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62화 (962/1,000)
  • 외전 88화 세 가지 관문 (3)

    <이우주>

    LV: 64

    이우주의 레벨이 1올랐다.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 역시도 상당량의 경험치를 얻었다.

    “우와, 신무기 성능 장난 아니네. 공격력 대박이다 이거. 근데 기분 탓인가, 머리숱이 좀 적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이산하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자신의 머리카락 활과 화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편, 죠르디는 눈앞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환한 빛기둥을 주시하고 있었다.

    착치를 잡자 떨어진 것은 길고 커다란 참마도(斬馬刀)였다.

    -<악귀왕의 참마나찰도(斬馬羅刹刀)> / 양손무기 / A+

    옛날, 볕이 들지 않는 광활한 늪지대를 지배하던 거대한 악귀가 있었다.

    다섯 개의 뿔에 열여섯개나 되는 눈을 가진 이 악귀들의 대왕은 수 세기에 걸쳐 인간들을 괴롭혀 왔다.

    하지만 결국 악귀는 태양살의 운명을 타고난 한 용사에 의해 살해당했고 용사는 악귀의 이빨을 깎아내 커다란 칼 한 자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대검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서 아무도 다룰 수 없었고 실망한 용사는 그것을 늪지대에 그냥 놔두고 갔다고 한다.

    -공격력 +6,000

    -어둠 속성 공격력 +500

    -특성 ‘만근추’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보상으로 떨어진 아이템을 본 네 사람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오, 공격력 봐라? 미쳤는데?”

    “특수 옵션도 상당히 준수하네.”

    “착치. 보스몹. 좋은 아이템. 떨궜다.”

    “……유니크하군.”

    이우주는 신중한 표정으로 눈앞에 떨어진 거대한 칼을 분석했다.

    “예전에 아빠가 쓰던 A+등급 아이템만큼이나 괜찮은 옵션이야. 한손무기 두 개와 양손무기 하나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공격력이나 특수 옵션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는군.”

    “아빠가 무슨 아이템 썼더라?”

    이산하의 질문에 이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빠를 상징하는 S+급 아이템들이야 워낙에 유명한 것이지만…… 아빠가 한창 성장할 무렵의 과도기에 썼던 아이템들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 바로 이것들이야.”

    이우주는 인터넷 검색창에 두 가지 아이템을 입력했다.

    삐빅-

    이윽고 검색 결과가 나온다.

    -<대왕게 집게해머 건틀릿> 한손무기 / A+

    단단한 키틴질 갑피에 덮여있는 건틀릿. 육중한 외형만 놓고 보면 망치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집게 안으로 들어온 것은 반토막 난다.

    -물리 공격력 +3,600

    -특성 ‘지진’ 사용 가능(특수)

    -<아귀 메기의 이빨너클> 한손무기 / A+

    아귀 메기의 잇몸과 이빨이 그대로 붙어 있는 건틀릿.

    수많은 이빨들이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대단히 공식적인 배치이다.

    그래서 이 이빨들 사이로 흘러가는 공기나 해류는 불가해(不可解)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물리 공격력 +3,000

    -물 속성 공격력 +200

    -특성 ‘와류’ 사용 가능 (특수)

    이우주는 설명을 계속했다.

    “아빠가 마동왕 메타로 활동할 때 잠시 썼던 A+급 아이템들이지. 두 무기를 합쳤을 때의 깡 공격력은 6,600. 속성 공격력을 더하면 6,800이야. 특수 옵션도 두 개고. ‘지진’과 ‘와류’는 상호 보완을 이루는 좋은 연계특성이니까 아이템 빌드업이 아주 잘 된 경우지.”

    착치가 죽으면서 떨군 아이템 역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우주는 칼자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대검은 양손무기로 깡 공격력은 6,000, 속성 공격력을 더한다면 6,500. 아빠가 쓰던 아이템들과 비교해서도 그리 뒤떨어지지 않아. 더군다나 붙어 있는 특성이 ‘만근추’와 ‘백전노장’이지. 근접 딜러나 탱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옵션이야. 레벨 제한이나 힘 스탯 제한이 걸려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고레벨 유저들에게는 별 상관없는 패널티이니 충분히 감수할 만한 느낌?”

    “좋은 아이템. 대박 터졌다. 커피밭에서 고생한 성과. 유의미하다. 굿굿.”

    솔레이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칼자루를 팡팡 쳤다.

    그리고 이내, 이산하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건 죠르디가 가져가는 걸로 하자. 다들 괜찮지?”

    “……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이산하의 모습에 죠르디가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아, 아니.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내가 혼자 받을 수는…… 차라리 경매장에 팔아서 그 돈을 나누는 게…….”

    하지만.

    “그래야지. 이 대검을 소화할 수 있는 메타는 죠르디뿐이니.”

    “나도 찬성. 좋은 아이템. 너 오늘 임자 만났다.”

    이우주와 솔레이크 역시도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죠르디의 어깨를 이산하가 탁탁 두드렸다.

    “뭐, 이게 파티 사냥의 묘미 아니겠어?”

    “……너희들.”

    죠르디는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녀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그 결과물을 나눠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좋은 것을 흔쾌히 친구에게 양보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드문 일.

    죠르디는 처음으로 유대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이산하, 이우주, 솔레이크, 죠르디는 늪을 지나 저편에 있는 포탈로 향했다.

    나선형의 긴 층계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 포탈을 타자 이내 다음 스테이지가 보인다.

    -띠링!

    <‘미다스의 탑 3층-지혜의 시련’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방문자: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3층으로의 문이 열렸다.

    자기 키보다도 커다란 대검을 등에 짊어진 죠르디는 다시 한번 번의 일지를 꺼내 들었다.

    “이곳의 보스 몬스터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어.”

    네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일지를 들여다보았다.

    흙과 금가루가 잔뜩 묻은 페이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와 함께 조악한 그림이 동봉되어 있었다.

    <광부 번의 일지>

    -날짜 모름--

    탑의 높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독기가 피어오르는 늪지대에서 도망쳐 위로 피신했다.

    그곳에는 1층과 2층에서 만났던 것보다 더욱 더 흉폭하고 포악한 괴물 하나가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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