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83화 (983/1,000)
  • 외전 109화 공무원 시험 합격은 (2)

    ‘시보 떡’ 문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무원 임용이 된 이후 6개월간의 시보 생활이 끝나면 선배들에게 떡을 돌리는 문화이다.

    한때는 미풍양속으로 통했던 적도 있는 듯하지만 최근에는 강제적 악습으로 여겨지는 경향도 있다.

    최근에는 SNS 상에 형편이 어려운 한 신입 공무원이 저렴한 백설기를 시보떡으로 하나씩 돌렸는데 그것을 받은 선배가 ‘싼 것을 돌릴 거면 돌리지 마라’ 라고 말하며 떡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사연이 화제가 된 바 있었다.

    *       *       *

    -띠링!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님이 방송을 켜셨습니다!>

    이산하가 방송을 켜자마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산하

    -산하눈나 하이!

    -오? 오늘 방송 뭐임?

    -머고머고 머선일이고

    -오늘은 실내네요. 레이드 안 하려나 본데?

    -오늘의 콘텐츠는 무엇이냐!

    .

    .

    그러자 이내 이산하가 화면으로 고개를 든다.

    드물게도 쌩얼에 질끈 묶은 머리,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채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공부 방송이에요.”

    -?

    -??

    -???

    -내가 잘못들었나??

    -요즘 귀가 안좋은 거 같은데 정형외과를 가봐야하나...

    -↳이비인후과 아니냐?

    -↳너는 다른 병원을 먼저 가봐야겠다

    .

    .

    “저 오늘부터 시작했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

    -폭.탄.선.언

    -두.두.등.장

    -눈나...눈나의 머리로는 무리야...

    -갓무원 열풍이 여기까지...!

    -안정적 정년! 더 안정적 연금! 이산하! 그녀는 ‘신’의 자리를 넘보는가!

    -공시의 세계는 야수의 세계...! 어설픈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

    .

    하지만 이산하는 꽤나 진심인 듯했다.

    “이제부터 합격할 때까지 숨 참습니다. 흡……!”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RIP

    -▶◀

    -삼고빔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

    -오늘 점심은 차돌박이에 팔도비빔

    -X를 눌러 JOY를 표하십시오

    .

    .

    “아 진짜 열심히 할 거라구요! 벌써 과목도 정하고 문제도 엄청 풀었어요! 모의고사 점수도 꽤나 안정적!”

    -오 선택과목 뭐 고르심?

    -5개 골라야 하는건 알지 눈나...?

    -선택과목 잘 골라야 해요. 표준점수 높은걸로~

    -않이;;; 진짜 공시방송 됨 이거? 겜방 스트리머가 왜 갑자기 공시냐고!!!

    -↳예쁘니까 된 것 아닐까요?

    -↳오...고건맞찌

    -↳산하언니 미모면 뭘 해도 상관없다!

    -평소와 다른 지적인 모습? 52려 좋아....

    .

    .

    “저는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형법, 국사, 외국어. 이렇게 다섯 과목 골랐어요!”

    -좋아, 문제 푸는 거 한번 봅시다!

    -방구석 공시 전문가 등판!!

    -열심히 했나 검사해드리겠음ㅋㅋㅋ

    -점수는 어느정도로 나와여?

    .

    .

    “좋습니다! 제가 문제 푸는 거 한번 보시죠!”

    이산하는 캠을 기울여 자기가 풀고 있던 과목의 문제들을 모두 보여주었다.

    < 파이몬 군 내의 행정가치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 /행정학개론

    ⓵ 합법성은 악마와 용이 대립했던 대격변 초창기 시대의 주요 가치이다.

    ⓶ 신공공마왕성관리론에서는 정치적 책임성과 법적 책임성 외에도 시장 책임성을 강조한다.

    ⓷ 효과성은 벨페골력 90년대 발전행정의 사고가 지배적일 때 주된 가치판단 기준이었다.

    ⓸ 사회적 능률성은 악마적 개념으로 이해되기에 앞서 신행정론에서 처음 주장된 가치이다.

    ⓹ 민원 처리 과정을 공개하고 반발하는 이는 사형시킴으로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 파이몬 군 내의 행정입법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단,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 /행정법총론

    ⓵ 파이몬 성 내의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직접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조직 내부에서 구속력을 갖는다.

    ⓶ 고시가 상위법령의 수권에 의해 법령을 보충하는 사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구석력 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가진다.

    ⓷ 판례는 행정입법부작위는 성질상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⓸ 파이몬 성내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상위마왕령의 위임이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해진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플레이어나 NPC를 구속한다.

    ⓹ 소득금액조정합계표 작성요령과 같이 행정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절차적 마왕령의 경우 이는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즉결심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단,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 /형법

    ⓵ 파이몬 성 내의 즉결심판 절차에서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⓶ 아무리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즉결심판 피의자를 강제로 마왕성 지하감옥에 유치시키는 것은 불법감금죄에 해당한다.

    ⓷ 정식재판의 청구에 의한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즉결심판은 그 효력을 잃는다.

    ⓸ 즉결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이 있는 때에는 마왕은 지체 없이 사건을 상위 마왕령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 밑줄 친 ‘악마성좌’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로 옳은 것은? > /국사

    -마왕이 태양에 닿기 직전 목놓아 부르짖으며 ‘어찌하여 하늘에서 떨어트렸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나를!’이라고 외치자 곧 샛별이 태양보다도 더 높고 밝으며 뜨겁게 타올랐다.

    -구약, 이사야서(ספר ישעיהו書) 23:66-

    ⓵ ‘분노’를 관장하며 수하에 ‘아몬 후작’을 거느리고 있었다.

    ⓶ 깊은 바다속 ‘하해(下海)’를 지배하며 푸른 비늘의 용군주 ‘버뮤다’와 라이벌 관계였다.

    ⓷ 모든 대장장이들은 지하광물을 지배하는 이 왕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⓸ 본디 세기말 마지막에 등장하도록 되어 있었다.

    ⓹ ‘고인물’이라는 플레이어에게 사냥당하지 않은 유일한 악마성좌이다.

    < 인간의 언어를 오크어로 옮긴 것 중 가장 어색한 것을 고르시오. > /외국어

    ⓵ 닳고 닳은 뉴비는 질질 끌다 못해 2절, 3절, 4절에 이어 뇌절까지 가고 있는 소설이다.

    →អ្នកដែលទើបនឹងកើតថ្មីគឺជាប្រលោមលោកមួយដែលមិនអាចអូសនិងបន្តពីខ ២, ៣ និង ៤ រហូតដល់ថ្នាំងខួរក្បាល។

    ⓶ 철혈검가 사냥개의 회귀는 밀리언 페이지에 들어가기까지 2주가 남았다.

    →ការវិលត្រឡប់នៃ Ironblooded Hound គឺពីរសប្តាហ៍មុនពេលចូលទៅទំព័រលាន។

    ⓷ 마도종가 사냥개의 회귀는 철혈검가 사냥개의 회귀와 같은 세계관이다.

    →ការតំរែតំរង់របស់ឆ្កែប្រមាញ់ម៉ាក់ហ្កាគឺជាទិដ្ឋភាពពិភពលោកដូចគ្នានឹងការវិលត្រឡប់របស់ឆ្កែប្រមាញ់ឈាមដែក។

    ⓸ 레고밟았어 작가의 차기작은 아포칼립스 좀비물이다.

    →Lego បានបន្តការងារបន្ទាប់របស់អ្នកនិពន្ធគឺ Apocalypse zombie ។

    ⓹ 이거 하나하나 다 읽는 사람은 없겠지?

    →គ្មានអ្នកណាអានមួយនេះម្តងទេមែនទេ?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형법, 국사, 외국어. 총 다섯 개 과목의 시험문제들이 쭉 나열된다.

    -뭐야...진짜 현실세계의 9급 공무원 문제가 아니잖아?

    -문제수준 어질어질하다.... 그죠...?

    -파이몬 성...? 거기가 어디임?

    -마왕성 공채 떴나 보네ㄷㄷㄷ

    -마왕 밑에서 공무원을 하겠다고??? 제정신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금은 주나 거기???

    -정년 보장도 될까 의문인데;;;;;

    -애초에 악마 밑에서 일하는 건데 복지가 좋을리가ㅋㅋㅋㅋㅋㅋ

    -당연히 헬무지겠지!

    -아ㅋㅋㅋ원래 마왕진영이 복지 더 좋은거 모르냐구ㅋㅋㅋ

    -↳리얼폴루 증말루다가~ 드XX볼만 봐도 프리저가 참된 대표임ㅋㅋㅋ

    .

    .

    이산하는 술렁거리는 시청자들을 향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동생이 어제 마왕성 앞에 벽보 뜬 거 봤거든요. 신규 공무원 ‘문지기’ 직을 뽑는다네요. 마왕성의 9급 공무원! 저희가 한번 되어 보이겠습니다! 합법적인 마왕성 진입을 위하여!”

    이산하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아~ 나는 외국어가 너무 어렵네. 차라리 오크어 말고 리자드맨어로 바꿀까? 둘다 사어들이라서 자료도 별로 없는데.”

    그때.

    “으음. 시험 문제가 좀 까다로운데. 게임이나 한 판 할까.”

    죠르디가 핸드폰을 열어 미니게임을 시작한다.

    이산하가 잔소리를 했다.

    “야, 죠르디! 너 공부하는 중간에 게임을 하면 어떻게 해! 불성실하게!”

    “아니야. 이건 게임하는 중간에 공부를 하는 거야. 그러니 오히려 성실한 거지.”

    “……그런가?”

    이산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역시, 괜히 명문대생이 아니군. 반박할 말이 없어.”

    “죠르디. 대학. 어디?”

    “하버드 다닌대. 컴퓨터공학과.”

    “HER. 생긴 것. 다르다. 역시 외모로 판단. 나쁜 것.”

    “뭐야! 내 외모가 어때서!”

    “날tic하다. 공부 안 할 것 같다.”

    “그러는 너는 어떻고!”

    “Oh. 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출신.”

    “뭐라고? 네가?”

    “편견. 멈춰! 기분 나쁘다.”

    “편견이 아니라 네 게임 아이디부터가 0개국어능력자인데 무슨!”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가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이우주가 문제집을 덮으며 말했다.

    “좋아. 모의고사 점수는 이만하면 나쁘지 않아. 작년도 합격 컷에 비하면 점수가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종족균형발전 특별전형이 있으니까 합격할 수 있을 거야. 플레이어 티오도 극소수이지만 있긴 있으니까.”

    “우주. 게임 공부 열심. 학교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이미 됐다. 전교 1등.”

    “난 이미 전교 1등이야. 게임 레벨로 따지면 말야. 자부심이 있다고!”

    이우주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솔레이크를 밀어내며 말했다.

    현재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가 노리고 있는 것은 파이몬 성의 ‘하급 문지기’ 직책이었다.

    “비록 외성에서만 근무할 수 있을 뿐, 내성으로 가려면 여전히 케르베로스가 지키고 있는 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일단 같은 공무원 신분이 되면 접근하기도 편하겠지.”

    “그 녀석도 공무원이야?”

    “케르베로스는 파이몬 성의 고위 공무원이지. 현실 세계에 비유하자면 5급 사무관 정도랄까.”

    “그게 어느 정도야?”

    “동사무소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느낌이지.”

    이우주는 이산하의 질문에 대답한 뒤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엄마가 먹어 가면서 하라고 가져다 준 꿀떡이 놓여 있었다.

    머릿속에는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누가 그렇게 성의 없게 떡을 던지래?]

    [내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그런 너저분한 떡을 먹을 것 같나?]

    [아니, 애초에 초면에 갑자기 떡을 던지는 건 또 뭐야? 싸우자는 거냐?]

    케르베로스에게 떡을 주었다가 거절당했던 굴욕의 순간이 말이다.

    이우주는 마치 발렌타인데이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었다가 거절당한 여고생처럼 두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먹여 주겠어. 죽여 주마.”

    의심 많은 케르베로스 사무관조차도 먹을 수밖에 없는 떡.

    그것은 바로 갓 임용된 신입 공무원이 돌리는 시보 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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