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00화 머니 게임(Money Game) (8)
레이드가 끝났다.
이제는 전과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이우주>
LV: 71
<이산하>
LV: 75
<솔레이크>
LV: 75
<죠르디>
LV: 77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각각 레벨이 3씩 연거푸 올랐다.
레벨업을 하기까지 필요한 경험치량이 극악한 70레벨대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보인 쪽은 이우주였다.
무려 일곱 번의 연속 레벨업.
이로서 이우주는 마(魔)의 70레벨대에 발을 디뎌 놓게 되었다.
모두가 환호할 만한 경사건만.
“야호!”
이산하는 조금 다른 일로 기뻐하는 중이었다.
“대박이다! 지금가지 터진 잭팟 중에 제일 커! 3살 때 로또 1등에 당첨된 것보다 큰 행운은 처음인걸!”
계좌에 찍혀 있는 액수를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이산하는 세금도 뗄 필요 없이 깔끔한 7,826,822,471원을 손에 넣게 되었다.
솔레이크와 죠르디도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와. 78억 KRW. 한국 돈으로 얼마냐?”
“KRW가 한국 돈이잖아. Korean Won의 줄임말이라고.”
“히엑! 그, 그럼 78억! 산하! 이제부터 언니다! 돈 많으면 다 언니랬다!”
솔레이크와 죠르디의 반응에 이산하는 자리에서 방방 뛰며 꺄르륵 소리쳤다.
“이제부터 인방 때려 친다! 아니다 참! 좋아서 하던 거였지? 그러면 진짜 이제부터 딱 취미로만 한다! 전업은 너무 스트레스 받아!”
“다 좋은데, 방송은 끄고 그런 말 하는 거 맞지?”
“응! 아까 황금룡 잡았다는 메시지 듣고 방종했지!”
이우주는 이산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이우주는 방금 전에 뜬 알림음들을 다시 한번 복기하고 있었다.
<‘황금의 대왕’이 죽은 것에 대해 또 다른 ‘황금의 대왕’이 슬퍼하며 식음을 전폐합니다.>
<‘쌍둥이의 맹약’ 특성이 발동됩니다.>
<또 다른 ‘황금의 대왕’ 역시도 쌍둥이 형을 따라 눈을 감습니다.>
<세계 최초로 ‘황금룡(黃金龍) 오메가닉’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이 경우 보상은 따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메시지들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메시지.
“‘쌍둥이의 맹약’ 특성이라. 그건 설마 쌍둥이 중 어느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따라 죽는…… 뭐 그런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개이득이다.
대격변을 앞두고 태양룡 바이어스의 왼팔과 오른팔을 동시에 날려 버린 것이니까.
“결과를 놓고 보면 아마도 그 추론이 맞는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대박이군. 용족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겠어.”
이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살인자의 백과사전에 기록된 새로운 특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살인자의 백과사전> / 마도서 / S
죽은 자를 위한 죽인 자의 기록.
사냥했던 대상의 살아생전 모습, 특징, 습관 등이 자세하고도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다.
<현재 기록: ‘엘리뇨/홍해(紅海)’, ‘라니냐/용권(龍卷)’, ‘흑해의 무영왕/그림자 분신’, ‘황금룡 아르파닉/돈먹임’>
-특성 ‘살인자의 기억법’ 사용 가능 (특수)
황금룡 아르파닉에게서 빼앗은 S급 특성은 ‘돈먹임’이었다.
이우주는 돈먹임 특성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특성: <돈먹임>
↳돈을 생명력으로 치환합니다.
※치환된 생명력은 오로지 용족의 힘에만 반응합니다.
“……사기적인 특성이긴 하네. 만약 내가 리자드맨 캐릭터였다면 말이야.”
약간 김이 새는 특성이었다.
전성기 시절의 마몬이 가지고 있었던 ‘황금만능주의자’ 특성의 하위호환 스킬.
돈을 식량처럼 먹어서 생명력을 회복하는 독특한 능력이다.
문제는 그 능력이 닿는 범위가 오로지 용족에게 한정된다는 것.
만약 돈이 많은 리자드맨 플레이어였다면 몰라도 인간 종족을 고른 이우주에게는 막상 그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그래도 다 이용 가치가 있지.”
이우주는 어떻게든 이 특성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냈다.
-<오래된 황금룡의 용옥(龍鈺)> / 재료 / S
금빛 비늘을 지닌 용의 심장.
한때는 막대한 마나가 응집되어 커다란 구체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대기 중에 희석되어 결국에는 이렇게 작은 구슬의 모양이 되었다.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작은 구슬 아홉 개.
그것은 얼마 전에 ‘흑해의 무영왕’을 잡고 보상으로 얻은 월궁함 속에서 나온 아이템이었다.
“이것도 용의 힘이 깃들어 있는 아티팩트잖아. 그러니까 돈먹임 특성으로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우주는 작은 구슬 하나를 손에 쥐고 돈먹임 특성을 발동해 보았다.
…파아앗!
환한 빛무리가 일어난 뒤,
-띠링!
이우주의 귓가로 알림음이 울렸다.
<돈이 부족합니다.>
“…….”
아무래도 이 작은 구슬 하나의 힘을 되돌려 놓는 것에는 상당히 막대한 금액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도 일단 돈만 있으면 되살릴 수 있다는 거네.”
“……왜 날 보면서 말해?”
이우주가 고개를 돌리며 하는 말에 이산하가 흠칫한다.
이우주는 말없이 가상화폐 계좌를 가리켰다.
“누나 돈 많잖아.”
“야! 왜 남의 돈을 마음대로 돈먹임 특성의 제물로 쓰겠다는 거야!”
“파티잖아. 이제 와서 선 긋겠다는 거야?”
이우주가 묻자 그 뒤로 솔레이크와 죠르디가 고개를 내민다.
“산하. 수전노. 돈 앞에선. No 친구. 검은 머리 짐승.”
“푸스스스- 거 좀 쓰고 삽시다. 돈도 많은 양반이.”
그러자 이산하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야! 이, 이건 레이드하고는 상관없이 번 돈이잖아! 내가 어릴 적에 우연히 산 코인이 떡상한 거랑 파티플레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때, 이우주가 말했다.
“누나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뭐? 뭔 말?”
“내가 게임 안 한다고 하니까 제발 좀 하라면서. 그 달이랑 다음 달 도네 수익 전부 준다고 했잖아.”
“내가 그랬던가?”
“녹음까지 해 뒀어. 얼마든지 다시 들려줄게.”
이우주는 스크린을 열고 저장된 음성녹음 파일들 중 하나를 골라 틀었다.
‘용돈 준다.’
‘안 해.’
‘이번 달 도네 수익 전부!’
‘…….’
‘다음 달 도네 수익까지.’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우주는 녹음을 껐다.
이산하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휘파람만 불고 있었다.
“이래 놓고 도네 수익 한 푼도 안 줬었지?”
“…….”
“내가 출연한 이후로 도네 수익 엄청나게 늘었던 것으로 아는데 말이야.”
“…….”
이산하가 삐질삐질 진땀을 흘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우주는 그 뒤의 추가 녹음파일을 틀었다.
‘근데 만약 누나가 돈을 안 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야! 누나가 동생 상대로 설마 사기 치겠냐!’
‘그래도 보증할 것이 있어야 하겠는데.’
‘만약 두 달 뒤에도 정산 없으면 그때는 누나 전 재산 그냥 다 너꺼 해라!’
이우주는 이 부분에서 녹음 파일 재생을 종료했다.
“양심껏 합시다. 양심껏.”
“아, 알겠어! 알겠다고! 돈 주면 되잖아!”
이산하는 툴툴거리면서 계좌를 풀었다.
“어차피 좀 튕기다가 줄라고 했어!”
“산하. 개구라쟁이.”
“잘 생각했어. 나누면서 살아야 복이 와.”
솔레이크와 죠르디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이산하는 현실 돈을 게임머니로 환전했다.
상당히 불어난 게임머니를 건네받은 이우주는 그것을 그대로 용옥에 먹였다.
그러자.
…파아앗!
용옥은 아까보다도 훨씬 더 밝은 빛을 뿜어내게끔 되었다.
이윽고, 작은 황금 구슬은 돈을 먹어 가면서 쑥쑥 커지기 시작했다.
-<생생한 황금룡의 용옥(龍鈺)> / 재료 / S
금빛 비늘을 지닌 용의 심장.
막대한 마나가 응집되어 커다란 구체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찬란하고 생동감 있는 빛을 내뿜는다.
-특성 ‘고생물’ 사용 가능 (특수)
※이 아이템은 강화석 대신 사용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강화석과는 혼용이 불가능합니다
전보다 훨씬 더 크고 매끄러워진 구슬 아홉 개가 빛무리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고생물 특성이 붙었구나. 이것은 정신계 마법 저항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쓰면 정신력이 강화되고 상대에게 쓰면 정신력을 약하게 만드는 건가.”
이우주는 구슬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강화석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이거군. 일반적인 강화석보다 강화 확률이 훨씬 높겠어. 이것도 잘만 이용하면 꽤나 괜찮은 특성이겠네. +9강까지 스트레이트로 갈 수 있으니.”
한편.
“흑흑흑- 내 돈…….”
뭉텅이로 나간 게임머니에 서러워하는 이산하에게는 새로운 보상이 떨어졌다.
“어라?”
돈 나간 설움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릴 만큼 좋은 보상 아이템이 떨어졌다.
-<황금룡 아르파닉의 비늘조각> / 재료 / S
황금룡 아르파닉의 몸에서 떼어낸 비늘 조각.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강화 재료로 보인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오! 오오오오오오!?”
이산하는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산하의 인벤토리가 열린다.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두 개의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완전한 용골궁(龍骨弓)> / 양손무기 / S
초심해에 서식하는 아룡(亞龍)의 척추를 엮어 만든 활.
현재는 활시위가 없어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공격력 +2,500
-화염 속성 공격력 +500
-얼음 속성 공격력 +500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가공된’ 항아의 머리카락> / 재료 / S
항아가 살아생전에 길게 길렀던 머리카락.
지금은 좋은 샴푸와 린스, 그리고 미용사를 만나 예전의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태양을 향한 올곧은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 태양의 힘이 아니면 다른 것으로 가공할 수 없는 듯하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이산하는 ‘항아의 머리카락’과 ‘황금룡 아르파닉의 비늘조각’을 나란히 놓았다.
그러자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띠링!
<……융합 중입니다. 전원을 끄지 마세요……>
이산하는 양 주먹을 움켜쥔 채 쾌재를 불렀다.
“드, 드디어! 드디어 융합이 된다!”
태양의 힘을 필요로 하던 ‘항아의 머리카락’은 ‘황금룡 아르파닉의 비늘조각’과 함께 융합하여 활시위가 되었고 그것은 곧장 ‘불완전한 용골궁’과 결합했다.
아이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지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무려 3개의 S급 아이템이 하나의 아이템으로 융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좋았어! 이게 완성되기 전까지는 전에 얻은 활을 계속 써야겠다. 머리카락 투구랑 봉시 장갑을 함께 쓴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이산하가 그렇게 방방 뛰고 있을 때.
“자.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신 중에 죄송하지만…….”
이우주가 그녀의 기분을 잠시 커트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이우주의 말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시간?”
“What time?”
“그건 몇 시냐고 묻는 거잖아.”
세 여자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질문에 이우주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아이템으로 대답했다.
-<서큐버스 퀸의 알현> / 주문서 / S
초고위 악마가 있는 ‘어떤 장소’로 통하는 순간이동 주문서이다.
강력하고도 오만한 샛별의 힘이 담겨있기에 ‘격’이 떨어지는 이는 감히 사용할 수 없다.
3차 대격변 ‘용마동맹(龍魔同盟)’.
최후의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