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95화 (995/1,000)
  • 외전 121화 멸망 재림(滅亡 再臨) (7)

    -띠링!

    <‘샛별 마차’의 탑승자는 사망 시 최대 1만 배의 패널티를 적용받……!>

    귀가 아득해질 정도의 폭음이 터져 나와 알림음을 가려 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악!?]

    루시퍼는 손을 휘저으며 저항했으나 소용없었다.

    파이몬과 단탈리안을 튕겨 내며 돌진해 온 샛별 마차는 그대로 루시퍼를 덮쳤다.

    추락하는 샛별.

    루시퍼를 아득히 먼 저 너머의 지평선으로 끌고 간 샛별 마차는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혔고 거대한 폭발이 온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샛별 마차가 파괴되었다.

    그것은 알림음이 알려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파츳!

    죠르디가 소환했던 유령 군마들이 역소환되었다.

    소환사가 사망했음을 알리는 현상이었다.

    우수수수수수수……

    엄청난 수의 악마들이 그대로 먼지가 되어 소멸했다.

    무엇보다 하늘에 검은 태양을 띄우고 있던 루시퍼가 사라진 것이 큰 변화였다.

    [……놀라운 일이로다.]

    태양룡 바이어스.

    용군단 최강의 고정 S+급 몬스터가 입을 열었다.

    [악마의 수괴를 퇴치한 너희 셋의 공훈이 실로 막대하구나. 다른 종족이기는 하나 차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다.]

    본디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의 게스트에 불과하다지만, 이 정도 공훈을 세운 존재를 서브스트림으로서 직접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윽고, 바이어스는 입을 열어 한 글자 한 글자를 입에 올렸다.

    그것은 전장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한 언급이었다.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이우주’, ‘0개국어능력자’. 너희 셋은 내가 직접 인정하겠다. 악마 루시퍼 놈을 처단한 것에 대한 포상으로……]

    약간 분위기가 깨지는 닉네임들이었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랴?

    전장에 모인 모든 플레이어들은 바이어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를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돈? 권력? 명예? 대체 얼마나 갚진 것을 보상으로 내려 줄 것인가?

    그것은 아마 게임 세계를 넘어서 현실 세계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대가이리라.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겠지.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의 게임머니려나.”

    “그뿐이겠냐? 국왕 자리 하나쯤은 받지 않겠어? 그건 현실 세계의 장관이나 국회의원과 맞먹는 권력과 명예인데.”

    “최강의 무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황금 비늘의 리자드맨 플레이어라니. 단숨에 리자드맨 랭킹 1위로 군림할 수 있을지도…….”

    희망과 동경이 향하는 곳.

    거대한 전장의 주인공이 되어 뭇 사람들이 염원하던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든 게이머들의 꿈같은 일이다.

    모든 것을 주겠다는 말과도 같은, 인생이 바뀌어도 몇 번을 바뀔 만한 제안.

    하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하사하겠노라. 첫 번째로……]

    “틀렸어.”

    태양룡 바이어스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포연 너머로 그림자 셋이 길게 드리워진다.

    “셋이 아니라 넷이야.”

    가장 앞에 있던 그림자가 앞으로 걸어 나온다.

    -띠링!

    <태양룡 바이어스가 보상을 지급하고자 합…… [SKIP]>

    <태양룡 바이어스가 영입 제안을…… [SKIP]>

    <수락하시겠…… [SKIP]>

    몇 개의 알림음들이 뜨기도 전에 연달아 캔슬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경악했다.

    천하의 태양룡 바이어스가 건네는 제안과 보상들을 거절하다니!

    그것도 무엇인지 들어 보지도 않고!

    인생을 몇 번이나 바꿔 줄 수 있는 초특급 빅딜이었을 것이 분명한 알림창들이 하찮은 잡 퀘스트처럼 [SKIP] 버튼에 의해 가차 없이 썰려 나간다.

    그리고 그 [SKIP]과 [NO]의 칼을 갈며, 세 개의 그림자가 포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세 명의 플레이어가 태양룡 바이어스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파티의 대장 이산하가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말했다.

    “죠르디 그 자식…… 제멋대로 파티를 탈퇴하다니. 절대 용서 못 한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씩씩거리며 구덩이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우주와 솔레이크 역시도 뒤따랐다.

    “바이어스 놈이 무슨 제안을 하든 간에 모조리 거절해 주겠어. 이쪽은 소중한 파티원을 잃었다고.”

    “죠르디의 희생. 헛되이 만들 수 없다.”

    바이어스가 제안하는 모든 것들을 듣지도 않고 거절해 버린 세 사람.

    그 앞에 선 바이어스는 드물게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너희들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의 인정을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이는 너희 한미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평생을 넘어 대대손손 자손에게로 물려줄 영광이로……]

    “네가 뭔데 나를 인정해?”

    [……?]

    이산하가 바이어스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우주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너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야. 너를 잡기 위해서지.”

    바이어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장에 모인 모든 플레이어들 중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태양용군주, 모든 용들 중 가장 지고한 존재, 최강의 고정 S+급 몬스터.

    그런 바이어스를 상대로.

    …콰쾅!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이 세 명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미증유의 공포를 상대로 당당하게 싸움을 거는 행위.

    그것은 상대방을 경이로서의 존재가 아닌, 한낱 사냥감으로 본다는 행위이다.

    비록 미약한 데미지를 줄 수 있을 뿐이지만 그것은 행위 자체로도 용감하고 또 빛나는 것이었다.

    “몬스터는 몬스터일 뿐!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게임의 룰과 시스템은 변하지 않아!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존재이다!”

    이우주는 자신의 핵심 특성 중 하나인 ‘용권’을 발동했다.

    키이이이이잉-

    라니냐를 잡고 얻은 공격스킬이 거대한 회오리를 소환해 냈다.

    퍼펑!

    강력한 와류가 일어나 바이어스를 덮쳤다.

    그러나.

    [그런 산들바람 따위로는 나를 해할 수 없다.]

    바이어스는 간지럽다는 듯 이우주의 공격을 맞받아 냈다.

    방어조차 하지 않은 맨몸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우주 역시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때?”

    이우주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동시에.

    파츠츠츠츠츠츠츠!

    이우주의 몸이 붉게 물들며 주변의 산소가 불타 사라지기 시작한다.

    엘리뇨의 홍해 특성이 발동하며 이우주의 스탯이 10배로 치솟았다.

    …콰쾅!

    10배 더 강력해진 불바람이 바이어스의 가슴팍을 때린다.

    그러나.

    [소용없다고 했다.]

    바이어스는 이우주의 불바람을 가볍게 잡아 찢었다.

    [조금 따끈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한미한 미풍 한 줄기에 불과…… 음?]

    그러나 바이어스의 말은 도중에 끊어졌다.

    스스스스스스스……

    이우주의 몸이 순식간에 10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림자 분신.

    흑해의 무영왕에게서 얻은 특성은 이우주로 하여금 아홉 개의 그림자 분신들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이제는 100배.”

    열 개의 분신들이 발동한 열 개의 홍해, 그리고 열 줄기의 불바람이 바이어스를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동시에 이우주가 마몬에게서 넘겨받은 ‘곤장형’ 특성이 발동했다.

    최대 9회까지의 추가타가 바이어스의 몸에 후속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이걸로 대략 1000배. 이번에는 어때?”

    [……!]

    바이어스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이우주가 보여주는 딜량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그제야 몸을 일으키는 바이어스.

    하지만 그보다 이우주가 조금 더 빨랐다.

    “마지막이다!”

    이우주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내달렸다.

    동시에, 등 뒤에서 또 다른 그림자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히드라에게서 빼앗은 특성 ‘구두룡’의 결과물!

    총 열 개의 팔이 바이어스를 향하기 시작했다.

    “1만 배 어택!”

    거의 10000배에 가까워진 공격횟수와 그에 비례하여 폭증한 데미지.

    한계까지 강화된 용오름이 바이어스를 향해 휘몰아쳤다.

    그러나.

    [덧없도다.]

    바이어스는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우주의 화염폭풍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후욱!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바이어스.

    그런 바이어스를 보며 플레이어 연합 중 누군가가 외쳤다.

    “브레스다! 브레스가 온다!”

    그 말을 들은 전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일순간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최강의 공격인 브레스.

    그것이 작렬한다면 최소 이 전장의 삼분지 일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같은 고정 S+급 몬스터인 루시퍼조차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래서 따로 전차까지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 바로 바이어스의 화염 브레스이다.

    “푸하! 쳇!”

    이우주가 참았던 숨을 내쉬자 스킬들이 모두 해제된다.

    이산하가 그런 이우주의 목덜미를 낚아채 뒤로 물러났다.

    “으윽! 온다! 생각보다 엄청 빨라!”

    이산하의 말대로 바이어스는 브레스에 필요한 호흡을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모으고 있었다.

    이윽고.

    …번쩍!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온도로 몰아치는 바이어스의 브레스가 전장을 가로질렀다.

    그 초고열의 숨결 앞에서는 모든 것들이 불타 버리고 녹아내렸다.

    [나를 거역한 대가를 치르거라!]

    바이어스는 타오르는 빛과 열의 폭풍을 눈앞에 둔 채 소리쳤다.

    ……하지만.

    [!?]

    이윽고, 바이어스는 충격적인 것을 목도해야 했다.

    “저, 저게 뭐야!?”

    “바이어스의 브레스를 막았어!?”

    “심지어 거슬러 올라간다!”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

    전장에 모인 모든 플레이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파-앗!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바이어스의 브레스를 헤치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오잉!? ‘신생 용자왕 그랜드 메카닉 골렘’의 상태가……?

    “가라아아아앗!”

    솔레이크의 새로운 골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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