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96화 머니 게임(Money Game) (4)
그 뒤로 몇 분인가가 더 지났지만.
<국내 금 시세 (매매기준율 ₩/g)> 0월 X일 00X회차
※현재 장 중입니다.
↯
61,920.04 원 / ▼873.48 –14.04%
금값은 여전히 엄청난 기세로 폭락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산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금 시세 호가창을 열어 보았다.
“이거 왜 떨어지는 거야?”
“모른다. 나도.”
“나도 재테크 쪽은 잼병이라…….”
솔레이크와 죠르디 역시도 세계 금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산하는 황급히 방송을 켰다.
“산하!”
-오 산하눈나 방송켰네~
-ㅎㅇㅎㅇ~
-산하(산하 하이라는 뜻)
-이산하 어서오고~ 산하누님 어서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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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구요! 오늘 금값 시세 왜 이래요?”
-아ㅋㅋ다짜고짜 안부 생략해버리기~~
-산하눈나는 그래도 돼...예쁘니까!
-근데 갑자기 금?
-누나... 누나는 진지하게 그런거 하면 안될거같아...
-눈나 금 투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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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 시세 왜 이러냐고!”
-ㅋㅋㅋㅋㅋㅋ뭐야 뭔일임
-산하눈나 금 삼??
-엌ㅋㅋ오늘 금값 역대급 개떡락ㅋㅋㅋㅋ
-산하야...이시국에 금을 사느냐...
-↳ ㅋㅋㅋㅋㅋ보니까 방장 침팬지된거같은데ㅋㅋㅋㅋㅋ
-나락~ 나락~ 나락 락락락~
-한강 가즈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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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는 방송을 켜자마자 금값에 대해 물어보았고 바로 들어온 시청자들은 이산하가 금에 투자하기라도 한 줄 알고 놀려 대는 분위기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내 금값이 폭락한 이유들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요즘 크게 유행하던 전염병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실물 경기에 대한 회복세가 기대되잖음?
-↳ㅇㅇ유통, 건설, 연예, 항공, 여행, 기타등등 분야들의 경기가 회복될 테니까 ㅇㅇ
-↳그럼 사람들이 주식을 하거덩ㅋㅋㅋㅋㅋ
-주식같은 위험 자산에 돈이 몰리니 안전 자산인 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것!
-↳요즘 누가 금 사냐ㅋㅋㅋㅋ주식 사야지~ 아ㅋㅋㅋㅋㅋ
-↳부동산 규제도 풀린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으로도 자금 유입 중!
-이거 한동안 금 시장은 재미없겠는데?
-↳ㅇㅈ어디 전쟁이라도 나야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해서 금 시세가 회복될 듯? ㅠㅠ....
-야 이방 원래부터 이렇게 수준높은 사람들이 많았냐...?
-↳ㄹㅇㅋㅋㅋ 겜창들만 있던거 아니었냐구~
-↳태반이 존문가일수도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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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금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실물 경기가 빠르게 요동치며 긍정적인 실적 전망치, 회복세가 예상될 경우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금은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우주는 아르파닉을 향해 작살을 휘두르며 말했다.
“요즘 금의 위상을 밀어 내며 떠오르고 있는 재테크 테마들이 있지. 주식, 펀드, 채권, 부동산, 원유, 달러, 가상화폐 등등……. 그리고 나는 어제 런던 금 시장 협회(LBMA)와 뉴욕상품거래소(comex),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이 시끄러운 것을 보고 금값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어. 물론 그 외에 또 다른 ‘결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기는 했지만…….”
-ㄷㄷㄷ우주쟝...재테크도 고수야?
-우리우주... 드디어 게임말고 잘하는걸 보여주는구나ㅠㅠㅠㅠ
-아니 쟤는 근데 저나이가 맞아?? 방장 동생이라 하지 않음? 나이 속인거아녀?
-금 하락까지 예측하는 중딩;;;
-ㅁㅊㄷㅁㅊㅇ...
-아니 근데 지금 님들 뭐하는 중임?
-↳오늘 투자 방송 아니었나요?
-↳ㅁㅊ뭐야 골드드래곤 잡고 있는 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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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주의 독백은 시청자들의 무수한 채팅 세례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오-오오오오오오!]
아르파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는 자신의 몸 크기에 당황했다.
황금 채찍을 휘둘러 보았으나 최근 몇 개월간의 금 시세 그래프 구간을 모조리 꿰고 있는 이우주가 그것에 피격당할 리 없다.
“이번에는 60일 이평인가? 어림없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채찍을 피해 내는 이우주, 그 뒤로 지형지물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파괴되었으나 이우주는 단 1의 피해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레이드 타이밍을 오늘로 잡은 것이 딱이었어. 금값이 회복되기 전에 조져야 해!”
이우주의 오더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이산하의 저격, 솔레이크의 골렘, 죠르디의 참격이 연달아 아르파닉의 몸에 데미지를 입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데미지의 소용돌이의 최전방에는 이우주가 있었다.
놀라운 피지컬과 뇌지컬로 채찍들을 피해 버린 이우주는 계속해서 태양살의 작살로 아르파닉의 가슴팍을 헤집었다.
-크...
-↳캬하....
-↳역시 맥주는 카X.....
-와...우주쟝 피지컬 개 미쳐버렸네...
-↳요즘 완전히 물오른 듯ㄷㄷㄷㄷ
-↳오늘도 여전히 재능깡패시군요
-↳우주야! 세상 혼자사냐!
-레벨은 나랑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ㅠㅠㅠㅠㅠ나는 왜...
-ㄷㄷ...오늘도 우주쟝 피지컬에 지리고갑니다...
-아 줄넘기는 못참지ㅋㅋㅋㅋ후원간다!!!
-↳요즘 산하눈나보다는 우주쟝 보는 맛으로 방송 봄ㅎ
-↳아주 돈쭐을 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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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주는 아르파닉에게 딜을 박아 넣으면서도 틈틈이 시청자들의 댓글에 대답해 주는 여유마저 보이고 있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골드 드래곤 계열 몬스터들은 현실의 금 시세에 영향을 받습니다. 현실 금값이 비싸면 마치 버프라도 받은 것처럼 덩치가 커지고 힘과 속도, 방어력 등의 스탯들이 모두 %단위로 증가하지요. 반면 현실 금값이 하락하면 그만큼 덩치도 작아지고 스탯도 감소합니다. 저는 오늘 금 시장이 굉장히 혼잡한 하락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곳에 레이드를 왔는데요. 금 시세가 예상한 것보다 더 폭락하는 바람에 개이득이 될 것 같습니다.”
-금값 폭락으로 인한 의문의 반사효과????
-↳이제부터 금 테마주의 인버스는 이우주 테마주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곱버스 안탄 흑우 없제???
-골드 드래곤들이 현실의 금 시세에 영향을 받았었음???왜 나는 몰랐음???
-↳아까 우주쟝이 말하는거 못들음?
-↳아시는 분은 아실 거라고 했잖아요. 님은 모르시는 분이니까 모르셨겠죠???
-↳ㅇㅇ;;;맞네.
-↳무슨 일본정치인 끄덕짤 보는거같냐ㅋㅋㅋㅋㅋ
-↳사실...몰랐으니까...(끄덕)
-근데 금값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떨어지는게 말이 되냐...?
-↳그렇게 따지면 지금 코스피도 말이 안됨ㅋㅋㅋㅋ
-↳만년 3000따리 박스피가 지금은 4000 넘었잖음ㅋㅋㅋ누가 알았겠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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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동안에도 이우주는 휘몰아치는 채찍을 모조리 피해 내면서 아르파닉의 몸에 유효타를 넣고 있었다.
“롤모델 특성이 곧 발현될 거야! 그때까지만 버텨 줘!”
“오케이! 누나만 믿어라!”
이산하가 그런 이우주의 등 뒤를 든든하게 엄호한다.
…콰콰콰콰쾅!
황금 분진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금고 전역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금화들과 보석들의 은하수 위로 아르파닉이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크-아아아아악! 이 벌레 같은 놈들이!]
금값이 역사상 전례가 없던 폭락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아르파닉의 몸은 크고 강대하다.
이윽고.
차라라라락!
아르파닉은 양손으로 휘두르던 채찍을 모두 수거했다.
탄알처럼 흩뿌리던 금화와 보석들 역시도 전부 회수해 버렸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이우주는 다시금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르파닉이 공격 패턴을 바꾸었다.
[부(富)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이윽고 아르파닉의 양 볼이 크게 부풀었다.
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소리가 심상치 않다.
펄펄 끓는 황금이 아르파닉의 목구멍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울컥 차오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직감할 수 있었다.
“무지 큰 게 온……!”
“Oh…… 이것도 막을 수 있……?”
“아마 흐름상 이번 게 아르파닉의 초필살기일 것 같은 느낌인…….”
세 여자가 미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콰-콰콰콰콰콰쾅!
아르파닉의 브레스가 폭발했다.
용광로에서 막 뿜어져 나온 듯 펄펄 끓는 황금의 분수가 네 사람을 덮쳤다.
채팅창 역시도 펄펄 끓기 시작했다.
-와 진짜 미쳤다;;;
-↳황금범벅...업계포상...
-↳덜렁덜렁한 용가리인데 가능?
-↳쌉가능^^
-↳우욱...
-이건 뭐 피하지도 못하겠는데???
-걍 다 죽으라고 만들어놓은 공격 패턴임ㅡㅡ?
-↳아무리 우주쟝이라고 해도 이건 못 피하지....;;;
-↳지금 우주신 음해? 우주신 억까?
-이건 솔직히 피하라고 만든 게 아닌 것 같은데ㅋㅋㅋㅋ
-↳대놓고 죽으라는 패턴;;
-↳진짜 극악하다...
-↳ㅇㅈ;;
-개발진 텐련들 선 씨게넘네;; 저건 그냥 맞뒈하라고 만든거아님?
-저걸 어케 피해 ㅅㅂ...ㅋㅋㅋㅋㅋㅋ
-↳개발자들 뭐하냐고~~밸런스가 이게 맞냐고~~
-↳야 이게 맞는거냐!
-어...저건 전멸각인데?
-↳몰살크리ㅋㅋㅋ
-↳ㅇㅈ난이도가 선넘음;;;
-↳아...간만에 s급 최상위권 몬스터 봐서 좋았는데....ㅠㅠ
-↳아깝다 그래도 저 정도급의 몬스터를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를!
.
.
시청자들은 아르파닉의 브레스에 휘말린 이산하 파티가 전멸했다는 것을 전제로 채팅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슈우우우욱-
뜨거운 수증기가 가시고 난 뒤, 지면에 남겨져 있는 광경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과는 백팔십도 다른 것이었다.
-?
-?
-뭐야?
-머선..머선일이고 이게...?
-왜 살아있음?
-사쿠라여?
.
.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분명 살아 있었다.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듯 HP바가 요동치고 있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포션으로 회복 가능한 수준이었다.
[뭐, 뭐냐?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지? 나의 숨결을 맞고도……]
아르파닉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윽고, 아르파닉은 다시 한번 브레스를 준비했다.
후우우우우욱-
들이마신 들숨이 가슴팍의 용광로를 시뻘겋게 데운다.
이윽고 날숨과 함께 다시 한번 뿜어져 나오는 황금의 쇳물!
퍼퍼퍼퍼퍼퍼퍼퍼펑!
다시 한번 요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건 이제 진짜 끝났지...
-ㅠㅠㅠㅠ행운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구나...
-산하눈나...RIB...
-↳RIP이겠지...RIB은 갈비뼈고...;;
-↳너도 재테크같은건 하지말고 예적금만 잘해라...
-우주쟝의 명복을 액션빔...
-↳산하눈나의 명복을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팔도비빔...
.
.
그러나. 시청자들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푸하! 으아! 뜨거워어어어어어!”
“…….”
“포션! 포션! 포션! 생명수!”
“크윽! 이번에도 어찌어찌 버텨 냈나……!”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또 한번 아르파닉의 브레스에서 살아남았다.
-?
-??
-???
.
.
시청자들이 놀란 만큼.
[????]
아르파닉 역시도 놀랐다.
천하의 황금룡이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얼이 빠져 있을 만큼 이 광경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미, 믿을 수 없다. 하찮은 미물 따위가 어떻게 나의 숨결을…… 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르파닉은 계속해서 브레스를 날려 보냈다.
반동 데미지로 인해 체력과 스테미나가 대폭 깎여 나가는 것을 감수한 필살기들의 향연!
그러나.
…퍼펑! …펑! …퍼퍼펑! …쾅! …콰르릉!
이우주는 번번히 아르파닉의 필살기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는 아르파닉을 향해 이우주가 입을 열었다.
“바로 방패가 있기 때문이지.”
[헛소리! 그 어떤 방패도 나의 숨결을 이렇게까지 막아낼 수 없다!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방패이기에……!?]
아르파닉의 대사는 지금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해 주는 것이었다.
-아니...S랭크 최상위 티어의 몬스터가 각 잡고 갈기는 초필살기를 막아주는 방패가 있다고???
-↳뿌쓩빠쓩 이우주티비!
-↳와! 샌즈! 와! 파피루스! 이우주아시는구나 참고로 이우주는 겁.나.강.합.니.다
-그런 방패는 뭘로 만들 수 있는 거냐??? 미스릴??? 오르하르콘???
-↳와...그런 방패가 있다면 거의 부르는 게 값이겠는데???
-↳근데 그런 방패로도 아르파닉의 브레스는 저렇게까지 못 막을 것 같은데...
-↳ㅇㅈ~ 뉴비들은 어비스 터미널 공방전 때 아르파닉의 딜량을 못 봐서 저럼ㅋㅋㅋ
-↳네 다음 틀...
-↳아재요...
-않이;;; 아르파닉이라면 황금비늘 일족 중에서도 공격력이 미쳐날뛰기로 유명한 몬스터인데???
-↳ㅇㅈㅇㅈ그걸 어케 막아내고 있는거임 지금?????
-↳당장 해명해 이우주!!!!!!
-↳오이오이!!!!!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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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와 같은 시청자들의 성원에 힙 입어.
“그렇다면 이제 슬슬 방패의 정체를 공개하겠습니다.”
이우주는 자신이 준비해 놓았던 비장의 무기, 아니 방어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방패의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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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은 아주 잠시 정적에 잠겼다.
이우주가 꺼내든 방패는 아이템이 아니라 스크린 창이었던 것이다.
그림판, 사진, 폴더나 인터넷 검색 창 같은 시시콜콜한 스크린 창.
하지만 그 스크린 안에 떠 있는 기호는 다소 예사롭지 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