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952화 (952/1,000)
  • 외전 78화 친해지길 바라 (1)

    그 뒤로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세계 최초로 ‘서큐버스 퀸 델라’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세계 최초로 ‘유극두피 악령’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정복자의 이름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YES: 이우주, 눈누난나내가니누나네, 0개국어능력자, (계정정보없음)>

    <보상이 지급됩니다!>

    <‘유극두피 악령’이 죽었습니다. 악마 진영 ‘오만의 군단’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용 진영 ‘황금비늘 일족’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유극두피 악령’이 부활할 때까지 모든 몬스터, NPC, 플레이어들의 머리숱이 10% 감소합니다.>

    .

    .

    <미용사 ‘짐 더 제임스 델링햄’의 히든 퀘스트 수행 [1/1]>

    <트레일러 영상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이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 ‘3차 대격변-용마동맹(龍魔同盟)’과 연결됩니다>

    .

    .

    엄청난 수의 알림음들이 무더기로 떴던 흔적.

    이우주는 게임 이용 기록 스크린에 새겨져 있는 흔적들을 바라보며 씩 미소 지었다.

    한편, 미용사 짐이 운영하고 있던 뷰티 헤어살롱에는 새로운 NPC 하나가 추가되었다.

    NPC 미용사 ‘짐 더 제임스 델링햄’

    특정한 조건이 아니면 만나기 쉽지 않은 이 NPC는 원래 혼자 등장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나.

    NPC 신입 미용사 ‘델라’

    이제 그의 옆에는 아름다운 아내가 함께 있다.

    [여왕은 내가 아니면 아무에게도 머리카락을 맡길 수 없는 몸이 되었지. 지금은 우리 살롱의 단골이 되었단다.]

    짐의 고정 대사가 매우 활기차게 변했다.

    [남편이 개발한 패스트 샴푸를 써 봤나요? 머리카락이 정말 빨리 자라요!]

    옆에 있는 델라의 대사 역시도 활력과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잘 된 일이야. 아주 보람차구만!”

    “……요동친다. 감동. Heartbeat.”

    “NPC의 히스토리에 이렇게까지 몰입해 본 적은 처음이군.”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는 그런 두 커플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짐과 델라와의 이번 레이드를 통해 그들 역시도 얻은 것이 많았다.

    많은 경험을 겪어 내적으로 조금 더 성장했고 그로 인한 경험치는 상태창 상단에 표기되어 있는 레벨에도 반영되었다.

    <이우주>

    LV: 63

    <이산하>

    LV: 72

    <솔레이크>

    LV: 72

    <죠르디>

    LV: 74

    모두가 레벨업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짐의 호감도를 크게 올려놓았다는 점이었다.

    “이번 레이드는 감동적이었던 것에 반해 다들 전체적으로 큰 이득은 못 봤네.”

    “아이템 못 얻었다. 특성도 못 뺏었다. It’s 빈털터리.”

    “하지만 호감도 MAX를 찍었으니 이제 항아의 머리카락도 가공할 수 있겠지.”

    세 여자는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올린 NPC 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오, 너희들 왔니? 왜 이제야 왔어!]

    [어머어머어머! 얘들아! 너무 보고 싶었어!]

    짐은 쌍수를, 아니 쌍가위를 들며 이산하 일행을 반겼다.

    델라 역시도 기쁜 표정으로 세 여자들을 안아 주었다.

    “그 와중에 내 호감도는 왜 이 모양이야?”

    이우주는 자기만 호감도 수치가 그대로인 것에 조금 불평했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을 가공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산하는 짐과 델라에게 ‘항아의 머리카락’을 꺼내 보여 주었다.

    -<항아의 머리카락> / 재료 / S

    항아가 살아생전에 길게 길렀던 머리카락.

    태양을 향한 올곧은 마음이 깃들어 있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짐과 델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건…… 정말 엄청난 머리카락이로군. 어떻게 이런 머리카락이 존재할 수 있지?]

    [한눈에 봐도 알겠어. 지금은 세월이 흘러 거칠어졌지만…… 전성기 때에는 분명 내 머릿결보다도 더 대단했을 것 같아.]

    이윽고 짐이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머리카락을 한번 가꿔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 원체 대단한 머리카락이었으니 되살릴 수도 있을 거야. 물론 보통 샴푸와 린스로는 안 되겠지만……]

    “흐음. 혹시 이게 도움이 될까?”

    짐의 대사를 들은 이우주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몽마의 샴푸> / 재료 / A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샴푸.

    아름답게 찰랑이고 싶다면 마땅히 이 제품을 택해야 할 것이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몽마의 린스> / 재료 / A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린스.

    아름답게 찰랑이고 싶다면 마땅히 이 제품을 택해야 할 것이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그것은 악의 고성에 서식하는 네임드 몽마,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를 잡고 얻은 아이템들이었다.

    [좋은 샴푸와 린스로군. 한번 해 보지.]

    이윽고, 짐이 미용에 돌입했다.

    수술에 들어가는 의사처럼 엄격, 근엄, 진지해진 표정의 짐은 델라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인 황금빗을 꺼내 들었다.

    슈로로로로록-

    짐과 델라의 빗이 항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몽마의 샴푸와 린스를 거친 항아의 머리카락은 두 부부의 빗에 의해 천천히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파앗!

    항아의 머리카락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뷰티 헤어살롱 ‘The Gift of the Magi’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눈을 감아야 할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아이템이 모두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공된’ 항아의 머리카락> / 재료 / S

    항아가 살아생전에 길게 길렀던 머리카락.

    지금은 좋은 샴푸와 린스, 그리고 미용사를 만나 예전의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태양을 향한 올곧은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 태양의 힘이 아니면 다른 것으로 가공할 수 없는 듯하다.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아이템 가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오! 이게 뭐야!”

    이산하가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항아의 머리카락으로 활시위를 만들어 융합하려고 했던 활은 여전히 인벤토리 안에서 먼지만 쌓여 가고 있었다.

    -<불완전한 용골궁(龍骨弓)> / 양손무기 / S

    초심해에 서식하는 아룡(亞龍)의 척추를 엮어 만든 활.

    현재는 활시위가 없어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공격력 +2,500

    -화염 속성 공격력 +500

    -얼음 속성 공격력 +500

    -특성 ‘융합’ 사용 가능 (특수)

    원래대로라면 항아의 머리카락을 가공하여 바로 활시위로 쓰려 했다.

    하지만 항아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활시위로 가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태양의 힘으로 재가공해야 한다고? 이럴 거면 왜 미용실로 찾아가라고 한 거냐! 으아아! 이거 작가가 스토리 분량 늘려 먹으려고 꼼수 쓰는 거 아니야!?”

    “으음. 아무래도 태양에 관련된 재료 아이템이 하나 더 필요한 모양인데. 아마도 황금 비늘 일족의 용 계열 몬스터가 드랍하겠지.”

    이산하의 불만에 이우주가 냉정한 대답을 내놓았다.

    솔레이크와 죠르디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S급 아이템. 그것도 무기. 쉽지 않다. 제작 과정. 겁나. Scary하게 까다로워.”

    “아마도 그게 마지막 재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나저나 대체 뭐길래 이렇게 가공 과정이 까다로운 거지? 마치 ‘최종병기’ 급의 아이템이라는 듯한 느낌이…….”

    결국 이산하는 당장 용골궁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이거나 쓰는 수밖에.”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것은 ‘유극두피 악령’을 처치하고 얻은 유일한 아이템이었다.

    이산하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기에 그녀에게만 떨어진 특별한 보상이기도 했다.

    -<유극두피 악령의 머리숱> / 투구 / S

    평소에는 머리카락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위기의 순간이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있는 무기에 달라붙어 한층 더 짙고 강한 악의를 뿜어내며 빛이나 어둠 속성을 띠고 있는 무기가 아니라면 그다지 효과는 없다.

    -방어력 +1,500

    -공격력 +1,500

    -어둠 속성 공격력 +1,000

    -특성 ‘매복’ 사용 가능 (특수)

    -특성 ‘살금살금’ 사용 가능 (특수)

    투구. 하지만 투구라고 하기에는 그냥 일반적인 긴 머리 가발과도 같은 모양새이다.

    특이하게도 투구 주제에 방어력과도 맞먹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고 놀랍게도 위기 시 무기와 결합하는 특성이 붙어 있기도 했다.

    “어둠 속성 공격력까지 합치면 거의 2500이 추가되네. 그리고 공격하거나 공격당하기 전까지 사물 속의 빈 공간에 숨어들어 갈 수 있는 ‘매복’과 움직일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살금살금’ 특성까지 추가라…….”

    이산하는 평소에 쓰던 활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해골왕의 빗장뼈 장궁> / 양손무기 / A+

    무수히 많은 적의 목숨을 빼앗아 온 추수자의 해골을 깎아 만든 활.

    뼈 표면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들 속에는 죽은 자들의 눈알이 하나하나 번들거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공격력 +3,500

    -어둠 속성 공격력 +500

    -특성 ‘괴벽’ 사용 가능 (특수)

    -특성 ‘백전노장’ 사용 가능 (특수)

    어둠 속성이 붙어 있는 무기인지라 유극두피 악령의 머리숱과도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어둠 속성 공격력까지 합쳤을 때 최종 수치가 약 6500인가? 대박이네.”

    단, 유극두피 악령의 머리숱으로 인해 강화된 활과 화살을 쏠 때면 화살 1발당 머리카락 1모가 영구하게 줄어든다는 패널티가 있어서 그것이 조금 미묘한 문제이기는 했다.

    그때.

    [얘들아. 나도 주고 싶은 게 있어.]

    델라. 그녀가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를 불렀다.

    그것은 바로 한 장의 주문서였다.

    -<서큐버스 퀸의 알현> / 주문서 / S

    초고위 악마가 있는 ‘어떤 장소’로 통하는 순간이동 주문서이다.

    강력하고도 오만한 샛별의 힘이 담겨있기에 ‘격’이 떨어지는 이는 감히 사용할 수 없다.

    순간, 네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우주는 바로 델라의 대사들 중 하나를 떠올렸다.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루시퍼 님께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나? 하극상은 중죄일 텐데?]

    그것은 델라가 서큐버스 퀸으로 군림하던 시절의 대사였다.

    “분명 델라 씨는 오만의 악마성좌 루시퍼 산하의 고위악마였지.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루시퍼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

    아마 S급 주문서인 이상 S+급의 루시퍼에게 바로 직통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까운 곳으로 통하고 있을 것만은 분명했다.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 역시도 퀘스트 창을 다시 열어 보며 탄성을 질렀다.

    <미용사 ‘짐 더 제임스 델링햄’의 히든 퀘스트 수행 [1/1]>

    <※이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 ‘3차 대격변-용마동맹(龍魔同盟)’과 연결됩니다>

    “아하! 이래서 이번의 히든 퀘스트가 메인 퀘스트인 ‘용마동맹’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 거였구나!”

    “대박!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다!”

    “……과연. 퀘스트 창을 열어 보니까 새삼 느껴지네.”

    정보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때때로 경험치나 아이템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큰 보상이 될 수 있다.

    [루시퍼 역시도 나를 배신했으니 내가 그를 배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한때 ‘오만의 군단’ 소속이었던 델라는 루시퍼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그는 ‘샛별(Lucifer)’을 관장하는 악마야.]

    [하지만 샛별은 아무리 밝고 뜨겁다고 해도 태양에 미치지 못하지.]

    [루시퍼는 그 때문에 어마어마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태양의 위치를 차지하기를 바라지.]

    [그가 태양룡 바이어스를 비롯한 황금비늘 일족을 적대시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그런데 루시퍼와 바이어스, 이 둘이 손을 잡고 용마동맹을 개최하려 한다고? 나는 절대로 그 말 못 믿어. 아마 둘 다 서로의 뒤통수를 칠 생각으로 가득할걸?]

    .

    .

    태양을 시기하는 샛별.

    오만의 악마성좌가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열등감에 대해서 델라는 많은 정보들을 알려 주었다.

    이우주는 델라가 토설하는 정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그렇군. 오만의 악마군단과 황금비늘 일족이 대립하는 이유는 루시퍼의 뿌리 깊은 시기와 열등감에 있었네.”

    “오호. 그런가. 루시퍼. 절대. 아무나 안 만나 줌. 답다 다워. 오만의 악마.”

    “아주 값비싸고 귀한 공물을 바쳐야만 알현을 허락해 준다 이거지. 흐음.”

    이산하, 솔레이크, 죠르디 역시도 기록창에 실시간으로 적히고 있는 텍스트들을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윽고.

    이우주가 고개를 들며 눈을 반짝였다.

    “정했다. 앞으로의 계획.”

    벌써 다음 레이드 목표를 정한 모양이다.

    그때.

    “……자, 잠깐만.”

    이우주의 말을 가로막는 목소리가 있었다.

    죠르디. 그녀가 시선을 바닥에 내리깐 채 쭈뼛쭈뼛 망설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너희들에게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껏 파티원들에게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던 그녀가 드물게도 먼저 입을 연 것이다.

    “……내가 요 근래 쬐끔 고전하고 있었던 던전이 하나 있거든.”

    의외의 헬프 요청이었다.

    0