

“이미 우리는 완성차까지 만들고 있지. 그런데 우리가 자네와 손을 잡을 이유는?”

“현재 삼신자동차가 신모델을 발표하기 전부터 많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그 부채가 아마도 6천억 정도로 생각됩니다.”

“!”

“그, 그걸 어떻게?”

현규가 더 놀라서 재환에게 물었다.

재무재표를 본 것도 아니고, 정확히 6093억의 적자가 있는데 재환이 때려 맞춰 버린 거다.

‘내가 그때 일은 눈 감고도 다 안다고요.’

재환은 과거 삼신의 실패작 자동차 사업에 대해 아픈 곳을 계속 찔렀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해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돈으로 기술력을 더 사와야 할 때 외화는 부족하고, 회장님이시라면 우량계열사에 대한 상장을 준비하셔서 해결하실 수 있겠죠.”

실제로 삼신전자는 외환위기 속에서도 삼신생명을 상장화해서 그 금액으로 자동차 사업을 살리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실패했다.

‘이 녀석이···?’

이건호는 이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나 싶어 아들 현규를 노려봤지만, 그 역시도 정말 모른다는 눈치였다.

계속 듣고 있다간 삼신의 아픈 곳만 찔리면서 흐름을 뺏길 것 같아 이건호가 거기서 끊어버렸다.

“용건만 말하거라.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혜성이 정식으로 삼신그룹에 투자하겠습니다. 금액은 2500억 전후로 생각합니다.”

“!”

“재, 재환아!”

재환이 아버지 신 회장에게 말하지 않았던 2500억이란 규모를 배팅하겠다는 말에 현규도 놀라서 외쳤다.

“이 일은 모두 혜성에서 회의를 마치고 정식으로 안건에 올릴 겁니다. 그리고 그 투자금이 삼신의 순환출자로 가겠죠?”

재환의 예상으로는 2500억중 상당수가 삼신자동차로 향할 것이고, 그걸로 얼마간 숨통을 돌린 순간 반도체 D램의 신모델이 나온다.

“그 대가는?”

“앞으로 자동차와 반도체공장에서 일부를 저희 혜성그룹 내의 혜성전자가 생산하고 싶습니다.”

“그 말인즉슨···.”

“혜성의 이름으로 반도체공장 하나 짓겠습니다. 삼신이 OEM을 해주고요.”

“그렇게 하면··· 그건 ‘사업’이 아니라 ‘하청’이 아닌가?”

“물론 그것만 원하는 게 아닙니다. 자동차 중에서도 딱 세 가지를 저희가 기술제휴를 하여 만들고 싶습니다.”

“세 가지?”

“트럭, 경차, 버스. 세 개입니다.”

“흐으음···.”

이건호는 확실히 신재환의 마인드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보통 재벌가의 후계자가 자동차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십중팔구 스포츠카 아니면 고급 세단이었다.

한국의 [로얄엠파이어], 한국의 [페루치오]같은 로얄세단과 슈퍼카에 정신이 팔린 경영자들이 자동차 사업을 시도했다가 말아먹은 사례는 지금의 시국이 증명하고 있었다.

국내의 자동차 회사 다섯 개 중 두 곳이 무리하게 외국스포츠카를 수입하고 개발하다가 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재환이 자동차 사업을 하고 개발한다는 것은 트럭과 버스같은 상용차 아니면 재벌가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차이다.

소형차도 서민들 눈에 안 찬다고 남자라면 [그랜다이저], [에센티]등의 2000CC 이상의 중형차가 가장 잘 팔리는 한국시장이니 말이다.

이건호는 그 말을 듣자 차를 쭉 들이켜고는 굳은 얼굴이 약간 누그러지며 말했다.

“재밌구나, 어디 더 해봐라.”

“회장님, 아까도 이야기 드렸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부친과도 상의하지 않고 제가 기획한 것입니다.”

“해봐라.”

쿨하게 말하는 이건호를 보고 재환은 숨을 고르고 차 한 모금을 마신 다음 말했다.

“먼저 처음에는 반도체공장 하나를 정해서 혜성의 이름으로 짓고, 삼신의 OEM방식으로 D램 반도체를 생산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반도체 다음으로 완성차 시장이 되었을 때 거기에 대한 부품 공장 역시도 구상할 겁니다.”

“그다음은?”

“여기 옆에 있는 친구와 같이 자동차와 전자 사업을 같이 진행할 겁니다.”

“어, 어?! 나?”

계속 놀라는 리액션만 보여서 뭔가 처량해 보일 정도였던 현규는 자신이 언급되자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현재 자동차와 전자가 결합되는 제품이 있지 않습니까? 네비게이션 사업 말입니다.”

“흐음-”

GPS 기술로 구동하는 차량용 네비게이션은 93년 국내 상용화 이후 아성그룹의 아성자동차가 독주할 시장이었다.

“계속 말하거라.”

“현재 차량 네비게이션을 양산화시켜서 진출한 것은 상윤그룹의 상윤자동차, 하지만 그곳이 부도처리 되어 공중분해가 됐습니다. 삼신이 먼저 네비게이션과 GPS 기술을 인수하고, 삼신전자가 그것을 발전시키는 겁니다.”

재환은 여기에서 손짓으로 네비게이션의 모양을 그렸다.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얇은 네모판에 지도를 펼치는 전자제품, 그리고 거기에 맞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안테나···.”

재환이 자신이 그린 큰 그림에 대해 말하자 이건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든 것을 경청해줬다.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재환의 마음속에 확신이 있었다.

“자동차는 그렇다 치고··· 반도체와 D램은?”

이건호가 묻자 재환은 지금 있는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건 현규하고 논의한 겁니다.”

“!?”

갑자기 왜 나한테 불똥이 튀냐고 깜짝 놀라는 현규, 그리고 아버지 이건호는 눈에 레이저가 비췄다.

“어서 이야기하거라.”

그러자 현규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현재··· 혜성그룹이 컴퓨터, 사무용품 회사인 [트로이카 컴퓨터]라는 회사를 인수하려 하는데, M&A자문사가 저희 삼신증권입니다.”

“···현규 너는 왜 그 말 안했냐?”

‘그 말 했어요! 지난번에 혜성가 친구랑 술 마시면서 컴퓨터 사업 논의 있었다고!’라고 현규가 외치기에는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

이건호는 그 이야기를 듣자 뭔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지금 H&T···. 그곳이 ODM을 그곳에서 한다지?”

“그렇습니다. 그것을 위해 저희가 D램하고 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을 들은 이건호는 천장을 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상생이란 걸··· 내가 믿을 수 있나?”

사실 삼신전자 역시도 지금은 국내 넘버1의 전자회사였지만, 과거 창업주 이인철이 사돈인 금화전자와 논의하며 후발주자로 나서겠다고 했다가 의절까지 갈 뻔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딱 혜성이 그런 후발주자를 한다고 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건호는 그것을 조용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자주 밥 먹으러 오거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현규야. 손님 집까지 잘 모셔드려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재환은 할 말을 마치고 자신도 일어나 이건호에게 인사를 드렸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래, 다음에도 보자고, 신 이사.”

재환은 이건호의 환대를 받으면서 좋은 대접을 받고 돌아갔다.

그리고 여기에서 앞으로 새천년이 올 2000년까지 모든 것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었다.

***

재환을 보낸뒤로 이건호는 아들과 차를 한 잔 더 마시면서 말했다.

“좋은 친구를 뒀구나.”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런데 한 가지가 맘에 안 들었다.”

“네?”

현규가 물어보자 이건호는 그제야 재환을 만났을 때에 대한 뒷이야기를 했다.

“그 녀석 말이야··· 그런 계획이 있다면 응당 나를 만날 때 사업계획서를 가져와야 되는거 아니겠어?”

이왕이면 문서로 볼 수 있는 걸 가져왔으면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안 한 재환을 보고 디테일에 대해서 까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현규는 머쓱해진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음?”

“재환이는 저희 삼신그룹 사람이 아닙니다. 왜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겠습니까? 그건 신 회장에게 말하겠죠.”

“···.”

아들에게 한 방 먹은 이건호는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 그것도 그렇구만.”

***

그날 밤.

재환은 아버지 희경과 새벽까지 위스키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했다.

“후우우-”

“줄담배 몸에 안 좋아요.”

재떨이에 선인장을 만들 기세로 연거푸 담배를 태우던 희경은 아들이 한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정말 때릴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 입으로 2500억을 말했냐.”

“네.”

“네가 현실감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 2500억이 뉘 집 똥개 이름이냐?”

“제가 그룹 내 사내 현금으로 4천억을 만들어드렸는데, 충분히 되잖아요?”

“무슨 4천억이야!”

재환은 거기에서 미래 환율과 금값에 대해 약간의 스포일러를 해줬다.

“아버지, 현재 환율이 1달러에 1415원이죠?”

“오늘 자로 1420원 됐어.”

“3개월 이내에 1800원까지 갑니다. 이 정도면 은행이자 저리 가라 수준이죠?”

“!”

“정 어려우면 제가 새로 자금책을 만들죠.”

“망할 자식! 그 정도는 내가 판단할 수 있어!”

희경은 새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일단 알고 있겠다. 제대로 기획서 준비하고, 컴퓨터 사업 해결한 다음 생각해!”

“알겠습니다.”

이건 사실상 허락이라 볼수 있었다.

***

재환은 그 뒤로도 종합기획실에서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실장님. 요청하신 계열사의 재무제표 모두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준호의 문서를 받은 재환은 하나하나 보면서 그를 칭찬했다.

“문서 깔끔하네요.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실장님.”

준호를 보낸 뒤로 재환은 그것들을 모두 읽어나가고 계열사에서 돈 나올곳을 찾기 시작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수익을 올리는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적자 내는 곳은 없었다.

“계열사들 빡세게 조이기는 했어.”

나사를 더 조이면 아예 깨질 정도로 빡세게 돌려서 만들어낸 긴축재정의 성과였다.

덕분에 희경 역시도 재환의 일에 대해서 어지간하면 우려는 해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재환은 개인적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그리고 대윤그룹과 경쟁하면서 삼신증권을 투자자문으로 낀 채로 트로이카 컴퓨터 인수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했다.

언제나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0순위로 돈이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그것을 납득할 계획이다.

그것을 두고 방에서 계속 서류를 검토할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재환아, 엄마야!”

재환은 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재환아, 전화가 왔는데 지금 삼신그룹이래. 이건호 회장이라고 하더라.”

“이 시간에요?”

분명 저녁인데 왜 갑자기 삼신이 부르나 싶어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재환이 곧바로 나와서 거실로 갔을 때, 분명 자신의 전화인데 희경이 받아서 통화하고 있었다.

“네··· 네, 그래요. 맞습니다. 요새 많이 힘든데 회장님은 계속 신사업을 하시는 게 그저 부럽습니다. 하하하!”

이건호 회장과 통화를 하는 희경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대화하다 재환을 보고 말했다.

“네~ 마침 저희 아들놈이 왔네요. 바꿔드리겠습니··· 아, 예예~ 잘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녀석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희경은 곧바로 수화기를 재환에게 건네고 고개를 두어 번 흔들며 조심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아, 신 이사 되시오?]

예전처럼 친구 아버지로 재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신 이사’라고 호칭을 불러 말한 이건호였다.

“네~ 맞습니다~”

재환이 장난스럽게 대답해주자, 이건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아침에 차편하고 다 준비할 테니 몸만 오면 되니 내일 대구로 내려오시오.]

“···네?”

[오시오.]

“흐음, 알겠습니다.”

이건호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희경은 곧바로 물었다.

“재환아, 이건호 회장이 무슨 일로 너를 찾는 거냐?”

“어렸을 때 이현규 도련님이랑 그렇게 친하더니만, 다시 지내는 거야?”

명숙이 거들자 재환은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아, 엄마~ 제 친구면 엄마에게도 아들뻘인데, 그놈한테 무슨 도련님 소리가 나와요?”

“그래도 모르는 거야. 우리 집에 온 지도 오래되고 못 만난 지도 오래됐으니 예의는 따로 지켜야지.”

예의를 따로 지킨단 말에 재환은 조금 전 이건호가 말한 하대가 아닌 ‘신 이사’라고 부른 것을 다시금 상기하며 희경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 잠깐 대구 출장 좀 다녀올게요.”

“삼신하고 그거 준비하는 거냐?”

“네, 그럴 것 같아요.”

“알았다. 그럼 다녀오거라.”

재환은 아버지의 승낙을 받은 뒤로 출장을 위해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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