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69화 (969/1,000)

외전 95화 머니 게임(Money Game) (3)

[죽어라, 미물들아!]

탄막은 전체적으로 체스의 기보를 따라 흩뿌려진다.

하지만 아르파닉의 황금 채찍은 전에 없던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종잡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을 공격 패턴이었으나.

“역시 예상대로의 패턴이었어.”

이우주는 그 와중에도 무언가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낸 모양이다.

홱-

이우주는 채찍의 종파와 횡파가 만들어 내는 빈 공간을 통해 뛰어올랐고 마치 줄넘기를 하듯 채찍을 피했다.

가시투성이의 줄을 뛰넘듯, 그렇게 신들린 듯한 무빙으로,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를,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를…….

“이 다음에는 ↯모양으로 휘둘러지겠고,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휘어지겠고, 그 다음에는 →이렇게 평이한 모양인 척 하다가 막판에 말아올리는 ↺ 패턴이겠지!”

이우주는 그렇게 모든 채찍을 피해 내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그 광경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니, 대체 어떻게 알고 피하는 거야?”

“믿을 수가 없다. 어디에 공략? 따로 숨겨 둠? Where?”

“저 패턴을 예측했다고? 그것이 가능한가?”

무작위로만 보이는 패턴에도 어떠한 규칙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을 이우주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한 대도 맞지 않고 얄밉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펄쩍!

이우주는 정수리 위와 발가락 끝을 동시에 스치고 지나가는 채찍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금은 왜 가치가 있는가?”

그 질문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의아한 표정이다.

이산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뭔 소리야? 금은 금이니까 가치가 있지.”

“그러니까. 금이 가치가 있는 이유 말이야.”

이우주는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의 동작으로 황금 채찍을 피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금은 금속 원소들 중 하나지. 퍼지는 성질, 늘어나는 성질, 화학적 안정성, 공기 중에서도 산화되지 않는 특성과 전도성이 매우 좋아서 공업에서의 활용도도 높아.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귀금속의 재료로 이용되어 왔으며 현재에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환금성을 인정받고 있지.”

이우주는 마치 림보를 하듯 허리를 뒤로 젖혀 채찍을 흘려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금의 값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 그리고 현실의 금 시세가 뎀2의 황금 비늘 일족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드물지만 존재해.”

현실과 게임이 연동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가령 현실의 식단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그린헬, 현실의 애정도나 인기도에 따라 공략 난이도가 달라지는 아스모데우스, 그리고 게임 속의 모든 로그들을 해킹하여 현실로 전송해 버리는 레비아탄 등, 뎀2의 던전과 몬스터들은 종종 게임을 초월하여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다.

“황금룡 아르파닉은 20여 년 전 ‘어비스 터미널 공방전’ 당시 이미 공개되었던 몬스터야. 비록 등장했던 시간은 짧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다채로운 공격 패턴들로 유저들을 학살했는데 그 데이터는 아직도 유튜뷰에 남아있지. 그리고 수많은 고인물들이 그 패턴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어. 지금도 딥웹 깊은 곳에는 아르파닉에 대한 분석들이 떠돌아다닌단 말이야.”

그리고 이우주는 그 중 가장 신빙성 높은 추론 하나를 가설로 채택하고 직접 검증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현실 시세의 금값이 뎀2의 골드 드래곤 족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가설이 있지. 현실의 금 시세가 올라가면 골드 드래곤 족의 전투력도 올라가고 현실의 금 시세가 하락하면 골드 드래곤 족의 전투력도 하락한다는 거야. 지금 보니 그 가설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군.”

이우주의 말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드 드래곤…… 황금 비늘 일족…… 그러니까 현실의 금값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저놈들도 약해진다?”

“없다. 터무니. 하지만. 그럴 듯하게 들린다. 우주가 말하니까.”

“하, 하지만 그것과 아르파닉의 채찍 패턴은 상관없지 않나? 금값과 채찍 패턴의 연관관계가……?”

마지막에 죠르디의 의문을 들은 이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했다.

“나는 20년 전 아르파닉이 유저들을 학살할 당시의 장면을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을 돌려봤어. 채찍이 휘몰아치는 3분 정도의 장면을 특히나 유심히 살펴봤지. 그리고 놀라운 것을 찾을 수 있었어. 그게 무엇일 것 같아?”

이우주는 눈앞으로 휘둘러지는 채찍을 피하며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르파닉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이거야.”

동시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의 눈앞으로 스크린 하나가 떴다.

그것은.

<국내 금 시세 (매매기준율 ₩/g)> 0월 0일 000회차

※현재 장 마감 상태입니다.

63,577.70 원 / ▲14.06 +0.02%

계좌(고객입금 시)64,213.47 원

계좌(고객출금 시)62,941.93 원

실물(고객이 살 때)66,756.58 원

계좌(고객이 팔 때)60,398.82 원

기준 국제 금시세1,777.69 달러

기준 원달러 환율1,112.50 원

.

.

실시간 금값을 알려 주는 호가창이었다.

차트와 각종 수치들이 나열되어 있는 그래프.

그것을 본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

“?”

“?”

그러자 이우주는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아르파닉이 휘두르는 황금 채찍의 모양과 금값의 호가창 차트를 비교해 봐.”

그제야 비로소 세 여자가 반응을 보인다.

“!”

“!”

“!”

그렇다.

아르파닉이 휘두르는 채찍의 궤적은 금값이 요동치며 만들어 내는 실시간 차트의 모양새와 100% 흡사했던 것이다.

“아르파닉이 어비스 터미널을 멸망시킬 당시에도 그랬어. 그때의 날짜를 기억해 뒀다가 그 순간의 금값과 비교해 봤지. 아르파닉의 채찍은 그 순간의 금 시세 호가창의 모습과 똑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지.”

뎀2 세계관의 한 축을 이루는 황금 비늘 일족.

이들은 현실의 금값에 영향을 받는 기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었고 그중 지고한 위치에 이르러 있는 아르파닉은 그 정도가 더했다.

“……아마도 추측컨대 ‘돈먹임’ 특성의 영향이 아닐지.”

이우주는 마지막으로 휘둘러지는 황금 채찍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 옆으로 이산하가 황당하다는 듯 내려앉는다.

“아니, 그러면 너는 요 근래의 금 시세가 어떤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면서 요동쳤는지 다 외우고 있는 거야?”

“전부는 아니고. 거의 다. 그리고 빈 부분은 실시간으로 그래프 창 켜 놓고 움직이면 되니까. 보아하니 지난 4개월간의 궤적에서만 기출이 되는 것 같은데? 지난 10년 치를 몽땅 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지.”

“……그게 돼?”

“응? 그게 왜 안 돼?”

이우주는 도리어 이산하에게 되묻는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 추측할 수 있는 거잖아. 이것도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금방은 뭔 금방이야 이 자식아! 그걸 어떻게 알아!”

“하지만 아빠도 예전에 다 해냈던 공략인데? 아빠는 예전에 데스웜을 상대할 당시 지진파의 패턴을 시대별 지진별로 다 나눠서 외웠었어.”

“그건 아빠가 변태니까 그렇지!”

이산하는 기가 막히다는 듯 소리쳤지만 이우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내달렸다.

머릿속에는 계속 아빠의 목소리가 맴돈다.

‘지진파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지. 하나는 실체파(body wave, 횡파)이고 다른 하나는 표면파(surface wave, 종파)야. 데스웜의 지진은 지진계에 기록된 실체파, 즉 횡파의 모양을 따르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데스웜이 일으키는 지진의 모델이 된 지진은 1960년 5월 22일에 칠레에서 발생한 칠레 대지진으로 지진계에 기록된 그때의 리히터 규모 9.5짜리 진폭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지. 따라서 지진계의 모양과 구간에 맞춰 다음 바디 웨이브의 패턴을 예측한 뒤 높은 진폭에서 점프해 주고 낮은 진폭에서 발을 땅에 디뎌 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데미지를 최소화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스킵도 가능한…….’

이우주는 아르파닉의 채찍을 3*3*7 박자의 스텝으로 피하며 외쳤다.

“아빠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아빠를 뛰어넘겠다!”

“으윽! 아빠는 사이버 망령이었잖아!”

“나도 그렇게 될 거야! 아빠가 데스웜을 잡기 전에 샌드웜이나 스투웜 등의 비슷한 아종들을 수없이 상대해 보고 그간의 데이터들을 연역해 추리했듯! 나 역시도 아르파닉을 잡고 그 너머에 있는 바이어스의 목까지 따 버릴 테다!”

이우주는 괴성을 지르며 아르파닉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태양살의 작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건 1892년 퉁구스카 대지진!’

“이건 5일 이동평균선!”

‘이건 1926년 캘리포니아 대지진!’

“이건 20일 이동평균선!”

‘이건 1941년 탕산 대지진!’

“이건 60일 이동평균선!”

‘이건 1970년 동남아시아 대지진!’

“이건 90일 이동평균선!”

‘이건 2012년 러시아 대지진!’

“이건 120일 이동평균선!”

‘이건 공격이 죄다 빗나간 네놈의 동공지진!’

“이건 공격이 죄다 빗나간 네놈의 시선이 그려 내는 240일 이동평균선!”

과거 아빠가 그랬듯, 보스 몬스터에게 무자비한 린치를 가하면서.

[오-오오오오!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아르파닉은 흠집이 나고 있는 자신의 비늘을 보며 포효했다.

태양살의 화살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다는 황금룡의 비늘에도 뚜렷한 자국을 만들어 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격분한 아르파닉이 몸을 일으켰다.

전신에 있는 비늘들이 곤두서며 덩치가 두 배 이상은 족히 커진 듯한 느낌.

“……으윽! 피부가 저릿저릿해!”

“다리에 난 것 같다. mouse.”

“압도적이군. 그 말밖에는 안 떠올라.”

황금룡 아르파닉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피어에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 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뎀2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위험등급 S랭크의 몬스터.

그리고 눈앞에 있는 황금룡 아르파닉은 그런 S랭크 중에서도 최정점의 개체값을 자랑하는 몬스터 중의 몬스터이다.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분노와 함께 통감했다.

S급 최상위 티어의 몬스터는 애초에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존재가 아님을.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것을.

……하지만.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우주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확신. 이길 수 있다는.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이 이우주의 눈빛에서는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우주가 뿜어내는 생동감과 열정, 도전정신의 아우라는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의 몸에 걸려 있었던 피어까지 벗겨내 버렸다.

과부하가 풀리자 몸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산하가 이우주에게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시계.”

그 말대로, 이우주는 지금 시야 하단에 띄워 놓은 서버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밀리미터 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 주는 아주 정밀한 시계.

그것은 곧 이우주에게 목표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 주고 있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이윽고, 초침은 이우주가 목표로 한 지점에 정확하게 닿아 멈췄다.

동시에.

-띠링!

이우주가 설정해 놓은 알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어어!?”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의 입에서 동시에 경악에 찬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황금룡 아르파닉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크-어어어어억!?]

큰 소리로 내지르던 포효 소리가 작아진다.

그것은 소리가 빠져나오던 목구멍이 좁아짐과 동시에 폐의 크기 역시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슈슈슈슈슉……

아르파닉의 몸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줄어들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팍.

“뭐, 뭐야? 저 자식, 갑자기 왜 작아졌지?”

“눈에 보이는 속도. 몸집 왜소해졌다. Inexplicable한 현상!”

“뭐지? 시계랑 무슨 상관이라도 있나? 지금 몇 시야?”

세 여자가 당황하는 것에 반해 이우주는 모든 것을 다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태연하다.

“지금은 한국을 기준으로 아침 9시.”

이우주는 파티의 대장으로 설정되어 있는 이산하의 캡슐 시간이 이 던전의 내부 시간과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한국의 금 거래시장인 ‘KRX 금시장’이 개장하는 시간이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아르파닉의 몸집을 보며, 이우주는 말했다.

“지난 7년간 꾸준히 국내외의 시사 뉴스들을 분석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던 보람이 있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를 향해 이우주는 새로운 창 하나를 띄워서 보여 주었다.

<국내 금 시세 (매매기준율 ₩/g)> 0월 X일 00X회차

※현재 장 중입니다.

62,720.04 원 / ▼857.66 –12.02%

금값이 역대급으로 폭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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