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67화 (967/1,000)
  • 외전 93화 머니 게임(Money Game) (1)

    -띠링!

    <‘미다스의 탑 5층-황금의 전당’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방문자: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4층의 끝에서 5층의 시작까지 쫙 깔린 레드카펫.

    금색 술로 화려하게 장식된 붉은 카펫 위를 걸어 올라간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최후의 문을 열고 입장했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5층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금고처럼 꾸며져 있는 문과 내부, 안쪽 역시도 금고의 모양과 똑같다.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금화들이 쌓여서 산과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금괴들이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겹쳐 쌓여 탑을 이루고 있는 위로 색색깔의 보석들이 지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온갖 귀중한 것들, 고대의 미술품과 보물지도, 수정을 깎아 만든 병 속에 담긴 술, 화려한 보검, 백금으로 된 갑옷, 마나석과 전설의 금속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그 휘황찬란함과 웅장함 앞에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 엄청 화려하네.”

    “그리고 불길하기도 하고.”

    “산하. 눈에 $표시. 돈벌레.”

    “어? 잠깐만, 알림음 같은 게 뜨는데?”

    네 사람은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음 소리에 귀를 쫑긋 곤두세웠다.

    -띠링!

    그 알림음의 내용은 놀라운 것이었다.

    <지금부터 미다스의 탑 5층을 최초로 방문하신 용자들에게 ‘소소한 특전’이 주어집니다.>

    <‘피버 타임(Fever time)-황금향을 누려라!’ 돌발 이벤트 시작 10초 전.>

    <10!>

    <9!>

    <8!>

    <7!>

    <6!>

    .

    .

    “어어? 뭐야? 이게 뭔 소리야? 피버 타임? 돌발 이벤트?”

    이산하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우주 역시도 침음을 삼켰다.

    “‘피버 타임’. 제한된 시간 내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뜻하지. 극히 짧은 시간제한 안에 이루어지는 돌발 이벤트…… 라고는 해도 만날 수 있을 확률은 거의 없어. 뎀2를 하면서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기적이라고들 하지.”

    “말 그대로. 로또! 파워볼! 대박!”

    “으음. 이러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잖아. 대체 무슨 엄청난 것을 주려고 이러지?”

    솔레이크와 죠르디 역시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이윽고.

    <5!>

    <4!>

    <3!>

    <2!>

    <1!>

    <0!>

    <피버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알림음이 끝남과 동시에.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츠츠츠츠츠츠츠츠……

    초시계의 초침 소리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어어? 주변 풍경이 바뀐다!”

    “뭐지? 딱히 외형적인 게 바뀌는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색깔! 지형지물. 색깔. 뭔가 변하고 있다!”

    “주변 오브젝트들이 뭔가 더 싱싱한(?) 색깔로 변하고 있는데?”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의 말대로였다.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황금과 보석, 각종 보물들의 색깔이 변했다.

    마치 유화나 실사화 크로키를 그린 것처럼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게, 세세한 명암처리마저 완벽하게 그려져 있던 이 배경들이 마치 원색으로 간단하게 색칠한 것처럼 변한 것이다.

    그것을 본 이우주가 불현듯 소리쳤다.

    “그렇군! 90년대 애니메이션의 배경 같은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이런 거지.”

    이산하가 묻자 이우주는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움직일 일이 없는 배경을 실사 그림체로 그려 놓고 곧 움직이게 될 물건이나 캐릭터의 경우에만 원색으로 칠해 놓고는 하잖아.”

    “아아. 그렇지. 그래서 같은 물건들이 쭉 늘어져 있는 배경이 있어도 그 중의 하나가 색칠한 게 다르면 그게 움직일 거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지. 옛날에 고전 애니였던 ‘톰과 제리’에서 많이 그랬었어.”

    “맞아. 가령 주인공이 수많은 칼 중에 하나를 뽑아드는 장면이 있다면 나머지 칼들은 어차피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에 공들여 그린 한 장의 그림으로 대체되지. 하지만 곧 움직여야 할 칼 한 자루만큼은 조금 대충 색칠이 된단 말이야? 어차피 움직이려면 여러 장의 그림이 필요하게 될 테니까.”

    이우주는 말을 마친 즉시 주변에 있는 금화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본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지형지물, 고정형 오브젝트였던 터다.

    그래서 극도로 사실적인 양감과 질감, 명암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피버 타임이 시작된 지금 이 순간, 이곳에 그득그득 쌓여 있는 금화들은 마치 마법과도 같은 원색으로 비교적 대충 색칠되어 있다.

    그 말인즉슨?

    <‘피버 타임(Fever time)-황금향을 누려라!’ 돌발 이벤트.>

    이우주는 자막으로 남은 알림음을 보며 말했다.

    “가져갈 수 있다는 거야.”

    이우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띠링!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의 눈에 ‘$’표시가 새겨졌다.

    “우와아아아악! 그걸 왜 이제 말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다 내꺼야! 감자튀김! 여기 있는 감자튀김 다내꺼야!”

    “많이! 최대한 많이 줍는 게 승자라 이거지!?”

    세 여자는 엄청난 속도로 금화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

    이우주는 어찌된 영문인지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가 정신없이 인벤토리에 돈을 퍼 담는 동안에도 이우주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황금 조각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용. 금화의 구릉 위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황금상.

    그것의 눈에 박혀 있는 붉은 루비가 불현듯 불길한 핏빛을 내뿜었다.

    …번쩍!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이우주가 벼락같이 움직였다.

    “모두 피해!”

    동시에.

    “어엇!?”

    “헉!”

    “꺄악!”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이우주의 손에 의해 금화 무더기의 바깥쪽으로 떠밀렸다.

    그리고.

    콰-쾅!

    위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황금 기둥이 방금 전까지 세 여자가 서 있었던 곳을 초토화시켰다.

    쿠-구구구구구……

    황금상이 움직인 것이다.

    “……함정도 섞여 있었군.”

    이우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는 오래된 공략 동영상에서 들었던 아빠의 목소리가 흘러간다.

    ‘어차피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타이밍은 정해져 있지. 그 전까지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서비스 시간이야.’

    피버 타임(Fever time)은 으레 플레이어들이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시간,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의 몇 초와 보스 몬스터가 죽고 난 후의 몇 초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빠의 말이 꼭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었어.”

    피버 타임은 종종 보스 몬스터의 함정으로도 사용된다.

    결정적인 순간, 도전자들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주의력을 떨어트리는 용도로 말이다.

    이윽고.

    쩌저적- 쩌저저저적!

    피부를 뒤덮고 있던 황금들을 걷어 내며, 그것은 석상 안에 감추어져 있었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눈앞으로 드리워지는 거대한 용의 형상에 마른침을 삼켰다.

    -띠링!

    <동대륙의 ‘어비스 터미널’이 태양룡 일족의 ‘아르파닉’에 의해 붕괴했습니다>

    20여 년 전, 광대한 어비스 터미널을 단신으로 붕괴시켜 버렸던 괴물.

    ‘자, 갑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세상을 지켜 냅시다!’

    ‘……틀렸어, 세계랭킹 1, 2위가 저 정도야.’

    ‘이건 아니야. 이건 못 깨는 퀘스트야!’

    세계랭킹 최상위권의 강자들조차도 대적할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었을 정도의 대마수.

    <황금룡 아르파닉> -등급: S / 특성: 용, 야수, 땅, 하수인, 고생물, 싸움광, 자연재해, 1:1, 백전노장, 두꺼운 지방, 변온, 반전, 뽐내기, 하극상, 자본주의자, 약자멸시, 절약, 수전노, 재테크, 돈놀이, 금값연동, 돈먹임, 쌍둥이의 맹약

    -서식지: 미다스의 탑 5층, 어비스 터미널

    -크기: 28m

    -용들이 비늘 색에 따라 갈라질 때 가장 초창기에 갈라져 나온 존재들 중 하나.

    태초의 시절부터 황금을 관장해 온 위대한 용이다.

    황금비늘 일족의 수장인 ‘태양룡 바이어스’가 오른팔로 인정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용족의 40개 군단을 이끌고 있으며 쌍둥이 동생인 ‘오메가닉’을 제외하면 일족들 중 그와 같은 지위에 오른 용은 없다.

    황금비늘 일족 내의 서열은 공동 2위로 사실상 가장 용군주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존재.

    ‘황금룡(黃金龍) 아르파닉’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비늘 일족, 골드 드래곤들 사이에서의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

    위에 태양룡 바이어스, 같은 위치에 쌍둥이 동생인 오메가닉을 제외하면 황금 비늘 일족의 그 어떤 용도 이 개체에게 필적할 수 없으리라.

    [……나의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탐굴꾼들이여.]

    아르파닉은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며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를 내려다보았다.

    [값싼 사금 부스러기에 눈이 팔려 나의 손바닥을 피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그냥 그뿐인 욕심꾸러기들이었겠지. 하지만 너희들은 훌륭하게 나의 시험을 통과했다.]

    미다스의 탑 1, 2, 3, 4층을 모두 통과했고 마지막의 피버 타임 함정조차도 피했다.

    이로서 아르파닉은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를 완전히 인정한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네 사람의 귓가에 새로운 알림음이 떴다.

    -띠링!

    <최초 방문자 특전이 적용됩니다.>

    <특전 적용 대상: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황금룡 아르파닉이 도전자들을 인정합니다.>

    <황금룡 아르파닉의 인정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황금룡 아르파닉의 인정을 받아들이게 될 경우 ‘황금룡의 가호’ 버프가 전신에 영구히 깃들게 됩니다.>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님이 ‘황금룡의 가호’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일반적인 리자드맨의 상위종인 ‘???’로 진화하게 됩니다.>

    선택의 기로.

    “…….”

    “…….”

    “…….”

    “…….”

    무엇을 골라야 할지, 5층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결론을 내려 놓은 상태였지만 막상 직접 상황에 처하게 되니 느낌이 또 다르다.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마지막 문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님이 ‘황금룡의 가호’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일반적인 리자드맨의 상위종인 ‘???’로 진화하게 됩니다.>

    생애를 살아가면서 가끔 드물게 마주치게 되는.

    앞으로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꿀 수도 있는 양자택일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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