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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996화 (996/1,000)

외전 122화 멸망 재림(滅亡 再臨) (8)

과거, 솔레이크가 S급 몬스터인 용암장갑암룡을 운 좋게 사냥했을 때부터 함께 해 왔던 골렘이 있었다.

-<꿈틀거리는 화산탄 골렘> / 골렘 / A

용암굴 속의 뜨거운 화산탄으로 제작된 골렘.

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골렘은 솔레이크의 ‘최애(최고의 애정을 가진)’ 골렘이었고 부족한 성능과 간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그녀의 옆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후 데스나이트 봉몽이라는 강력한 적 앞에 솔레이크가 위기에 처하자.

-<신생 용자왕 그랜드 메카닉 골렘> / 골렘 / A+

주인의 믿음과 사랑에 응답하여 모습을 드러낸 화산탄 속의 용자.

뜨거운 열정과 찬란한 로망을 손안에 쥐고 있는 천원(天苑)의 수호자이다.

화산탄 골렘은 그동안 자신을 믿고 사랑해 주었던 주인의 의지를 받아 멋진 모습으로 진화했다.

불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그라트려 버리는 봉몽의 힘마저 무시한 채 주인을 폭발에서 구해 낸 용자.

그리고 지금.

태양룡 바이어스라는 거대한 위협을 눈앞에 둔 지금.

이 세상의 절반을 멸망시켜 버릴 정도의 거대한 화염폭풍 앞에서.

…번쩍!

솔레이크의 골렘은 또 한번의 변화를 선보이고 있었다.

……오잉!? ‘신생 용자왕 그랜드 메카닉 골렘’의 상태가……?

위기에 빠진 주인을 구하기 위해서!

쿠드드드드득!

솔레이크가 조종하는 골렘이 뜨거운 폭발을 등지고 놀라운 변신을 시작했다.

몸속의 각종 복잡한 파츠들이 이동하며 등 부근에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파-앗!

불길의 소용돌이를 뚫고 날아오는 것이 있었다.

-<괴물새의 날개옷> / 업그레이드 파츠(골렘용) / A+

하수인을 드높은 창공으로 쏘아보낼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날개옷.

옷이 날개라는 말은 이럴 때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방어력 +5,000

-화염 속성 방어력 +5,000

-특성 ‘방화복’ 사용 가능 (특수)

그것은 과거 아르파닉 레이드 당시 중간 보스였던 ‘대풍’을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이었다.

키리리리리리릭-

화염의 소용돌이를 뚫고 회전하며 날아온 날개는 파츠들이 이동하며 빈 공간이 드러난 골렘의 등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철-컥! 두둥!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합체!

골렘에 날개가 달리자 그 주위로 찬란한 총천연색 후광이 비친다.

-축하합니다! ‘신생 용자왕 그랜드 메카닉 골렘’는(은) ‘철인 용자특급 THE FINAL 골드 X 메카닉 골렘’(으)로 진화했다!

작렬하는 불꽃과 빛무리를 뚫고 용솟음친 최후의 용자.

솔레이크의 의지에 응해 강대한 적 앞으로 강림한 용기와 투지의 화신.

-<철인 용자특급 THE FINAL 골드 X 메카닉 골렘> / 골렘 / S

인류 존폐의 기로에서 뜨거운 피와 기름을 흘리며 싸우는 용자들의 이야기.

새롭게 얻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작렬하는 태양과도 용감히 맞붙어 싸운다.

솔레이크의 최애 골렘은 태양룡 바이어스가 내뿜은 태양 숨결 앞에서 더더욱 강하고 화려하게 변신했다.

심지어 괴조 대풍의 날개와 합체해 더욱 더 강력해진 상태로!

“가라아아아앗!”

솔레이크는 골렘을 몰아 바이어스의 브레스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강력한 힘으로 시류를 거스른 골렘은 마치 물수제비와도 같이 날아가 태양룡 바이어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이 무슨!?]

황당하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뜬 바이어스.

자신의 심기를, 브레스를 거스르는 상대는 처음인지라 보일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대풍을 잡고 새롭게 얻은 ‘방화복’ 특성으로도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내 골렘은 제 몫을 다한 것 같다! 나머지는 맡긴다! 친구!”

솔레이크는 유창한 한국어로 외치며 골렘의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푸슉-

브레스를 뚫고 바이어스의 앞까지 당도한 솔레이크의 골렘이 몸을 쫙 펴더니 복부의 파츠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함께 드러난 뱃속의 빈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산하.

그녀는 놀라운 도약력으로 점프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바이어스의 미간이 다시 한번 와락 찌푸려진다.

[……골렘 안에 숨어 있었던가?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그건 나에게 매복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

이산하는 머리카락을 움직였다.

-<유극두피 악령의 머리숱> / 투구 / S

평소에는 머리카락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위기의 순간이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있는 무기에 달라붙어 한층 더 짙고 강한 악의를 뿜어내며 빛이나 어둠 속성을 띠고 있는 무기가 아니라면 그다지 효과는 없다.

-방어력 +1,500

-공격력 +1,500

-어둠 속성 공격력 +1,000

-특성 ‘매복’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살금살금’ 사용 가능 (특수)

머리카락이 움직여 이산하의 인벤토리에서 활 하나를 꺼내 든다.

바로 그 순간.

활을 꺼내려던 이산하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때마침 그녀의 귓가를 때린 알림음이 하나 있었다.

-띠링!

<……아이템 융합이 완료 되었습니다……>

그 알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이산하이다.

씨익-

회심의 미소와 함께, 이산하는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템을 맞이했다.

번-쩍!

인벤토리에서 눈부시도록 찬란한 황금빛을 뿌리며 뽑혀 나오는 장궁.

그것을 본 바이어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완전한 용골궁(龍骨弓)> / 양손무기 / S+

용의 뼈에 월궁여신의 간절함이 깃들어 태어난 ‘작품(作品)’.

어울릴 화살이 없어 슬픈 희대의 명작이리라.

-공격력 +30,000

-화염 속성 공격력 +5,000

-특성 ‘일점사(一點射)’ 사용 가능 (특수)

엘리뇨와 라니냐의 용골(龍骨) 척추에 월궁여신 항아의 머리카락, 그리고 황금룡 아르파닉의 비늘까지.

S급 아이템만 4개, A~A+급 부재료들을 부지기수로 잡아먹은 괴물 아이템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꾸-드드드드득!

이산하는 활의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봉시를 잡고 얻은 장갑이 근력을 보태 준 덕에 장전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활시위에 걸려 있는 화살은 그동안 쭉 함께 해 왔던 오래된 것.

-<태양살(太陽殺)의 화살> / 한손무기 / S

불을 찢는 힘이 담겨있는 파사(破邪)의 화살.

원래는 열 발이 있었으나 지금은 한 발 밖에는 남지 않았다.

-공격력 +5,000

-특성 ‘관통(貫通)’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반정(反正)’ 사용 가능 (특수)

-특성 ‘곤장형(棍杖刑)’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십시일반(十矢一反)’ 사용 가능 (특수)

-특성 ‘후예사일(后羿射日)’ 사용 가능 (특수)

항아의 월궁함 속에 보관되어 있었던, 불을 찢는 대장장이 마몬의 손에 의해 가공된.

그리고 아주 먼 옛날 전설의 궁사였던 후예가 사용했었던.

바로 그 화살이 수없이 긴 시간축을 건너와 이산하의 손끝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태양룡 바이어스의 입에서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장에 모여든 모든 플레이어들이 경악할 정도로 격한 반응이었다.

PTSD.

아주 먼 옛날 저 화살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기억이, 그날의 공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홉 형제자매들이 쓰레기처럼 격추되던 그 순간의 기억.

오로지 자신만이 겨우 목숨을 부지해 달아났던 그 순간의 공포.

그리고 지금, 원래대로라면 그때 자신의 심장에 꽂혔어야 할 화살이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인 지금, 또다시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저, 저게 왜 여기에 있어! 왜! 왜 여기에! 이건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 으악! 안 돼! 형! 누나! 나를 두고 가지 마! 미안해! 미안해! 나 혼자만 살아남아서 미안해! 아아! 화살! 화살이 날아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트라우마가 도졌음일까?

바이어스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형제들이 죽어 가며 토해 내던 단말마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던 화살 소리가 바이어스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이건 오로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 쌓아온 스택들이다! 받아라!”

이산하가 시위를 놓았다.

콰-쾅!

활시위가 화살을 뱉어 냈을 뿐이건만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들려온다.

폭시(曝矢).

한 발의 화살이 능히 세상을 뒤바꾼다.

그것은 일직선 궤도로 날아가, 시공간을 넘어, 아주 오래 전에 갔어야 하는 미완의 여로를 끝끝내 완주하고야 말았다.

…퍼억!

최후의 태양룡 바이어스의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는 말이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바이어스는 하늘을 무너트릴 듯한 포효를 내질렀다.

태양살(太陽殺)의 화살촉은 태양룡의 두꺼운 비늘을 부수고 질긴 근육을 찢고 그 안쪽의 뜨거운 내장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크윽! 제기랄!”

화살을 날려 보낸 이산하는 이를 악문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오른팔이 저릿하다.

봉시와 유극두피 악령의 힘으로도 저 활과 화살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먼 옛날 후예라는 궁사가 쏘아 낸 화살에 비해 힘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화살은 바이어스의 몸에 절반가량만이 박혔을 뿐이었다.

그리고 바이어스는 곧바로 반응했다.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용서 못 한다! 감히! 감히 내 몸에 이 저주스럽고도 증오스러운 물건을 박아 넣다니! 결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네놈들은 그 모자란 힘과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여 놓은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

가슴팍에 반쯤 박힌 화살을 뽑아내기는커녕 감히 만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이어스는 또다시 거대한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극도의 분노마저 농축되어 있는 파멸의 브레스였다.

“으아아아아! 엄청난 게 온다! 다들 도망쳐!”

“저런 걸 펑펑 쏘아 대는 놈을 어떻게 잡겠다는 거냐고!”

“로그아웃! 로그아웃만이 살길이다!”

“역시 고정 S+급은 규격 외야! 잡으라고 만든 몹이 아니라고!”

전장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절망과 공포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이.”

바이어스의 턱밑에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내 공격 따위는 안 아프다고 했었지?”

이우주.

전혀 위축되지도 주눅 들지도 않은 표정의 사냥꾼.

어느새 쿨타임이 돌아왔음일까, 홍해 특성으로 인해 온몸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는 그가 바이어스의 몸 안쪽으로 바짝 파고들어 있었다.

가슴팍에 꽂힌 태양살의 화살, 바로 그 앞까지 말이다.

“어디 이것도 안 아픈지 한번 볼까?”

곤장형, 홍해, 그림자 분신, 구두룡…… 모든 패시브, 엑티브 스킬들이 폭발한다.

최대 1만 배까지 치솟는 전투력.

그것이 바이어스를 향하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바이어스의 심장부에 반쯤 박혀 있는 ‘태양살의 화살’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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