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26화 完
[속보] 3차 대격변, 마침내 대망의 Ending!? / 조회수: 91,302,111
-세계적인 인기 게임 뎀2의 ‘3차 대격변 이벤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동시접속자 30억이라는 쾌거를 이룩하며 게임 역사상, 아니 인류 축제의 역사상 다시없을 대기록을 경신한 이번 3차 대격변 이벤트는 O월 X일 정오를 기점으로 모두 종료되었다.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와 ‘태양룡군주 바이어스’의 역습으로 시작된 이 콘텐츠는 중간에 과거의 보스 몬스터였던 ‘죽음룡 오즈’나 ‘와두두 여왕 쥬딜로페’ 등등이 깜짝 등장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볼거리를 자아냈다.
과거 유명했던 랭커들 역시도 거의 대부분이 현역으로 복귀했고 새로 유입된 유저들 역시도 호평일색이었던 이번 이벤트는 온통 뉴비로만 구성되어 있던 ‘네 명의 플레이어’ 파티에 의해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와 태양룡군주 바이어스가 잡히면서 그 장대한 막을 내리게 되었다.
20여 년 전의 3차 대격변은 곧장 4차 대격변으로 이어진 만큼 전개 속도가 유저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고 또 복선이나 단서들이 부족하여 향후의 스토리 전개를 추측하기 힘들었던 반면 이번 3차 대격변은 유저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속도가 적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사측에서는 ‘3차 대격변이 생각한 것보다는 빨리 시작되었고 빨리 끝났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번 3차 대격변 이벤트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수없이 많은 파생 퀘스트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는 중소 규모의 ‘국지전 공성 이벤트’와 ‘주둔지의 오크 잔당 소탕 이벤트’, ‘점령지의 리자드맨 게릴라 저항군 이벤트’ 등등 각종 새로운 퀘스트와 이벤트들이 추가 신설되었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 스토리 패치 작업은 앞으로도 몇 개월 동안 이어져 다른 유저들을 즐겁게 해 줄 예정……
<댓글: 13,021>
-이번 3차대격변은 나쁘지 않았다 ㅇㅈ?
-예전에 급발진으로 소모한 콘텐츠 나름 적절하게 회수한 듯?
-머 나름 ㅍㅌㅊ는 됐다고 본다ㅋㅋㅋ
-서브퀘스트 수가 적은 게 좀 아쉽긴 했어도 이정도면 만족
-와 근데 이번에 고정 S+급 몬스터 두 마리 다 한 파티가 잡아간거 실화냐???
-그것도 뉴비로 구성된 4인팟ㅋㅋㅋㅋ ㅁㅊㄷㅁㅊㅇ
-올드비들 다 제끼고 MVP달성...레전드다 증말...
-완결 축하해요~~~~~
-내 인생겜의 인생이벤트였다ㅠ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게 다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유저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ㄴ님 뭐임;; 개발자임?
-ㄴ이분 최소 윌슨ㅋㅋㅋ
-완결은 무슨~~~~이게 소설이냐? 빨리 3부가자~~~
-그러고보니 뎀3 나온다는 소문이 스리슬쩍 돌던데...?
-뎀2도 이제 오래되긴 했지ㅇㅇ 슬슬 후속작 나올 때 됐다!
-뎀3나옴? ㄹㅇ임? 기대해도 되는부분?
-후속작 나올때까지 숨 참는다 흡!
-ㄴ이분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뎀사에서 뎀 말고 차기작 올해 안에 낸다던데...아포칼립스물로ㅋㅋㅋ
-좀비물 좋지!
-뭔 좀비물이여....뎀3나 빨리 발매해!!!!
-일해라 뎀놈들아!!!!
-Shut up and take my money!!!!!
-다음 게임에서 봐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우린 이 이야기를 닳고닳은 뉴비라 하기로 했어!
……
…
.
* * *
“이야- 시간 참 빠르네. 이게 벌써 언젯적이야~ 옛날 생각나는데?”
아빠는 신문을 덮으며 웃었다.
옆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아들이 대답한다.
“이제 뎀3가 나오네 마네 하고 있으니 엄청 오래 전이죠. 저 중학생 때였으니까.”
“참 시간 빨라. 그치, 아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빠와 아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삐걱-
방문이 열리며 딸이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가 밥 먹으래~”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들을 향해 물었다.
“뎀3 사전예약 해 뒀지? 나오면 바로 접속하는 거야~”
“아니, 전 안 했어요.”
“뭐? 왜?”
“공부하고 들어가야죠. 그 게임에 대해. 그리고 그 게임 패턴의 기본형이 되는 다른 게임들 역시도.”
“뭐? 그러다가는 좋은 것 다 선점당할 걸?”
“뎀2 때처럼 마냥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을 거고. 저도 틈틈이 하기는 할 거예요. 하지만 그 어렵다는 사전예약까지 해 가면서 초반부 파이오니아가 되긴 힘들 것 같으니 저는 제 식대로 공부해 가면서 하려고요.”
“그러니까, 네 말은 준비를 일단 완벽하게 하고 시작하겠다 이거냐?”
“네. 뭐, 그렇죠.”
“어허- 젊은 놈이 그렇게 도전정신이 없어서야. 원래 뭐든 간에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야! 질러 놓고! 수습은 나중에! 그렇게 부딪치고 깨져 가면서 크는 거지!”
“저는 가능한 적게 부딪치고 가능한 적게 깨지자는 주의라서.”
“시작이 반이라고!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다가는 평생 아무것도 시작 못 한다 너~”
“밍기적거리고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두겠다는 거죠.”
“너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도 몰라?”
“그거랑 반대되는 느낌도 많잖아요. ‘허생전’도 있고 ‘방망이 깎던 노인’도 있고 ‘태공망의 고사’도 있고. 때를 기다렸다가 말년에서야 뜻을 펼친 사람들은 많죠. 그리고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아빠와 아들의 말은 둘 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새로운 것에 일단 도전해 보고 또 그 과정을 즐기는 아빠.
실패를 해도 나름대로 배우는 것이 있고 성공을 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높은 곳을 노리는 스타일.
말하자면 감정과 열정.
한편 아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앞서 철저한 공부와 조사를 바탕으로 승부하는 타입.
가능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철저하고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한 뒤에야 도전하는 타입이다.
말하자면 이성과 냉정.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차이였고 성향의 다름이니까.
그 왜,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옳을 수도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옳지만 틀릴 수도 있다.
틀리지만 옳을 수도 있다.
판정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옳지만 판정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틀리지만 판정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옳거나 틀리거나 판정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사람의 가치관이란 다 그런 것이고 그것은 가족 관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허 참.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모르겠네~ 너 인마, 너무 애늙은이인거 아니냐? 그러면 여자들한테도 인기 없어요!”
“아빠가 지나치게 젊게 사시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아빠도 여자한테 인기 별로 없었다면서요. 남자들한테만 쓸데없이 인기 많았고.”
“뭐? 어허- 누가 그래? 누가 그런 헛소리를…….”
“엄마가요.”
“응. 그러면 엄마 말이 맞지. 아니라고 하면 맞지. 쳐 맞지.”
“아무튼요. 제 생각은 그렇다 이거죠.”
“쳇. 어려서 좋겠다, 그래. 나이가 깡패여~”
“뭘. 이게 다 든든한 아빠가 있어서 부릴 수 있는 여유죠. 어리광이고~”
“어이구, 말은 잘하셔요. 아드님~”
아빠와 아들은 킥킥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때.
삐걱-
방문이 열리며 딸이 다시 한번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가 밥 먹으래~”
이번에는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아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제 목표는 적당히 잘하는 게 아니에요. 최고가 되는 거지.”
아들의 말을 들은 아빠가 순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 그 말의 의미는 알고 있겠지?”
“……물론이죠.”
아들의 말투도 더더욱 진지하게 바뀌었다.
“언젠가는 아빠조차 뛰어넘을 겁니다.”
“하하하- 아마 꽤 힘들걸?”
“힘이 들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 말에 아빠와 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아빠와 아들이면서도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그리고 최고의 친구.
“……또한 같은 게임을 사랑하는 겜덕후.”
무릇 옳게 된 부자 관계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겠나?
훈훈한 분위기가 피어나는 가운데 아빠와 아들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리고.
삐걱-
방문이 열리며 딸이 또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채로.
“어, 엄마가 밥 다 치우고 있어. 난 몰라!”
방금 전까지 훈훈하던 분위기가 싹 얼어붙었다.
…펑!
아빠와 아들은 서둘러 소파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나 아니야, 여보! 내가 늦게 나온 거 아니야! 얘가 자꾸 말 시켜서……!”
“와, 진짜 아빠 또 이러시네! 엄마! 아닌 거 알죠!? 아빠가 뎀3 사전예약 했냐면서 자꾸 말 걸어서……!”
서로를 가차 없이 팔아먹으며.
즐겁고.
koi
또 명랑하게!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