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73화 (973/1,000)
  • 외전 99화 머니 게임(Money Game) (7)

    천하의 이우주조차도 목소리가 떨린다.

    “……맨 처음에 얼마 어치 샀다고?”

    “마, 만 원이었던가?”

    이산하가 멍하니 대답했다.

    약 13여 년 전, 이산하가 호기심에 의해 만들고 잊어버렸던 가상화폐 계좌가 발굴되었다.

    누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생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두 남매는 멍한 표정으로 계좌에 적힌 숫자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눈앞으로 몰려들고 있는 황금룡 아르파닉의 브레스를 잊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띠링!

    <이산하 님의 접속을 환영합니다.>

    <오랜 시간 휴면 상태로 있었던 계정입니다.>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산하 님이 보유하고 계신 가상화폐의 종류는 1개 ‘레밟코인’입니다.>

    <이산하 님은 현재 레밟코인을 ‘100개’ 보유하고 계십니다. >

    <레밟코인 (LBC/KRW)>

    총매수금액: 9,912 KRW

    총평가금액: 7,826,832,384 KRW

    총평가손익: 7,826,822,472 KRW

    총평가수익률: 789,632%

    칠십팔만구천육백삼십이퍼센트.

    충격적인 수익률.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이 어찌하여 이토록 소름끼칠 수가 있을까?

    멍한 표정의 이산하가 옆에 있는 이우주에게 물었다.

    “……동생아. 이게 무슨 뜻이냐?”

    “……숫자 보면 몰라?”

    “……아는데. 모르겠어. 저게 내가 아는 그 숫자 맞는 거야?”

    “……누나가 아는 그 숫자 맞는 것 같은데?”

    이우주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고 있다.

    당연히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도 난리가 났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냐?

    -아니, 저게 내가 아는 그 숫자들 맞아?

    -↳맞는 것 같은데...?

    -↳색깔만 빼고는 내 계좌랑 똑같네ㅋㅋㅋㅋ난 파란색임!

    -에이...주작이지...저런 수익률이 어케 가능함ㅋㅋㅋㅋ...주작임...주작이어야 함...

    -↳아니면 부러워서 미칠 것 같으니까!

    -와 한 사람의 인생역전 순간을 실시간으로 보게 될 줄이야....

    -만원이...팔십억이 됐다고...? 이게 코인이야...?

    -↳아ㅋㅋㅋㅋ 돈이복사가 된다고ㅋㅋㅋㅋㅋㅋ

    -↳이번 방송이 진짜 올타임 레전드다

    -↳벌써 뉴스기사 뜨고 있어요!!!

    -↳한 스트리머의 가상화폐 잭팟 터졌을 때의 반응.jpg

    -↳그와중에 산하눈나 미모 미쳤고...!

    -진짜 유인원들이 돈을 먹는 세상이구나... 말세다 진짜...

    -↳응~ 그런 유인원보다 수익률 낮으면 다물어~ 라고 할뻔ㅋㅋㅋ

    -↳아니 이 10자식은 왜 갑자기 시비지??

    -↳라고 할뻔 임마! 라고 할뻔!

    -세상에....요즘도 이런 한방이 나오는구나.,..진짜 대박이다...

    -↳꺄악!!!!!!! 축하드려요 산하언니 >0< 대박!!!!!!!

    -↳저...실례가 안 된다면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 주십시오...

    .

    .

    방송의 채팅창을 확인한 이산하가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유딩 때 사 놨던 만 원짜리가 지금 78억이 되었다는 거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누나의 기적은 대체 어디까지인 거지…… 진짜 행운 하나는 깡패라니까.”

    이우주는 대답 대신 옅은 탄식을 했다.

    그때.

    “으아아아아아! 산하! 브레스가 몰려온다!”

    “이, 이러다 다 죽겠어!”

    앞에서 황금 폭풍을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솔레이크와 조르디가 외친다.

    그 소리에 이산하, 이우주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누나! 혹시 모르니까 그 계좌에 있는 돈 다 찾아 놔!”

    “어어! 알겠어! 근데 놔두면 더 오르지 않을까?”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다 환전해! 그리고 1원만 남겨! 1원만 남겨 놔도 수익률은 유지되니까!”

    이산하는 재빨리 이우주의 말대로 했다.

    -띠링!

    <코인이 무사히 환전되었습니다.>

    <복귀하신 휴면 고객님에게 드리는 혜택! 오늘 하루 수수료가 무료!>

    <이산하 님의 계좌에 ‘7,826,822,471’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이윽고. 잔고가 1원, 수익률은 789,632%를 기록하고 있는 미친 계좌가 황금룡 아르파닉의 브레스를 정면으로 막아선다.

    그리고 그것을 본 황금룡 아르파닉은.

    [?????????]

    불가해(不可解)와 몰이해(沒理解)가 뒤섞인 표정으로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쏘아 보낸 혼신의 일격이 100% 소멸함과 동시에.

    쿠-콰콰콰콰콰콰!

    그것을 아득히 넘어가는 수준의 힘으로 되돌아온다.

    황금은 때론 사납고 또 폭력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황금 비늘 일족들 중 황금을 관장하는 황금룡 아르파닉은 그 새삼스러운 사실을 온몸의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위력이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배로 폭증한 브레스가 아르파닉을 덮쳤다.

    제아무리 황금에 면역이 있는 특성을 가졌다고 해도 이 정도나 되는 데미지 앞에서는 무력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 말도 안 돼…… 저런 한낱 도박꾼들에게…… 정석 투자의 제왕인 이 몸이 당하다니……]

    아르파닉은 그렇게 천천히 스러져 갔다.

    아이들이 강가에서 캐 온 사금처럼, 산산 조각으로 부서져 가면서.

    그 모습을 보며 이우주는 생각했다.

    “……역시 인생은 운 좋은 놈이 짱이군.”

    재무제표 분석? 자산 관리 자격증? 투자 포트폴리오?

    다 좋다. 좋은데. 그거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바로 행운이다.

    될 놈은 된다고, 어떻게 요즘 코인들 중 가장 핫한 녀석을 그때 딱 골라잡았을까.

    “캬. 나도 짚었어야 했다. 돌잔치 때 코인. 20년 전. 그럼 지금 얼마냐.”

    “……새삼 엄청나네. 수익률 인증 한 방으로 정석 투자의 제왕인 아르파닉을 보내 버리다니. 코인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솔레이크와 죠르디 역시 이산하의 계좌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한편.

    …타탁!

    이우주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반파된 채 쓰러진 아르파닉은 지금 천천히 죽어 가고 있었다.

    HP는 이제 거의 두 자리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마저도 잔여 데미지들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지겠지.

    “그 전에 스택을 쌓아야지!”

    이우주는 재빨리 아이템 하나를 꺼내들었다.

    -<살인자의 백과사전> / 마도서 / S

    죽은 자를 위한 죽인 자의 기록.

    사냥했던 대상의 살아생전 모습, 특징, 습관 등이 자세하고도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다.

    <현재 기록: ‘엘리뇨/홍해(紅海)’, ‘라니냐/용권(龍卷)’, ‘흑해의 무영왕/그림자 분신’>

    -특성 ‘살인자의 기억법’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살인자의 기억법>

    ↳ 죽인 대상의 특성을 빼앗는 것에 성공했을 경우 그것을 페이지 안에 영구히 저장합니다.

    ※특성 저장은 빼앗은 것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특성을 빼앗은 상대가 생존해 있을 경우 특성 저장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급에 맞는 상대의 특성만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아르파닉은 S급 몬스터, 그 중에서도 최상위 티어에 있는 절대자이다.

    “아르파닉의 특성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레이드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야.”

    따라서 이우주는 아르파닉이 자연사(?)하기 전에 만 번의 타격을 성공시켜서 특성을 훔칠 생각이었다.

    …탁!

    이우주는 ‘그림자 분신’ 특성을 이용하여 분신을 아홉 구 불러냈다.

    그리고 ‘곤장형’ 특성을 발동시킨 뒤 1회에서 9회까지의 추가타를 먹이며 아르파닉을 때렸다.

    툭탁톡툭탁톡툭탁톡툭탁톡!

    손으로 가볍게 치는 공격에도 타격 횟수는 상승했으나.

    …퍼석! …퍼석! …퍼서석!

    황금룡 아르파닉의 육체는 지금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기에 아주 살짝만 만져도 금모래처럼 바스라져 내린다.

    “아껴서 잡아야겠네.”

    그래서 천하의 S급 최상위 몬스터를 상대로 살살 때려야 하는(?) 사상초유의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마치 모래뺏기를 하듯 살살, 잔여 HP를 계산해 가면서 조금씩 아르파닉의 HP를 긁어 내는 이우주.

    이윽고, 이우주는 만 번의 터치에 성공했다.

    [군주님…… 태양룡 바이어스 님…… 부디 제 복수를……]

    그것이 아르파닉의 마지막이었다.

    이우주가 살인자의 백과사전에 또 하나의 새로운 특성을 기록함과 동시에.

    파스스스스스……

    황금룡 아르파닉의 몸은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자욱하게 흩날려 멀어지는 황금의 분진, 아득한 금가루들을 보며 이우주는 비로소 이 기나긴 레이드가 끝났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우주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띠링!

    레이드 종료를 알리는 알림음들이 크게 울려 퍼진다.

    -띠링!

    <세계 최초로 ‘황금룡(黃金龍) 아르파닉’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YES: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황금의 대왕’이 쓰러졌습니다. 용 진영 ‘황금영예 군단’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에서의 황금 출토량이 영구적으로 50% 감소합니다.>

    <※다만 유일하게 레글리의 커피콩 농장 구석지대 ‘금 따는 콩밭’ 구역에서만 대량의 사금이 채취되기 시작합니다.>

    <골드러시 이벤트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이라는 이름이 알려집니다.>

    <‘황금의 대왕’이 죽은 것에 대해 또 다른 ‘황금의 대왕’이 슬퍼하며 식음을 전폐합니다.>

    <‘쌍둥이의 맹약’ 특성이 발동됩니다.>

    <또 다른 ‘황금의 대왕’ 역시도 쌍둥이 형을 따라 눈을 감습니다.>

    <세계 최초로 ‘황금룡(黃金龍) 오메가닉’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이 경우 보상은 따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YES: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황금의 대왕’이 쓰러졌습니다. 용 진영 ‘황금영예 군단’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에서의 황금 출토량이 영구적으로 50% 감소합니다.>

    <※다만 유일하게 레글리의 커피콩 농장 구석지대 ‘금 따는 콩밭’ 구역에서만 대량의 사금이 채취되기 시작합니다.>

    <전란의 중심부에 서 있는 두 대왕이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님에게 관심을 표합니다.>

    .

    .

    어쩐지 호들갑스럽게 느껴지는 알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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