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97화 (997/1,000)

외전 123화 멸망 재림(滅亡 再臨) (9)

착 가라앉아 있는 사냥꾼의 목소리.

“어디 이것도 안 아픈지 한번 볼까?”

멸망의 재림을 눈앞에 두고도 조금도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은 눈빛.

그 앞에는 최후의 태양룡 바이어스조차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와득!

이우주는 산소돌을 입에 문 채 콱 씹었다.

“각오해라. 죠르디의 몫까지 쳐서 한 방 먹여 주마!”

이윽고, 여러 가지 버프 특성에 의해 용오름의 위력이 폭증한다.

“최후의 말뚝박기다!”

이우주는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지금껏 작살처럼 활용해 온 애병 ‘태양살의 화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쾅!

반쯤 박힌 말뚝 위에 망치가 내리찍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바이어스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시뻘건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태양살의 화살이 비늘과 근육, 내장을 뚫고 안쪽으로 더욱 깊숙하게 틀어박혔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한 끗이 모자란다.

전설의 궁사 후예가 보여 주었던 그날의 저격을 재현하기에는 이산하와 이우주의 힘이 아직도 부족한 모양.

“쳇! 대체 어떤 괴물이었던 거야, 후예는.”

“…….”

이산하와 이우주가 탄식하는 동안 바이어스는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다.

[나 역시도 그날 이후부터 끊임없이 성장하고 또 진화해 왔다! 그날 죽었던 형제들보다 더욱 더 크고 강한 육체를 소유하게 되었지! 그때처럼 맥없이 당할쏘냐!]

하지만.

“아직. 한 방 남았다.”

이어진 이우주의 말에 바이어스의 몸이 움찔한다.

[무, 무슨!?]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태양룡이 답지않게 잔뜩 겁먹고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전장에 모인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그 모습에 경악할 틈도 없이.

츠츠츠츠츠츠츠츠……

이우주가 준비한 마지막 포석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어? 뭐야? 어두워지는데?”

“뭐지? 밤이 된 건가?”

“아직 낮인데?”

드넓은 전장 곳곳에서 의문을 표하는 플레이어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인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거대한 어둠이 전장 전역을 뒤덮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바이어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파아아아앗!

이우주의 몸에서 눈이 멀 듯한 황금빛이 폭사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광휘의 상징, 찬란함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룡의 비늘보다도 훨씬 더 눈부시게 반짝이는 빛이었다.

특성: <후예사일(后羿射日)>

↳ 두 세계의 개기일식이 동시에 일어날 때, 모든 스탯이 10배 상승합니다.

이우주가 준비해 놓은 최후의 스킬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산하와 솔레이크가 탄성을 질렀다.

“어? 현실의 개기일식 시간이 지금이었던가!? 그건 그렇다 쳐도 게임 속 개기일식은 아직일 텐데!?”

“산하! 위! 하늘! 루시퍼의 검은 태양! 태양을 가리다!”

현실 세계에서도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이다.

더군다나 게임 속 세계에서는 루시퍼가 만들어 낸 질시와 집념, 열등감의 태양이 진짜 태양을 가릴 정도로 커진 시점.

실제로 루시퍼가 만들어 낸 검은 태양은 진짜 태양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죠르디의 희생으로 인해 일궈 낸 성과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결과, 이우주는 비장의 무기였던 후예사일 특성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콰-쾅!

이우주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숨막힘 속에서 온몸의 특성들을 풀가동했다.

“이게 마지막 한 방이다. 어디 버틸 수 있으면 버텨 봐라.”

[……!]

흔들리는 눈빛의 바이어스.

그리고 그 앞으로 온몸의 특성들을 풀가동한 이우주가 달려든다.

시뻘겋게 물든 주먹은 강력한 용오름을 몰고 와 눈앞의 목표점을 향한다.

태양살의 화살. 바이어스의 심장을 향해 박혀 있는 이 최후의 말뚝을 향해서!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한 대에서 아홉 대까지 랜덤하게 정해지는 곤장형 특성의 추가타조차도 최대 수치인 9를 찍어 버렸다.

총 10만 배의 일격.

두 번도, 세 번도 아닌, 오로지 딱 한 번만 가능한 최후의 일격이 태양용군주 바이어스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리고.

푸-욱!

태양살의 화살은 아주 오래 전에 박혔어야 할 곳에 박혀 들었다.

바로 바이어스의 심장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바이어스는 자신의 심장에 박혀 빛나는 화살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표정.

동시에.

쿠-구구구구구……

바이어스는 쓰러지기 시작한 몸을 간신히 지면 위에 고정시켰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양새.

[……비록, 비록 태양이 사라져도 한 줄기 빛이 있으리라.]

하지만.

“글쎄? 과연 있을까? 한 줄기의 빛이?”

버프가 풀려 모든 힘이 소진된 와중에도 이우주는 바이어스의 멘탈을 건드렸다.

“자, 너도 어서 이리로 합류하라고.”

이우주가 인벤토리에서 꺼내 보여 준 아이템은 바로 이것이었다.

-<생생한 황금룡의 용옥(龍鈺)> / 재료 / S

금빛 비늘을 지닌 용의 심장.

막대한 마나가 응집되어 커다란 구체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찬란하고 생동감 있는 빛을 내뿜는다.

-특성 ‘고생물’ 사용 가능 (특수)

※이 아이템은 강화석 대신 사용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강화석과는 혼용이 불가능합니다

오래 전에 죽어 간, 자신을 살리기 위해 희생했던 아홉 형제자매들의 심장.

그것을 본 바이어스의 눈이 흔들렸다.

[안-돼애애애애애!]

바이어스의 몸을 지탱하던 최후의 지지선, 정신력의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아홉 태양이 사라지고 난 뒤 마지막으로 남은 태양.

그 한 줄기의 빛마저 사그라트린 것은 오래 전의 공포와 절망, 그리고 형제자매들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이윽고.

쿠-웅!

전장 전역이 위아래로 한 번 크게 들썩였다.

태양룡 바이어스의 거체가 지면 위로 쓰러진 탓이다.

-띠링!

<세계 최초로 ‘태양룡 바이어스’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보상은 이벤트 기간 종료 후 일괄 지급됩니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알림음이 들려온다.

“……잡았다.”

“……Oh.”

이산하가 넋 나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레이크 역시도 그저 멍하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 오랜 시간 걸어왔던 여정의 끝이 도래했다.

숱하게 해결해 왔던 작은 떡밥들이 모여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끝, 가장 높게 빛나는 지점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아직 안 끝났어!”

순간, 이우주의 목소리가 이산하와 솔레이크의 상념을 깨트렸다.

으득-

이우주는 바이어스를 처치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몸에서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생물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바로 허물을 벗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물이 가장 약해지는 시점은 바로 허물을 벗은 직후다.

모든 존재는 성장을 끝마친 직후의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인간 역시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성공을 거머쥐어 가슴 벅찬 상태, 그 상태가 가장 사기나 사고를 당하기 쉬운 상태인 법.

그래서 이우주는 태양룡 바이어스를 잡아 낸 바로 작금의 상황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했다.

“루시퍼! 아직 루시퍼를 잡았다는 알림음이 뜨지 않았어!”

“……!”

이우주의 외침은 비단 이산하, 솔레이크뿐만이 아니라 전장에 모여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이우주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크크크크크크……]

전장 저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저주스러운 누런 도마뱀 놈이 드디어 뒈져 버렸구나. 꼴좋게 되었다.]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

남쪽의 하늘에서 새로이 등장한 이 고위 악마가 싸늘한 시체가 된 바이어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츠!

하늘에 떠 있는 검은 태양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것은 루시퍼가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샛별 마차에 치인 뒤 폭발에 휘말렸던 충격은 천하의 루시퍼조차도 너덜너덜한 거지꼴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어찌하여 하늘에서 떨어트렸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나를!]

루시퍼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를 노려보고 있었다.

드높은 상공에서 떨어져 지면의 흙더미에 처박혔던 것이 어지간히도 굴욕적이었나 보다.

아주 오래 전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모양이었다.

[이제는 내가 새로운 태양이다! 태양룡의 자리는 원래 내 것이었어야 했단 말이다!]

루시퍼는 불타는 채찍을 손에 들었다.

전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플레이어들이 힘을 모아 달려들었지만 채찍에 의해 우수수 썰려 나갈 뿐이었다.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이우주, 0개국어능력자! 네놈들을 제일 먼저 쳐 죽여 주마!]

직접 닉네임을 입에 담아 언급까지 할 정도로 루시퍼의 분노는 맹렬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악마성좌가 터트리는 분노를 맞받아 움직이는 두 초고위악마가 있었다.

파이몬 왕, 그리고 단탈리안 대공작.

두 마리의 강력한 악마가 수없이 많은 악마군을 이끌고 전장을 새롭게 장악한다.

[내 마차를 도둑질한 놈들! 결코 살려 두지 않겠다!]

[폐하를 뺑소니 치고 간 죄를 물으리라!]

파이몬과 단탈리안이 각자 창과 칼을 뻗었다.

강대한 아우라의 폭풍이 기진맥진한 상태인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를 향해 휘몰아쳤다.

“크윽! 이건 못 피하겠는데!”

“바이어스를 죽일 때 모든 힘을 다 써 버렸어.”

“죽는다! DANGER!”

밀려드는 적의를 앞둔 세 사람이 그저 이를 악물고만 있을 때.

…터억!

그들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어?”

이산하가 멍한 표정을 짓는 순간.

콰아악!

셋은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하늘로 확 들려 올라갔다.

콰콰콰콰콰콰쾅!

방금 전까지 딛고 있었던 땅이 순식간에 깊은 크레이터로 변해 버린다.

그리고 이내,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의 귓가로 낯익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

<파티원: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해제되었던 파티가 자동으로 재결성되었다.

“……!”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가 입을 딱 벌린 채 올려다본 곳에는.

“……뭐, 뭘 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는 죠르디가 있었다.

그리고.

“푸스스스스- 딸래미가 늘 신세를 지고 있다면서? 잘 부탁한다.”

그런 죠르디를 공주님처럼 안아 들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해골만 남은 용의 목덜미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죠디악.

한때 게임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던 전대의 빌런, 최강 최악의 흑마법사가 그곳에 있었다.

“어, 어떻게 살았어!?”

이산하가 묻자 죠르디는 죠디악의 품에서 낑낑 빠져나오며 대답했다.

“죽기는 죽었어. 다만 죽음이 처리되어 캐릭터 데이터가 말소되기 전에 아빠가 흑마법으로 되살려 준 거야.”

그러고 보니 죠르디의 상태는 조금 이상했다.

몸 이곳저곳에 꿰멘 자국이 선명했고 피부도 약간 검푸르게 변했다.

“언데드가 되었지만 전과 달라진 점은 딱히 없어. 레벨과 아이템, 스킬들도 그대로고. 아빠의 흑마법이 워낙에 경지에 올라있는지라 언데드화 패널티가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 종족이 인간에서 언데드로 바뀐 점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캐릭터가 삭제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죠르디는 죠디악의 몸을 밀어내며 빽 소리쳤다.

“아, 이제 이것 좀 놔 줘! 언제까지 애기처럼 안고 있을 셈이야! 친구들 앞에서 쪽팔리게!”

그러자 죠디악은 엄청나게 상처 입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품 안의 자식이라더니…… 이 애비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이이이이이이! 또 병약한 척! 신약 나와서 병 완치된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얼마 전에 엄마가 다 말해 줬거든!?”

죠르디가 펄펄 뛰자 죠디악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유령 군마 밑에 매달려 있는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우리 딸이랑 친하게 지내라~”

죠디악은 마치 딸과 딸의 친구들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듯 저 멀찍이 떨어진 땅에 내려 주고는 그대로 하늘을 달려 사라져 버렸다.

푸스스스스스스스……

특유의 김빠지는 웃음소리만을 남겨 둔 채로.

바로 그때.

[죽여라! 저놈들을 놓치지 마라!]

루시퍼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이 보였다.

놈은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를 향한 집념을 여과 없이 뿜어내며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콱!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던 루시퍼는 마침 눈에 띄는 여자 플레이어 하나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녀는 바로 튜앙카였다.

“커헉!?”

튜앙카는 루시퍼의 손목을 움켜잡았으나 마치 바위처럼 무겁고 단단한 고정 S+급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쭈우우욱-

루시퍼는 튜앙카의 몸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면서도 저 너머의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이 뭔가 특별한 존재라도 된 것 같나? 큰 착각을 하고 있군. 네놈들은 그저 하잘것없는 인간 나부랭이들일 뿐이다.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절대 특별해질 일 없는! 대단한 업적과도 거리가 먼! 그저 이 사회의 들러리! 엑스트라! 거대한 기계를 이루는 한낱 부품! 언제든 대체 가능한 잉여 부속품이란 말이야!]

루시퍼는 전장에 모여든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씹어 내뱉듯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제일 가까이 있는 튜앙카에게 비수가 되어 푹푹 꽂히고 있었다.

나름 열심히 노력해 와 이 자리에 섰지만 아무런 공훈도 세우지 못했다.

전혀 특별해지지도, 빛나지도 못한 채, 부모의 명성에 어울리는 자식이 되기는커녕 덧없고 허무하게 사라지게 생겼다.

‘오늘이야말로 나의 데뷔전!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잠자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씻는 시간, 먹는 시간까지 아껴 가면서 레벨 업을 하고 장비를 맞춰 왔다. 반드시 성과를 내서 부모님께 인정받고 팬들에게 인정받는 게이머가 되겠어.’

‘‘그 사건’ 이후로 정말 죽을 듯이 노력해 왔다. 그날 커피콩 밭에서 입었던 패널티를 만회하느라…….’

‘하지만 결국 나는 이 자리에 섰다! 반드시 여기서 성과를 내서 부모님께 인정받을 거야!’

지금까지 이 악물고 노력해 온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듯한 현실에 튜앙카는 설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루시퍼에게 빨아 먹히는 체력만큼, 게임을 향한 그녀의 열정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퍼-억!

어디선가 참격 한 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마른하늘을 쪼개는 날벼락.

그것은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고 튜앙카의 목을 붙잡고 있는 루시퍼의 팔을 잘라 버렸다.

[어억!?]

너무나도 뜻밖의 상황에 루시퍼가 경악한다.

그리고 이내.

바닥에 주저앉은 튜앙카의 앞으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꼭 대단한 업적을 이뤄 내야 하나?”

그 목소리는 루시퍼에게, 그리고 그 앞의 튜앙카에게 묻고 있었다.

“부모가 그랬다고 해서 꼭 특별하고 위대한 존재가 되어야 하나?”

거대한 도끼 한 자루가 태양빛을 받아 반짝 빛난다.

“그럴 필요는 없지. 왜냐하면 자식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대단하고 특별하니까.”

전장의 중앙, 한 여자가 지면 위에 우뚝 선 채 씩씩하게 웃고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단다.”

게임을 접었다던 유다희 여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