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77화 (977/1,000)
  • 외전 103화 거인국(巨人國) (3)

    -띠링!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님이 방송을 켜셨습니다>

    “산하! 산하 하이라는 뜻! 안녕하세요! 이산하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맵을 한번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영상을 시청하시기 전에 꼭 구독, 알림, 좋아요 부탁드려요!”

    이산하가 방송을 켜자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몰려든다.

    -산하

    -산ㅎㅇㅎㅇ

    -오? 이번 맵은 어디인가욤?

    -첨 보는 맵인디?

    -방장님 기사 보셨나여! 레이드 성공한거 축하드려요!

    -리얼루 일하느라 생방송으로 못본게 안타까울 따름입미다ㅠㅠㅠ

    -↳진짜....나도 너무 보고싶었는데... 퇴사마렵더라...

    -↳아ㅋㅋㅋ 자택경비원은 항상 챙겨볼수 있다구~~

    -↳어... 힘내라 야...

    -↳취준생들 파이팅!ㅠㅠㅠ

    -되게 황량하다...이런 맵이 있었던가?

    .

    .

    시청자들의 의문에 이산하는 씩 웃으며 로그 기록을 공개했다.

    <히든 던전 ‘거인국(巨人國)’에 입장하셨습니다>

    “쨔쟌!”

    이산하가 지금 있는 맵이 어디인지 공개되자 당연하게도 채팅창에는 난리가 났다.

    -?

    -??

    -???

    -저기 거인국임???

    -ㅁㅊ거인국에 어떻게 들어감?

    -고인물vs사탄 이후로 봉인된 구역 아님?

    -고인물 본인도 못들어간다고 그랬었던 것 같은데...

    -↳그때 그 방송을 보셨군요....-틀-

    -거인국 지금 진입불가상태 아닌가요????

    -이산하... 또너냐??

    -않이ㅋㅋㅋㅋㅋ 공략방지몹도 잡더니 이번엔 봉인구역 출입이냐고ㅋㅋㅋ

    .

    .

    이산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 들어가는 방법이 있죠잉~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 암튼, 이제부터 거인국 맵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이산하는 캠의 방향을 반대쪽으로 틀었다.

    [그르르르르르르……]

    그곳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들개들이 가득했다.

    뿔이 돋아나 있거나 눈과 머리, 다리가 여러 개거나 날개가 돋아나 있는 기괴한 모양새의 개들.

    “거인국에 사는 일반몹들인가 보군.”

    맨 앞에 있던 죠르디가 칼을 들어 개과의 몬스터 하나를 후려쳤다.

    까-앙!

    들개는 이빨을 세워 죠르디의 참격을 맞받아 냈다.

    그것은 심지어 칼날이 달려 있는 꼬리를 휘둘러 반격까지 감행하는 과감한 공격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이놈들…… 하나하나가 보통 레벨이 아닌데? 필드에 돌아다니는 일반몹 수준이 이 정도면 공략 난이도가 엄청나겠어.”

    이우주는 그런 죠르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공감의 뜻을 표했다.

    “……개밥바라기 별이 뜰 때면 그 밑에 굶주린 개들이 소환되는 패턴 구조인가. 저 샛별 마차가 아무래도 필드에 일반몹들을 소환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한가롭게 분석이나 하고 있을 틈은 없다.

    [그르르르르르……]

    [컹! 컹! 크아악!]

    [아우우우우-]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를 중심으로 점점 더 많은 개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가름> -등급: A / 특성: 어둠, 야수, 하수인, 백전노장, 변온, 과다출혈, 장송곡, 멸망의 사가

    -서식지: 노르드의 협곡, 죽음길 나락, 거인국

    -크기: 4m

    -거대한 몸집을 지닌 저승의 사냥개.

    덩치가 무척 클 뿐 일반적인 맹견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으나 가슴팍이 활짝 열려 뼈와 내장이 들여다보이고 그곳에서 시뻘건 선지피를 뚝뚝 떨어트리며 돌아다닌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여러 지옥견들 중에서 최상위권의 전투력을 자랑하며 가름이 짖는 소리는 말세의 징조라고 한다.

    <쿤 안눈> -등급: A / 특성: 어둠, 정령, 야수, 하수인, 뺑소니, 변온, 백전노장, 살금살금, 추격, 매복, 기습

    -서식지: 웨일스의 황무지, 어비스 터미널 ‘D-3021’ 구역, 거인국

    -크기: 3m

    -일명 ‘별세계의 개’.

    개의 형상을 한 정령인지 정령의 형상을 한 개인지 알 수 없는 생물.

    한때 고대의 어느 위대한 왕이 거느리고 있었다는 흉폭한 사냥개들로 여러 마리가 한데 모이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고 강대한 사냥감도 손쉽게 물어 죽인다.

    <쿠시> -등급: A / 특성: 어둠, 야수, 하수인, 백전노장, 변온, 예민한 후각, 끌고감, 삼세번, 장송곡, 멸망의 사가, 틈, 매복, 살금살금

    -서식지: 스코틀랜드 나락, 죽음부름 협곡, 거인국

    -크기: 3m

    -사냥개의 형상을 한 끔찍한 요괴.

    가파른 절벽가에 나 있는 좁은 틈새에 도사리고 있다가 황야를 오가는 여행자들을 잡아먹는다.

    고원의 유목민들 사이에서 죽음과 죽음의 조짐으로서 군림하며 망자의 영혼을 사후세계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움직일 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나 가끔은 세 번의 무시무시한 하울링을 내뱉으며 이 소리를 들은 여행자는 소리가 끝나기 전에 안전한 곳에 숨어야 한다.

    세 번의 울음소리를 모두 들으면 미쳐서 죽는다고 한다.

    고양이 요괴 ‘카트시’와는 라이벌 관계인 듯하다.

    <바르게스트> -등급: A / 특성: 어둠, 야수, 하수인, 백전노장, 변온, 내성발톱, 식인, 불걸음, 투명화, 유명인사

    -서식지: 잉글랜드의 전장, 황천의 유극, 거인국

    -크기: 2m

    -장례식의 상여를 뒤따르는 불길한 검둥개.

    날카로운 이빨과 거대한 갈고리발톱을 가지고 있으며 낙후된 도시의 좁은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다가 혼자 다니는 행인을 잡아먹는다.

    눈에서는 불길이 뿜어져나오고 있으며 죽을 때는 이 불길에 휩싸여 사라진다.

    도시의 저명인사가 죽을 때면 꼭 이 괴물이 나타나며 이것이 누군가의 집 문지방 위를 깔고 앉으면 곧 그 집에 죽음이 드리운다.

    흐르는 물 앞을 건널 수 없다는 점은 흡혈귀들의 특성과도 비슷하다.

    <셔크> -등급: A / 특성: 어둠, 야수, 하수인, 백전노장, 변온, 적란운, 뇌우, 우박, 사형집행자

    -서식지: 서포크 협곡, 썩고 불타는 땅, 거인국

    -크기: 4m

    -일명 ‘사거리의 악마 검둥개’.

    일반적인 개과의 마물들보다 큰 덩치를 지녔고 눈에서는 유황불이 뿜어져 나온다.

    번개구름과 우박을 몰고 다니며 늘 사형장의 주변을 배회한다.

    인간에게 극도로 악의적인 존재이며 언제나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

    하나하나가 지랄맞게 생긴 지옥견들이 냄새를 맡고 달라붙는다.

    “이거 진짜 물량이 너무 깡패인데……?”

    “게다가 하나하나가 다 A급 이상의 몬스터들이야.”

    “말 그대로 개떼.”

    “일단 포위망을 뚫어야 할 것 같군.”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런 경우에는 별다른 답이 없다.

    그저 정공법으로 뚫고 나가는 수밖에.

    “이래서 70레벨 이하는 아예 주문서도 못 찢게 해 놨구만! 델라 나름의 배려였어!”

    이우주는 용권 특성을 발동해 눈앞에 있는 가름들을 날려 버리며 말했다.

    이산하 역시도 머리카락들을 후두둑 뽑아서 화살로 만들어 날려 보냈다.

    “야입! 제천대성 메타다!”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진 화살들은 마치 소나기처럼 지면 위에 있는 개들을 공격한다.

    “포위망은 내가 뚫는다!”

    “엄호. 도움.”

    죠르디는 유령 군마에 탄 채 참마도를 휘두르며 개들을 베어 넘겼다.

    솔레이크가 커다란 골렘을 소환해 그런 죠르디의 활로를 터 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죽어! 죽어라!”

    이산하는 방송을 켜 놨다는 사실도 잊은 채 계속해서 화살을 쏴 갈겨 댔다.

    활이 뜨겁게 변할 정도로 말이다.

    -ㅋㅋㅋㅋ산하눈나 분전!

    -저게 이산하야 기보배야ㅋㅋㅋㅋ

    -근데 저거 화살 1발당 모발 1올 아니에요?

    -산하눈나...이제 Cool head, Warm heart되는거야?

    -대머리 맛집이라는 소문 듣고 왔습니다, 핥짝...

    -위에 소스뿌리고 파슬리에 다랑어채 올리면 타코야키 완성!

    -↳ㄹㅇㅋㅋㅋ 군침이 싹도누!

    -↳사악 도노도노~!

    -와 근데 진짜 엄청 치열하다;;;;;

    -내 레벨로는 저기 떨어지면 바로 순삭당하겠는데...ㅠㅠ

    -죠르디쟝이 쌉캐리하고 있네ㄷㄷㄷㄷ

    -이런 난전에서는 역시 근접딜러가 잘해줘야지

    -솔레이크님 골렘 탱 잘하시네!!!

    -그와중에 우리 우주 피지컬 개 미쳐버렸고~~~~

    -↳우리 우주??? 이우주선생님이 개X으로 보이냐? 앞으론 선생님 붙여라

    .

    .

    방송에 잡히는 화면이 격렬하면 격렬해질수록 조회수는 점점 더 폭증하고 있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겨우겨우 개들의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

    “허억- 헉- 커헉! 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이산하는 토굴 속에 파고들며 포션을 들이켰다.

    땅 밑에 파 놓은 좁은 굴 속에는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가 서로 몸을 바짝 붙인 채 웅크려 있었다.

    [그르르르르르……]

    [핵핵핵핵-]

    [컹! 컹!]

    지면 위로 여러 마리의 사냥개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지나간다.

    이우주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킁킁 맡으며 말했다.

    “개들과 뒤엉켜 싸우면서 몸에 개 냄새가 배어서 다행이야. 우리를 못 찾는 것 같아.”

    “우주! 숙녀 앞! 냄새 얘기! 무례! 그것도. 개 냄새라니!”

    “윽! 저, 저리 떨어져! 나는 냄새 안 난다고! 나, 나나?”

    이우주가 냄새 얘기를 꺼내자마자 솔레이크와 죠르디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때.

    “어? 이게 뭐야?”

    이산하가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상태창이었다.

    현재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필드를 돌아다니는 일반몹들에게 쫒겨 굴속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산하를 비롯한 모두의 경험치는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뭐지? 왜 그러지?”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경험치를 확인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동으로 쭉쭉 차오르고 있는 경험치를.

    “그건 말이야. 내가 함정 하나를 밖에다가 설치해 두고 왔기 때문이지.”

    이우주가 지면에 설치해 둔 몇몇 함정이 있었다.

    “에스키모인이 늑대를 잡을 때 어떻게 하는 지 알아?”

    “아는데 잠깐 생각이 안 나.”

    “모른다는 거군.”

    이산하의 대답을 들은 이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계속했다.

    “에스키모인들은 말이야. 날카로운 칼날을 짐승의 피에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얼린대. 그러면 날카로운 피 고드름이 완성되겠지? 그것을 얼어붙은 지면에 거꾸로 심어 놓는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하면 늑대들이 와서 그것을 핥아 먹다가 혀를 베이는데 거기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칼날에 원래 묻어 있던 피가 다 사라져도 계속 그것을 핥아 먹게 되지. 그러다가 과다출혈로 죽는대. 얼어붙은 칼날을 핥으면서 혀가 마비되어서 고통도 못 느끼고 서서히 죽어 간다나 봐.”

    “오?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나도 그렇게 했지. 출혈 데미지를 주는 칼에 장어 젤리를 잔뜩 발라 뒀어. 보니까 저 위에 지옥견들은 죄다 변온 특성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럼 불을 얼음으로, 얼음을 불로 자동 변환시킬 거 아니야? 비슷하게 먹히지 않을까 해서 한번 시도해 봤는데 얼추 잘 된 것 같아.”

    “여윽시 내 동생! 잔머리 하나는 세계최강이다!”

    “어우, 붙지 마. 더워.”

    이산하가 꽉 끌어안아 주자 이우주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솔레이크는 그런 모습을 보면 깔깔 웃었다.

    “언제나 사이좋은 남매. 하지만 이런 좁은 장소. 그런 포옹. 너무 뜨겁다. 붙으면 더워.”

    “……음. 덥긴 하네.”

    죠르디 역시도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이것은 뭔가가 조금 이상하다.

    “왜 자꾸 더워지지?”

    이산하는 겉옷을 벗었다.

    아까부터 자꾸만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심상치 않다.

    [끼잉?]

    [깨갱- 깽-]

    [끼이이잉……]

    밖에서 들려오는 지옥의 사냥개들 역시도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그저 멀찍이 배회하며 신음 소리만 흘릴 뿐.

    순간.

    “……!”

    이우주는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해.”

    “뭐가?”

    “왜 우리가 도망가던 곳에 이런 굴이 파여져 있었지?”

    이산하가 손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우주는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거인국을 여행하는 동안 이런 굴은 어디에도 없었잖아. 갑자기 딱 숨기 좋은 사이즈의 토굴이 눈앞에 등장했다는 게 뭔가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그러나 이우주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후욱-

    굴 너머에서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흙더미가 날리며 흙벽 저 안쪽의 빈 공간이 확 드러났다.

    후우우욱!

    뜨거운 바람은 그 너머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심지어 미약한 독기마저 어려 있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을 마주한 순간, 이우주는 무서운 상상 하나를 했다.

    “……이거 설마 뭔가의 콧구멍은 아니겠지?”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법이다.

    “튀어!”

    상황판단이 제일 빨랐던 죠르디가 모두의 목덜미를 낚아채고 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굴 밖에는 겁먹은 표정의 사냥개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간만에 발견한 먹잇감을 포기하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접근하기는 무섭고, 딱 이런 표정.

    그리고 이내.

    쿠-드드드드드득!

    지옥의 사냥개들마저 겁내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던 무언가가 땅속에 파묻혀 있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띠링!

    <‘거인국’의 필드 보스가 눈을 떴습니다.>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지면 밑에서 솟구쳐 오른 것은 거대한 뱀의 머리였다.

    그것은 마치 초보자 마을 유토러스 근처에 있는 ‘숨죽이는 평원’의 필드보스 ‘긴칼비늘 킹코브라’를 수십 배로 확대해 놓은 듯한 외형이다.

    ……그러나.

    쿠드드드드드드득!

    문제는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그마치 여덟 개나 되는 뱀의 머리가 지면을 뚫고 올라왔다.

    “…….”

    “…….”

    “…….”

    “…….”

    그 압도적인 규모와 박력 앞에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잠시 얼어붙어야 했다.

    이윽고, 이우주의 입술이 조그맣게 움직였다.

    “……히드라.”

    아빠인 고인물마저 결국 정공법으로는 잡지 못했던, 최강 최악의 필드 보스가 등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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